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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장소 : 2014.02.09(일) / 1호선 명학역출구(10시반)
▣ 참석자 : 14명 (세환, 용우, 정남, 종화, 진오, 양주, 재홍, 윤환, 경식, 삼환, 전작, 정한, 문형, 양기)
▣ 산행코스 : 명학역-수리약수터-관모쉼터-관모봉-태을봉-병풍바위-칼바위-밧줄바위-갈림길(안양시방향)-최경환성지-병목안시민공원-안양서중앞(버스정류소)
▣ 동반시 :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 뒷풀이 : 돼지고기 소금구이에 막걸리 및 소주 / "새마을식당"(안양일번가점)
11:03, 기세환 산우와 우리 팀이 해후할 시각이다. 첫마디가 “똥줄이 탔다”란다. 고교시절부터 시간준수를 철칙으로 하고 생활화한 친구임을 알기에 그 표현의 적절함이 가슴깊이 와 닿는다. 안양역에서 한 정거장인 명학역에 내리려고 무심코 타고 보니 수원역이 다음 정거장인 급행열차였단다. 당황하여 수원에서 택시로 오겠다는 전화다.
고교동창 모임은 시절도 착각하게 하는가보다. 60년대쯤이면 택시가 총알같이 빠르다 했지만 지금은 지하철이 제일이니 편한 마음으로 갈아타고 오라고 위로한다. 안양-수원 백리 길을 왕복했는데도 30분밖에 늦지 않았다. 대중교통 정거장에서 만나는 시각을 10시로 정한지 10여년! 이번에 처음으로 30분 늦추어 10시 30분으로 개선되었다. 느긋해져 보자는 뜻이 아닐까 생각된다. 30분쯤 늦어질 것에 당황하여 똥줄을 태우면 안 될 것 같다. 그냥 느긋해져 보자.
시산회 역사상의 수리산행은 4회 이상으로 기억되는데 본 기자가 참석했던 2회의 들머리는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만남의 장소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산속에 들어가야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전에는 시가지를 너무 많이 걷거나 버스를 갈아 탄 후에야 들머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대기자의 책무가 주어지기도 하여 인터넷상의 산행기와 안내지도 등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빠른 들머리 찾기 안내 조언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기에! 들머리 안내에 자신 있는 산우가 나서지 않기에 이번에는 내가 역할을 자임했다.
명학역 건너 큰길과 접한 소공원에서 좌측으로 걷다가 사거리 지나면 ‘성문교회’가 보이는 골목길이 나타난다. 교회를 지나면 위로 오르는 돌계단으로 된 쪽길이 보인다. 돌계단을 오르면 관모봉이 보이는 능선길이 시작되는 야산이다. 50M 정도 오르면 방향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명학역에서 이곳 들머리까지는 5분 이내 거리인데다가 능선길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는 방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어서 산행 시작부터 차분하게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평지 같은 흙길을 걷다가 조금씩 경사진 능선을 계속 오르면 관모봉에 닿는다. 오늘 산행은 설경 산수 감상이 보너스다. 우리들의 산행일에 맞추어 눈꽃을 뿌려놓았다.
새벽안개가 끼었는지 습기를 머금은 차가운 하늬바람 때문에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는 상고대가 아름답다. 평소보다 3배 무거운 습설이란다. 어제 저녁에 내렸고 입춘이 지난 날씨인데도 녹지 않아 설경 산수화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사박사박한 눈맛을 보려고 아이젠 착용을 보류한다.
앞서가는 기세환, 김용우 산우의 발길이 가뿐하다. 등산화가 좋으면 덜 미끄럽단다.
하질 등산화를 신고도 그냥 따라간다. 인생도 그냥 따라 다닌다. 따라 가는 인생이 편하다던가! 관모봉까지는 아이젠 착용 없이도 오를 수 있다. 관모봉 꼭대기에 바위가 하나 있다. 태극기도 있다. 관모봉 위에 오래 머무르면 무례한 산인이 될 것 같아 그냥 지나쳐 가기로 한다.
관모봉을 지나니 된비알길이 나오니 모두가 아이젠을 착용했다. 내려가는 등성이가 있어 정상인 태을봉에 오르려면 내리막길의 경사가 심할 줄 알았는데 급경사는 없다. 관모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손에 잡힐 듯이 태을봉이 보인다. 수리산에서 제일 높은 489.2M의 정상이다.
태을봉 정상은 넓어서 헬기장이 있다. 커다란 오석으로 태을봉 표지석을 세웠다. 태을의 의미도 음각해 놓았다. 큰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형상을 태을이라 한다는 친절한 안내문이 있다. 일출 때의 태을봉 그림자는 커다란 태을 형상으로 보인다고 씌어 있다. 이 봉우리 형상 때문에 순수 우리말 수리를 차용하여 수리산이란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정상의 인증 사진은 빼놓을 수 없는 일. 모두의 얼굴에는 정상을 밟은 만족감으로 빛난다.'아자!'의 구령과 함께 웃음꽃도 피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수리산 기록이 있다고 한다. 태을봉 옆 공터에 돌 탁자와 의자를 꾸며 놓았는데 군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대 역할을 한다. 비어 있는 두 개의 탁자를 앞에 하고 간식 시간을 갖는다. 오늘의 간식은 거창하다. 먹기 전에 갖는 식전 행사인 동반시 낭송은 나의 몫이다.
누군가 산에서 읊는 시 낭송의 목소리는 세환이와 용복이 나 삼인방이 가장 좋다고 하니 비용도 안 드는 덕담인데 자랑거리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쑥스럽지만, 그 칭찬(?)을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받아들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마침 어느 분이 동반시를 받아들고 유심히 본다. 관객이 많으면 배우도 신이 나는 법. 그날은 박수소리가 유난히 커서 산행기를 쓰는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조 회장과 임 총장, 정남이가 김치전 조리기구를 두 세트 마련해왔다. 뜨끈하고 고소한 김치 부침개는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다. 돼지껍데기가 씹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돼지 알레르기가 있는 회원의 사정까지 감안했음이리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그 친구는 얼마나 불편할까! 설경 산수 속에서 돋는 취기로 큰 소리로 떠드는 호기를 부려본다.
지난 번 한탄강 트래킹 때 목격했던 정경이 조 회장은 몹시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때는 비가 왔었지. 오늘도 빗방울은 떨어진다. 눈 녹는 빗방울과 산중의 부침개! 얼마나 좋은가! 뱃속에서 술 익는 소리가 들리고 목소리는 높아진다. 마음이야 하늘을 날고 싶더라도 주변의 이목이 있으니 점잖은 체면에 자중함을 잊지는 말아야지!
수리산의 백미는 태을봉-슬기봉 구간이며, 태을봉에서 슬기봉으로 가는 길은 상당한 험로다. 된비알길을 한참 내려가다 보니 평평한 등성이가 나타난다. 이정표가 있으나 길은 사거리인데 안내 표지판은 3개만 달려있다. 양쪽 봉우리와 군포 방향만 가르쳐 주고 있다. 오른쪽 방향이 안양임은 분명한데 모두가 초행이라서 확신을 갖지 못한다. 때마침 그 길로 올라오는 중년의 여인이 한 사람 있어 길을 물었더니 절에 차를 두고 올라오는 초행길이라 안양 쪽 길은 모른다고 한다. 의견을 모아 그 길로 가기로 했다. 슬기봉 등산을 생략하기로 한다.
수리산의 백미구간을 맛보려면 이제부터인데 앞길이 너무 가파르다. 백미가 아니면 현미(?)로 만족하기로 한다. 오늘 우리 산행의 백미는 그 길에서 맛보게 된다. 현미로 만족하려 했는데 진짜 백미 맛이다. 선경에 들어섰다고 아우성이다. 사방이 설경이다. 하얀 산길은 고즈넉이 열려 있고 만산 수목에는 설화가 눈빛처럼 형형하다. 형형하다는 표현은 눈빛에만 쓰는 표현이 아니다.
이어지는 중간 산길을 우리 팀이 독차지하고 걷는다. 수목과 눈높이를 같이 하며 걷는 이곳이 선경이 아니면 어디를 선경이라 할꼬?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새들도 낮잠을 자는지 깊은 산속의 적막함을 만끽한다. 이런 성스러운 광경을 불가에서는 열반적정(涅槃寂靜)이라고 했던가! 나뭇잎이 연초록으로 물드는 4월에 다시 만나고 싶다.
산기슭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쉽게 아스팔트길이다. 밑자락은 공원으로 단장돼 있다. 오늘 들머리에서부터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온 거리는 5KM 정도다. 임삼환 총장이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거리이니 틀림이 없을 것이다. 걷기만 했다면 2시간쯤 걸렸을 거리다.
현재시각 4시! 우리들은 5시간으로 늘려서 즐겼구나. 선사들의 모임이니 시간은 더욱 늘어만 나겠지요.
병목안 공원으로 내려와 시내버스로 몇 정거장 이동하니 정남이가 20년 전에 지었던 아파트도 보이고, 이윽고 안양역 근처에 도착한다. 안양역 1번가! 지상도 지하도 번화한 가게가 즐비하다. 겉모습을 60년대식으로 디자인한 새마을 식당! 번화한 뒷골목에는 하나씩 자리 잡은 체인점인데 양은 냄비에 끓인 김치찌개를 한두 번 맛본 적 있었다. 고기맛은 좋은 집이다. 체인점 물주가 재벌급 자산가이기 때문에 식재료는 좋은 것만 쓰도록 한다는 정한 산우의 설명이다.
오늘은 특별한 날! 선경에서 급강하한 선사들이 모였으니 “무취불귀!"하여 숯불구이에 쐬주 궁합을 맞추기로 했다. 기자는 산우들과 술에 취하고 행복에 취했다. 오늘 저녁 기사 원고 작성을 잊어버리면 많이 늦어질 텐데...
열람인들의 양해를 바라면서 다음 산행의 동반시 동백꽃(문정희)을 추천합니다.
2014년 2월15일 한양기 씀.
< 동반시 >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 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 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天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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