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면 알겠지만 덩야핑은 키가 엄청 작았음. 149cm. 키가 작으면 당연히 팔다리가 짧고, 리치가 짧으면 탁구할 때 불리함. 같은 위치에서 남들은 손 뻗으면 닿을 공이 안 닿는 거니까ㅇㅇ
실제로 중국 탁구협회도 처음에는 덩야핑을 안 뽑으려고 했음. 실력은 좋지만 키가 너무 작으니까, 저 체격이 국제 대회에 먹힐지 확신이 없어서.
덩야핑은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미친 훈련을 하는데
- 테이블 두 개 붙여놓고 뛰어다니기
- 힘 기르기 위해서 항상 15kg 모래 주머니 차고 훈련 (남자 선수들도 못 버팀)
- 매일 14시간 훈련
- 10살 때 자기보다 대여섯살 많은 청소년 선수들이랑 연습하는데 지면 분해서 이길 때까지 함
남자 선수도 덩야핑이랑 경기하면 졌다고 함. 나중에는 남자 선수조차 덩야핑 체력을 못 따라와서 덩야핑vs남자 선수 2명으로 연습함.
이런 훈련을 매일 반복하다 보니까 "내가 이 정도까지 노력을 했는데, 사람들이 대체 무슨 수로 날 이기지? 내가 이길 수밖에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함.
그렇게 이룬 기록
- 92년, 96년 올림픽 여자 단식 복식 싹 다 금메달 (아직 아무도 이 기록 못 깸. 장이닝이 단식 2연패는 했는데 복식 2연패를 못함.)
- 세계 선수권 4번 출전해서 단식 복식 단체전 각각 3번씩 우승
- 1990년~1997년 동안 세계 랭킹 1위 (89년에 데뷔해서 97년에 은퇴함. 즉 데뷔한 직후부터 은퇴하는 날까지 세계 랭킹 1위였단 소리. 중간에 몇 주 2위였던 적 있음)
- 국제대회 통산 승률 90퍼 넘음 (여자 탁구에선 덩야핑 장이닝만 가지고 있는 기록)
- 최초의 여자 탁구 그랜드슬램
오죽하면 현정화 선수가 덩야핑 때문에 한때 은퇴를 생각했다고 함. 못 이기니까. (실제로 커리어 내내 덩야핑은 한번도 못 이김.)
애초에 중국 국적이 아닌 선수 중 덩야핑을 이겨본 사람은 거의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귀화한 선수임. 덩야핑을 이긴 사람 중 중국 출신 아닌 사람은 북한 유순복 1명밖에 없음. 91년 세계 선수권 때 남북단일팀으로 여자 단체전할 때 이김.
덩야핑이 젤 또라이인 이유는 롱핌플이라서.....일반적으로 롱핌플은 숏핌플한테 약한데, 저 당시에는 숏핌플 선수가 훨씬 많았음. 근데 덩야핑은 롱핌플 선수인데 승률이 저럼.
중국 여자 탁구 1인자 계보가 덩야핑-왕난-장이닝으로 이어지는데 현재도 여자 탁구 역대 최고 선수 꼽으라면 그래도 덩야핑>장이닝>왕난으로 줄 세우는 사람이 많음.
여튼 97년 덩야핑은 돌연 은퇴함. 근데 은퇴할 당시에도 세계 랭킹 1위였고, 은퇴한 후에도 중국 여자 대표팀 다 이김. 나이도 고작 25살이라 협회랑 사이가 안 좋아서 강제 은퇴 당했다는 말도 있었는데 본인은 아니래.
그리고 은퇴한 덩야핑은 칭화대에 영문학과에 특례 입학함. 5살 때부터 탁구만 해서 알파벳도 몰랐는데, 진도 따라가려고 하루에 14시간씩 공부을 함. 14시간의 굴레.....
칭화대 졸업한 덩야핑은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케임브리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땀. 케임브리지 800년 역사 중 프로 운동 선수가 박사 학위 딴 건 최초.
내가 덩야핑 독기 미쳤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거임. 올림픽 금메달 딸 선수라면 종목 불문하고 미친듯이 노력할 거고 14시간 훈련하는 삶 사는 선수 많겠지만...20년을 그렇게 훈련에 매진하면서 살아놓고 바로 14시간 공부하는 삶으로 바꿀 정도로 열정 넘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음....
졸업하고 IOC 선수위원, 언론인, 교수하다가 자기가 벤처 회사 차려서 사업한대.
어떤 기자가 "당신은 탁구도 오래 했고, 공부도 박사 딸 만큼 했고, 사업도 하는데 셋 중에 뭐가 제일 어려웠습니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덩야핑 대답이 "세상에서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안 되는 일도 하나도 없다" 이거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