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읽어준 책
-두두스토리 호기심 자연관찰세트 중 『누구 똥일까?』
:처음 만나는 아이들이니 가볍게 시작하기에 좋을 것 같아서 먼저 읽어줌! 아이들 대부분이 제대로 볼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림을 말로 설명해주며 진행.
- 피터 래빗 이야기(비아트릭스 포터/프뢰벨)
:위 책이 토끼똥으로 끝나서 토끼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하고 시작! 앞을 바로 볼 수 있는 친구가 없어서 중간에 서서 그림 보여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여겨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간략버젼으로 들려줌.
-께롱께롱 놀이노래 중 나무 말놀이
:잠시 쉬어가느라 나무 말놀이~ 선생님들의 호응도가 6학년에 비해 훨씬 떨어져서 오래 즐기지는 못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서정오 글, 박경진 그림/보리)
:옛날이야기는 잘 듣는 것 같다고 들어서 기대를 갖고 천천히 진행,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 물건들도 하나하나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들이 잘 들었을까?
마지막으로 시간이 조금 남아서 똥구멍 말놀이를 했더니 선생님이 키득키득대신다. 아이들도 말하려 노력하는 아이가 있어서 기다렸고 단순히 말을 따라할 줄 아는 아이는 짧은 답을 말하고는 다시 자기의 세계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얼마나 이 시간을 즐겼는지는 전혀 모르겠다.ㅠㅠ
(6명 모두 참석)
2.후기
오늘 난데없이 스케줄이 바뀌었다. 내 담당인 6학년을 막 마치고 나오니 담당샘이 '지금 바로 4학년 교실로 가시면 됩니다!'라고 말씀하셔서 (4학년은 원래 다다음 시간이었던터라 윤미씨는 아직 안온 상황.) 정신없이 6학년 읽어준 책을 그대로 들고 4학년 교실로 향했다. 근데 왠걸!!! 이 아이들은 모두 너무 중증.. 이러면 초등 저학년 책을 들고 와야하는건데 내가 들고 간 책을 보고 좀 당황.. 그래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는 읽어주는데 앞을 바로 볼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이러면 중간에 서서 읽어주는게 아무 소용이 없네..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어떻게든 아이들 시선을 찾아 한 명 한 명 보여주었다. 있는 힘껏 아이들에게 다가가보려 노력했지만 내 담당인 6학년도 이제 겨우 개개인의 특징에 대해 조금 파악했는데 하루만에 처음 본 친구들을 파악할 수는 없지.. 시작 전에는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당연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엄청난 오만. 오늘은 어찌저찌 지나가기는 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첨 보는 아이들을 보며 또 그들의 불편함을 보며 내가 당황했듯이, 그들 역시 첨 보는 나를 보며 첨 겪는 나의 책읽어주는 방식을 보며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런 당황은 처음 시간에 겪는 일인데 중간에 급히 일시적으로 배정되며 또 같은 일을 겪게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혹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소리를 마구 내어 정말 정신없이 읽어주게 되었는데 평소에 아이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들었던터라 대체 뭐가 뭔지 머릿속이 핑글핑글 돌았다. 물론 이 아이들 중 누군가는 다 알아듣고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아이들의 반응에서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ㅠㅠ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비장애인 아이들에게도 역시 우린 가혹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개개인의 특징이 어떤지 살피는 것보다 책 듣는 아이들은 책 들으러 왔으니 이래야지! 하는 나의 기준에 맞춰 아이들을 판단하였었다. 책읽어주기 활동에 있어서 어쩌면 장애아가 더욱 행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비장애아에게 읽어줄 때도 한 명 한 명 살펴볼 생각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그리고 이 활동을 10년을 하든 20년을 하든 첫만남은 당황할 수 밖에 없고 서로 적응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빡시게 느꼈다. 그 동안은 나는 왜이렇게 제대로 못할까... 생각했는데 이건 당연한 이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든 활동이 실패했다 성공했다가 아니라 오늘은 이 아이들을 얼마만큼 더 알게 되었는지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
첫댓글 고생하시네요~ 안개 속을 헤매지만 언젠가는 뭔가 손에 잡히겠죠? 선구자적인 활동!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