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로 목을 폭 감싼 채 연 사흘 째 집에서지내고 있습니다. 코,목 감기가 든 탓이에요. 독감이나 코로나가 아니라 다행이지요. 요놈의 감기가 꽤 사람을 괴롭히네요. 감기에 좋다는 비타민c가 많은 귤을 무의식적으로 까먹고 있답니다. 고기도 먹어줘야 기운차린다는 생각에 쪽갈비도 끼니마다 찾아 먹습니다. 살아야겠다는 본능은 이리 열정적인데 언젠가 우리는 다 죽습니다.
많이 아픈 사람들을 상상하며 별 게 아닌 내 증상이지만요. 두통도 없고 오한이나 발열도 없으니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프지 않았으면 응당 다녀와야 했을 큰아버지 장례식에 다녀오질 못해 안타까웠지요. 큰아버지는 맏형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갖 고생을 다 하며 살다가 부인을 만나 자식 여덟을 낳아 길렀습니다. 하나 뿐인 아들에게 피땀으로 이룬 많은 재산을 미리 물려주었는데 일곱 딸들의 반란으로 아들이 받은 것에서 각각 조금씩 떼어주고 달랬다고 전해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큰아버지가 정신은 멀쩡한데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자 썩 좋지도 않은 요양원으로 모셨다지요. 몇몇 딸들이 울고불며 아버지 모시겠으니 적정한 댓가를 치뤄달라 했지만 타협이 안돼 요양원으로 보낸 뒤 반년도 안 돼 돌아가셨습니다. 향년 91세로요. 자세한 내막까지야 모르지만 자식들 뼈빠지게 키워봐야, 수많은 재산 줘봐야 그닥 쓸모없단 걸 느끼게 되는 현실이네요.
내가 살아있을 때 쓴 돈이 내 돈이라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겠다는 생각도요. 오늘 먹고 싶은 것 먹고, 만나고 싶은 이들 만나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마음 편히 유유자적 살 수 있으면 그게 참 행복이라 여깁니다. 가진것에 감사하는 지금을 살겠습니다. 소소한 웃음거리에도 함빡 웃을 줄 아는 지금을 누려야겠습니다. 지인들과 나누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내일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야겠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날의 나른한 오후, 미소퀸의 수다였습니다♡
첫댓글 요즘 감기가 독한가봐요
따뜻한 물 자주 마셔주고 하루빨리 호전되어 마음 편하게 좋아하는일 맘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씨익님, 씨익이 그 웃을 때 그 씨익인가요?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안 아픈게 최곤데 가끔 이리 아파봐야 건강이 최고인걸 더 느끼게 되네요. 연말연시 행복하게
보내셔요~~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