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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언제든지 배울 수 있고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나라
한국에서 아이 한 명을 낳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약 3억 1,000만원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하위인 한국 출산율의 원인으로 높은 교육비를 꼽는다. 교육비 중에서도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대학 학비와 사교육비로 나타났다. 사교육에 투자해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금전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로 수업료는 낼 수 있지만 많은 학생이 교재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짬이 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다 보니 정작 학업에 전념할 수가 없다. 그러면 괜찮은 일자리를 잡아 취업하기도 어렵다.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만 한 살이 되면 가기 시작하는 어린이집부터 대학, 평생교육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나라가 있다. 국민 1인당 총생산이 한국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난한 나라, 쿠바이다.
또 다른 혁명, 쿠바의 교육 개혁
쿠바가 무상 의료 시스템과 함께 자랑하는 것이 교육 시스템이다. 쿠바 정부는 국민총생산GDP의 12.84%를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186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한국은 4.62%). 교육에 대한 쿠바 정부의 관심은 반反스페인 독립운동과 시에라 마에스트라Sierra Maestra 게릴라 투쟁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쿠바 독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호세 마르티,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모두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무장 투쟁 중에도 전투가 없는 때는 항상 참전 중인 군인과 주민을 교육했다.
혁명 정부 수립(1959년) 당시는 교육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혁명 전 쿠바 산업체는 주로 외국 기업, 특히 미국 기업 소유였으며 관리자와 주요 기술자는 자국에서 데려온 사람이거나 쿠바인이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었다. 혁명 직후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행을 택했다. 쿠바에 남은 사람들의 교육 수준은 매우 낮았다. 쿠바인의 60%가량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심지어 혁명군 내에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인적 자원 개발 없이 국가를 재편하고 운영하기란 불가능했고, 교육은 혁명 정부에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쿠바 정부는 단순히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 글을 통해 기술을 익히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혁명 정부 리더들은 교육이야말로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고, 불평등을 해소하고,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1960년 피델 카스트로는 UN 연설에서 1년 만에 100만 명의 문맹 쿠바인이 읽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또 다른 혁명을 선포했다. 그리고 “알면 가르치자. 모르면 배우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1961년을 ‘문자 해독력 향상, 교육의 해’로 선언했다. 하지만 100만 명을 교육할 25만 명의 교사를 모집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당시 휴직 중인 교사 1만 명, 현직 교사,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을 모두 동원해도 10만 명이 넘게 부족했다. 카스트로는 중·고등학교 학생을 교사로 투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이들은 일주일간 훈련을 받고 정부가 지급한 물품을 짊어지고 각자에게 배정된 지역으로 떠났다.
쿠바 전체가 물자 상황이 좋지 않았고, 특히 문자 해독 운동을 위해 파견된 곳은 대부분 농촌 지역이어서 이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나 물품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이 운동 기간에 쓸 최소한의 물품을 정부가 지급했다. 해먹, 랜턴, 모포, 지도서 한 권과 학습서 한 권, 신발 한 켤레, 양말 두 켤레, 베레모, 셔츠와 바지 각각 두 벌이 지급되었다.
중간 점검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않자 이를 책임지던 문해력 향상위원회는 더욱 적극적인 방법을 고안해 박차를 가했다. 교사로 파견된 학생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전국에서 개학을 6개월 연기했다. 캠프에 공부하러 올 수 없는 학생에게는 전담 교사를 파견했다. 경쟁을 통해 동기를 유발하기도 했는데, 가족 모두가 검정 시험에 합격하면 그 집에 깃발을 세워주었고, 마을의 모든 가구가 검정 시험에 합격하면 그 마을에도 깃발을 세웠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1년 뒤 카스트로는 혁명광장에서 450년에 걸친 문맹을 타파했다고 당당하게 선언할 수 있었다.
이런 성과가 놀라운 것은 1961년 혁명 정부가 온전히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낸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혁명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이 쿠바 망명자를 훈련시켜 히론Giron 지역을 침략해 전쟁을 일으킨 해이기도 하다. 또한 경제가 안정되지 않아 화폐 개혁이라는 극단의 처방을 택한 해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제 봉쇄가 시작되면서 식량과 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쿠바 국민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고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1년 만에 80만 명 이상을 읽고 쓸 수 있도록 교육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쿠바의 문자 해독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섯 살이면 학교에 가는 아이들
쿠바의 정규학교 입학 나이는 여섯 살이지만 아이들은 다섯 살부터 학교에 간다. 다섯 살이 되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는데, 유치원 교육이 의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날에는 조회로 하루를 시작하고, 보통은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초등학교Primaria는 6년 과정이고 중학교Secundaria básica는 3년 과정으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 기간이다. 중학교 졸업 후에는 흥미와 성적에 따라 진로를 선택한다.
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과정은 크게 네 가지이다. 대입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진학하는 인문계 고등학교Preuniversitario, 예술학교Escuelas de arte, 체육학교Escuelas deporte, 직업·기술학교Técnica y profesinal이다.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다시 일반 고등학교와 정밀과학전문학교, 사관학교로 나뉜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모두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내신과 같은 고등학교 성적과 대입시험 점수, 면접 점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베다도 고등학교 소레아 파네케 교장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중학교에서 인문계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 70% 정도이고, 그중에서 약 85%가 대학에 진학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직업·기술학교로 전학 가는 학생도 있지만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인터뷰하던 중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지 묻자 대부분 학생이 법학, 공학, 신문방송학, 외국어 등 구체적으로 대답했다. 쿠바에서도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국과 다른 점은 학생이 사는 지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이 지역 대학에 개설되어 있지 않을 때만 다른 지역의 대학에 갈 수 있다. 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직업·기술학교는 전공이 매우 다양하다. 한국과 비교해보면 고등학교라기보다는 전문대학게 가깝다. 예술학교, 체육학교, 직업·기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을 한다.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졸업 후 일하면서 대학에 다닐 수 있다.
정규교육만큼 잘 마련된 평생교육
성인을 위한 교육은 농민과 직장인을 위한 기초교육 6년, 중등교육 3년, 학부교육 3년 과정이 기본 체계이다. 의무교육 이후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을 위한 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외국어 과정이 있다. 또 쿠바에는 직장인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 대학 분교를 지역에 설립해 접근성을 높이고, 5년 동안 일주일에 하루 출석하면 대학 교육 과정을 마칠 수 있다. 심지어 교도소에도 초등학교 과정에서 대학 교육 과정까지 모두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자격과 능력을 향상하려는 쿠바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의 노인주간보호 센터와 같은 ‘카사 데 아부엘로스Casa de abuelos’ 총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마이라는 전문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장애인 시설에서 잃하던 중 1982년 대학에 입학해 ‘사회 및 직업재활’을 다시 공부하고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베다도 지역 종합진료소Policlinico에서 일하는 넬사는 1989년 전문대학에 입학해 3년 과정을 마치고 간호조무사로 일했다. 이후 2005년 간호대학에 입학해 2010년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넬사는 당시 일과 공부, 양육을 병행하느라 힘들었지만 대학에 입학해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시들해진 교육방송
쿠바 교육에 관한 요시다 타로의 책을 보면 쿠바 교육방송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쿠바 교육에서 교육방송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쿠바에 도착해 교육방송을 시청해보기도 하고, 교육방송을 보는 사람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교육방송을 즐겨 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민박집 주인에게 물어봐도 “그 채널에서 뭐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잘 안 보거든” 하는 반응이었다.
다른 쿠바인들에게 물어봐도 예전에는 교육방송을 많이 봤지만 요즘은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30대 초반 쿠바 여성에게 젊은 사람들도 교육방송을 자주 보느냐고 묻자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평소 교육방송을 즐겨 보지 않았는데 방송분 일부에서 대입시험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다른 문제는 다 맞았는데 방송에서 나왔던 그 문제만 틀려서 너무 억울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교육방송 채널에서 영어나 체스 등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방영하는 시간이 더 길다.
교육비 제로
쿠바 교육 시스템에서 눈여겨볼 특징들이 있다. 먼저 모든 교육이 무료라는 점이다. 만 한 살이 되면 가는 어린이집Circulo Infantil부터 대학과 직장인이 다니는 학교까지 모두 무료이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공책, 필기구 등의 학용품도 무료로 지급된다. 점심은 무료라고 알려져 있지만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초등학교는 식사를 주는데, 한 달에 7세우페cup(약350원)를 내야 한다. 중학교는 빵과 음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는 식사가 나오지 않지만 정밀과학전문학교처럼 전체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한다. 내가 어학연수를 했던 아바나 대학은 교수와 학생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한다.
교재는 물려받아 쓰기 때문에 비록 낡았어도 따로 살 필요가 없다. 대학생도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한다.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할 때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소장 자료가 많지 않고 대부분 오래된 책들이다. 그래서 교수들이 개발한 자료를 수업 시간에 프로젝터를 통해 보고, 수업 시간 외에는 인터넷을 통해 본다. 그래도 부족한 자료는 서점에서 구입해 볼 수 있다. 대학 교재는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판매한다.
예술학교와 체육학교는 해당 분야에 재능과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입학하는데, 미술 도구, 악기, 무용복과 무용신발 등을 모두 무상으로 제공한다. 물론 학교에서 나눠주는 악기가 낡아서 개인적으로 악기를 사서 연습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쿠바에서는 재료나 도구를 살 돈이 없거나 레슨비를 마련하지 못해 자신의 재능을 시험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는 없다.
방학이 오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대학생이 있길래 학교 다니는 게 그렇게 좋냐고 물었더니 “인터넷 사용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학기 중에 재학생은 대학 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인이나 외국인은 쿠바 물가에 비하면 매우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터라 학교에서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점은 대단한 혜택이다. 아바나 대학은 2014년까지만 해도 3학년 이상만 인터넷을 쓸 수 있었는데, 점차 화대되어 이제는 입학과 동시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공부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쿠바에서는 배움에 나이 제한이 없다. 언제든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고,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학력과 전문성을 높이고 싶다면 언제든 배울 수 있는 곳이 쿠바이다.
데니스는 중학교 의무교육을 마친 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잠시 쉬었다가 교육 이수 후 현재 오페라리오Operário 일을 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기 위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세 시간씩 수업을 듣고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낮에 수업을 받지만 일을 하는 청소년은 저녁에 수업을 받는다. 4년을 다니면 고졸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대학에 진학하려면 별도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다.
주디는 대학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강사이다. 수업이 끝나면 쿠바 사람답지 않게 아주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하는 그녀에게 도대체 매일 어디를 그렇게 서둘러 가느냐고 물었더니 영어 강의를 들으러 간다고 한다. 같이 종종걸음으로 걸으며 들은 내용에 따르면, 2년간 주 5일 수업을 하는데 한 달에 20세우페(약 1,000원)쯤 내면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직장인을 위한 외국어 학교는 전국 모든 시 지역에 있다. 주디는 아바나 베다도에 있는 릴컨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영어 강좌만 있었지만 지금은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강좌도 개설되어 있다. 주디는 영어 강좌를 마치면 중국어나 프랑스어를 배울 계획이다. 점심 먹을 짬이 나지 않아 강의 중간 쉬는 시간에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까지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되도록 영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영어나 다른 언어를 알면 스페인어를 가르치기가 훨씬 쉽거든, 그리고 언어는 중요한 거잖아”라며 주디는 가던 길을 재촉했다.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토니오는 매주 1회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다. 회사 방침 때문에 교육을 이수해야 해서인지 안토니오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가 요즘 관심 있게 하는 공부는 한국어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호세 마르티 문화원에서 두 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듣는다. 이미 러시아어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사는 지역이 배움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하는 이유는 대개 일자리와 학교 때문이다. 하지만 쿠바에서는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하거나 집을 떠나는 일이 드물다. 학교가 학생이 있는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쿠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촌 지역의 학교 수가 더 많다. 학생 수가 적어지면 통폐합을 하는 한국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도시 학교의 학생 수는 평균 256명인 반면 농촌 학교의 학생 수는 평균 31명이다. 농촌 지역의 초등학생은 전체의 22%이지만 교육 인력의 34%가 시골 학교에 배치되어 있다. 도시 지역은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7.5명인 데 반해 농촌 지역은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4.1명이다.
지역별 학교 및 교육 인력 현황
초등학교 현황
초등학교 수(비율)/전체 6,837개(100%)/도시지역 2,083개(30.5%)/농촌지역 4,754개(69.5%)
학생 수(비율)/전체685,139명(100%)/도시지역533,353명(77.9%)/농촌지역151,786명(22.1%)
학교당 평균 학생 수/전체 100명/도시지역 256명/농촌지역 31명
교육인력수(비율)/전체107,694명(100%)/도시지역70, 823명(65.8%)/농촌지역36,871명(34.2%)
교육 인력 1인당 학생 수/전체 6,4명/도시지역 7,5명/농촌지역 4.1명
자료: 쿠바 통계청(2015, 2016년 기준)
아바나를 벗어나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동안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이 시골 초등학교였다. 아바나의 학생들이 입은 것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아이들이 모여 뛰어놀고 있었는데, 그 옆에 조그마한 건물이 있었다. 학교라는 간판도 눈에 띄지 않고 운동장도 없어 “저게 학교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그곳이 학교였다.
쿠바의 교사에게 한국은 저 출산과 도시화로 시골 학교가 폐교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하며 쿠바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혁명의 근거지가 농촌이었고 혁명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이들이 농민이었기 때문인지 혁명 정부는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농촌의 물리적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농촌 주민이 교육과 보건 같은 기본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두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운 것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쿠바에서는 의무적인 봉사Servicio 기간이 있다. 성별이나 대학 진학 여부에 따라 봉사의 내용과 기간이 달라진다. 남성은 고졸 연령이 되면 입대해 군 복무Servicio Militar를 한다. 대학에 가면 1년, 대학에 가지 않으면 2년간 복무해야 한다. 최근에 제도가 바뀌어 의대 입학생은 1년의 군 복무를 면제받는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2년의 군 복무로 끝나지만 대학에 진학해 5년을 교육받고 나면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기관에 배치되어 2년간 사회봉사Servicio Social을 해야 한다. 회사, 학교, 병원, 약국, 스포츠센터 등에서 무급으로 일한다.
여성은 대학 입학 전 군 복무 의무는 없지만 본인이 원하면 1년 동안 참여할 수 있다. 대부분 여성은 대학에 바로 입학하고 졸업 후 3년간 사회봉사를 한다. 대학에 가지 않은 여성은 모든 봉사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쿠바에서는 대학 졸업 후 사회봉사가 의무이고, 대개는 봉사 기간 종료 후 해당 기관에 취업하기 때문에 대졸 실업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쿠바 청년의 사회봉사 체계
고졸자·18세 이상 자
남성
군 복무 1년→대학 과정 이수→사회봉사 2년→사회생활
군 복무 2년→사회생활
의대 과정 이수→사회봉사(의사) 1년→사회생활
여성
대학 과정 이수→사회봉사 2년→사회생활
군 복무 1년(희망 시)→대학 과정 이수→사회봉사 2년→사회생활
사회생활
배움은 교도소에서도 이어진다
쿠바 교도소 이야기를 들으며 교육에 대한 쿠바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쿠바 교도소는 단순한 수감 시설이 아니다. 초등교육 과정에서 고등교육 과정까지 개설되어 있으며, 18개 교도소에는 인문·문화 분야 대학 과정도 있다.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수업의 일환으로 교도소에 두 차례 방문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쿠바 교도소는 억압되어 있지 않아요. 학교가 있어서 공부도 하고, 일하면서 돈 버는 사람도 있어요. 노래나 마술을 배우는 시간도 있어요. 유럽 어느 나라의 교도소는 호텔 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쿠바는 시설이 그만큼 좋지는 못하지만 프로그램은 좋다고 생각해요. 그들도 다시 사회에 나와야 하니까 필요한 것이 뭔지 찾아 돕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해요. 쿠바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사는 지역과 나이, 소득이 배움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고려한 쿠바의 교육 제도, 정부의 관심과 투자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쿠바는 유네스코 국제학력시험에서 중남미 국가 중 최고 성적을 내며, 높은 문해력을 자랑한다.
더욱 중요한 성과는 쿠바의 교육 체계에 대한 쿠바인의 자부심이다. 한 쿠바인이 자부심에 찬 목소리와 표정으로 한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부자든 가난하든 우리는 같은 교육을 받아요. 국가평의회 의장인 라울의 손자든 구두 수선집 손자든 같은 동네 살면 가장 가까운 학교에 가는 거니까요.”
경쟁하지 않고 함께 배운다
쿠바 학생들에게 방과 후 무엇을 하는지 묻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교복을 벗어요” “놀아요” “목욕해요” “숙제해요” “간식 먹어요”… 이 질문을 한 이유는 쿠바 학생들도 사교육을 받는지 궁금해서였다. 몇몇 고등학생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외국어를 배우러 간다고 했지만 소액의 비용만 지불하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문화원의 프로그램이었고, 한국의 학원과는 성격이 다른 곳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공통된 대답이 친구들과 함께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들어보니 국내에 ‘공부의 집Casa de Estudio’이라고 소개된 그것이었는데, 교사가 집이 가까운 학생 4~6명을 묶어 그중 한 명의 집을 지정해주면 그곳이 그 그룹의 공부의 집이 된다. 학생들은 공부의 집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여 공부한다. 그룹에서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 멘토가 되어 주도적으로 학습을 이끌며 어려워하는 학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교사는 그룹별로 과제를 주기도 한다. 그러면 공부의 집에서 학생들끼리 서로 질문하고 설명하면서 학습하고, 학교에 가서는 그룹 간에 서로 질문과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아바나 대학 법대에 다니는 인디라는 학창 시절 공부의 집 멘토를 맡았는데, 아려운 과제를 할 때 이 모임이 매우 유용했다고 회상했다. 어려운 숙제일수록 친구들과 함께하면 해결할 수 있고, 자신감을 가지고(32) 수업에 임할 수 있다고 했다. 공부의 집은 학생들끼리 협력하도록 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쿠바의 주택 문제로 공부방을 따로 갖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방과 후에 공부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역할도 한다.
쿠바에서 방문한 학교의 교사에게 학생들끼리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런데 통역사가 교사와 학생들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들려준 대답은 이러했다. “경쟁이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겠대요. 다른 질문 해주세요.”
고등학생은 석차가 공개되고 대입에 내신 점수가 들어가는데도 경쟁의식이 없느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물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친구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고, 노트도 빌려주고 선생님이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도록 하기 때문에 서로 도울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친구와 서로 도우며 공부하는 것을 익히는 쿠바 학생들에게 ‘경쟁’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일지도 모르겠다.(15~33)
〔출처〕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 - 저성장 고복지, 쿠바 패러독스의 비밀을 찾다
배진희, 시대의창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