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월 20일로 예정됐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공청회가 연기됐습니다. 왜일까?
*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
발전사업자가 자신이 만들어내는 전체 발전량 대비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제도.
2. 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부의 의중과 다르게 환경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을 공청회 연기의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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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뜬금없이 왜 환경부 얘기가 나오냐고요? 그건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쓰레기 대란 때문입니다. 4월부터 중국이 폐자재 수입을 중단하고, 우리나라 재활용품 업체들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폐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하면서 넘쳐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4. 환경부는 당장 폐비닐 등을 처리할 방법을 마련해야하는데, 현재로선 폐비닐 등을 에너지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꼽혀요. 이것이 대량의 쓰레기를 처리하기에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죠.
5. 문제는 반발이 심하다는 겁니다. 쓰레기를 태워 발전을 할 경우 몸에 유해한 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정부도 이에 대한 국민들의 민원을 알고 있어요. 지난해 9월엔 ‘쓰레기를 발전 연료로 사용하면 미세먼지, 발암물질 등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발전소 주민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SRF의 사용시설 입지 제한 등을 추진하겠다고도 했었습니다.
* SRF (Solid Refuse Fuel)
고체폐기물 중 가연성 물질을 선별해 파쇄, 건조 등의 처리과정을 거쳐 연료화시킨 고체연료를 통칭하는 것으로,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고 폐기물 중 가용 자원의 재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신재생에너지로 간주됨.
6. 하지만 당장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선 대량의 쓰레기가 발전연료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4월 10일 환경부는 ‘정부ㆍ지자체 폐비닐 등 수거 정상화 총력 대응’을 발표하면서 SRF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거든요. 그간 SRF에 대해 강화했던 품질기준 위반에 대한 행정 처분 경감·검사 주기 완화 방안 등이 언급됐습니다.
7. 산업부가 관장하는 RPS 제도가 소환된 건 이 때문입니다. RPS 제도에는 ‘REC* 가중치’라는 게 있는데요, 이 가중치는 신재생에너지 원별, 설비위치 등에 따라 전력량에 부과됩니다. 환경부는 폐기물 발전에 부여되는 가중치가 보다 높아지길 바랄 가능성이 높습니다. 쓰레기를 발전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으니까요.
8. 신재생발전업계에서 가중치를 얼마나 받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중치에 따라 발전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이번 공청회에서 발표될 가중치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의 발급 및 거래단위.
9. 변화하는 REC 가중치를 파악해야 에너지사업자들이 자신의 사업수익성을 계산하고 새로운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REC 가중치 변동사항은 원래라면 지난해 나와야 했던 것이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공청회에 관심을 가졌죠.
10. 결과적으로, (쓰레기 대란이 큰일이긴 하지만...) 환경부가 폐기물과 관련된 가중치 조정을 산업부와 협의하기 위해 산업부의 중요한 정책 발표를 미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11. 혹자는 이를 두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산업부가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