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의 대표적 극서정 시조시인 송선영의 작품 읽기 >
겨울 비망록 6
송선영
대숲 속 성냥간에 턱수염의 풀무소리.
쇠전머리 뿌사리가 긴 그리메 끌고 가면
불잉걸 꽃처럼 피어 먼 재 너머에 비 내린다.
그날 그 전봉준이, 오라 속 뼈 울음이
순창골 두메 갈밭 놀빛으로 물들이는 …
턱수염, 소주잔 들고 잠든 일월 거푸 친다.
마음 속 낙타
등 뒤에 못ㄴ 혹이 모래바람 걸쳐 입네
눈 뜨면 사리지는 길
고향 만리 점박이 길
명사(鳴砂) 위
넝마의 꿈 한 획이
긴 그림자 끌고 가네.
두메 노거수(老巨樹)
지킴이 노옹(老翁)
문안 가는 겨울 길손
괴나리 등이 휜 고개, 숫눈길 점획을 그어
반천년
공양 중인 노옹
긴 눈도장 찍습니다.
한때, 별과 풀꽃이
길벗이 타관에서 발품을 팔았을 때
길이불 돌베개를
밤이면 별이 적셨고
그 길섶
고향 쪽 풀꽁이
삶의 주름을 쓸었대
연어 단심가(丹心歌)
만리 물길 길눈 밝은
회귀(回歸)의 떼 반ㄹ짝이네
허기로 벼린 발톱, 서슬 퍼런 눈길 헤쳐
물벼랑 뛰어오르는 필생의 꿈 반짝이네
마지막 요람 찾아 숙연히 몸을 풀고
환히 눕는 고요 한 칸, 물소리 층층 쌓이는
노을빛 승천의 시간을
곡비(哭婢)처럼 새가 우네
봄노래 ․자명고(自鳴鼓)
바르르 떨며떨며 고운 손이 북을 찢자
그 북 앙가슴에서 서늘히 쏟던 불은 낙화(落花)!
모처럼 새 우는 봄날에
이 천지간(天地間)
붉은 낙화(落花)!
귀성록(歸省錄)
이윽고 고향 땅은 야전장이 되어 갔다
서울 발 꽃상여 하나 한길 덮은 만장 행렬
치열한 오월의 밤이
운암동을 흔들었다
가파른 망월 길의 징 소리도 멀어지고
검게 탄 노점 언저리 두 노인의 긴 그림자…
고뿔 든
아침 태양이
빈 폐허를 쓸었다
언덕 위 하늘집이 안개 속에 잠긴 주일
대낮에도 촛불 켠 채 아, 얼룩진 말씀이여
목 붉은
통성 기도를
파도 타고 흐른다
-시조 전문지 『時脈』 창간호 2024 봄여름호에서 다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