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션리조트에서의 하룻밤을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새 날이 밝았다. 당연히 아침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아침 해장국은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킨다. 염교장이 휴양하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전경을 가진 곳이다. 이곳에서 염교장은 지난 날을 뒤돌아 볼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놓고, 기도하고 묵상하고 사유하면서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서 더 깊은 신앙심으로 무장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 올렸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 자녀들, 주변의 친구들, 이웃,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마침내 하늘나라에 먼저가신 부모님도 생각했을 터.. 그립고, 아쉽고, 고맙고, 서운하고, 감사하고 이렇게 반복되면서 삶을 되돌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내가 풀고, 내가 해결해야할 것들이란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란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내가, 왜? 여기 와 있는가라는 화두를 놓고 번민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더 성숙하고,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결코 삶을 주관하는 것은 나인 것 같으면서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겸손하고ㅡ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도 했을 것이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이 시간들은 어떻게 보면 잃은 것이 아니라 얻은 것이 더 많은 것이 아니었을까?
신은 다시 우리를 일으키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한다.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염교장은 그런 신앙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는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오묘함을 늘 생각하며 살아온 신앙인이었기에 그것이 가능한 친구라고 믿는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 휴양처는 새롭게 태어나는 전기를 만들어내었던 곳이었음을 먼 훗날 기억하는 아름장소로 남길 바란다.
염교장이 안내한 곳은 '너랑'이란 카페다. 산비탈, 바다를 끼고 돌아 아름답게 꾸며진 카페다. 바다가 아름답고, 하늘이 활짝 열려 마음마저 내려 놓을 수밖에 없는 카페다. 확트인 공간 앞뜰은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꽃잔디가 만개를 하면서 봄의 화려함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바다를 보면서 꽃들이 노래하고, 바다와 더불어 함께하는 건강한 해송과 동백, 그 외의 많은 수목들이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휴양처에서 가까이에 있는 이곳을 염교장은 가끔씩 찾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바다와 하늘, 잘 정리된 정원의 꽃들과 나무,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행복감에 젖었을 것이다.
환경은 사람을 지배하고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커피 한 잔은 여느곳에서 마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의 맛은 배가된다. 바로 오늘의 이 '너랑'이란 카페가 그런 분위기로 우리를 이끈다. 분위기에 취하면 대화는 더 깊고 진하다. 정은 더 깊은 심연의 늪으로 빠져든다. 그 와중에 한 눈 돌리면 정원의 꽃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바다를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 먹먹함은 행복이 극에 달했을 때 오는 그런 먹먹함이고 감동이다.
'부자는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부자가 되어 가슴 먹먹함에 사랑으로 취한다. 대화가 사랑이될 때 그게 최상의 대화다. 거기엔 아무런 잡티가 끼어 있지 않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만 순수함에 젖어 사랑으로 빠져드는 대화다운 대화가 이루어지는 예는 그리 많지 않다. 순수한 대화가 아닌 반쪽짜리 대화가 많다. 우리는 지금 이 모든 가식을 벗고 이 아름다운 환경에의해 모두 빠져버렸다. 이런 순간이야 말로 지상의 낙원이라고 해야 하나?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대화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그렇게 반나절을 보냈다. 먼 길을 가야한다. 우리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이다. 평생을 번복하며 끝내 이승의 이별을 맞아야 한다. 그게 익숙하지 않으면 삶은 어렵다. 어렵지 않게 살기 위해서 만남과 이별은 또 다른 사랑이란 것을 일찍부터 깨닫고 받아드려야 한다. 헤어짐은 또 다시 만남을 약속하는 것이다.
언제나 헤어지는 순간은 아쉬움이 있어야 그리움이 커진다는 다짐을 크게 하는거다. 맛 있는 점심을 하고나면 각자의 보금자리로 향해야 한다. 점심은 '보리굴밥'으로 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정한 것이 아니라 염교장이 1박2일의 모든 일정을 짜 놓은대로 움직이면 된다. 2일 동안 여수의 모든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들이 여실이 나타난다. 고맙고 감사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