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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 주요 코너 읽기―
[2016년 가을호 기획특집 - 시와 대중문화② 대중문화시대, 시의 대중음악으로의 전이/이송희]
세뇨라
작성시간2016.09.03 조회수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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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시대, 시의 대중음악으로의 전이
- 시와 대중가요
이송희 (시인, 평론가)
1.
각종 매체에서 놀이에 바탕을 둔 대중문화가 성행하는 요즘 문학 역시
어떻게 하면 다수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중문화 시대, 문학도 학문적 전문성이나 미학적 자율성
의 성채 안에서 벗어나 시장 경제 체제에 의해 결정되는 추세가 된 것이
다. 오늘날의 대중문화는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매개로 대중
들의 기호에 맞게 시시각각 변화한다. 거기에 자율성과 상업성을 더하여
다수의 대중들과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을 형성한다. 모든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산물을 생산함에 있어 요즘과 같
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많은 부분이 전자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중매체
에 의해 대중들이 정보를 공유한다.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세계인에
게 전달되고 우리는 그들과 안방에서 만난다. 그러다 보니 때로 대중문화
는 대중의 의식과 생활방식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찍이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가요의 형성 시기인 1920년대에 전통적 노
래 양식인 잡가와 외래적 음악 양식인 창가가 공존했다. 일제에 의해 유입
된 대중매체가 당시의 노래와 만나 상업적 성격을 띠게 되었고, 외래의 노
래문화가 우리나라 대중가요로 정착된 것이다.5) 전통 단절의 혐의를 불러
일으킨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민요와 대중가요는 당대 서민들의 삶과 가
장 밀접한 관련을 지니며 집단성을 갖는다.
이렇게 과거와의 연계성이나 전통성보다는 현실성과 일시성이 강한 대
중문화의 속성은 20세기 후반 현대시에도 부단한 영향을 미쳤다. 타 장르
에 비해 비교적 짧다는 시의 속성이 소셜 네트워크나 기타 대중매체에서
는 유리하다. 지하철역 스크린 도어, 길거리 스토리텔링 등을 포함한 각종
거리 인문학 행사 속에서 시는 대중성을 얻어가고, 시와 그림, 시와 음악,
시와 영화, 시와 미술 등과의 접목 혹은 수용 현상은 이미 자연스러운 현
상이 되었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시와 대중음악에 관한 것이다. “문학과
음악의 역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호 의존적이다”고 했던 존 홀랜더의
말처럼, 우리는 이들의 관계를 문학과 음악이 미분화되었던 원시종합예술
형태의 「구지가」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시를 노랫말로 활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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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유미^이승하, 「한국 대중가요에 나타난 「가시리」 연구」, 『대중서사연구』,
대중서사학회, 제24호, 2010, 441쪽.
곡을 붙이는 경우와 음악을 듣고 그것을 시로 전이시킨 경우로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성행했던 시를 노랫
말로 활용하여 대중문화와의 접목을 시도하는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고전시가 장르와 대중음악의 접목은 고전문학의 현대화라
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대중매체인 미디어와 소
통하여 재탄생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의 교육이라는 스마트–러
닝(Smart-learning)을 통한 고전시가의 대중화 가능성은 더더욱 의미가 크
다.6) 고전문학이 대중화되어야 한다는 명제에는 우선 대중들에게 우리의
것을 알려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가 담겨 있다. 우리의 고전시가 속에는 현
대의 대중문화가 갖고 있는 오락성과 일상성이 함께 담겨 있다. 오늘날의
지식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사고와 통찰력은 대중매체인 미디어
를 동원하여 대중화 코드에 적합한 방식으로 재가공하여 전달된다. 신자
유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팔리느냐 팔리지 않느냐가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2.
고전이 당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공감적 요소를 얻는 이유는 끊임없
이 대중문화 양식 속에서 재창조되기 때문이다. 춘향전이 드마마나 영
화, 만화, 연극을 통해 많은 대중들에게 재현된 작품이라면, 고려 가요인
「가시리」는 노래로 가장 많이 불린 작품이라 한다. 「가시리」라는 제목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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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류해춘, 「고전시가와 대중문화의 공감과 소통」, 『우리문학연구』 제35집, 우리문학회,
2012, 50쪽.
에 노래를 부른 가수는 버블 시스터즈, SG워너비, 서주경, 이명우, 홍태량,
진주, 이규영, 크로스 펜던트, 이창배, 장연주, 자전거 탄 풍경, 이영화, 까
치와 엄지, 하수영 등이다. 이들은 노래 제목의 차용뿐만 아니라 고전 시
가인 「가시리」에 담긴 내용과 정서를 반영하여 재창조하였다. 또한 노래
가 발표된 시기별로 당시 분위기가 갖고 있던 음악적 특성과 대중의 감수
성을 반영하기도 했다. 김유미와 이승하에 의해 연구된 고려가요 「가시
리」와 대중가요 「가시리」에 대한 연구는 차이점과 공통점을 비교 대조하
여 흥미로운 서술을 이끌어 냈다.
이들은 「가시리」라는 대중가요가 고려가요 「가시리」의 문학성보다는
상업성에 초점을 맞추어 창작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중가요의 특성 때
문으로 들고 있다. 대중의 기호를 반영한 상투성,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보
편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대중’이라는 어휘 속에 포함되어 있
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숱한 고시가 중에 유독 「가시리」가 많은 가수들에게 재창
되어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당시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노래라는 특성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소시민의 생활상을 반영하고
주변인에 의해 창작되었다는 고려가요의 특성은 대중가요가 ‘대중’이라는
향유층이 누리는 장르라는 점에서 닮았다.
「가시리」는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노래로 작
가 연대 미상의 고려가요다. 화자는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을 드러내지 않
으면서 임에게 자신의 심정을 조심스럽게 전달한다. 『악장가사』소재 「가
시리」의 전문에서 여음구와 후렴구를 제외한 부분을 제시해 본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ㅂ라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ㅎ고 ㅂ리고 가시리잇고
잡ㅅ와 두어리마ㄴㄴ선ㅎ면 아니 올셰라
설은 님 보내ㅇ노니 가시ㄴㄴ 드셔오쇼셔
고려가요 「가시리」는 임이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애처로운 마음을 강조
하면서도 떠나가는 임이 다시 돌아오실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대중가요는 사랑과 이별에 대해 솔직하리만큼 직설적인 경우가 많다. 고
려가요처럼 민중에 의해 창작된 것이 아니라 대중가요는 대중을 위해 창
작되었기 때문이다. 대중가요는 음반 판매량과 관련된 상업적 목적을 지
닌 장르이기 때문에 철저히 대중적 코드를 이용하여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 고려가요에서와 같이 한국 대중가요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는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의 슬픔이다. 이러한 경
향성은 1970~80년대 유신시대의 억압적 문화정책으로 인해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의 제한성 때문이기도 하고, 대중문화가 상업주의와 결합하
여 대중의 비관적 사고를 빼앗기 위한 정책에 편승했기 때문이라고 지적
하기도 한다.7)
대중가요 「가시리」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는, 이명우의 노래(1977년
MBC 대학가요제)와 최근 불린 「가시리」를 보기로 한다. 전자는 이스라엘
민요에 바탕을 두고 편곡한 헤리 벨라폰테의 〈Erev shel shoshanim〉라는
곡을 각색하여 고려가요 「가시리」와 「청산별곡」을 합성하고 「청산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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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윤동, 「대중가요 가사 분석을 통한 한국인의 정서 탐색: 해방 이후부터 1996년까지의
가요를 대상으로」, 중앙대 석사논문, 2001, 26쪽.
으로 후렴구를 넣었다. 원 텍스트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였다는 점에서 대
중들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평
을 받기도 했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얄리얄리셩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얄리 얄라리 얄리얄리 얄라셩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션하면 아니올셰라
셜온님 보내옵나니 가시난닷 도셔오셔서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얄리 얄라리 얄리얄리 얄라셩
청산 별곡이야~ 아~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반복)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얄리 얄라리 얄리얄리 얄라셩
- 이명우, 「가시리」 전문
“가버린 임”의 모습에서 잃어버린 자유에 대한 희구를 드러내고 ‘청산’에
서는 상실과 좌절의 이미지를 드러내면서 억압적 사회 분위기로 인한 억
눌림을 토로하는 장치로서의 기능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8) 이후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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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김유미, 이승하, 앞의 글, 447쪽.
년 하수영에 의해 불러진 「가시리」는 “가시리 나를 두고 가시리”처럼 고려
가요의 내용과 유사하다. 70~80년대까지의 「가시리」는 원곡의 정서와 느
낌을 거의 그대로 살려 많은 이들에게 호소력을 얻었다. 1992년 남상규의
「가시리」는 “잡은 손 뿌리치며 기어이” 가고 마는 임을 그려내며 임의 행
위에 대해 억울하고 답답한 심경을 있는 그대로 토로한다. “정마저 가져
가”라고 말하며 “한사코 붙잡아도 기어이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도 담겨
있다.
2000년대 들어 대중가요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표현들이 좀 더 비유적
인 방식의 노랫말로 창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별, 사랑, 아픔, 외로움, 슬
픔 등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이 여과 없이 나열되면서도 “바라볼 수도 없
는 우리의 이별은/ 내리는 빗속에 가려진 아픔이여”와 같이 은유를 통해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꿈을 꾸듯 멀어진 우리의 사랑은/ 한숨
속에 섞여 사라져야만 하나”는 직유 역시 이 시대가 낳은 정서다. 2001년
발표된 김상민의 「가시리」와 2003년 장연주의 「가시리」가 원작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면, 2007년 진주의 「가시리」는 랩을 삽입하여 자신의 이
야기를 늘어놓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그대를 뒤로 떠나보내는 내 위로/
눈물에 묻힌 노래”라며 화자는 이별로 인한 눈물과 슬픔을 여과 없이 드러
낸다. “날 두고 지그시 밟고 가시는 님은”이라고 하는 표현에서는 김소월
의 「진달래꽃」을 패러디하기도 한다. 일부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rap) 그대를 뒤로 떠나보내는 내 위로 눈물에 묻힌 노래
사무치는 나의 시로 yo 가시는 님을
다시는 잡지는 않겠다는 굳은 마음의 시도
천년에 닿은 기도 yo 가시리 가시리
날 두고 지그시 밟고 가시는 님은
부디 심은 사랑의 씨를 다시 가지고 가오
사노라도 님 향한 방향 태양은 그대이니
난 곧 해바라기라오
song) 가시리 날 두고 멀리 떠나는 님아
나를 두고 가는 님의 발길 잡지 않겠어
가시리 날 두고 멀리 떠나는 님아
이젠 등불 되어 가시는 길 밝혀드리오.
- 진주, 「가시리」 일부
SG워너비 「가시리」는 “라라라라라라라 홀로 슬피 우는 새야/ 너도 사
랑했던 님 찾아 우는구나/ 가슴이 쉬도록 그대 이름 부르고 나면/ 다시 내
게로 돌아올 거야”대목을 반복하면서 애상적 정서를 강조한다. 2009년 서
주경의 「가시리」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화자가 등장한
다. 이규영 & Friends의 「가시리」는 원작의 내용을 살리면서도 비유적 표
현을 사용하고자 했다. “물결이 일면 달빛에 그림자 사라져가듯”, “학 접시
애틋한 사연 두고 급히도 떠나시려나요?”라는 표현을 통해 솔직하되 다듬
어진 노랫말을 사용한다. 2010년 버블시스터즈의 「가시리」에서는 이별의
상황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름 모를 꽃을 꺾어 내 품 안에 안겨
준” 사람, “서툰 설렘 하나 그 웃음 하나 남겨준” 사람은 “뜨겁게 날 안아주
고 참 가벼이 떠난”그대로 묘사되고 있다. 노래 중반쯤 “걸음걸음 내 맘을
밟고 이렇게 가시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김소월의 「진달래꽃」
에 나오는 구절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
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이는 진주의 「가시리」에서도 차용되었
던 부분이기도 하다.
1970, 80년대 「가시리」가 비교적 단순한 멜로디와 악기, 후렴과 코러스
를 사용하여 불렸다면, 2000년대 「가시리」는 더 많은 가수들에 의해 다양
한 장르와 창법으로 변용되었다. 이처럼 가요계의 흐름 속에서 「가시리」
는 계속 여러 가수들에 의해 불리며 재창조된다. 대중가요 「가시리」는 가
요계의 변화를 수용하기도 하고, 그 흐름과 무관하게 본래의 정서와 분위
기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려가요 「가시리」를 중심으로 살펴본 고
시가의 대중가요로의 전이는 대중가요 속에서 그 내용과 정서가 반영 혹
은 변용된 것으로 보인다. 장르의 특성상 문학성보다는 상업성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는 대중가요의 속성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
듯이 대중문화는 대중의 기호를 반영한 상투성과 보편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기타 반주와 함께 허밍으로 시작하며 주의를 끈 SG워너비의 노래가 고
려가요 「가시리」의 내용과는 이절적인 여음과 조흥구를 사용하고 있음에
도 노래의 흥을 돋우게 된 것은 대중의 코드와 부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중가요 「가시리」는 곡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살려줄 수 있는 형식들을
채택한다. 그것은 대중가요에 일정한 형식적 제약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
고, 쉽고 편안하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시도된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
각해 본다.
1995년 가수 이상은은 우리의 전통 시가 「공무도하가」를 「공무도하」란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4언 4구로 된 고대가요인 이 노래는 공후(箜篌)를
기획특집 37
타며 노래로 불러져 ‘공후인(箜篌引)’이라는 악곡(樂曲)의 명칭으로도 알
려져 있다. 고대가요 원문과 대중가요 원문을 나란히 제시해 본다.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
- 「공무도하가」 전문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 예 물을 건너시네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 님을 어이 할꼬
- 이상은, 「공무도하」 전문
이상은의 「공무도하」는 100대 명반 10위에 올라 인기를 얻었으며, 몇몇
참고서에도 수록될 만큼 호평을 받은 노래다. 이상은은 이별의 정서와 애
끓는 공후인의 절절한 음색을 살려 사랑하는 임과의 어쩔 수 없는 이별을
20세기로 가져와 대중들에게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 외에도 1987년 송골매의 「활주로」와 2003년 마야의 「진달래꽃」에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제목과 시구 일부가 후렴구에 사용되기도 했
다. 마야의 노래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
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
대중문화 시대, 시의 대중음악으로의 전이
38 시산맥 • 27호
는 부분이 도입부에 반복되면서 락 장르로 무리 없이 소화해 내 음반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
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원작 류근 시인의 작품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 곡을 붙인 것이다. 송창식의 「푸르른 날」은 서정주
시를, 박인희의 「목마와 숙녀」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조하문(마그
마)의 「해야」는 박두진의 시 「해야」를, 이동원, 박인수의 「향수」는 정지용
의 「향수」에 곡을 붙여 인기를 얻었다.
이성복의 시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는 주현미의 노래 「비 내리는 영
동교」의 가사를 일부 빌려왔고 시인 최정례는 이글스(Eagles)의 노래 「호
텔 캘리포니아」를 바탕으로 시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를 쓴 사례도 있
다. 또한 음악과의 관련 하에 묶은 음악시집 파랑눈썹을 통해 시인 조창
환은 라벨의 「볼레로」, 「춘향가」 등을 시로 전이시켰다. 외에도 SG워너비
「아리랑」처럼, 민요를 활용하여 현대적으로 수용한 경우도 종종 볼 수 있
다.
3.
이미 대중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대중문화의 시대다. 문학은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 글
의 전개에 있어 시의 음악적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시가(詩歌)의 형식이
존재했던 곳곳에서 발견된다. 문자에 국한되기 이전의 시가 음악 혹은 노
래하는 양식으로서 주술적 힘을 지녔던 시절은 시가 음악성을 강하게 띠
고 있다. 리듬과 운율에 의한 소리의 반복은 최근 랩 음악이나 R&B의 대
중화 현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저, 장단, 강약 등 소
기획특집 39
리의 반복은 2000년대 이후의 대중음악에서도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제시
하는 비전을 제시해 왔다. 오늘의 시적 현상이 리듬의 반복이나 음악의 상
관성을 해명하는 열쇠는 아니지만 시는 지속적으로 대중음악 속에서 함께
공존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시가 언어의 예술로써
화자가 경험한 현실이나 사물의 새로움을 자신만의 표현을 통해 그려간다
면, 대중음악은 언어와 리듬의 복합체로써 소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두 장르 모두 언어를 통해 예술성을 표현한다
는 점에서 대중문화 시대의 양식으로서 시의 대중화, 음악의 예술성의 가
치를 얻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송희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아달린의 방』, 『길 위의 문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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