<초록바구니>
정체가 모호한 음식이 계속 나온다. 이것이 한식인가, 변형인가, 외래종인가, 해답 찾기가 모호하다. 마지막 밥과 국 김치 나오는 쟁반을 보고서 아, 한식이구나. 형식은 모호한데, 내용만큼은 확실하다. 맛있다, 품격있다, 새롭다는 것.
1.식당얼개
상호 : 초록바구니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00-267 2층
전화 : 02) 790-3421
주요음식 : 한정식
2. 먹은날 : 2020.8.28.저녁
먹은음식 : 초록정식 33,000원
3. 맛보기
1) 상호
식당 수준이 잘 예측이 안 될 때는 상호를 보는 습관이 있다. 상호에 많은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식당의 전신인 주막에는 원래 이름이 없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이름으로 붙는 것은 주인이 정해놓고 부르라고 요구하는 명명이 아니라, 손님들이 편의상 지어 통용하는 고객 자연명명 방식이었다.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방식이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법, 감나무집, 버드나무집 등등이 바로 그런 이름들이다. 이런 명명법은 지금도 애용된다.
이후 식당이 보편화 된 이후로는 지명이 많이 활용되었다. 전주집, 나주곰탕집 등등. 요즘 많이 붙이는 이름은 전통이나 추억에 의거하는 이름이다. 할매집, 이모집, 옛날집 등등이다. 자연친화를 강조하는 이름도 유행이다. 시골밥상이 대표적인 경우 중 하나다.
'초록바구니'는 새로운 스타일의 이름인데, 초록이나 바구니가 주는 이미지는 역시 자연친화다. 그러나 전원적 이미지가 아닌 조금은 인위적인 것과의 결합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신선하고 정이 담긴 어떤 것이 담길 거 같다. 식재료와 맛에 신뢰가 가는 상호, 호기김이 생기는 상호이다.
2) 음식
처음 나오는 음식, 무순, 방울토마토를 소스에 얹어냈다. 미색의 소스맛은 매우 부드러운데, 옥수수를 갈아 만들었다 한다. 옥수수소스도 있었던가. 옥수수맛보다 품격있는 그 무엇의 맛이, 알 수 없는 음식의 세계로 인도한다.
여러 채소에 치즈를 뿌렸다. 제일 위 햄같은 것은 비트라 하는데, 햄소시지 같은 식감이다. 비트의 맛은 찾을 수 없다. 맛의 미로에 빠진 느낌이다. 여전한 건 부드럽고 품격 있는 맛고 품새.
청경채와 팽이, 채소는 그냥 노출되어 있는데, 통마늘 모양으로 생긴 음식 주재료가 감이 안 잡힌다. 새우에 가리비? 맛도 모양도 신선하다. 마치 6쪽 마늘같은 모양새, 실제로도 그렇게 결대로 분리되어 있다.
맛살과 비슷한 단백질의 식감, 약간 쫄깃거리면서 부드러운 식감은 맛의 층위를 높인다. 국물은 농도는 매우 연한데 맛은 깊다.
쟁반에 나왔다. 고려시대부터 사용하였다는 쟁반, 모든 음식이 1인용으로 차려지는 것은 서양식인 것 같아도 사실은 전통적인 것이다. 손이 오면 소반에 모두 각각 1인용 상을 내놓았다.
닭국이다. 닭곰탕보다 소고기국처럼 닭국이 더 어울리는 명칭같다. 부추와 숙주나물과 닭가슴살의 조화다. 국물맛은 맑다. 소금이 따로 나온다.
밥도 좋다. 적당히 차지면서도 따글거리지 않고 부드럽다.
후식이다.
인절미인 줄 알았다가, 깜짝 놀랐다. 얼음인지, 샤베트인지가 상큼하게 녹아난다. 그래도 입안이 시원할 정도로만 적당한 충격을 준다. 기대를 깨는 음식, 충격적인 음식이다.
새로운 조리법이다. 분자조리법이라 하는 요리방식으로 만든 음식이란다. 물을 급냉시켜 콩고물을 묻혀 만든 '공기떡'이다. 입안을 개운하게 하며 콩가루의 향기가 입속에 남는다.
식혜는 전통 요리. 제대로 아는 익숙한 요리라 반갑다. 시중 어떤 집 식혜보다 나은 거 같지만, 밥알이 다 살아 있지 않은 것은 서운하다.
물은 결명자차로 낸다. 색깔답게 맛이 제법 진하다.
깔끔하면서 격조 있고, 과하지 않은 장식이 음식과 어울린다.
4. 한식의 진화
한식이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 식재료를 끝없이 개발하고, 사라져 가는 옛날 음식을 복구하고, 어디에선가 먹었던 지역음식이 전국구로 신분상승을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리법 또한 끊임없이 확장된다. 보통 조리법의 확장은 식재료 배합을 다양화하는 방식이었다. 분자음식은 식재료 자체를 변형시키는 것이다. 오늘 음식에서 이런 조리법이 감지되는 것은 두 가지 정도, 그러나 충격에는 충분하다. 1990년대 후반, 2000년 이후로 본격화되었다는데,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아 본격 평가는 이르다. 이런 조리 자체가 일반화되기도 그리 쉽지는 않을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조리법의 확장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음식의 종류를 다른 차원에서 확장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음식문화를 흔드는 너울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은 그냥 특별한 예외 정도 수준인 거 같다.
이것이 영양이나 포만감 등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탐구되어야 할 거같다. 이것은 과학의 영역이니, 답을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우선인 거 같다.
한식의 층위를 확장하는 노력에 우선 경의를 표한다. 음식값은 그 창의적 노력값으로 보면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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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처음 보는 음식이 여럿입니다. 전통 한식을 벗어난 음식이라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맛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과감한 실험과 모험에 박수를 보냅니다. 한식의 다양화, 한식의 고급화, 한식의 예술화를 기대합니다.
한식의 세계가 끝이 없는 거 같습니다. 식재료, 전통요리도 그스펙트럼이 넓은데 창작요리가 끝없이 생겨나 그 경계를 넓히고 있습니다. 한식의 발전이지요. 공부한다는 핑계로 먹고 즐기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예약을 해야 하고, 그나마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식당이 한산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여전히 한식의 발전이 계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