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사방기념공원 (砂防記念公園) 답사기 – 70대가 한여름에 찾은 까닭은
포항시가지에서 강원도 방향으로 동해 바닷가를 승용차로 1시간 올라가면 차례로 칠포리 해수욕장, 오도간이해수욕장, 월포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오도리에는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 된 오도리주상전리가 바닷가에서 약간 떨어져 누워 있는 모습이다. 오도리 마을을 오른쪽으로 하고 작은 언덕길 왼쪽에는 멀리 바다와 마주하고 삼각형의 작은 산(126.3m, 묵은봉)이 나타나는데 완만한 비탈은 초록 송림으로 욱어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이 바로 오늘 방문하려고 찾아간 ‘사방기념공원’이다. 오늘도 날씨는 34도로서 엄청나게 무더웠고, 오도간이해수욕장은 인파로 꽤 붐비는 편이었다. 사방기념공원 입구에서 경사진 도로를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해수욕장과는 달리 10여 명의 방문객이 보일뿐 아주 조용했다.
우선 주차장에서 차에 내려 동해 바닷가를 바라보고는 같이 간 일행 모두 탄성(歎聲)을 질렀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드넒은 바닷가에 착륙하는 느낌이랄까. 어제까지 내렸던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 되었지만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가로 직선으로 그려놓은 수평선, 솜털 같은 뭉게구름 등 모든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와 같이 아름다운 풍경은 평생에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생각이 든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종합제철공장을 포항에 건설하기 시작하여 헬기 이용 시나 외국을 오가면서 이곳 산림이 극도로 황폐한 현장을 비행기로 내려다보고는 녹화지시를 하였고, 1973년부터 연인원 360만명이 투입되어 총면적 4,500ha를 단기간에 녹화한 전국 최대 규모의 사방사업을 성공시킨 현장이라고 하니 더욱 뜻이 깊은 곳이다. 그 후 근대적 사방사업이 시작으로 10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여 2007년 11월 7일 사방사업기념공원을 개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념관 내부는 연면적 1,584㎡로서 3개의 전시실과 영상실 규모로 페널, 도구 유물 등 549점의 전시물이 있는데 사방사업 기술의 변천사와 각종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뒤 야외는 완만한 산책길을 만들고 실제 시공 현장을 70년 당시 모습으로 재현해놓은 사방시설과 문화유적 전시로 구성하여 방문객들에게 큰 공감을 느끼게 했다.
무엇이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가
누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옛날 60·70년대 춘궁기 보릿고개 시절, 우리 부모님들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 해마다 사방사업을 하였고,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져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가 금수강산이 되었다.
지금 이곳 기념관 뒷산에 사람, 차랑, 작업 장면 등은 70연대 그 당시의 사방사업을 실제나 다름없는 조형물로 설치하여 무척이나 친근감을 느꼈고, 그 시절 고단했던 삶의 추억이 생생하게 느껴서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이날 가장 많은 감명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박정희 대통령이 이곳을 순시하였을 때 김수학 경북도지사가 현장소장과 함께 업무보고를 하는 조형물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 후 포항 사방기념공원은 대규모의 사방사업을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이룩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자 벤치마킹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등 매년 100여 명의 해외 산림경관 복원 관련 담당자들이 포항 사방기념공원을 찾았다고 하며, tvN에서 2021년 8월부터 16부작으로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의 주요 촬영지가 되었다고 한다.
60, 70년대에 선배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우리들도 뒤를 이어 휴일 없이 밤낮으로 일했고, 잘 살아보자는 희망으로 근대화사업에 열심히 뛰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제 50년이 흐른 후 그 때의 모습이 여기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영일사방준공비(비문)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분부를 받들어 1973년부터 1977년에 이르는 5개년 계획으로
영일지구 4,538ha에 특수사방사업을 시행했다. 총 사업비 38억 2천 8백만 원으로써
떼 2,241만매, 돌 230만개, 퇴비 및 생토 213만톤을 들여 기반을 다지고
묘목 2천 4백 만본을 심는데 연 인원 360만 명이
피와 땀을 쏟아 불모의 산지를 울창한 숲으로 가꾸었다.
우리의 푸른 슬기로 이룩한 여기 동해안의 기적은
국토 녹화의 끈덕진 집념과 더불어 줄기차게 번져 가리니
산이여
기름진 이 강토의 무궁한 영광을 길이 후세에 이어받게 하라.
1988년 11월 30일
경상북도지사 김수학 세움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우면
손주들과 손을 잡고 이곳 사방기념공원에 올라
일하고 또 일하는 그분들의 이마에 땀을 닦아드리고
가슴 깊이 밀려오는 아련한 추억을 뒤새겨 보면서
멀고먼 바닷가로 온갖 근신걱정 날려보내지 않겠는가.
백발은 세찬 바닷바람에 엉클어지고 세월에 짓눌린 몸은 자꾸 흔들리는데
마음까지 아득해지는 한여름 오늘 현장에
60,70년대 주린 배 참으면서 잘 살아보자고 밤낮 뛰었던
새마을운동, 사방사업 그 진한 삶의 모습들이
오늘 여기 찾아온 '사방기념공원'에 녹아 있어
누구든지 철학가로 변신하여 못다했던 얘기들이 쏟아지리라
이제 동해 아름다운 길 지나치다 이곳 둘러본 사람마다
그들은 누구이며 나는 어떻게 오늘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를
뼈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을 가지게 되리라고 생각해본다
그리하여 하늘을 보면 푸른 창공과 뭉게구름이 말없이 흘러갈 때
힘든 세상살이 한구석에 빛과 함께 뚫고 들어오는
'희망'이란 구세주가 우리 모두를 일으켜 세워줄것으로 믿어본다.
참고 : 2023. 7. 26 '포항사방기념공원 답사'시 일행이 관련 사업 사진을 카페에 상세하게 올렸음
(관련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