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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필 2호 발간에 즈음하여
대경공무원 연금공단아카데미 수필창작반--- 지도교수 김정호
세월이 유수라하지만 지나고 보면 정말 빨리 갑니다. 대경공무원 연금공단 아카데미에서 수필 공부를 한지 어언 2년이 되었습니다. 수필쓰기는 누구에게 배운다기보다 자신이 갈고 닦아야 발전이 됩니다. 공부의 요점은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먼저 많이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쓰는 것입니다. 읽고 쓰기만 한다고 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이 들어가야 되며 의미부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누구에게 배우기보다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수필은 청소년의 문학이라기보다는 중장년의 인생 경험을 토대로 쓰여 지는 작품이 많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장년의 문학이라 하기도 합니다.
우리 연금 공단상록회원 여러분들은 공직 생활 중에 체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면 멋있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2년 동안 매주 글을 한편 쓰느라고 고심하고 자판기를 마주앉아 안경 너머로 글을 쓰고 사전을 뒤적이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쓰고 모으면 머지않아 한권의 책이 탄생 할 것입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느긋하게 함께 공부하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기바랍니다.
상록수필 2호 발간을 축하하며 더욱 발전을 기대합니다.
작은 결혼식
근래 모 언론사와 여성 가족부가 공동으로 작은 결혼식을 약속할 사람들을 회원으로 모으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언론사가 앞장을 선다는 것이 상당히 바람직하다. 신랑 신부가 될 사람과 그 부모가 대상이다. 많은 회원이 확보되길 기대한다.
작은 결혼식이란 첫째 규모가 작아야 되며 경비가 적게 들어야 된다. 말만 작은 결혼식이라 하고 규모와 경비가 크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규모와 경비를 얼마나 작게 하면 될까? 가가예문(家家禮文)이라고 가문이나 혼주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가까운 친인척과 소수의 지인들만 모이고 경비도 최소화해야 작은 결혼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나는 작은 결혼식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가나안 농군학교 김용기교장이 그의 아들 결혼식을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결혼식으로 혼례를 올렸다고 생각된다. 결혼식에 신랑 신부 양가부모 주례 신랑과 신부의 친구 둘, 은사(恩師)두 분 심부름한 아이 양가 한명씩 총 열세명이 모여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교장은 모인 사람이 적다고 이 결혼식이 무효인가 하였다. 가만히 보면 올 사람은 다 모인 거나 다름없다. 결혼비용도 60년대 초에 이 천 원도 안 되었다니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돈으로 환산해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신랑은 신부에게 야생화 한 송이 신부는 신랑에게 흙 한줌이 주고받는 예물이니 돈 들 일이 없다. 예단이나 신혼여행은 아예 생략되고 하객들에게 부조금을 받지도 않으며 대접도 없었다. 얼마나 작은 결혼식인가.
얼마 전에 친구가 딸 결혼식이라고 초대하였다. 청첩장에 화환과 부조는 사양한다고 적혀있었다. 참석여부를 알려달라고 말미에 첨언되었다. 참석한다고 통보하였다. 하객 수는 제한되었지만 참석 인원이 백 명이 넘었다. 작은 결혼식은 아니었다.
며칠 전에 부산에서 50대 남자 시각장애인이 아들과 딸의 결혼에 방해가 된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그는 유서에 곧 딸의 상견례(相見禮)가 있는데 자기가 방해 요인이라고 생각했으며, 얼마 전에 아들이 사귀던 여자가 멀어진 것도 자기 때문이라고 죄책감에 자살한 것이다.
웨딩마치에 부모의 피눈물이 흐른다면 결혼에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풍조에 맞추어서 자식 두 명을 결혼시키려면 부모의 노후 대책은 쉽지 않다고 한다. 집 마련해주고 가재도구 다 채워주고 하려면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니다.
보통 결혼식에는 참석인원이 많으면 혼주의 발채가 넓고 본전을 뽑는다고 수군거리기도 한다. 그동안 주고받은 부조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것이 혼주의 능력이라고 한다.
며칠 전에 이웃에 지인 한사람이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와서 괘심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푸념을 하였다. 청첩장을 보냈는데 자기는 자녀들 혼사를 마쳤다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충 파악해보아도 수십 명이 넘는다고. 부조를 하였다고 백퍼센트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갚아주는 것이 미덕이 아니겠는가.
길흉사에 가장 고통 받는 지역이 제주도라 한다. 제주도는 부조 방법이 육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결혼식에도 혼주 두 명에게 똑같이 부조금을 주며 흉사도 마찬가지로 상주들에게 부의금을 준다니 육지의 배가 넘는다. 어려운 사람들은 벌어서 부조하다가 하 세월 보낸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한 때 가정의례준칙을 만들어 시행해보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오랜 관습을 깨기가 쉽지 않으며 기득권을 포기해야 만이 가능한 일이다. 민초들이 스스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사회운동이 벌어져야 결혼문화는 바뀌어 질 수 있다.
작은 결혼식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솔선수범 참여해야한다. 서민들에게는 해라하면서 자기들은 거창하고 화려한 결혼식을 한다면 저변확대는 어렵다. 이렇게 불편한 결혼문화가 정착된 것을 바꾸려면 온 국민이 참여해야 가능하다.
선진국 대부분 나라에는 작은 결혼식이 정착되어 있다. 굳이 사람들을 많이 모으려 하지 않으며 가까운 친인척 지인들 수십 명이 모여서 결혼식을 거행한다.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친인척과 한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오순도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거창한 결혼식을 올렸다고 꼭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유명 인사 중에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하고 얼마 지지나지 않아 이혼하는 사람들을 더러 보았다.
청첩장이 오면 사람들은 납세고지서라 투덜대면서도 가봐야 한다. 가을이 접어들면 결혼시즌이다. 근래는 딱히 결혼 시즌이 따로 없다. 여름에도 결혼을 한다.
조용하고 작은 결혼식은 말로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실천하려면 기득권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본전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먼저 버려야 된다. 작은 결혼식이 정착되어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부모들의 눈물을 걷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첫댓글 상록 수필 2호, 좋은 글, 재미있는 글을 읽을 수 있어 발간의 날이 기다려 집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가난한 민초들의 결혼식장에 5만원미만의 축의금을 들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이를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듭니다. 문제는 가진자들이나 사회 거물급 지도층들의 호화결혼식입니다.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의 결혼식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동수저나 흙수저를 물려 받거나 정직하여 가난하게 사는 것도 서러운데 오는 사람마저 적다면 이 얼마나 서러우리요? 사람들을 적게 초대하는 결혼식, 조촐한 결혼식이 이뤄지려면 정치부터 사람을 많이 끌어 모으려는 정치를 않아야될것입니다. 또한 지도층이나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사회에 많이 기부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 해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