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게으른 요리로 당신의 몸을 1등급으로 만들어라.
1개월의 1등급 다이어트를 끝내고 2개월 째 실천을 하다보면 색다른 변화를 원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변화하면서 쾌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샐러드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샐러드를 보면 풀만 봐도 싫을 수 있다. 과거 엄청난 근육질의 몸매로 이미지 변신을 했던 한 남성 연예인이 몸을 만드는 6개월간 닭 가슴살만 먹어서 이젠 닭만 봐도 토할 것 같다는 말이 생각난다. 따라서 2개월 차가 되면 색다른 시도를 통한 섭취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1등급의 식재료는 한정되어 있지만 그 식재료를 어떠한 방식으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메뉴가 창조되고 가끔씩 양을 제한한 2등급 음식의 식재료를 소량 사용함으로서 질리지 않는 다이어트를 이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다이어트의 끝은 요리에 있다는 말을 한다. 요리사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나 또한 요리에는 재능이 없으니까. 솔직히 난 요리보다 먹는 것이 더 행복하다. 하지만, 나 같은 재능 없는 주부들도 할 수 있는 요리들이 1등급 다이어트에는 먹힌다. 상상해보자. 우리가 살찌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음식들 서너 가지를 뽑는다면 대부분 치킨, 피자, 과자, 빵 등을 생각해낸다. 어떻게 만드는가? 닭을 사서 쪼개어 둔 후 맛을 첨가하여 시즈닝을 하고 간이 배도록 일정 시간 숙성한 후 밀가루나 전분 옷을 발라 바삭하게 튀긴다. 양념치킨의 경우 물엿, 기름, 전분, 설탕 또는 액상과당, 간장을 넣어 소스를 만든 후 튀겨낸 치킨을 넣어 버무린다. 요리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피자는 어떠한가? 밀가루를 반죽하여 납작하게 빚고 그 위에 각종 재료들을 토핑 하여 올린다. 최근에 양념 불고기나 가공통조림에 들어있는 각종 재료들, 햄과 같은 가공육까지 더하고 가공 치즈와 마요네즈를 듬뿍 얹어 오븐에 굽는다. 그 위에 다시 크러스트 치즈를 뿌린다.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과자와 빵 또한 목적에 맞게끔 반죽한 밀가루에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설탕이나 꿀, 또는 오일이나 버터, 마가린을 넣어 반죽한 후 모양 틀에 넣어 구워낸다. 이를 다시 한 번 기름에 튀기기도 하고 튀겨낸 후 고운 입자로 맛과 멋을 자랑하는 슈거 파우더를 뿌리기도 한다. 어떤 빵은 속을 채워 넣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과연 쉬울까?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살찌는 음식이라고 말하는 음식들의 특징은 어떠한가? 모두 요리 과정이 복잡하다. 왜냐하면 먹어도 계속 먹게 만드는 설탕, 밀가루, 트랜스 지방 이 3가지의 중독성이 강한 재료들의 맛을 살리기 위해 분초를 다투어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준비,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코 이들은 1등급이 될 수 없다. 거꾸로 말하면 1등급 음식은 요리 자체가 너무 간단하다. 주로 X등급으로 표기한 살찌는 음식들처럼 섞고 반죽하고 튀기고 뿌리고 버무리는 과정이 하나도 없다. 그저 사오고 씻고 썰고 끓이는 것이 전부이다. 즉 요리할 필요가 없이 원 재료의 맛을 그대로 느끼며 먹는 음식들인 것이다. 우리 혀에서 느끼는 미각에는 5가지가 있다.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그리고 감칠맛까지 이 5가지의 맛을 굳이 그리 복잡한 과정으로 섞고 튀겨내고 버무리지 않아도 충분히 자연에서 얻은 재료의 맛으로 충족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요리를 안 하지만, 내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적어도 내 요리가 내 살을 찌우지 않고 가족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설탕의 단맛을 넣지 않아도 양파의 달고 아삭한 맛, 과일의 달고 거센 섬유소의 맛, 야채의 신선하고 씁쓸한 맛, 현미나 콩의 고소한 맛, 해산물과 육류의 감칠맛을 충분히 느끼기 때문이다. 그저 사온 생고기를 오븐이나 팬에 굽고, 신선한 해산물을 데치고, 미역과 해산물, 살코기를 넣어 끓여 먹으면서도 충분히 행복한 식생활로 웃으며 살아오고 있다. 그래서 1등급 다이어트로 건강, 몸매, 체중까지 모두 잡는 1등급 몸을 완성하려면 게으른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
최근 요리하는 남성들이 인기다. 과거엔 터부시되어왔던 남성들의 요리가 이젠 각광을 받으면서 취미로 요리를 즐기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자취 생활을 하며 가공식품과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한 남성은 요리를 배우면서 삶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라면을 끓여먹으며 TV를 보던 한적한 주말 오후, 우연히 남자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된 것이다. 라면, 자장면, 김치찌개에 질렸던 그는 ‘나도 저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하기 시작하였고, 강아지 사료를 사러 나간 마트에서 우연히 방송에서 보았던 새우요리를 한 번 해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핸드폰을 뒤져 식재료로 새우와 마늘, 양파, 올리브유, 월계수 잎을 구입하여 스페인새우요리에 도전을 시작한다. 레시피를 보고 따라해 보니 사먹는 음식보다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낸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조금씩 틈날 때마다 스스로 요리를 시작하였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실제로 요리에 들어가는 기름의 양, 설탕의 양을 실제로 파악할 수 있었고 식재료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맛을 위해 급기야 관자와 조개,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스테이크로 요리하는 도전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요리를 하면서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 하나하나를 보면서 내 몸을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오랜 시간 조리하면서 식재료 본연의 맛이 떨어지고 영양이 파괴되니 진정한 미식가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간단한 조리를 통해서 그 맛을 최대한 살려 섭취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손으로 다듬고, 음식이 요리되는 소리를 귀로 듣고 그 향을 코로 맡고 맛을 입으로 느끼는 과정 하나하나가 자신에게는 취미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다고. 그는 그렇게 점차 가공식품을 끊고 요리를 통한 다양한 식재료들을 미식하면서 3개월 동안 큰 노력 없이도 체중 5kg이 빠졌다. 요리를 하면서 똑똑한 섭취를 했고 스트레스를 조절할 리워드를 늘렸으며 더불어 불필요한 섭취로 지방이 붙지 않는 성능 좋은 몸에 가까워진 것이다.
난 아직도 상차림을 계획할 때엔 노란 파프리카, 빨간 파프리카와 초록 오이를 썰고 싱싱한 상추와 깻잎을 화려한 접시에 풍성하게 담아둔다. 그리고 질 좋은 고단백 고기를 사다 접시에 옮겨두고 냉동 새우와 생물오징어를 꺼내어 새송이 버섯과 팽이, 양송이버섯, 가지, 양파, 마늘을 썰어 함께 세팅을 한다. 가끔씩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자리이면 두부 한 모를 데쳐서 김치와 함께 두부김치로 접시에 담아낸다. 그 이상의 만찬이 어디 있겠는가? 어쩌면 앞서 요리를 즐기기 시작한 남성보다 요리 실력은 떨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요리를 한 것이다. 남들은 이것을 보고 게으른 요리라고 하지만, 이런 게으른 요리를 하면서 행복한 미식을 하고 1등급 몸을 만든 나를 누가 비난하겠는가? 이왕 한 번 먹는 거 갖은 양념 다 넣어 조리고 튀겨 한 번을 먹어도 찐하게 먹자던 그 누군가의 다이어트로 평균 몸을 만드는 데 그치겠는가? 그게 평균과 1등급의 차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