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복에서 관풍으로 한 해를 지내니 / 南服觀風度一年
쓸쓸한 나그네 회포에 귀밑머리 희끗희끗 / 羇懷蕭瑟鬢絲宣
말로의 위태로운 자취 참으로 가소로운데 / 危蹤末路眞堪笑
다만 헛된 직함 얻으니 십련은 분수에 넘치네 / 徒得虗衘侈十連
두 번째〔其二〕
영외에 별처럼 벌여 있는 빽빽한 군읍들 / 嶺外星羅郡邑稠
하늘이 구역을 열어 놓아 남쪽 지방 장대하네 / 天開區域壯南陬
아름다운 경관과 훌륭한 자취 내 말할 수 있어 / 瓌觀偉蹟吾能說
칠십 고을 낱낱이 노래로 읊노라 / 歷歷風謠七十州
세 번째〔其三〕
남쪽 지방 최고의 명승지인 금오성에 / 維南形勝最金鰲
패업은 아직도 남아 반월이 높구나 / 伯業猶留半月高
옥적과 계림은 천고의 일이니 / 玉笛雞林千古事
지금은 누런 잎 떨어져 쓸쓸할 뿐이네 / 只今黃葉落蕭騷
경주(慶州)는 신라가 도읍한 곳이니, 옛 이름은 금오성(金鰲城)이다. 반월(半月)ㆍ옥적(玉笛)ㆍ계림(雞林)의 일과 같은 것은 《삼국사》에 보인다.
네 번째〔其四〕
각간의 무예와 지략 신라 때에 떨쳤고 / 角干武略雄羅代
최설의 문장과 유학 사림에 우뚝하네 / 崔薛文儒聳士林
서악에 새로운 사당 개창한 뜻 / 西岳新宮開刱意
퇴계 선생의 몇 편의 시를 한번 보게나 / 試看陶叟數篇吟
각간 김유신 및 최치원, 설총은 모두 본주(本州) 사람으로 서악서원에 세 사람을 향사한다. 이에 대한 퇴계의 시가 있다.
다섯 번째〔其五〕
매월당이 은거한 곳엔 여전히 고사리 남았으니 / 梅月遺棲尙蕨薇
수양산의 깨끗한 절개 검은 승복(僧服)에 부쳤네 / 首陽淸節寄緇衣
당시에 심사 알아주는 이 없었는데 / 當時心迹無人解
담옹이 처음으로 은미함을 드러내었다오 / 直待潭翁始闡微
매월당(梅月堂)은 금오산(金鰲山)에 있었다. 김시습(金時習)이 거짓으로 미친 체하여 승려로 달아나 여기에 머물렀다. 율곡(栗谷)이 전을 지어 그를 백이(伯夷)에게 견주었다.
여섯 번째〔其六〕
잔잔한 시냇물 바닥까지 깨끗한데 / 溪水潺湲徹底淸
맑게 갠 옥산의 그림자 창공에 잠겨 있네 / 玉山晴影蘸空明
옛날 선현이 장수하던 곳에 / 前賢昔日藏修地
지금 봉을 노래하니 마음 편치 못하구나 / 歌鳳如今意未平
회재(晦齋)는 본 고을 사람이다. 을사사화를 만나 적소(謫所)에서 세상을 떠났다. 서원이 자옥산(紫玉山) 아래에 있다.
일곱 번째〔其七〕
자인현이 경주로부터 분할되어 나오니 / 慈仁移割自東京
작은 고을 숲에 의지해 성 하나 뿐이라오 / 小邑依林但一城
민간에서는 여장 놀이 전해지니 / 謠俗相傳女服戱
한공의 기이한 지략은 아직도 그 명성 남아 있네 / 韓公奇略尙流聲
자인현이 경주로부터 분리 설치되었다. 고려의 한종유(韓宗愈)가 이곳에서 왜적을 막았는데, 용사들을 모아 여장을 하고 가슴속에 칼을 숨기게 하여 마침내 대승을 거두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민간에 전해져 이 놀이를 하고 있다.
여덟 번째〔其八〕
이수와 삼산은 지형이 둘러 있으니 / 二水三山地勢紆
임고라는 아름다운 이름 명승지에 걸맞네 / 臨臯嘉號愜名區
높은 누각 부서진 것 참으로 안타까우나 / 高樓搥碎眞堪惜
조양각이 다시 호숫가에 있으니 다소 기쁘노라 / 差喜朝陽更壓湖
영천(永川)의 이름이 임고이다. 이수와 삼산은 바로 제영(題詠)한 시의 내용이다. 옛날에 명원루(明遠樓)가 있었는데 지금은 화재에 불탔고, 새로 조양각(朝陽閣)을 지었는데 자못 아름답다.
아홉 번째〔其九〕
영오의 지난 자취 본시 황당하니 / 迎烏往跡本荒唐
괴이한 전설은 자세히 알 수 없다오 / 怪說流傳不足詳
오직 땅이 신령하여 현철을 길렀으니 / 惟是地靈能毓哲
지금도 정공의 고향을 우러른다네 / 至今人仰鄭公鄕
영일(迎日)을 오천(烏川)이라 하니, 《삼국유사》에 나오는 영오의 일을 가지고 이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매우 허탄하다. 포은(圃隱)이 바로 이 고을 사람이다.
열 번째〔其十〕
동해에 천 년 뒤에 다시 곡강이 있으니 / 東海千秋復曲江
소주의 물색과 서로 짝할 수 있네 / 韶州物色可能雙
높이 나는 선학 지금 보기 어려우니 / 矯然仙鶴今難見
남은 문장 팔창에 기대어 홀로 읊조리노라 / 獨詠遺詞倚八窻
흥해(興海)를 곡강이라 한다.
열한 번째〔其十一〕
학성의 어느 곳에 태화루가 있는가 / 鶴城何處太和樓
지금 남아 있는 물색 없어 서글프네 / 惆悵今無物色留
관방으로는 이 부가 으뜸임을 알겠으니 / 認是關防玆府最
아름답게 꾸미지 않아도 무방하리 / 不妨雕飾任姑休
울산(蔚山)을 학성이라고 한다. 옛날에 태화루가 있어서 경치가 빼어나기로 이름났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좌병영(左兵營)이 본부(本府)에 있다.
열두 번째〔其十二〕
기립의 외로운 성 큰 바다 모퉁이에 있는데 / 鬐立孤城大海隈
큰 물결 넓고 아득하여 봉래산에 접해 있네 / 洪濤浩渺接蓬萊
때로 소봉대 위에 올라가 바라보니 / 小峰臺上時登望
저 멀리 구름 안개 끝없이 펼쳐졌네 / 極目雲煙萬里開
장기(長鬐)를 기립이라 한다. 소봉대가 고을의 남쪽에 있으니, 명승이라고 일컬어진다.
열세 번째〔其十三〕
거성에선 백운산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니 / 車城最說白雲山
원효는 언제 이곳에 머물렀던가 / 元曉何年住此間
장독(瘴毒)의 연무 항상 자욱함 이상할 것 없으니 / 莫怪瘴煙長晻靄
관사 지척에 바다가 고리처럼 빙 둘러 있다네 / 官齋咫尺海彎環
기장(機張)을 거성이라고 한다. 백운산이 고을의 서쪽에 있으니, 신라 시대의 승려 원효(元曉)의 옛 자취가 있다.
열네 번째〔其十四〕
내산의 누각 성황을 베고 누웠으니 / 萊山樓閣枕城隍
뛰어난 경치는 일찍이 동악집에 자세하다네 / 形勝曾於岳集詳
이미 멀어진 최선을 서글퍼하며 / 惆悵崔仙今已遠
해운대 옆을 홀로 서성이노라 / 海雲臺畔獨彷徨
동래(東萊)를 내산이라 부르니, 동악 이안눌(李安訥)이 제영한 것이 가장 많다. 해운대는 바로 최치원(崔致遠)이 예전에 노닐던 곳이다.
열다섯 번째〔其十五〕
일본의 대마도(對馬島) 일엽편주로 통하는데 / 馬島扶桑一葦通
어두운 분침에 요망한 무지개 가리웠네 / 冥冥氛祲翳妖虹
누가 알았으랴 십만 경예병의 뼈가 / 誰知十萬鯨鯢骨
모두 천병(天兵)의 창에 소탕될 줄을 / 盡入天戈蕩掃中
일본 대마도는 바닷길로 부의 경계에 연접한다. 임진년에 왜적이 침입했었는데, 천병에게 패하였다.
열여섯 번째〔其十六〕
농주산 아래 송공의 사당에 / 弄珠山下宋公祠
가을 풀 황량하고 참새 소리 슬프구나 / 秋草荒凉鳥雀悲
천고에 순수한 충정 어느 누가 같겠는가 / 千古精忠誰得似
수양의 두 사당이 필적할 만하다오 / 睢陽雙廟可同規
임진년의 전란에 부사 송상현(宋象賢)과 부산 첨사 정발(鄭撥)이 함께 전사하였다. 지금 충렬사가 있는데 이 두 분을 제향한다.
열일곱 번째〔其十七〕
영좌에서 언양이 가장 쇠잔하니 / 嶺左凋殘最彦陽
관청은 말처럼 작고 마을은 황폐하네 / 官居如斗里閭荒
반구대와 취서산의 사찰은 그나마 볼만하여 / 龜臺鷲寺差堪賞
때로 한가롭게 거니는 것도 괜찮다네 / 時得逍遙也不妨
언양(彦陽)에 반구대(蟠龜臺) 및 취서산(鷲棲山)의 금강암(金剛菴)이 있는데 모두 노닐며 구경할 만하다.
열여덟 번째〔其十八〕
양주에도 뛰어난 경관 많다기에 / 良州勝觀亦云多
쌍벽루에 오르고 사찰을 방문하였네 / 雙碧登來梵宇過
별도로 황산강(黃山江)이 노닐며 즐길 만하니 / 別是黃江遊可樂
여인네들 여전히 정포의 노래 부른다오 / 女郞猶唱鄭誧歌
양산(梁山)을 양주라고 부르니, 군에 쌍벽루(雙碧樓)와 통도사(通度寺)와 황산강이 있다. 정포의 ‘황산가’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전송된다.
열아홉 번째〔其十九〕
옛 이서국의 도주성에는 / 伊西古國道州城
비취빛 운문산 비 갠 해질 무렵에 아름답네 / 翠色雲門媚晩晴
헌납의 문장과 삼족의 의리이니 / 獻納文章三足義
산수가 정영한 기운 길러냄을 알겠노라 / 須知山水毓精英
청도(淸道)는 옛 이서국으로서 도주라고 부르니, 군에 운문산이 있다. 헌납(獻納) 김일손(金馹孫)과 그의 조카인 삼족당(三足堂) 김대유(金大有)가 모두 이 군 사람이다.
스무 번째〔其二十〕
번주의 동쪽 현성이 외로우니 / 藩州東去縣城孤
누가 장산을 보내 한 모퉁이에 붙여 놓았는가 / 誰遣獐山着一隅
이 지역 일찍이 합쳐진 것 알았으니 / 知是封疆曾合屬
순행 길에 잠깐 머뭇거려도 해로울 것 없다네 / 不妨巡節暫踟躕
경산(慶山)을 장산이라고 부르니, 대구 순영(巡營)의 동쪽에 있다. 왜란 후에 대구에 합속되었는데, 뒤에 다시 설치되었다.
스물한 번째〔其二十一〕
화산 고을 풍속이 순후하다고 다투어 말하니 / 爭說花山邑甚淳
천추의 정려문은 여전히 새 것인 듯하여라 / 千秋棹楔尙如新
정자에서 읊조리고 바라봄에 감회가 많으니 / 小亭吟眺偏多感
여전히 퇴계와 동춘의 훌륭한 자취 전하네 / 芳躅猶傳退與春
신녕(新寧)을 화산이라고 부르니, 고을에 효자와 열녀의 정려문이 많다. 옛날에 환벽정(環碧亭)이 있었는데, 퇴계가 제영(題詠)하고 동춘이 편액을 쓰고 기문을 지었다.
스물두 번째〔其二十二〕
마정산 앞에 현재가 조그마하니 / 馬井山前小縣齋
적라라는 이름 또한 좋구나 / 赤羅爲號亦云佳
상도에는 척박한 땅 많다는 것 알고 있으니 / 元知上道田多瘠
흉년에 백성들 걱정 참으로 심란하네 / 荒歲民憂正撓懷
군위(軍威)를 적라라고 한다.
스물세 번째〔其二十三〕
응천의 영남루 뛰어난 경치이니 / 凝川絶景嶺南樓
강좌에서 빼어난 고을 첫 번째로 손꼽힌다오 / 江左先推壯麗州
옛일은 여전히 나무꾼의 입에 전해지니 / 故事尙傳樵叟口
필옹이 남긴 은택 지금까지 남아 있네 / 畢翁遺澤至今留
밀양(密陽)을 응천이라 부른다. 부에 영남루가 있는데 청절(淸絶)함이 도내에서 유명하다.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집이 부의 서쪽에 있다.
스물네 번째〔其二十四〕
영표의 산천 모두 노닐 만하니 / 嶺表山川摠可遊
영취산이 맑고 그윽함 진즉 알았노라 / 早知靈鷲占淸幽
우뚝 솟은 청암산 높이 천 길이나 되니 / 靑巖屹立高千仞
한 면의 관방으로 요해처가 되었네 / 一面關防作控喉
영산(靈山)에 영취산이 있기 때문에 고을을 취산(鷲山)이라 부른다. 청암산은 고을의 동쪽에 있는데, 석봉(石峰)이 바다에 임하여 고을의 관방이 된다.
스물다섯 번째〔其二十五〕
빼어난 화왕 여러 성씨(成氏)들 잉태하니 / 火王雄秀孕諸成
도학과 문장으로 몇 분이나 이름을 떨쳤던가 / 道學文章幾蜚英
여덟 곳의 서당은 강로의 교화이니 / 八里書堂岡老化
현가 소리는 자유의 무성(武城)에 견줄 만하네 / 絃歌堪比子游城
창녕(昌寧)에 화왕산(火王山)이 있다. 그러므로 고을을 화왕이라고 한다. 청송(聽松)ㆍ우계(牛溪)ㆍ진일재(眞逸齋)ㆍ허백당(虛白堂) 등이 모두 이 고을을 본적으로 한다. 한강(寒岡) 정구(鄭逑)가 현감이 되어서 여덟 곳에 서당을 짓고 부지런히 학문을 권장하였다.
스물여섯 번째〔其二十六〕
비슬산 서쪽에 한 고을이 열렸는데 / 琵瑟山西一縣開
안개노을 깊은 곳에 누대가 찬란하네 / 煙霞深處映樓臺
종유와 의사가 빼어난 기운 받고 태어난 곳에 / 宗儒義士鍾靈地
태고의 순박한 풍속을 만회할 만하구나 / 太古玄風可挽回
현풍(玄風) 고을에 비슬산이 있는데, 한훤당(寒暄堂) 김 문경공(金文敬公)과 의병장 곽재우(郭再祐)가 모두 이 고을 사람이다.
스물일곱 번째〔其二十七〕
금호의 동쪽 가장자리가 바로 순영이니 / 琴湖東畔卽巡營
한 도의 중앙에 세운 것 공평하여라 / 一道中間建置平
호절과 인부를 찬 관찰사 새로 부임하였는데 / 虎節麟符新察使
긴 숲과 너른 들에 큰 성은 옛날 그대로이네 / 長林大野舊雄城
대구(大邱)의 감영은 금호 땅에 임해 있는데, 한 도(道)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스물여덟 번째〔其二十八〕
한가로운 여가에 몇 사람 데리고 / 暇日閒從小隊行
연경서원에서 새롭게 갠 풍경 완상하네 / 硏經院裏翫新晴
창암의 빼어난 풍광 진실로 그림과 같으니 / 蒼巖秀色眞如畵
도옹이 가장 평을 잘했음을 이제야 믿노라 / 始信陶翁最善評
연경서원은 부의 북쪽에 있는데 퇴계(退溪)를 제향하였다. 그 앞에 화암(畫巖)이 있는데 퇴계가 일찍이 제영한 시가 있다.
스물아홉 번째〔其二十九〕
문장은 서씨요 절개는 평양이니 / 文章徐氏節平陽
하악의 영기(英氣) 모여 사적에 빛나네 / 河岳鍾英簡策光
다시 팔공산에 남은 혼백 장렬하여 / 更有公山遺魄壯
천추의 명성 기후와 함께 영원히 전하네 / 千秋名共紀侯長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과 평양 박팽년(朴彭年)은 모두 이 고을 사람이다. 팔공산은 곧 신숭겸(申崇謙)이 충절을 지키다가 죽은 곳이다.
서른 번째〔其三十〕
가산에 새로 축성하여 관방을 설치하니 / 架山新築設關防
선왕조의 계책이 항상 원대함을 우러르네 / 每仰先朝計策長
우뚝 솟은 관아는 첩첩 산중에 의지해 있어 / 突兀官居依疊嶂
사시에 운무가 자욱하게 끼어 있구나 / 四時雲霧正冥茫
칠곡(漆谷)을 가산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성주(星州)에 속하였다. 인조(仁祖) 때에 산성을 쌓고 부사(府使)를 설치하였다.
서른한 번째〔其三十一〕
칠수와 오산은 옛날의 수동이니 / 漆水烏山古壽同
주서의 사당에는 여전히 청풍이 전해오네 / 注書祠廟尙淸風
우뚝 솟은 산봉우리라는 시구 길게 읊조리며 / 長吟立立峰巒句
홀로 노을 지는 지주에 기대어 있노라 / 獨倚斜陽砥柱中
인동(仁同)은 수동(壽同)ㆍ칠진(漆津)ㆍ금오산(金烏山)으로 불린다. 주서(注書) 길재(吉再)의 묘와 서원이 모두 부의 지역에 있고, 또 지주비(砥柱碑)가 있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 모두 나를 일으키네.〔立立峰巒摠起予〕’라는 것은 곧 어무적(魚無迹)이 금오산을 읊은 시이다.
서른두 번째〔其三十二〕
신라의 큰 고을 고타야는 / 雞林巨郡古陁耶
연하의 별세계이니 영가라 부르네 / 別界煙霞號永嘉
영호루 위에 글자 아직 남아 있어 / 留得映湖樓上字
현릉의 유적 지금까지 자랑하네 / 玄陵遺迹至今誇
안동(安東)은 신라의 고타야군(古陁耶郡)이니, 또 영가라고 한다. 공민왕(恭愍王)이 홍건적을 피하여 여기에 왔다가 영호루의 편액을 썼다.
서른세 번째〔其三十三〕
세 공신 옛날 고려왕을 보좌하였으니 / 三功臣昔佐麗王
높은 공로 당시에 누가 견주리오 / 巍烈當時孰比方
남은 경사가 여전히 후손에게 전해짐을 보니 / 餘慶尙看流遠裔
천 년 동안 제향함에 다시 사당을 같이 하네 / 苾芬千載更同堂
김선평(金宣平)ㆍ권행(權幸)ㆍ장길(張吉)이 고려 태조를 도와 공신이 되었다. 사당이 고을 안에 있다.
서른네 번째〔其三十四〕
여러 봉우리 동남쪽에 늘어서 있는데 / 羣巒簇簇列東南
별도로 청량산이 있으니 북두성에 닿을 듯 / 別有淸凉星斗參
신재(愼齋)의 당일의 뜻을 사랑하노니 / 愛取愼齋當日意
바른 이치를 가지고 불교를 배척하고자 하였네 / 要將正理闢瞿曇
순흥부(順興府)에 청량산이 있다. 옛날 모든 봉우리 이름이 불교어로 되어 있었는데,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이 이를 모두 고쳤다.
서른다섯 번째〔其三十五〕
청암의 높은 절개 어느 누가 견주랴 / 靑巖孰並臨危節
하곡은 난을 구제한 재주라고 사람들 말하네 / 河曲人稱濟亂才
사랑스러워라 저 학가산 한 면이 / 却愛鶴柯山一面
우뚝이 수양산 굽이에 곧장 접한 것이 / 巍然直接首陽隈
청암과 하곡은 곧 권벌(權橃)과 유성룡(柳成龍)이 살던 곳이다. 청음(淸陰) 선생이 병자호란 뒤에 물러나 학가산으로 들어가셨다.
서른여섯 번째〔其三十六〕
비옥의 동서는 부용국 같으니 / 比屋東西似附庸
고을 관아 그윽하여 산중에 구름 겹겹이네 / 縣居幽閴峽雲重
주진촌에 순후한 풍속 아직 남아 있으니 / 朱陳淳俗看猶在
성군이 지금 나오신다면 마땅히 봉함을 받으리라 / 聖作于今合受封
비안(比安)을 비옥이라 한다.
서른일곱 번째〔其三十七〕
천 척 높은 누대에 세속의 기운 없으니 / 高樓千尺絶塵氛
영남의 명소로 소문국(召文國)을 말하네 / 嶺左名都說召文
옥피리와 주렴의 뛰어난 음운 남아 있고 / 玉笛珠簾留逸響
빙산 석탑은 기이한 소문 전파하누나 / 氷山石塔播奇聞
의성(義城)은 옛날 소문국이다. 문소루(聞韶樓)가 있고 또 빙산 석탑이 있다. 피리와 주렴은 김지대(金之岱)의 시에 나오는 말이다.
서른여덟 번째〔其三十八〕
하양의 아름다운 경치 번화하기도 하니 / 河陽美景足繁華
곳곳마다 못가에는 예쁜 꽃들 피어 있네 / 處處池塘看艷花
반현의 풍류 어찌 독차지하리오 / 潘縣風流寧獨擅
봄철의 물색은 붉은 노을 비치누나 / 春來物色映紅霞
하양(河陽)에는 못이 많다.
서른아홉 번째〔其三十九〕
구산의 동쪽 경계 옛날의 화산이니 / 龜山東畔古華山
선학은 절벽 사이에 쌍으로 깃들었네 / 仙鶴雙棲絶壁間
시냇물 졸졸 흐르고 소나무 이슬 차가우니 / 石澗潺潺松露冷
낭풍과 현포 꿈속에 돌아오네 / 閬風玄圃夢中還
의흥(義興)을 구산이라고 한다. 화산은 현의 동쪽에 있다. 골짜기 어귀에 학소대(鶴巢臺)가 있다.
마흔 번째〔其四十〕
주방산의 기세 매우 깊고 그윽하니 / 周房山勢特深幽
파란 하늘빛 멀리 찬경루에 이어지네 / 霽色遙連讚慶樓
청부는 본래 상서로운 산자락이니 / 自是靑鳧祥應麓
삼한 땅 백대토록 아름다움 넘치누나 / 三韓百代衍嘉休
청송(靑松)을 청부라고 하니, 곧 소헌왕후(昭憲王后)와 인순왕후(仁順王后)의 본향이다. 주방산과 찬경루는 모두 부에서 경치가 좋은 곳이다.
마흔한 번째〔其四十一〕
관어대에서 한 번 채찍을 멈추고 / 觀魚臺上一停鞭
두 분의 부 읊조리니 흥이 절로 일어나네 / 二賦吟來興自牽
바닷가 고을에 기이한 경치 많음 아노니 / 知道海邦多異境
예주편 증보하는 것 해롭지 않으리라 / 不妨增補禮州編
영해(寧海)를 예주라 한다. 관어대가 부의 동쪽에 있으니, 목은(牧隱)과 점필재(佔畢齋)가 이 대를 읊은 부(賦)가 있다.
마흔두 번째〔其四十二〕
망망한 바다 땅이 끝나는 곳에 / 溟海茫茫地盡頭
야성은 외롭게 떨어져 산모퉁이에 부쳐 있네 / 野城孤絶寄山陬
용추와 적벽 모두 볼만하지만 / 龍湫赤壁俱堪賞
가장 좋은 것은 청심 제일루라오 / 最愛淸心第一樓
영덕(盈德)을 야성이라 하는데, 청심루(淸心樓)가 가장 유명하다. 용추와 적벽이 모두 현의 구역 안에 있다.
마흔세 번째〔其四十三〕
너른 창해를 곧장 압도하는 곳 바로 해아이니 / 直壓滄瀛卽海阿
봉송정 아래 만 그루 소나무 무성하구나 / 鳳松亭下萬松多
여러 최씨 주의 명족이란 말 듣지 못했는데 / 諸崔未見稱州望
태수는 어찌 법망에 옭아 넣었는가 / 太守何曾罥法科
청하(淸河)를 해아라고 한다. 봉송정은 고을의 동쪽에 있다.
마흔네 번째〔其四十四〕
죽계에 흐르는 물 발원함이 깊으니 / 竹溪流水發源洪
소백산 구불구불 산세 절로 웅장하여라 / 小白逶迤勢自雄
회복된 고을에서 충의를 알 수 있으니 / 忠義正可徵罷復
이후가 어찌 사육신의 풍도에 부끄럽겠는가 / 李侯何愧六臣風
순흥(順興)을 죽계라 한다. 시냇물은 소백산에서 발원한다. 부는 이보흠(李甫欽)이 단종(端宗) 복위를 꾀한 일로 혁파된 뒤에 다시 설치되었다.
마흔다섯 번째〔其四十五〕
만고의 뛰어난 경치 부석사요 / 萬古奇觀浮石寺
백 년의 남은 은택 백운사라오 / 百年遺澤白雲祠
신라 선사(禪師)의 자취는 금당이 있어 알겠고 / 羅禪跡認金堂在
주씨의 공로는 백록동(白鹿洞) 학규(學規)에서 징험되네 / 周氏功徵鹿洞規
부석사(浮石寺)는 부의 동북쪽에 있다. 세상에 전하기를 “신라 승려 의상(義湘)이 튕긴 돌이 금당으로 떠왔는데, 이에 따라 사찰을 짓고 ‘부석’이라 이름했다.”라고 한다. 문성공(文成公) 안유(安裕)는 바로 이 고을 사람인데, 주세붕(周世鵬)이 백운동에 처음 서원을 세우고 한결같이 백록동 서원의 규약을 따랐다.
마흔여섯 번째〔其四十六〕
퇴로께서 당년에 낮은 관리로 있던 고을이니 / 退老當年吏隱鄕
기천의 풍월 시문으로 표현하였네 / 基川風月繞詩章
무성의 현송 소리 지금도 성대하니 / 武城絃誦今猶盛
남긴 사랑 어찌 소백의 감당나무를 논하랴 / 遺愛何論召伯棠
풍기(豊基)를 기천이라 한다. 퇴계 선생이 이 고을을 다스린 적이 있다.
마흔일곱 번째〔其四十七〕
용주의 물색은 일찍이 익숙하게 들었으니 / 龍州物色慣曾聞
아직도 홍함허(洪涵虗)의 옛 기문 남았구나 / 尙有涵虗舊記文
안타깝게도 누대의 터 잡초에 묻혔는데 / 只惜樓墟蕪沒盡
공연히 물과 달이 남아 있어 고루 나눠 주네 / 空留水月與平分
용궁(龍宮)을 용주라 부르니, 함허(涵虗) 홍귀달(洪貴達)이 지은 기문(記文)이 있다. 옛날엔 수월루(水月樓)가 있었으나 지금은 허물어졌다.
마흔여덟 번째〔其四十八〕
보주는 본래 윤상의 고향이니 / 甫州元是尹祥鄕
도산과 가까워 더욱 향기를 입었네 / 地近陶山更襲芳
사람 떠난 지 백 년에 유훈은 남아 있으니 / 人去百年遺訓在
사시에 현송 소리 참으로 우렁차도다 / 四時絃誦正洋洋
예천(醴泉)을 보주라 하는데, 보주 사람 윤상은 경학으로 이름이 났다. 퇴계가 살던 도산(陶山)과 가깝다.
마흔아홉 번째〔其四十九〕
명승지인 강주 영남의 초입이니 / 名勝剛州嶺底初
구학정 깨끗한 경치에 백월비 글씨로다 / 龜亭淸景月碑書
하늘을 떠받드는 큰 절개 춘추대의이니 / 擎天大節春秋義
화옹의 정려문에 눈물 떨구노라 / 淚落花翁棹楔閭
영천(榮川)을 강주라 하니, 김륵(金玏)의 구학정과 김생(金生)이 쓴 백월비가 있다. 외증조 화포(花浦) 홍공(洪公)은 이 고을 사람이다.
쉰 번째〔其五十〕
봉성의 산세 가장 웅장하고 기이하니 / 鳳城山勢最雄奇
태백산 우뚝이 남쪽 지방을 진무하네 / 太白巍然鎭火維
은거할 만한 신선의 고장이라고 진즉 믿었는데 / 已信仙區堪作隱
다스리기 쉬운 순후한 풍속이라는 것도 알겠네 / 亦知厖俗易爲治
봉화(奉化)를 봉성이라 한다. 태백산이 현의 북쪽에 있다.
쉰한 번째〔其五十一〕
선곡의 명칭 사조의 선성(宣城)에 부합하니 / 善谷名符謝朓城
맑고 깨끗한 기운 모여 큰 선비 탄생하였네 / 獨鍾淸淑挺儒宏
곧바로 정맥을 가지고 수사를 따르니 / 直將正脉追洙泗
분분한 시인 묵객은 본받을 것이 못된다네 / 騷客紛紛不足程
예안(禮安)을 선곡, 또 선성이라 한다. 퇴계 선생이 이곳에서 대대로 살았다.
쉰두 번째〔其五十二〕
진해의 명산에 또 자양이 있으니 / 眞海名山又紫陽
붉은 절벽 옥 같은 물결에 금당이 비치네 / 玉流丹壁暎金堂
문순공의 시어는 지금도 어제 같으니 / 文純詩語今如昨
강하는 만고에 길이 흘러 그치지 않는구나 / 不廢江河萬古長
진보(眞寶)를 진해라 하니, 자양산(紫陽山)이 현의 북쪽에 있다. 두 번째 구는 퇴계의 시구이다. 문순은 퇴계의 시호이다.
쉰세 번째〔其五十三〕
군현 어지러이 몇 번이나 합하고 나뉘었는가 / 郡縣紛紛幾合離
익양으로 바뀌니 또 누구에게 물으랴 / 益陽移改又憑誰
남공의 기이한 행적이 사당에 남아 있으니 / 南公異迹留祠廟
그 향불 천추에 길이 쇠하지 않는구나 / 香火千秋永不衰
영양(英陽)을 익양이라 하니, 옛적에 영해(寧海)에 소속되었다가 금상(今上 숙종) 때에 다시 설치되었다. 현에 영의공(英毅公) 남민(南敏)의 묘가 있다.
쉰네 번째〔其五十四〕
상락은 천 년토록 옛 풍속 남아 있으니 / 商洛千年舊俗存
소재(穌齋)와 우복(愚伏)의 성대한 명성 세상에 떨쳤네 / 盛名穌伏早騰鶱
초가을 옥절 들고 일찍이 지났던 곳이니 / 新秋玉節曾過地
물색은 여전히 한 촌락을 지키고 있네 / 物色依然護一村
상주(尙州)를 상산(商山), 또 상락이라 한다. 소재 노수신(盧守愼)과 우복 정경세(鄭經世)가 모두 이 고을 사람이다.
쉰다섯 번째〔其五十五〕
드높은 조령고개 구름 위로 우뚝 솟았으니 / 鳥嶺岧嶢勢入雲
호남과 영남의 풍기 이곳에서 나뉘네 / 二南風氣此橫分
선유동의 수석과 용추의 소와 폭포 / 仙遊水石龍潭瀑
예로부터 이름난 경치로 손꼽힌다오 / 名勝由來必數聞
문경(聞慶)에 선유동과 용추가 있다. 조령은 현의 서쪽에 있으니, 호남과 영남의 요충지이다.
쉰여섯 번째〔其五十六〕
한 시대의 문광공과 권학사 / 並世文匡學士權
작은 고을 함녕에도 현인은 많다네 / 咸寧雖小也多賢
풍상 뒤에 꺾인 것 슬퍼할 만하지만 / 堪悲摧折風霜後
채로가 낙향하여 깨끗이 늙어감 기쁘노라 / 獨喜歸休蔡老全
함창(咸昌)을 함녕이라 한다. 문광공(文匡公) 홍귀달(洪貴達)과 교리(校理) 권달수(權達手), 나재(懶齋) 채수(蔡壽)가 모두 이 고을 사람이다. 홍귀달과 권달수는 연산군 때에 화를 입었고, 채공은 퇴직하여 늙어 수명을 마쳤다.
쉰일곱 번째〔其五十七〕
이름난 절 흰 구름 사이로 높이 솟았으니 / 名藍高出白雲層
금산의 고사 절로 징험되네 / 故事金山自有徵
빈 뜰의 노목은 몇 년을 지냈는가 / 老木空庭經幾載
지금까지 신령하게 신승을 말해 주네 / 至今靈異說神僧
금산 직지사(直指寺)에 고승 학조(學祖)의 기이한 행적이 있다.
쉰여덟 번째〔其五十八〕
천 년 반곡은 지세가 굽어 있는데 / 千年盤谷地形紆
구성은 본디 가장 깊고 외진 곳이라네 / 自是龜城最隩區
매로의 풍류 이제 적막하니 / 梅老風流今寂寞
기울어진 옛 담장에 차가운 혼 외로워라 / 古墻欹仄冷魂孤
지례(知禮)를 구성이라 한다. 천 년 반곡은 바로 옛 제영시이다. 매계(梅溪) 조위(曺偉)가 매화를 읊은 시가 있다.
쉰아홉 번째〔其五十九〕
아림의 맑고 빼어난 봉황대에 / 娥林淸絶鳳凰臺
다시 굽이굽이 휘감은 용연이 있다오 / 更有龍淵屈曲回
못 가운데 맑은 기운 맞이함이 가장 좋으니 / 最是潭心迎灝氣
눈썹 같은 산의 달그림자 물속에 일렁이네 / 一眉山月影徘徊
거창(居昌)을 아림이라 한다. 봉황대ㆍ용연ㆍ월담(月潭)은 모두 현의 명승지이다.
예순 번째〔其六十〕
봄날의 화림 경치 더욱 아름다운데 / 春日花林景益佳
수송대(愁送臺) 선경에서 그윽한 회포 쏟아내네 / 愁臺仙境寫幽懷
우뚝한 덕유산은 남쪽을 진압하니 / 魁然德岳爲南鎭
굽이굽이 내와 못 면면이 벼랑일세 / 曲曲川潭面面厓
안음(安陰)을 화림이라 하니, 수송대가 명승지이다. 덕유산이 현의 경계에 있으니, 내와 바위의 굽이굽이가 모두 벼랑이다.
예순한 번째〔其六十一〕
하동이 난세에 가시나무에 깃듦 가련하고 / 河東亂日憐棲棘
의사는 위태로운 때에 사수함을 생각하네 / 義士危時憶死綏
문득 원산을 향해 두 줄기 눈물 흘리니 / 却向猿山雙涕淚
은둔하던 남은 자취 지금까지 슬프구나 / 采薇遺跡至今悲
정일두(鄭一蠧)는 하동 사람인데 본 고을을 맡았었다. 곽준(郭䞭)은 현령으로 절의에 죽었다. 동계(桐溪) 정온(鄭蘊)은 병자호란 뒤에 원학동(猿鶴洞)에 은거하였다.
예순두 번째〔其六十二〕
산음에서 흥을 타고 갔던 일 다시 하니 / 偶作山陰乘興行
백화헌 위에서 눈이 유독 밝아지네 / 百花軒上眼偏明
명승지의 화려한 봄꽃 모두 차지하니 / 名區管領春華艷
가야 자사의 영광이 마냥 부럽네 / 剛羨伽倻刺史榮
성주(星州)를 가야라 한다. 백화헌은 바로 주의 동헌(東軒)이다.
예순세 번째〔其六十三〕
쌍계의 물빛 수염과 눈썹을 비추고 / 雙溪水色鑑鬚眉
희디흰 바위 절세의 자태 뽐내누나 / 白石皚皚絶世姿
가장 아쉬운 것은 토사에 본래 모습 묻혀 / 最恨崩沙埋本態
그윽한 구경거리에 맑은 정취 사라진 것이네 / 却敎幽賞减淸奇
주 안에 쌍계와 입암(立巖)이 있는데, 수석(水石)이 볼만하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무너져 내린 토사에 매몰되었다.
예순네 번째〔其六十四〕
기자(箕子)의 가르침 윤리를 폄에 있으니 / 箕敎由來在叙倫
일선에 유풍이 남아 있어 또 삼인이 나셨네 / 遺風一善又三仁
옹기종기 촌락은 땅을 이어 있는데 / 依依井落相聯地
야로의 고결한 덕행 가까이 있음을 즐거워하노라 / 冶老淸芬喜有鄰
선산(善山)을 일선이라 한다. 삼인은 김주(金澍)ㆍ하위지(河緯地)ㆍ이맹전(李孟專)으로, 야은(冶隱) 길재(吉再)와 함께 모두 선산부 사람들이다.
예순다섯 번째〔其六十五〕
사문에서 그 누가 점필재의 훌륭함에 비견하랴 / 斯文孰並畢齋雄
정학은 아직도 정박의 유풍을 전하누나 / 正學猶傳鄭朴風
천추의 벽혈 지난 일 슬퍼하며 / 碧血千秋悲往事
청산을 한번 봄에 새로운 공부 생각하네 / 靑山一面想新工
김점필재, 정붕(鄭鵬), 박영(朴英)은 모두 이 고을 사람이다. 점필재는 천양(泉壤)의 화(禍)를 입었다. 박영은 청산을 보고 도를 깨달았는데, 관련된 설이 고을의 지리지에 보인다.
예순여섯 번째〔其六十六〕
황옹의 정자 옥산 앞에 있으니 / 黃翁亭子玉山前
화정의 풍류는 물외의 신선이로세 / 和靖風流物外仙
성근 그림자 속에 화려한 자태 아름다운데 / 好是繁姿疎影裏
떨어지는 매화꽃과 날리는 눈발에 취해 쓰러진 장전(張顚)이로세 / 落花飛雪醉來顚
황기로(黃耆老)의 매학정(梅鶴亭)은 옥산의 동쪽 기슭에 있다. 황기로는 초성(草聖)으로 이름났다.
예순일곱 번째〔其六十七〕
옛 감문국 호리병처럼 작으나 / 甘文古國小如壺
지세는 그대로 네 고을의 중추라오 / 地勢仍爲四邑樞
남쪽의 길게 뻗은 숲 지금도 울창하니 / 南藪長林今尙鬱
백 년의 남은 은혜 강호를 추억하네 / 百年遺惠憶江湖
개령(開寧)은 옛날 감문국이다. ‘사읍추(四邑樞)’는 고을의 기록인 읍지(邑誌)에 보이는 말이다. 강호 김숙자(金叔滋)가 이 고을 수령으로 있을 때 나무를 심었는데 큰 숲이 되었다.
예순여덟 번째〔其六十八〕
흥취 일자 합주에서 놀고 싶어 / 興來思向陜州遊
해인사에서 술 한 사발 마시네 / 海印寺中酒一甌
무릉교로 고개 돌리니 꽃이 활짝 피었고 / 回首武陵花正好
피리 소리 맑게 홍류동에 퍼지누나 / 笛聲寥亮殷紅流
합천(陜川)을 합주라 한다. 해인사는 본 군의 이름난 사찰이요, 무릉교와 홍류동이 해인사의 동구에 있다.
예순아홉 번째〔其六十九〕
진경(眞景) 찾는 나그네 영천에서 묵으니 / 尋眞行色宿靈川
맑고 깨끗한 헌창에 수죽이 아름답구나 / 瀟灑軒窻水竹姸
태수가 풍류 있어 형제 함께 술잔 나누니 / 太守風流昆弟飮
동부와 옥절 서로 이어짐을 기뻐하네 / 銅符玉節喜相聯
고령(高靈)을 영천이라 한다. 내가 해인사를 지나면서 이곳에 묵었는데, 재종형 의상(宜相)이 이때 이곳의 현감으로 있었다.
일흔 번째〔其七十〕
팔계에 흐르는 물 더없이 깨끗하고 / 八溪流水十分淸
끝없는 구름과 안개 옛 성을 두르고 있네 / 無限雲煙護古城
모두들 말하기를 사가의 연구(聯句) 남아 있으니 / 共說四佳聯語在
이 고을 읊은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일컬어진다오 / 此鄕題品最稱精
초계(草溪)를 팔계라 한다. 서사가(徐四佳)가 읊은 시가 있다.
일흔한 번째〔其七十一〕
의춘의 풍경은 남쪽 지방에서 으뜸이니 / 宜春風景冠南隅
넓은 들판과 푸른 강이 기세를 더하네 / 大野滄江氣勢俱
슬프게도 시인은 이미 떠나고 없는데 / 惆悵詩人今已去
만천리에는 쓸쓸하게 정자만 남았구나 / 萬川蕭瑟一亭孤
의령(宜寧)을 의춘이라 한다. ‘대야창강(大野滄江)’은 옛 기문에 있는 말이다. 만천리의 십완정(十翫亭)은 정호음(鄭湖陰)이 거처하던 곳이다.
일흔두 번째〔其七十二〕
산해의 중간에 만상을 머금고 있으니 / 山海中間萬象涵
진양의 웅장함 영남에서 으뜸이라오 / 晉陽雄冠嶺之南
아름다운 기운 충만한 천 년의 땅 / 扶輿磅礴千年地
유람하는 이에게 전해주어 자세히 살펴보게 하네 / 付與遊人仔細探
진주(晉州)를 진양이라 한다. 웅장하고 부유함이 한 도에서 으뜸이다.
일흔세 번째〔其七十三〕
높은 촉석루 큰 강을 누르고 있으니 / 矗石樓高壓大江
하늘이 기이한 경치로 남쪽 지방을 진압하였네 / 天敎奇勝殿南邦
높은 성의 굳센 혼백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 危城毅魄今何處
빈 모래톱에 백조 한 쌍만 보이는구나 / 惟見空洲白鳥雙
촉석루는 큰 강 위에 있는데 그 중간에 성을 쌓았다. 임진왜란 당시 성이 함락되었을 적에 김천일(金千鎰) 등이 모두 전사하였다.
일흔네 번째〔其七十四〕
청학이 깃든 구름 속의 옥동 / 靑鶴幽棲玉洞雲
천 길 높은 두류산 기운이 왕성하여라 / 頭流千尺氣氤氳
문창후의 자취는 오래되어 글자만 남아 있고 / 文昌跡古空留字
명로가 사신 곳은 황폐하나 향기 남아 있네 / 冥老居荒尙挹芬
지리산은 일명 두류산이고, 산 속에 청학동(靑鶴洞)이 있다. 최 문창(崔文昌)과 조남명(曹南冥)이 일찍이 이곳에 살았다.
일흔다섯 번째〔其七十五〕
단구의 물색은 모두 시의 소재이니 / 丹丘物色摠詩材
곳곳의 시내와 연못 굽이굽이 휘도네 / 處處溪潭曲曲廻
한스러운 것은 일 벌이기 좋아하는 이 없어 / 最恨無人能好事
천 년 황학루(黃鶴樓) 부서지게 버려둔 것이라오 / 任敎千載鶴樓搥
단성(丹城)을 단구라 하니, 옛날에는 누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일흔여섯 번째〔其七十六〕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 관아를 둘렀는데 / 蒼松翠竹擁官居
삼기현 열린 지 몇 해나 지났는가 / 縣闢三歧幾歲餘
땅이 신산과 가까워 풍기 빼어나니 / 地近神山風氣絶
앉아 있노라면 채색 노을 옷자락에 스며드네 / 坐來霞彩襲衣裾
삼가(三嘉)를 삼기라 하니, 지리산과 가깝다.
일흔일곱 번째〔其七十七〕
남쪽의 우뚝한 성 수로왕의 도읍지이니 / 頟頟南城首露都
옛 나라 금관가야의 한 모퉁이 엄정하구나 / 金官舊國儼方隅
그 시대의 번화함 알고 싶거든 / 欲知當日繁雄事
용맹한 군사 만 명 거느리고 있었던 것 보라 / 看取豼貅擁萬夫
김해(金海)는 옛날의 금관국이니, 수로왕이 도읍한 곳이다.
일흔여덟 번째〔其七十八〕
겹겹이 늘어선 봉우리와 만경의 파도이니 / 列岫千層萬頃濤
병산의 작은 고을 오랑캐 해자를 누르고 있네 / 屛山小縣壓蠻壕
마을의 쇠잔함 심한 것이 안타까우니 / 可憐邑里凋殘甚
징세하는 사람 보내어 소동 일으키지 말라 / 休遣徵徭致繹騷
웅천(熊川)을 병산이라 한다. 첫 구절은 바로 옛 제영에 있는 말이다. 고을에 옛날에 왜관(倭館)이 있었으니, 왜국의 경계와 접해 있다.
일흔아홉 번째〔其七十九〕
합포는 남해의 높은 파도에 멀리 임해 있으니 / 合浦遙臨漲海層
진주 돌아온 고사 징험해 볼 수 있다오 / 還珠故事倘可徵
용이 서리고 호랑이 웅크린 천 년의 승경(勝景) / 龍盤虎踞千年勝
최 학사(崔學士)의 남은 자취에 달빛이 맑구나 / 學士遺蹤月色澄
창원(昌原)을 합포라 하니, 포구가 부의 서쪽에 있다. ‘용반호거(龍盤虎踞)’는 제영시에 있는 말이다. 부에 월영대(月影臺)가 있으니, 고운(孤雲 최치원)이 노닐던 곳이다.
여든 번째〔其八十〕
무릉의 봄물은 옛날의 도원과 같으니 / 武陵春水古桃源
동네는 맑고 그윽해 속세의 시끄러움 없구나 / 洞府淸幽絶世喧
고을은 피폐하나 민속은 예스러움 알겠으니 / 知道邑殘民俗古
공관이 산촌과 같은 것 무방하여라 / 不妨公館似山村
칠원(漆原)을 무릉이라 한다.
여든한 번째〔其八十一〕
파산의 서북쪽이 함주이니 / 巴山西北是咸州
삼수정 앞에 나무 그림자 빽빽하구나 / 三樹亭前樹影稠
노인들 아직도 어씨와 조씨의 마을 전하니 / 故老尙傳魚趙里
유풍에는 문목공(文穆公)의 아름다움 없어지지 않았네 / 遺風不沫穆公休
함안(咸安)을 함주라 한다. 어씨와 조씨 두 성이 이 군의 명망 있는 집안이며, 문목공 정구(鄭逑)가 군을 다스릴 적에 남긴 은혜가 있다.
여든두 번째〔其八十二〕
우산현 너무 작아 탄환과 같으니 / 牛山縣小似彈丸
흙집뿐인 어촌 피폐함이 눈에 가득하네 / 圩戶漁村極望殘
다만 바람과 안개 있어 한번 시흥 일으키니 / 只有風煙供一詠
바다는 끝없고 푸른 봉우리 빽빽하구나 / 滄溟無際碧峰攢
진해(鎭海)를 우산이라 한다.
여든세 번째〔其八十三〕
바다 가운데 외로운 섬이 기성이니 / 海中孤嶼是歧城
만 리의 구름 안개 끝없이 너르구나 / 萬里雲煙一望平
절경은 동양의 두 시를 보태었는데 / 絶景東陽添二詠
용재(容齋) 노인이 천고에 시의 명성 독점하였네 / 容翁千古擅詩聲
거제(巨濟)를 기성이라 하니, 용재 이행(李荇)의 십영시(十詠詩)가 있다.
여든네 번째〔其八十四〕
신라의 큰 고을 속함성에 / 新羅劇郡速含城
산세는 험하고 물은 감돌아 흐르네 / 山勢崚嶒水勢縈
학사루 근처에서 고적을 찾고 / 學士樓邊尋古蹟
용유담 가에서 진세의 갓끈 씻노라 / 龍遊潭上濯塵纓
함양(咸陽)은 옛날 신라 속함군(速含郡)이다. 군에 학사루가 있는데 최치원(崔致遠)이 올라 감상하던 곳이고, 용유담이 군 남쪽에 있다.
여든다섯 번째〔其八十五〕
산음의 물색 천고에 넉넉하니 / 千古山陰物色餘
환아정 위에서 머뭇거리노라 / 換鵝亭上爲躊躇
유상곡수는 깨끗하게 즐긴 일이니 / 流觴曲水淸歡事
계축년 모춘(暮春)의 풍경 비슷하여라 / 風景依俙癸丑初
산음(山陰)에 환아정이 있다
여든여섯 번째〔其八十六〕
쌍계의 석동에는 최선의 필적이 있고 / 雙溪石洞崔仙筆
목도의 강가 정자에는 정로의 시가 있다오 / 鶩島江亭鄭老詩
본래부터 하동은 명승지인데 / 自是河東名勝地
구름 안개 아침저녁으로 새로운 모습 보여 주네 / 雲煙日夕效新姿
하동 쌍계사에는 최치원의 필적이 있다. 목도(鶩島)의 강가 정자에는 일두(一蠧 정여창)의 제영시가 있다.
여든일곱 번째〔其八十七〕
천남의 명승지 소금강이라 일컬어지는데 / 天南勝地小金剛
구정과 홍문은 아득히 멀리 있구나 / 九井虹門遠渺茫
일찍이 해양은 신선의 소굴이었으니 / 曾是海陽仙子窟
광활한 창공에 채색 구름 길게 뻗어 있네 / 碧空寥廓彩雲長
남해(南海)를 해양이라 한다. 기문에 천남(天南)의 명승지라 하고, 또 소금강이라 하였다. 구정과 홍문에는 옛 신선의 유적이 있다.
여든여덟 번째〔其八十八〕
옥동과 금강은 아름다워 유람할 만하니 / 玉洞金江佳可遊
곤명의 명승지를 어느 누가 짝하랴 / 昆明勝境孰堪侔
긴 하늘 한결같이 푸르고 바다 광활하니 / 長天一碧滄溟闊
저 멀리 바람과 안개 속에 십주는 아득하여라 / 極目風煙杳十洲
곤양(昆陽)을 곤명이라 한다. ‘옥동에 안개 걷히고 금강에 물이 넓다.〔玉洞烟收 金江水闊〕’는 것은 제영시의 내용이다.
여든아홉 번째〔其八十九〕
사수는 굽이굽이 관아를 감돌아 흐르고 / 泗水逶迤繞縣齋
거북바위 높다란 벼랑에 우뚝 솟아 있다오 / 龜頭突兀挺高厓
작은 고을 벼슬살이 재미없다 말하지 말라 / 休言十室無官况
예로부터 시내와 산이 있어 경치 진정 아름다우니 / 自有溪山景正佳
사천(泗川)을 사수라 하니, 사수는 현의 남쪽에 있는데, 굽이굽이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 거북바위는 고을의 북쪽에 있다.
아흔 번째〔其九十〕
철성은 예로부터 접연의 고향이니 / 鐵城從古跕鳶鄕
장독(瘴毒)의 안개가 사람에 스며 수토가 해롭네 / 瘴霧熏人水土妨
지형은 공제(控制)하기 가장 적당하니 / 最是地形宜控扼
백 년의 영루 엄연한 요새로다 / 百年營壘儼關防
고성(固城)을 철성이라 하니, 통제영(統制營)이 여기에 있다.
아흔한 번째〔其九十一〕
늙어지니 공명은 한 푼어치도 못되는데 / 老去功名不直錢
우연히 온 번절 또한 인연을 따른 것이네 / 倘來藩節亦隨緣
감영에 쭈그리고 앉았으니 무슨 일 이룰까 / 營軒縮坐成何事
다만 영교편이나 읊어 끝마칠 뿐이라오 / 只辦吟完嶺嶠篇
아흔두 번째〔其九十二〕
일 벌리기 좋아하는 어느 누가 와유를 말하는가 / 好事何人說卧遊
종생의 아름다운 말 천추를 비추네 / 宗生綺語映千秋
영남의 아흔 고을 새로 지은 시편이 / 南州九十新詩韻
용면의 묘한 붓놀림 대신할 수 있을는지 / 替得龍眠妙筆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