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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莊館全書卷之五 完山李德懋懋官著男光葵奉杲編輯德水李畹秀蕙隣校訂 / 嬰處雜稿[一]
戊寅篇
戊寅篇者。志歲也。是年冬。寓居于三湖之水明亭。有著書。自砭者數十條。中間不得見者凡五年。疑其散亡流失。惜而不能忘。亦不能記其文。伊今偶閱巾箱。乃復得之。欣然披撿。如故人之相逢也。雖不足敎人而垂世。其自爲戒則深矣。余之自幼志學素心。於斯亦可見也。今計其年。才十八也。縱不及三代八歲入小學。十五入大學之䂓。然亦或佳其冲年之語。似有近於道者爾。慨余無嚴師友敎導之益。而粗能識爲學爲善人之方。亦家庭之訓誨歟。乃更凈寫以置。命其書曰戊寅篇。時壬午二月初七朝日。書于和菴。
士子明心如鑑。律身如繩。
鑑不磨則塵易汚。繩不直則木易曲。心不明則慾自蔽。身不律則惰自生。治心身。亦當磨之直之。
虛靈不昧。導西注西。導東注東。向利趨利。向義趨義。注與趨。皆當謹其始。
物適則衡平。物不適則衡傾。帆便則舟行。帆不便則舟橫。平而傾。行而橫。在人。不在衡與舟也。心亦如之。心靜者言靜。心躁者言躁。聽人之言靜言躁。可知其心靜心躁也。
子曰。巧言令色。鮮矣仁。又曰。恥惡衣惡食者。不足與言。旨哉言乎。或有巧其言。令其色。媚悅於世人。出沒於榮途。鮮衣細襪。自顧矜衒。是錦其外添其中者。不啻欺人。反不覺自欺其心。
巧令者。若見醇士衣布帶韋。麤冠弊屨。口訥訥貌瞿瞿者。則必邪視強笑。不啻若從廁溷中出來。庸詎知其所謂醇士者。反視渠若腐鼠死狗也。嗟呼。豈知木匱瓦櫝。貯連城之璧。照乘之珠也哉。
人之生也。具七竅。備五臟。亦該仁義禮知之端。若不導之於孩提之初。則及長駸駸亡賴。將本善之性。漸入於禽犢冠裳。馬牛襟裾。寒心哉。天何生此等人。具七竅備五臟哉。
人性靜。故以靜制煩。自然歸正。或有人好煩惡靜。怠惰放雜。語無倫次。間以浮談。聒人之耳。笑於非笑。拊掌轉身。揮手搖膝。甘爲俳優。自期無實。爲靜者。可不貴乎。
假令心火也。物欲薪也。廉耻水也。以欲著心。不能制之以廉恥。正如以薪熾火。不能制之以水也。
看人之暴戾悖慢。而撿吾之心。看人之砥礪謹勅。而修吾之身。庶幾行於鄕黨州閭也。
人有小善。必記而不忘。反慕於心。且傳語它人也。人有細過。必掩而不揚。莫告於人。且警戒吾心也。
老成之人。當待之恭敬。此年過於吾。或有德過於吾。或爲父執焉。或與其子弟爲友焉。可不敬乎。如有慢忽不敬。是長幼之序紊焉。五倫從此而斁。
凡朋友會話之際。斂襟危坐。不可跛踦傾仄。以足加於人。以臂倚於人。彼若如此於吾。當以好言誘之。使不爲也。不可反報而相較也。
朋友者。五倫之中。以義結者。交益深而待益敬。不可情深狎待。子曰。晏平仲。善與人交。久而敬之。
勿以人譽我而待之厚也。勿以人毁我而待之薄也。勿以聞一譽而自喜自恃也。但自謹吾身而加勉焉。勿以聞一毁而自恕自棄也。但自省吾身而改遷焉。不必曰某有某物甚好。吾將得之。若逢其人。則千萬勞苦。區區而得。然後怏於心。此雖細故。其漸不可長矣。
有天地然後有人。人者。受天地之賦與。亦一天地也。天地失度。五行錯矣。人而失常。五倫斁矣。以天地之身。則天地之度。無失其常。則庶幾爲人矣。
言不可舛錯。釋理而已。不可便利。擧詳而已。
待人以恭。可以免辱。處物以廉。可以免禍。
聞過如聞樂。治過如治賊。
勝人最是大病痛。區區談論。作氣高聲。欲挫它人者。非快事也。反不如下於人者反快活而猶愈於勝人。
人無美惡。待之如春風和氣。綽綽有裕。事無大小。處之如靑天白日。休休有容。
鄙醜囂亂之事。不可接目。淺俚舛逆之言。不可掛口。
自唐以下。俗習趨末。工書工文爲上。學問爲下。所謂工書者。非楷正古雅之謂也。工於札簡。務爲時式。所謂工文者。非平鋪純和之謂也。工於浮華。務入科䂓也。萬一或有學問者。則必嘲笑指目。視之若別樣底人。輕浮之習。每自警省焉。
若有才智。當斂蓄於內。用於用時。不可以小才淺智。自媒自誇。大言於稠坐之中曰。吾某事善爲之。某術能有之。是不但人視之以愚騃。反自取鄙陋也。
衣雖薄。猶可以禦寒。行如薄。不可以容於閭里也。食雖惡。猶可以䭜飢。心如惡。不可以安於房櫳也。
見衣裳藍縷者。先制其侮易之心。言益恭而憫憐。見衣裳濟楚者。先制其欽慕之心。志益修而警戒。
心者。君也。身者。臣也。豈有臣而欺君者哉。如有欺君者。必有殃焉。欺心者。亦如之。愼其獨。大學垂其訓也。不愧屋漏。詩經著其戒也。
一事一物。或自己而曉。或學於人而曉。如有得焉。可終身不忘也。一尤一過。或自己而晤。或因於人而晤。如釋負焉。可終身自喜也。
古語云。息謗。莫如不辨。止㤪。莫如不爭。不辨不爭。而人又有謗我者。淡若不知。尤不可爭辨也。
凡對人。言多則聽稀。何也。以其重重疊疊。若風過耳也。不若詳其理。擧其槩。簡言之也。然則所聽之人。不厭于耳。盡其所授而行之也。
事業營爲。不可苟且。雖至飢寒疾病。當澹然而已。至若陳三之却裘。仲子之吐鵝。雖是好事。不當效此曲阨。
凡言語不可暴勃。雖奴隷之庸凡。禽獸之賤陋。或仍小忿。不可以刀刃與挺擬之。而復罵曰。吾欲殺此物也。
以忍制怒。何事有敗。以勤勝怠。何事不成。
簡以制煩。靜以制動。一生服膺。是正心工夫。故君子。言簡而心靜。
學古人。以踐履爲工夫。
簡言語。愼行步。心常在一字之上也。
邵子嘗大寒不出。大暑不出。大風不出。大雨不出。學者以敬身爲先。是非愛吾身也。愛吾父母也。犯此四不出。貽親之憂。莫甚焉。子曰。父母唯其疾之憂。
[주-D001] 添 : 漆[주-D002] 恕 : 怒[주-D003] 怏 : 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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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전서 제5권 / 영처잡고 1(嬰處雜稿一) / 무인편(戊寅篇)
무인편(戊寅篇)이란 세시(歲時)를 기록한 것이다. 그해 겨울에 삼호(三湖)의 수명정(水明亭)에 우거(寓居)하면서 글을 지어 스스로의 경계[針石]를 삼은 것이 수십 조였다. 그 후로 그 글을 보지 못한 지가 5년이나 되므로, 없어지고 유실되었으리라 여겨지면서도 아까워하는 마음에서 좀처럼 잊혀지지도 않고 또 기억할 수도 없었는데, 이제야 우연히 서상(書箱)을 점검하다가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뒤적여 보니 마치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심정이었다. 이 글이 비록 남을 교화하고 세상에 남길 만한 것은 될 수 없지만 스스로의 경계를 삼는 것은 매우 깊으니, 나의 어려서부터 학(學)에 뜻을 둔 본심이 여기에서 또한 볼 수 있다. 지금 나이를 헤아려 보면 겨우 18세 남짓하다. 비록 삼대(三代 하(夏)ㆍ은(殷)ㆍ주(周)) 때의 8세에 소학(小學)에 들어가고 15세에 대학(大學)에 들어가던 절차는 따르지 못하였으나 어린 시절의 말이 도리에 가까운 듯한 것을 혹 가상하게 여길 것이다. 아, 나같이 엄격한 사우(師友)의 교도하는 도움도 없이 학을 하고 선인(善人)이 되는 방법을 약간이나마 짐작하게 된 것은 가정의 훈계가 아니었던가 싶다. 이에 다시 이 글을 정서하여 두고 제목을 ‘무인편’이라 한다.
임오년(1762, 영조 38) 2월 7일 아침에 화암(和菴)에서 쓴다.
선비는 마음 밝히기를 거울같이 해야 하고 몸 규제하기를 먹줄같이 해야한다.
거울은 닦지 않으면 먼지가 끼기 쉽고 먹줄이 바르지 않으면 나무가 굽기 쉽듯이, 마음을 밝히지 않으면 사욕이 절로 가리우고 몸을 규제하지 않으면 게으름이 절로 생기므로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데도 마땅히 거울처럼 닦아야 하고 먹줄처럼 곧게 해야 한다.
마음[虛靈不昧]이란 서쪽으로 유도하면 서쪽으로 쏠리고 동쪽으로 유도하면 동쪽으로 쏠리며, 이(利)로 향하면 이에 따르고 의(義)로 향하면 의에 따르므로, 쏠리고 따르는 데에 반드시 그 시작을 삼가야 한다.
물건이 적중하면 저울대가 반듯하고 물건이 적중하지 못하면 저울대가 기울며, 돛이 순풍을 만나면 배가 가고 돛이 순풍을 만나지 못하면 배가 가로선다, 반듯하고 기울며 가고 가로서게 되는 것은 사람에게 있고 저울대나 배에 있지 않다. 마음도 이와 같은 것이다.
마음이 차분한 자는 말도 차분하고 마음이 조급한 자는 말도 조급하다. 그 사람의 말의 차분하고 조급한 것을 들어 보면 그 마음의 차분하고 조급한 것을 알 수 있다.
공자가 “공교로운 말과 곱게 꾸민 얼굴치고는 인하는 자가 적다.[巧言令色 鮮矣仁]”하였고, 또 “궂은 의복과 궂은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와는 도를 의논할 여지가 없다.[恥惡衣惡食者 不足與言]”고 하였으니, 훌륭하다 이 말들이여! 세상 사람들에게 곱게 보이면서 세도(勢途)에 출몰하며, 산뜻한 의복과 고운 신발 차림으로 저 혼자 뽐내고 과시하는 것은, 그 겉은 비단결처럼 번지르르하지만 그 속은 옻칠처럼 검은 자이니, 남을 속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도리어 자신의 마음까지 속이는 짓인 줄을 깨닫지 못한다.
말을 공교로이 하고 얼굴을 곱게 꾸미는 자는, 순수한 선비[醇士]의 베옷과 가죽띠와 허술한 갓[冠]에 허름한 신발 차림으로 말을 더듬거리고 행색이 겁먹은 듯한 것을 보면 반드시 힐끗거리고 웃어대면서, 마치 뒷간 속에서 나온 사람 같이만 여길 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이는 순수한 선비가 도리어 그런 자들을 마치 썩은 쥐나 죽은 개처럼 취급하는 줄을 어찌 알겠는가? 가엾다, 목궤 와독(木匱瓦櫝 목궤 와독은 모두 선비의 소박한 것을 비유한다) 속에 성(城)과도 바꾸지 않을 구슬[璧]과 수레[乘]를 비출 만한 명주(明珠)가 감추어져 있음을 어찌 알겠는가?
사람이 태어남에 일곱 구멍[七竅]과 오장(五臟)이 갖추어지고 또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의 사단(四端)도 부여받게 된다. 만일 어렸을 때 잘 교도하지 않으면 장성함에 따라 점차 무뢰한이 되어 본래의 선한 성(性)을 가지고 점차 갓쓴 금수와 옷입은 마소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니, 한심스러운 일이다. 하늘이여, 어찌 이런 자들을 내어 일곱 구멍과 오장까지 갖추어 주었는가?
사람의 성(性)은 고요한 것이므로 고요한 것으로써 번거로움을 제어하면 저절로 정상에 돌아가게 된다. 더러는 사람들이 번거로움을 좋아하고 고요함을 싫어하여 게으르고 방탕하며, 말이 질서가 없어 가끔 허황된 말로 남의 귀를 교란시키고 웃지 않을 데 웃어대면서 손뼉을 치고 몸을 까불고 손을 휘젓고 무릎을 흔들며 광대[俳優] 노릇하기를 달게 여겨 실속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니, 고요함을 힘쓰는 것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비유하건대, 마음은 불이고 물욕(物欲)은 연료[薪]이고 염치(廉恥)는 물이다. 그러므로 물욕을 마음에 둘 적에 염치로 제어하기 어려운 것이 마치 연료에 불을 질렀을 때 물로써 제어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남의 사납고 오만함을 보면 나의 마음을 검찰하고, 남의 부지런하고 조심성 있음을 보면 나의 몸을 닦을 줄 알아야 향당(鄕黨)과 주려(州閭)에서라도 거의 처신할 수 있다.
남에게 조그만 선(善)이 있더라도 반드시 잊지 않아서 나의 마음에 사모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켜야 하며, 남에게 사소한 허물이 있더라도 반드시 드러내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또 나의 마음에 경계하여야 한다.
노성(老成)한 사람은 반드시 공경으로 대우해야 한다. 그는 나이가 나보다 많고 혹은 덕이 나보다 높으며 혹은 부집(父執 아버지의 친구를 이름)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내가 그의 자제(子弟)와 벗이 될 수도 있을 것인데 어찌 공경하지 않겠는가? 만일 그를 만홀(慢忽)하게 대하고 공경하지 않는다면 곧 장유(長幼)의 질서가 문란해지고 오륜이 이로부터 무너지게 된다.
벗들과 모여서 얘기하는 때에는 옷깃을 여미고 단정히 앉아야 할 것이요, 기대거나 비뚤어지게 앉아 발을 남에게 걸치고 팔을 남에게 얹어서는 안 된다. 혹 남이 나에게 그렇게 하더라도 좋은 말로 타일러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요, 앙갚음하여 똑같이 상대해서는 안 된다.
벗이란 오륜 가운데 의(義)로써 맺어진 바이므로 사귐이 더욱 깊을수록 대하기를 더욱 공경으로 해야 할 것이요, 정의가 깊다고 하여 버릇없이 굴어서는 안 된다. 공자는 “안 평중(晏平仲)은 사람과 잘 사귀도다. 오래도록 공경하는구나.[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고 칭찬하였다.
남이 나를 칭찬한다 하여 후하게 대하지 말고 남이 나를 훼방한다 하여 박하게 대하지 말아야 하며, 한 가지의 칭찬을 들었다 하여 스스로 기뻐하거나 자부(自負)하지 말고 다만 나의 몸을 조심하여 더욱 힘써야 하고, 한 가지의 훼방을 들었다 하여 스스로 화내거나 자기(自棄)하지 말고 다만 나의 몸을 반성하여 잘못을 고쳐야 한다.
아무에게 있는 아무 물건이 매우 좋으니 내가 기어이 차지하고야 말겠다고 벼르다가, 만일 그 사람을 만나면 온갖 애를 다 써가며 구차하게 차지하고 나서야 마음에 유쾌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것이 비록 사소한 일이지만 그 징조를 길러서는 안 된다.
하늘과 땅이 있은 뒤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하늘과 땅의 부여(賦與)를 받았으니, 역시 하나의 하늘과 땅이 되는 셈이다. 하늘과 땅이 도수(度數)를 상실하면 오행(五行)이 뒤바뀌고 사람이 떳떳함을 상실하면 오륜이 무너진다. 하늘과 땅의 몸으로서 하늘과 땅의 도수를 법받아 그 떳떳함을 상실함이 없으면 거의 사람이 될 것이다.
말[言]은 어긋나게 할 것이 아니라 이치를 분석해야 하며, 쉽게만 할 것이 아니라 자세함을 들어야 한다.
사람 대하기를 공손으로 하면 욕을 면할 수 있고, 사물 처리하기를 청렴으로 하면 화를 면할 수 있다.
충고 듣기를 풍류소리 듣는 것처럼 하고 허물 고치기를 도둑 다스리는 것처럼 해야 한다.
남을 이기려 하는 것이 가장 큰 병통이다. 구구한 담론(談論)으로 기세를 올리고 소리를 돋구어 남을 꺾으려 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남에게 뒤진 이가 도리어 유쾌하여, 남을 이기는 자보다 나은 것만 같지 못하다.
사람이란 선하든 악하든 춘풍화기(春風和氣)와 같이 대하여 여유작작해야 하고, 일이란 크든 작든 청천백일과 같이 처리하여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비루하고 난잡한 일은 눈에 접하지 말고 속되고 어긋난 말은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당(唐) 나라 이후로 세상 풍습이 말(末)만을 추종하여 글씨와 문장에 능한 것을 상등으로 치고 학문(學問)하는 것을 하등으로 친다. 소위 글씨에 능하다는 것은 해정(楷正)하고 고아(古雅)함을 이름이 아니라 서찰(書札) 따위에 능하여 그때의 형식에 맞추기만 힘쓰는 것을 이름이요, 문장에 능하다는 것은 평이하고 순수함을 이름이 아니라 부화(浮華)에 능하여 과거의 규정[科規]에 맞추기만 힘쓰는 것을 이름이다. 개중에 학문하는 이가 있으면 으레 비웃고 지목하여 마치 별다른 사람처럼 취급하고 있으니, 경솔하고 부화한 풍습은 늘 스스로 경계하고 반성해야 한다.
가사 재주와 지혜가 있더라도 마땅히 내부에 함축해 두었다가 쓰일 때에 써야 할 것이요, 조그만 재주와 지혜로써 스스로 나서거나 과시해서는 안 된다. 만일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아무 일을 잘한다고 하거나 아무 기술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남들이 바보로 취급할 뿐 아니라 자신이 도리어 비루해지게 된다.
의복은 비록 박해도 추위를 막을 수 있지만 행실이 박하면 마을에서도 용납되지 못하며, 음식은 비록 궂어도 시장함을 면할 수 있지만 마음이 궂으면 방안에서도 편안할 수 없다.
의상(衣裳)이 남루한 자를 보면 우선 업신여기는 마음부터 견제하여 말을 더욱 공손히 하면서 측은하게 여겨야 하며, 의상이 헌칠한 자를 보면 우선 부러워하는 마음부터 견제하여 뜻을 더욱 가다듬고 경계해야 한다.
마음은 군(君)이요 몸은 신(臣)이다. 어찌 신으로서 군을 속일 수 있겠는가? 만일 군을 속이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재앙이 따르게 된다. 마음을 속이는 자도 이와 같으므로 “혼자만이 아는 곳을 삼간다.[愼其獨]”는 것은 《대학》에서 훈계한 것이고, “방구석에서도 부끄럽지 않다.[不愧屋漏]”는 것은《시경》에서 경계한 것이다.
한 가지 사물에도 자신이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 혹은 남에게 배워서 깨닫기도 하는 것이니, 만일 깨달은 바가 있으면 마치 큰 이익이라도 얻은 것처럼 여겨 한평생 잊지 말아야 하며, 한 가지 허물에도 자신이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 혹은 남의 말로 말미암아 깨닫기도 하는 것이니, 만일 깨달은 바가 있으면 마치 무거운 짐이라도 벗어 버린 것처럼 여겨 한평생 스스로 기뻐해야 한다.
옛말에 “훼방을 종식시키기에는 변명하지 않는 것이 으뜸이요, 원망을 방지하기에는 다투지 않는 것이 으뜸이다.”고 하였다. 나는 변명하지 않고 다투지 않는데 남이 또 나를 훼방하더라도 담담히 모르는 척할 것이요, 절대로 변명하거나 다투어서는 안 된다.
무릇 사람을 대할 때 말이 너무 많으면 상대방이 잘 듣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말이 이중 삼중으로 되어, 마치 바람이 귓전을 스치는 것처럼 여겨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사리를 피력하고 골자만 들어서 간결하게 말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이렇게 하면 듣는 사람이 싫증을 느끼지 않고 말한 대로 전부 받아들여 실천하게 될 것이다.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구차스레 하지 말아 아무리 기한과 질병에 봉착하더라도 담담할 뿐이다. 그러나 진삼(陳三)이 갖옷[裘]을 퇴각하던 일과, 중자(仲子)가 거위[鵝] 고기를 내뱉던 행동은 혹 무던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와 같이 비뚤어지고 좁은 처사는 본받을 바가 못된다.
언어는 과도한 흥분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아무리 못난 하인배나 미천한 금수에게라도 혹 조그마한 분노로 말미암아 칼이나 몽둥이를 뽑아들고 위협과 질타를 가하면서, 내가 이것들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등의 언사를 써서는 안 된다.
참음으로써 노여움을 견제한다면 무슨 일인들 실패하겠으며, 부지런함으로써 게으름을 이긴다면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
간결함으로써 번거로움을 견제하고 안정으로써 움직임을 견제하는 것은 한평생 가슴에 간직하여야 한다. 이것이 정심(正心) 공부이므로 군자는 말은 간결하고 마음은 안정하다.
옛사람을 배우는 데는 실천하는 것을 공부로 삼아야 한다.
말을 간결하게 하고 걸음걸이를 신중하게 하여, 마음이 항상 한 일[一]자에만 있어야 한다.
소자(邵子 소옹(邵雍)을 이름)는 일찍이, 큰 추위가 있을 때 나가지 않고, 큰 더위가 있을 때 나가지 않고, 큰 바람이 불 때 나가지 않고, 큰 비가 올 때 나가지 않았으니, 배우는 이는 몸을 공경하는 것[敬身]으로써 으뜸을 삼아야 한다. 이는 내 몸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사랑하는 일이다. 만일 이 네 가지 나가지 않는 것[四不出]을 범한다면 부모의 걱정을 끼쳐 주는 바가 막심하므로 공자가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에 걸릴까를 걱정한다. [父母唯其疾之憂]”고 하였다.
[주-D001] 공자가 …… 적다 : 《논어(論語)》 학이(學而)에 보인다.[주-D002] 궂은 의복 …… 없다 : 《논어(論語)》 이인(里仁)에 보인다. ‘도를 의논할 여지가 없다[不足與言]’가 《논어》에는 ‘未足與議也’로 되었다.[주-D003] 성(城)과도 …… 구슬 : 귀중한 보배라는 뜻. 조 혜왕(趙惠王)이 화씨벽(和氏璧)을 얻자, 진 소왕(秦昭王)이 욕심을 내어 15성(城)과 바꾸자고 하였다. 그래서 인상여(藺相如)가 화씨벽을 가지고 진에 갔으나 진왕이 성을 주지 않고 구슬만 빼앗으려 하므로 인상여는 꾀를 써서 구슬을 완전하게 다시 조 나라로 가지고 왔다.《史記 卷81 藺相如傳》[주-D004] 수레[乘] …… 명주(明珠) : 값진 보배라는 뜻. 전국(戰國) 때 위 혜왕(魏惠王)과 제 위왕(齊威王)이 교외에서 만나 사냥할 때 위왕이 제왕에게 “왕에게도 보배가 있는가? 우리 나라는 작지만 수레 12대의 앞뒤를 비추는 한 치쯤 되는 구슬 10개가 있다.” 하니, 제왕은 “나는 유능한 신하 네 사람으로 보배를 삼는다.” 하였다.《史記 卷46 田敬仲完世家》[주-D005] 공자는 …… 공경하는구나 :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에 보인다.[주-D006] 진삼(陳三) …… 일 : 진삼은 송 휘종(宋徽宗) 때 사람 진사도(陳師道)를 가리키는 말인데, ‘삼’은 진씨 집안의 셋째 아들이란 뜻인 듯하다. 그는 동서(同壻) 조정지(趙挺之)가 탐오하다 하여 미워하였는데, 하루는 휘종을 따라 교사(郊祀)에 참여하게 되었다. 날씨가 추워 그의 아내가 조정지 집에 가서 갖옷을 얻어다가 입으라고 하니, 물리치고 입지 않고 갔다가 한질(寒疾)에 걸려 죽었다.《宋史 卷444 陳師道傳, 通鑑50篇詳節要解上》[주-D007] 중자(仲子) …… 내뱉던 행동 : 중자는 전국(戰國) 때 제(齊) 나라의 진중자(陳仲子)로 이름은 자종(子終). 어떤 사람이 그의 형에게 거위를 바치자 의롭지 못하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 후 그의 어머니가 그 거위를 잡아 함께 먹는데 그의 형이 밖에서 들어와 “그것은 먼젓번의 그 거위고기다.” 하니, 중자는 먹던 고기를 뱉었다. 이에 맹자는 그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고 하였다.《孟子 滕文公下》[주-D008] 공자가 …… 걱정한다 : 《논어(論語)》 위정(爲政)에 보인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재수 (역) |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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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집 제1권 / 시(詩) / 가을밤 비 내리는 속에〔秋夜雨中〕
가을바람 속에 오직 괴롭게 시 읊기만 / 秋風惟苦吟
온 세상 통틀어 알아주는 이 드무니까 / 擧世少知音
창문 밖에 내리는 삼경의 빗소리 들으면서 / 窓外三更雨
등잔 앞에서 만고를 향해 이 마음 달리노라 / 燈前萬古心
[주-D001] 가을밤 …… 속에 : 이 시에 대해 허균(許筠)은 “고운(孤雲) 최 학사(崔學士)의 시는 당말(唐末)에 있어 역시 정곡(鄭谷)이나 한악(韓偓)의 유를 벗어나지 못하여 대개는 경조하고 부박하여 후한 맛이 없다. 다만 이 절구 한 수는 아주 뛰어나다.” 하였다. 《惺所覆瓿稿 卷25 惺叟詩話, 韓國文集叢刊 74輯》[주-D002] 가을바람 …… 달리노라 : 참고로 다른 판본(板本)에는 ‘惟’가 ‘唯’로, ‘擧世’가 ‘世路’로, ‘萬古心’이 ‘萬里心’으로 되어 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9
첫댓글 제4회 함양전국휘호대회 명제
구 분 학생부(초·중·고등부)
<명제 ①②중 선택>
일반부 (대학생포함)/ 기로부(1954년 이전 출생자)
<명제 ①②중 선택>
한 글
초등부
① 함양상림
② 선비문화 함양고을
중·고등부
① 선비는 마음을 거울처럼 맑게 해야 하고
몸단속은 먹물처럼 곧게 해야 한다
-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 (1762-1836) -
② 선비의 청렴함은 마치 여인의 순결을
지키는 것과 같아 터럭만큼이라도
더러움이 있다면 평생 흠이 된다.
-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 (1762-1836) -
① 깊은 가을 초목들은 푸른 옥빛이 말끔하네
세간의 온갖 일은 이내 사라지는 것이니
숲속의 청풍아래서 술잔을 주고 받을 만하네
佔畢齋(점필재) 金宗直(김종직)(1431-1492)
- 大館林(대관림) -
②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재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못 들어 하노라
- 梅雲堂(매운당) 李兆年(이조년)(1269-1343)
- 多情歌(다정가) -
한 문
초등부
① 人香萬里 (인향만리)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② 學而時習 不亦說乎 (학이시습 불역열호)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