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 0175 한용국 시집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 한용국/ (주)천년의시작
B6(신사륙판)/ 160쪽/ 시작시인선(세트 0175)
2014년 10월 30일 발간/ 정가 9,000원
ISBN 978-89-6021-225-1 04810/ 바코드 9788960212251 04810
❚신간 소개❚
(주)천년의시작에서 한용국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가 2014년 10월 30일 발간되었다. 한용국 시인은 1971년 강원도 태백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 <문학사상>을 통해 시인으 등단했다.
한용국의 첫 시집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는, 어둑하게 가라앉아 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흐릿하고도 강렬한 기억에서 발원하는 세계이다. 그것의 일차적 외관은 그가 나고 자란 태백의 색을 빼닮아 대체로 검은빛을 띠고 있으며, 함박눈이라도 내릴라치면 그 검은 기억은 색채의 선도(鮮度)를 차츰 더해 간다. 그렇게 선명한 기억 속에 배치된 검고 흰 색깔들이 말하자면 한용국 시편의 구도(構圖)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 선명한 보색의 콘트라스트는 시인의 지난하고도 어두웠던 삶의 원형적 심상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이번 시집은, 대개의 첫 시집이 그러하듯이, 시인의 존재론적 기원(origin)이나 성장사와 깊이 접맥된다. 대체로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이 그의 젊은 날을 선연하게 물들이고 있고, 시집 곳곳에는 단단한 멍울과 흐린 얼룩이 지울 수 없는 문양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 또한 한용국 미학의 한 축이 신산하고도 가팔랐던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호환할 수 없는 회억(回憶)과 연관됨을 알려 준다. 물론 한용국 시학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커다란 동심원을 그리면서 한 차원 한 차원 자신의 지경을 넓혀 가는 공정을 밟는다. 그 과정에서 시인 자신의 경험들 혹은 사랑의 기억들이 낱낱이 재현되고, 동시대의 타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이 폭넓게 제시되며, 궁극적으로 자신이 써 가는 ‘시’에 대한 사유가 치열하게 펼쳐진다. 그 저류(底流)에 시인 자신의 기원과 성장에 대한 강렬한 복기와 회상 과정이 커다란 후경(後景)으로 배치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추천사❚
한용국 시집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에는 이번 생을 다 지불하고 구입한 책으로도 삶의 안개를 걷어 낼 수 없다는 슬픈 세대의 아픈 고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월’로 표상되는 꽃 피는 시절에 대한 갈증과 예감이 유난한 이 시집에서의 ‘서른’은 가위눌린 나이일 뿐이며, 고작 “애인과 섹스”하듯 젖혀 보내는 빛바랜 청춘의 나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혁명’을 잊은 ‘사월’이란 자욱한 ‘황사’ 속 봄일 수밖에. “양파의 가계(家系)” 위에 “가부좌를 틀고” 삶이 “나의 것이 아니었다고/ 다른 얼굴로 고백”하는 그라면 이미 평생을 다 산 것이다. 그리하여 ‘종달새’로 노래하고픈 시인은 지상에 “붙들려 와 박해받고 있는” 존재로 스스로를 단정한다. 어느 책갈피엔 양 “자신을 끼워 넣어 보기도 하지만” 어느새 시효(時效)가 상실된 페이지임을 발견하는 그라면 “무엇이든 견딜 수 있다는 것”조차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러나 한용국 시의 진수가 이런 비애에만 경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라면 “언어로 이루어지는 탑 하나쯤은” 품고 살기 마련. 살아가는 이유를 “텅 빈 중심의 이 아름다운 인력”이라고 믿는 한, 그가 끝내 시인일 수밖에 없는 사정을 독자들도 수긍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되묻는 아름다운 질문들 앞으로 성큼 나서야 한다.
―김명인(시인)
도시를 무심하고 단절된 시각으로만 본다면 그 속의 삶도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도블록” 위로 내려앉는 “한 떼의 비둘기들”과 “휘어지는 골목”들과 “빌딩 모서리들”과 “이파리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 거리의 나무들같이 도시의 중심보다는 도시의 밑바닥을 이루는 것들을 면면이 살피는 한용국의 시는 다분히 개인적이고 강퍅한 도시를 그간 우리가 잊고 살았던 청춘의 어떤 장소로 이동시킨다. 그 속에서 우리는 “다리를 찢는/ 애인”과 “출가한 지 이미 오래”된 나를 만나고 “초인종 소리에 화들짝 놀라던 담벼락들”과 구름의 종점과 “밤이면/ 하늘에 걸”리는 간을 발견한다. 그들은 “식물의 몸을 꿈꾸었지만” 식물이 되지 못한 군상들이다. 대다수의 청춘이 그러하듯 그의 언어들도 쓴맛에 감염된 혀처럼 모두 조금씩의 아픔을 수반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언어들 속에 “모든 순례는 구걸에서 시작되는 법”이라거나 “눈물에도 밀도가 있을까”, “지붕은 마음 안에 있나 마음 밖에 있나”, “이제는 허공에도 경계가 보인다”와 같은 순도 높은 진술을 누룩처럼 은근슬쩍 넣고 발효를 기다릴 줄 아는 시인이다. 이러한 한용국 표 진술은 오랫동안 입안에 품고 싶은 곡진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빚어낸 독주에 고스란히 미혹되어진다.
―문성해(시인)
한용국의 첫 시집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는, 어둑하게 가라앉아 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흐릿하고도 강렬한 기억에서 발원하는 세계이다. 그것의 일차적 외관은 그가 나고 자란 태백의 색을 빼닮아 대체로 검은빛을 띠고 있으며, 함박눈이라도 내릴라치면 그 검은 기억은 색채의 선도(鮮度)를 차츰 더해 간다. 그렇게 선명한 기억 속에 배치된 검고 흰 색깔들이 말하자면 한용국 시편의 구도(構圖)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 선명한 보색의 콘트라스트는 시인의 지난하고도 어두웠던 삶의 원형적 심상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이번 시집은, 대개의 첫 시집이 그러하듯이, 시인의 존재론적 기원(origin)이나 성장사와 깊이 접맥된다. 대체로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이 그의 젊은 날을 선연하게 물들이고 있고, 시집 곳곳에는 단단한 멍울과 흐린 얼룩이 지울 수 없는 문양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 또한 한용국 미학의 한 축이 신산하고도 가팔랐던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호환할 수 없는 회억(回憶)과 연관됨을 알려 준다. 물론 한용국 시학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커다란 동심원을 그리면서 한 차원 한 차원 자신의 지경을 넓혀 가는 공정을 밟는다. 그 과정에서 시인 자신의 경험들 혹은 사랑의 기억들이 낱낱이 재현되고, 동시대의 타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이 폭넓게 제시되며, 궁극적으로 자신이 써 가는 ‘시’에 대한 사유가 치열하게 펼쳐진다. 그 저류(底流)에 시인 자신의 기원과 성장에 대한 강렬한 복기와 회상 과정이 커다란 후경(後景)으로 배치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한용국
1971년 강원도 태백 출생.
2003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졸업.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실종 ― 13
내력―식물의 책 ― 14
4월 ― 16
내성(耐性) ― 18
출가 ― 20
귀가 ― 22
수목장(樹木葬) ― 24
과월호가 되어 버린 남자 ― 26
적막 ― 28
먼지의 밀도 ― 30
삭망전(朔望奠) ― 32
간(肝)을 찾아서 1 ― 34
간(肝)을 찾아서 2 ― 36
신설동 1 ― 38
신설동 2 ― 40
재개발지구를 지나며 ― 43
제2부
첨탑 위에 내리는 눈 ― 47
희망로 422번 길을 오르며 ― 50
슈퍼문 ― 52
곡절 ― 54
초록에는 보험이 없다 ― 56
진원(震源) ― 58
낙선시(落選詩) ― 60
낮달 ― 62
검은 눈사람―고한, 1979 ― 64
족적(足跡)에 대하여―형철에게 ― 66
옛 집터에 서면 ― 70
성내역 1 ― 71
성내역 2 ― 72
고해의 순서 ― 74
동별당 ― 76
해우소―장육사 ― 77
제3부
밤비 ― 81
새에 관한 명상 1 ― 82
새에 관한 명상 2 ― 83
몽정기 ― 85
구름종점 ― 86
섬망(譫妄) ― 88
황사―아우에게 ― 90
완벽한 신혼 일기 ― 91
겨울잠―월정사 ― 92
우리들의 식민지 ― 94
성내역 3 ― 96
성내역 4 ― 98
그대 몸에 꽃 피겠다 ― 100
선인장에 대하여 ― 102
객석 ― 103
제4부
오해의 기술 ― 107
금요일의 pub ― 110
심야 놀이터 ― 112
풍선인간 ― 114
공중부양 박수 ― 116
달팽이 ― 118
그 사거리 연가 ― 120
오류와 놀다 ― 122
혀 ― 124
코끼리는 코가 길다 ― 126
적(敵) ― 128
변신담―토끼 사나이 ― 129
구름 같은 이별 ― 130
봄비는 참 ― 132
얼굴의 형식 ― 134
시작 노트 ― 137
해설
유성호 검은 기억의 묵시와 남은 자의 고독을 넘어―한용국의 시 ― 138
❚시집 속의 시 두 편❚
금요일의 pub
사랑을 이야기하던 시간들은 지나갔다
남은 자들이여 남은 것은 웃음뿐이다
우리에게는 날씨의 연금술이 필요할 뿐
서로에게 얼마나 무용한지 확인하기 위해
발끝을 까딱거리며 의자를 들썩이는 거다
나름대로 깔끔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나사 같은 감정들을 처리하지는 못했으니
기다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기다릴 테지
죽은 물고기의 살점을 우물거리며
우리에게 허락된 자세는 풍자를 베끼고
해탈을 지껄이다 우아하게 사라지는 일
부연 연기 속으로 누구는 벌써 홀로그램이다
구원은 일기예보의 정확성 여부에 달려 있다
술잔의 높이가 똑같은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온다던 사람은 아마 늦게라도 도착하겠지
하지만 이미 우리의 얼굴은 흘러내렸으니
대화는 다시 오늘의 날씨부터 시작하는 거다
사랑을 이야기하던 시간들은 지나갔지만
서정적인 척추를 쓰다듬는 일은 가능하니까
무성생식에도 서글픈 온기는 있다고 믿으니까
간(肝)을 찾아서 1
밤이면
하늘에 걸린 간을 보며 우는
나는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뼈는 어떻게 물의 형상에 이르는 걸까요
흘러온 것들 속으로
다시 흘러가는 길을 찾느라
직립의 자세를 취하기
어렵습니다
난폭한 왕들은 도처에
거짓 공고문을 붙여 놓았지만
나무에 내걸린 썩은 담(膽)은
어디서나 번식의 냄새를 풍깁니다
어디로 달아날 수 있겠습니까
현자들은 방향을 가리켰지만
휘어지는 골목마다
불이 흐르고 있습니다
젖은 문자를 따라가면
문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속은 마음을 감추는
기술은 어디서 배워야 합니까
순례의 표정을 익히고
거친 몸짓을 피하는
물의 마음으로
살아가도 괜찮겠습니까
그러나 밤이면 하늘에
뜨는 저것은
간이 맞습니까
맞다면 대체 누구의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