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이번 투어는 제 9번째 출발이고 3박4일 일정이다.
시작은 강원도 양양군 죽도해변에서 고성군 가진항까지 약 80여km 거리이다.
어제밤 한국인에게 기쁜 소식이 있었다.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여성 작가 "한강"님이 선정되었다.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는 평범한 하루였던 저녁에
참으로 놀랄 일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분의 소설중 "채식주의자"외에 다른 작품들을 읽지 않아 잘 모르지만
5.18광주민주항쟁이나 제주 4.3사건등 한국 근현대사의 큰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들이 있는데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강열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것이
노벨 문학상 선정이유라고 한다.
한글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 많지도 않으며,
세계 인구중에 한국의 인구도 많지 않고
최근에는 독서인구도 작아져 책 읽기를 멀리하는 형국인데
우리나라에서 한글 언어로 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고 자랑스럽다.
작가는 한때 블랙리스트 작가로 분류되기도 하고
그 분의 작품들이 학교나 관공서에서 퇴출되는등 시련을 격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사연도 있었다.
한국의 근현대사적인 사건이 한강작가 소설의 소제가 된것으로 인하여
이제는 좌우 모두가 소설로서 인정하고 축하 해 주길 바래 본다.
지난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아카데미 4관왕으로 선정이 되었을 때에도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웠다.이미 BTS나 강남스타일은 K음악으로 자리를 잡았고,오징어게임이나 미나리등 영화는 물런 K드라마에서도 인기를 얻어 K한류는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듯 하여 자긍심을 갖기도 했다.그런데 노벨문학상은 그 K한류의 정점인듯 하다.
이번 트레킹이 끝내고 돌아가면 작가님의 소설을 차분하게 읽어야 겠다.
- 걸었던 날 :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42~43코스.(죽도해변~3.8선휴게소~하조대~동호해변~수산항)
- 걸은 거리 : 19.2 km (약 32,000보, 5시간)
- 누계 거리 : 616.4km.
- 글을 쓴 날 : 2024년 10월 15일(화요월).
새벽 4시에 광주에서 출발하여 오전 10시경 강원도 양양해변에 도착했다.출발하면서 가져간 도시락을 꺼내어 죽도해변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침겸 점심으로 챙겨 먹는데 휴가차 야외로 피크닉을 나온 기분이다.그러나 어찌보면 마라톤이나 격투기 같은 큰 경기에 나가기 전 마지막 만찬 같은 음식이기도 하다.준비한 음식은 잡곡을 혼합한 밥에 묵은 김치와 멸치볶음 그리고 애호박찌게지만 분위기와 밥 맛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 보다 더 맛나다.이른 새벽 출발하기전에 후다닥 음식을 준비하고 챙겨와서 잠시나마 소풍 나온 기분을 만들어준 아내가 고맙다.
오늘은 42번과 43번코스인 양양해변에서 수산항까지 비교적 짧은 약 20여km 구간이어서 급하게 서둘 이유는 없었다.5시간 정도 걸으면 될 구간이여서 11시부터 4~5시까지 차분하게 걸어 볼 생각이었다.식사를 마치고 하조대를 향해 걷기 시작하여 오솔길로 접어 들어 가는데 뒤쪽에서 부지런히 걷고 따라 오는 중년 남성이 있었다.그간 트레킹중에 걷는 사람을 만나면 "수고 하십니다"라고 인사를 나누거나 가벼운 목례를 하고 지나친 경우도 많았는데 이분의 경우는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어 몆마디라도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네 수고 하십니다." 라고 인사를 나누고 속도를 맞추면서 대화를 하며 걸었다.이분은 금년 7월 4일부터 강화도에서 출발하여 서해랑 길을 남하 하면서 걸었고 그리고 남파랑 길을 동진하면서 완주하고 부산에서 이곳까지 92일째 연일 걷는 중이라 하셨다.어찌 이럴수가? 놀라 자빠질것 같았다.아마도 어떤 전문 등산가도, 아니면 어떤 탐험가나 특수부대 훈련도 이렇지는 않을 것인데 92일간 연일 걸었다고 하니 이해를 하거나 인정하기 힘들었다.도상거리로 서해랑길 1,800km와 남해랑길 1,470km를 걷고 해파랑길를 따라 이곳까지 620km를 걸었으니 도합 3,890km를 걸은 셈이다.더구나 짐어진 배낭도 무거워 보여 물었더니 25kg의 배낭이며 어제까지 1인용 텐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야영을 하였다고 하셨다.도대체 왜? 소리가 절로 나온다.사연이 있는듯 했다.나이는 61년생 나와 동갑이셨고 체중은 출발할 때 보다 13kg이나 빠지고 발톱은 8개가 빠졌으며 발가락이나 발바닥의 물집은 무수하여 말하기 곤란 할 정도라 하셨다.신발도 벌써 5번째 신발이라 하셨고 스스로 고난을 자처하시는 분 같았다.잠시 말문도 막혀 더 질문하기 어려웠다. 마침 편의점이 딸린 카페를 만나 같이 쉬어 가기로 하여 나무 벤치에 앉았다.그리고 트레킹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원한 차 한잔을 사 드렸다.그리고 아내는 약간의 간식과 저녁에 따뜻한 식사를 꼭 하시라고 약간의 여비를 드리고 우리는 먼저 일어나 출발했다.세상사가 마음 먹은데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인생이 꼬이지 않고 사는것이 쉬운 일이 아닌듯 했다.겸손하고 더 겸손해야 할 인생인듯 싶다.공자님 말씀에 "삼인행이면 필유아사"라 하셨는데 길 위에서 뭔가를 배우고 느낀듯 하여 숙연해지고 안타까웠다.다행이 그분은 폰 메모장에 나름의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다시 재기 하실것 같았다. 나는 그분이 어떤 깨우침과 용서, 그리고 화해하며 건강한 용기를 얻으시라 마음속으로 염원했다.
하조대 정자에 도착한다.양양 하조대는 명승 제68호로 지정한 문화재이다.하조대 주변은 기암절벽이며 주변은 노송이 우거져 빼어난 누각이며 시원하게 트인 동해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어 멋진 장소이다.고려말 문신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 은둔하여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는 혁명을 도모 한 장소이기도 하다. 하여 후세 사람들이 두 사람의 이름자를 따 와서 하조대라 부르고 절벽에는 "하조대"라는 글짜가 세겨져 있다고 한다.또한 하씨집안 총각과 조씨집안 처녀의 이루질 수 없는 애절한 사연으로 인해 이름지어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현판글 참고)
동해안은 이런 멋진 경관을 가진 장소가 많다.일이 작아지고 시간이 넉넉할 때 이런 경관만을 찾아 다니며 차도 마시고 명상을 하며 스케치도 해 보고 잠시라도 독서를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데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차 오르고 따뜻해진다.지금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조등대에서 찰깍!
하조대 해변
이번 여름 많은 사람들이 놀고 갔을 해변에 지금은 사람도 드물고 조용하다.나는 지금이라도 하조대 정자와 더불어 하조대 해변에서 수일간 머물러 놀고 싶기도 하다..청명한 하늘아래 푸른 동해 바다가 오늘은 더 멋지다. 동해는 이런 해변이 얼마간 거리마다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국토인가? 이제는 깨끗하고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일이다.
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에 하얀점은 작은 요트!
하조해수욕장 해변을 지나면서 다른 여러 해수욕장들이 이어져 있는데 중광정 해수욕장과 동호리 해수욕장이다.연달아 해수욕장을 지나는 길에 10월 가을 바람이 시원하고 지루하지 않으며 기분 좋은 걸음이다.푸른 바다 위에 작은 요트 한척이 떠 있는데 한폭의 그림이다.그리고 수산항은 요트의 항구이다.항구의 렌드마크 철제 다리도 요트를 닮았다.어느덧 오후 4시 무렵 수상항에 도착하여 9차 출정 첫날 트레킹을 마친다.이제 출발지였던 죽도해변으로 갔다.
지난번 8차 트레킹 당시 그냥 지나쳤던 죽도해변의 죽도정에 오른다.
죽도정은 새소리 바람소리도 쉬어 가는 곳이며 이제는 해파랑 트레커들도 땀을 식히며 쉬어 가는 곳이다.죽도정은 역사가 오래된 건물은 아니며 1965년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준공한 건물이고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누각 주변은 송림이고 아래로 내려가면 시누대나무숲이 둘러 쌓여 있어서 죽도정이라 이름지었나 보다.
죽도정 아래로 내려 가면 해안 절벽의 바위가 파도에 깍이고 닳아서 요상하고 괴상한 모습이다.어떤것은 조개를 닮기도 하고 어떤 바위는 동물을 닮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그중 선녀탕과 부채바위 그리고 신선 바위는 내려 가 볼 만하다.나는 죽도해변 해안 바위 군락을 사이를 걷고 주차장으로 돌아 왔다.이렇게 일과가 끝나갈 무렵 나의 농장 아래에서 논 농사를 짓는 장로님께서 전화를 하셨다.벼 베기 작업을 하면서 실수로 돼지농장의 식수 관로가 끊어 졌다는 것이다.아이구야~사고였다.돼지 4,000여두가 먹어야 할 식수 용수관이 끊어 졌으니 곧 바로 이어 주어야 하는데 농장 책임자는 휴무일여서 퇴근 한 상황이고 농장은 외국인 네팔 직원만 2명이 근무중이다.다행인것은 네팔 직원 모두 한국말 대화가 가능해서 여러번의 긴 설명으로 다행스럽게 끊어진 관로를 연결했다.이렇게 농장은 수시로 어떤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하여 외부에 나와 있으면 늘 긴장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숙소 뒷 골목 노포 맥주집에 들러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 일과를 마쳤다.
2024년 10월 15일(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