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도(大阜島) 해솔길, 구봉도 개미허리 낙조전망대> 구경
대부도(大阜島), 큰언덕섬, 서해안에서 제일 큰 섬이어서 큰 언덕 섬이란다. 1994년 오이도와 대부도를 잇는 12.7Km의 시화방조제 건설로 육지가 되었다. 연육교로 육지로 이어지는 섬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거기다 대부도, 명칭처럼 큰 섬으로 논농사를 많이 짓는 내륙형 농업 비율이 높아서 애당초 육지였던 것같은 기분도 든다. 요즘은 막 나오기 시작한 포도, 거봉포도 판매를 시작해서 더욱 내륙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횟집이 많고, 유명한 해물칼국수 집이 곳곳에 성업 중이어서 식당의 품새는 연안, 혹은 섬 냄새가 강하다. 거기다 넓은 갯벌을 끼고 바다와 섬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서해안 섬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주므로 내륙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누리는 섬의 온갖 정취를 실속 있게 다 누릴 수 있다. 경기권에서 이만하게 실속있는 하루 나들이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서해안에는 좋은 섬이 많은데, 요즘 많은 섬에 연육교가 놓여져 내륙 사람들의 가용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대부도가 시화방조제로 육지로 변신했는데, 선재도와 영흥도를 이어주는 연육교, 선재대교, 영흥대교가 있어서 대부도는 아름다운 섬을 두 개나 이어주는 길목까지 되고 있다.
하지만 영흥도까지 가지 않아도 대부도만으로도 하루 나들이가 실한 구경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동네다. 영흥도까지는 다시 20킬로 남짓 더 가야 하므로 여유가 없는 경우, 여기서 멈춰도 여한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방문일 : 2020.6.23.
날씨가 내일 장마 시작을 앞두고 비를 준비하느라고 그런지 습하고 흐려 좋은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흐리지 않았으면 이 더위 한낮에 해변길 산책도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점심에 입도하여 저녁을 먹고 섬을 나서는 하루 일정이 흡족하여 여느때처럼 조만간 다시 오리라 작심한다.
오늘은 욕심 내지 않고 대부해솔길 1코스를 따라 구봉도 (九峰島)일원을 주로 걷는다. 1코스는 대부도 관광안내소에서 출발하지만 이곳 구봉도까지는 차로 와서 주차장에서부터 걷는다. 1코스는 대부도의 북단, 시화방조제를 막 넘어선 곳에서부터 북쪽 일원을 지정해 놓은 코스다.



종현어촌체험관광마을 안에 널직한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주말이면 여기까지 오기 전 멀지 않은 곳에 만들어진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물이 빠져 멀리 멀리까지 갯벌이 드러났다. 갯벌 속에는 온갖 신기한 생물들이 다 있어서 좋지만 바다와의 완만한 경계가 바다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해줘서도 좋다. 한국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그중에서도 가장 주민의 생활과 밀착되었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도 갯벌 체험이 가능하다.
九峰島는 봉우리 아홉개로 이루어졌다고 붙은 이름이다. 왜 대부도 안에 또 섬 이름이 있을까, 의아했는데 원래 떨어진 섬이었다가 구봉 염전이 조성되며 대부도와 이어져 한 섬이 된 곳이란다. 대부도 안에 해솔길 1코스 중 구봉도 권역을 오늘 걸어보는 것이다.




썰물이라 바다가 모래 갯벌로 넓게 배를 내밀었다. 멀리는 왼쪽부터 선재대교, 영흥대교, 영흥도다. 서해의 선물은 갯벌과 섬들, 썰물이 되면 그 선물이 더 확연하게 손에 잡힌다.
갯벌의 종류는 여러가지인데 여기는 모래 갯벌, 파랑에너지가 강한 곳에서 나타나는 유형이다. 길게 1자로 좁게 바다로 뻗어 있는 섬이어서 바람도 파도도 많이 타므로 형성된 사질 갯벌이다.
해변에서 바다 가운데로 이어지는 띠는 무엇인가. 독살인가. 밀물에 들어온 물고기를 가두어 썰물에 잡는 독살,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곳에서만 가능한 것, 팻말이 따로 없어 모르겠지만 모양새는 비슷하다.
구봉도에 서식하는 나무는 주로 소나무다. 소나무 군락지로 이루어진 언덕을 오른쪽에 두고 바다를 왼쪽에 끼고 걷는다. 조금 걸으면 할매 할아배 바위가 보인다.







구비를 돌아서면 조금씩 할매 할아배 바위가 보이기 시작하여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온다. 코앞에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물이 빠져 뿌리가 드러나 있지만 구봉도를 구경하고 돌아나오면 어느새 뿌리는 물 속에 잠기고 바위만 남는다. 바위는 각도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으로 바뀐다.
이상한 바위에는 대부분 전설이 있다. 할매할아배 바위 전설은 참으로 평이한 내용이다. 고기잡으러 간 할아범을 기다리던 할멈이 죽어 바위가 되고 돌아온 할아범도 돌아와 바위를 보고 죽어 바위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단순하고 전형적인 작명 전설이다.
그러나 단순한 내용에 삶의 수많은 고난과 질곡이 담겨 있다. 우리 삶도 나중에는 저런 몇 마디 말로 추려지리라. 하지만 조금만 들춰보면 수많은 애환이 단순한 몇 마디를 구비구비 꽉 채우고 있다.
혼자 남은 할아버지가 외로워서 죽었는지, 죽은 할머니가 보고싶어 그리움에 죽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둘 다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데 우리는 멀리 노르웨이의 솔베이지 노래는 아름다운 낭만으로 기억하고 멀리까지 가서 더듬으려 하면서, 우리 옆의 낭만은 생활의 색깔을 묻혀 무심히 지나치고 묻어버린다.
그속에 담긴 것은 구봉염전의 많은 삶, 우리가 오늘 아름답게 누리는 낙조와 해안길을 만들어낸 삶이 담겨있을지 모를 일이다. 내 주변의 삶에 더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도 더 고양될지 몰라 이런 생각을 해본다. 멀리 있는 솔베이지를 쫓으면 내 삶이 공허해질지 몰라서도 그렇다.




개미허리에 놓인 다리. 썰물에는 다리 아래를 걸어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배를 드러내지만 밀물에는 물이 차서 다리 아래 사람 이동은 어렵고 배의 이동만 가능하다. 다리 때문에 키 큰 배는 어려울 거 같다.



썰물, 다리 아래 공간은 이렇게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조금만 방향을 달리하면 또 다른 바위산맥이 펼쳐진다. 참 오밀조밀한 천변만화의 자연 조화다. 금강산이 이와 같을까. 동양화가 따로 없다.
말이 짧으니 동양화를 갖다 댄다. 하지만 어느 풍광이든 그림보다 못한 곳이 없다. 그림은 인간의 상상력과 인식이 더해서 값을 더하는 것이지만, 그대로의 모사로는 절대로 자연을 당할 수 없다. 그림에 화가의 혼을 실어 문화로 승화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말이 짧으니 그림으로 비유를 한다. 말은 풍광보다 두 단계나 멀리 있다는 말이다. 풍광-그림-말, 말이 형용에 얼마나 부족한지 우리 일상 화법은 항상 증명한다. 말이 짧으니 여전히 전형적인 비유를 쓸 수밖에 없다. 작은 바위산이 그림보다 아름답다.

구봉도 끝자락 언덕으로 들어서는 길목, 개미허리다. 데크 다리가 놓여 어지간한 밀물에도 건널 수 있다. 다리로 오르는 계단 입구가 물에 아직 차기 전이라면 말이다.


다리를 뽈딱 넘으니 섬같지 않은 오솔길이 펼쳐진다. 이쁘고 편안하게 닦아놓은 길이 대접받는 느낌,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준다.


구봉도 언덕 위에서도 멀리 선재대교, 가까이 영흥대교가 보인다. 두 개의 다리를 건너 영흥도 북쪽 끝까지 가면 십리포 해수욕장에 소사나무숲이 있다. 여기서 건너다 보이는 어름이 그곳이다.
서해안은 흐릿한 물 대신 참으로 아름다운 섬들을 많이 선사한다. 갯벌도 그렇게 주는 선물 아니겠는가.



산길을 따라 가면 정상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꼬깔 모양의 꼬깔이섬이다. 아마도 새들의 섬이겠지.


이름 모를 많은 들꽃 중에 특히 군락을 이루고 도봉도 언덕을 뒤덮고 있는 꽃이다. 강아지풀 요요같은 자락안에 가득 흰꽃이 피어었다. 어떤 식물이든 부지런해서 아름답다. 보아주는 이 없어도 절기를 잊지 않고 잎과 꽃을 피운다. 그저 열심히 사는 생명 하나가 섬 속의 또 다른 볼것이 되어 있다.


이제 구봉도 언덕을 내려와 전망대로 향한다. 이 전망대 권역은 구봉도 낙조라 하여 안산시에서 안산3경으로 정해둔 비경이다.
대부해솔길이 안산 2경이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가 여기 1코스, 그중에서도 개미허리 부근이다. 더 말해보자면 안산시가 정한 9경 중 1경은 시화호조력발전소이다. 대부도에 들어오는 길 중간에 있는 전망대 낀 휴게소 지역이다. 모두 이 길을 거쳤을 터이니 이곳에 오면 안산 3경을 모두 보는 것이다. 참으로 실속 있는 유람이 아닐 수 없다.





선명한 등대색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전망대는 글쎄, 같은 의미를 담는다 해도 좀 더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쓰면 어떨까, 시간이 지나 관리가 어렵고 퇴락해도 여전히 빛나는 존재일까, 의구심이 들어서이다.


뭔가를 향한 갈망, 희망을 담은 거 같은데, 금속성의 재료와 함께 편안한 느낌보다 역동적 느낌을 주니 이곳보다 도심에 더 어울리는 주제와 소재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곳에 오는 사람은 태반이 휴식을 찾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이다.

구봉 언덕 꼭대기에 써 놓은 시다. 안식과 평안을 구하는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시 아닌가. 시와 너무 대조적 구조물이어서 더 부담스러운지도 모르겠다.

구봉 언덕으로 다시 와서 개미허리 다리를 되짚어 건너가야 편안한 귀환이 된다. 다시 올라오니 할아배 바위가 밀물에 잠겨가고 있다.

거꾸로 내려오면서 보는 구봉도도 장관이다.



다리 아래로 제법 빠르게 들어오는 밀물이 드디어 사람길을 뱃길로 바꿔버렸다. 아마 아래 계단이 잠긴 듯하다. 늦게 도착한 몇 분이 바짓가랭이를 올리며 다리를 건널 시도를 하다 포기하고 되돌아 나오는 것이 눈에 띈다.

이쪽은 서해 북단이라 군인들이 가끔 이렇게 순찰을 도는 모습이 보인다.

나오는 길에는 할매 할아배가 완전히 이별을 하였다. 밀물이 이들을 아직도 갈라놓는다. 썰물로 하나 되었다 밀물로 이별하는 이들의 서사는 오늘도 몇 차례씩 구비구비 이어진다.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대부도 명물 해물칼국수 챙겨먹자. 맛집이라기에는 한 끗이 부족해서 식당 소개는 못하지만, 맛과 형색은 어지간하다. 대부도는 확실히 절경과 음식을 제대로 갖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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