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 가자마자 6개월은 집안에 틀어박혀 혼자 생활을 한 것이라면, 9월이 되면서는 '언어 학교'와 '대학'의 수업도 시작돼, 공식적으로 외부생활을 하다 보니 보다 활기를 찾게 되는데,
아무튼,
'날마다 적어도 드로잉 한 장씩이라도 그려야 한다'는 각오로 생활을 하다 보니 당연히 그림이 쌓여 갔다.
물론 그런 그림들은 다 내 생활과 밀접한 내용, 즉 '일기'나 다름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었지만, 딴에는 회화적인 연구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고, 또 그 대부분이 '자화상'이나 다름없는 그림들이 돼 나왔는데,
그 전 한국에서도 그런 편이지만, 나는 드로잉을 그리면 그 즉시 '침묵의 집' 거실 벽에 붙여놓는 행위를 하면서 살았는데, 벽면이 다 채워지면 떼어낼 수밖에 없었고 다시 새롭게 붙여나가기를 반복하다 보니(그런 생활은 바르셀로나에서 확실히 자리가 잡혀갔다.),
그리고 한국에서와 달리 그런 생활에 집중하다 보니, 그림이 쌓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런 그림들을 살펴 보면(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스크랩 돼 보관 중인 작은 종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어서, 주로 작은 크기(큰 종이는 다른 식으로 보관 중인데, 그걸 펼쳐볼 여건이 안 돼 그것들은 제외) 위주인데),

참고로) 여기에 나오는 그림 사진들은, 현재 스크랩된 상태의 디카로 찍은 것들로,
비닐로 덮인 상태이면서도 그 전에 보관할 때 투명지(습자지)에 쌓인 상태라 색깔이 선명하지가 않다.
물론, 그랬던 이유는 재료가 '파스텔', '크레파스'로 돼 있어서 얼룩지거나 번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원화'와는 색감의 차이가 다소 크다고 보면 된다.




이즈음의 그림들을 보면,
여전히 '창'은 존재하고 또 설명하려는 요소가 큰데,



이 아래 그림들은 '설치 미술'에도 연결되는데, 이런 시도(의도)도 했던 것으로,

뭔가 '나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 엿보이고(너무나 당연한 얘긴데),

사실 나는 그 시절부터도(아마 그 전부터도), 이렇게(위, 아래 그림) 얼굴의 윤곽을 그리지 않으려하는 시도 역시 해나가고 있었다. (그건, 지금까지(2019) 이어진다.)



위) 자화상 . A3. 파스텔 수채. 1991







아래) 바르셀로나 시절의 유일한 테라코타(나는 늘, 조각에도 관심이 있는데, 당시엔 집에서 혼자 만들어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그림이 쌓이다 보니, 그냥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어차피 '화가로써의 삶'을 위해서 왔던 바르셀로나라,
나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화랑(?) 같은 데에 조금씩 접촉을 시도하게 되는데,
사실, 나는 그런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해야겠기에, 또 주변 사람들이 나 사는 모습을 보면서는 그런 쪽과도 연결시켜주려 노력을 해서,
정식 화랑은 아니지만, 고 서점이면서 한 쪽 공간에서는 화랑(전시실)도 운영하던 '문화 공간'을 소개 받아,
내 그림을 보여줬더니, 전시를 하자고 해서,
스페인에 간지 1년만에 조그만 전시를 하게 된다.
사실 뭐,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그 전시 준비를 했는데(액자하느라 돈이 많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경제력이 달리다 보니, 포스터 팜플렛 같은 인쇄물을 만들 여력이 없어서,
내가 직접 손으로 그 대용(?)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위) 그 전시(스페인에선 첫번째, 그렇지만 제 2회 개인전) 포스터. 목판을 한지에 찍어, 글씨는 내가 직접 손으로 써서 제작했다. (총 32장)
아래) 그 포스터의 밑그림이 됐던 드로잉

아래) 그 당시 '초대장'으로 써먹기 위해 내가 직접 만들어 인쇄했던...


위, 아래) 전시장 모습


기록을 보니, 그 전시에서 총 세 점의 그림을 팔았는데,
판 게 아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날 위해) 사 준 것일 뿐이었다.
물론 그 돈은 전시 준비하느라 들어갔던 비용을 제하고도 어느 정도 삶에 보탬이 되어주기도 했는데,
당시에도 나는 그림을 싸게 팔지는 않았었다.
그렇지만 그 전시는 '실패'였을 뿐이다.
아래) '텅 빈 전시장'. 그 상황을 표현한 드로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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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그렸던 유화(10호 자화상, 뒤에 창(窓)이 보인다.)인데,
윗 글을 쓸 때 빠트린 걸 뒤늦게 발견하여 덧붙여 올린다.
'자화상 그리는 화가'.10호. 유화.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