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막연하게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했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폼나보이고, 멋져보여서 도전.
검색해 보니 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면 된다길래 신청했지만, 지금 내 수준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수영을 이렇게 못했나? 내가 물을 이렇게 무서워 했나? 나는 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걸 그대로 하지를 못하지? 내가 이렇게 몸에 균형이 안맞는 사람인가? 나는 왜 무릎이 안돌아가지? 나는 왜 물에서 허우적대지? 왜 뜨라고 하면 가라앉고, 가라 앉으라고 하면 뜨기만 하지?' 라는 생각에 교육 받는 순간 순간마다 좌절. 좌절을 넘어서 진심으로 자괴감이 들었어요.
심지어 입영, 잠영, 중량물은 6회차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동안 수영장 한번도 안가고 무턱대고 이 교육을 듣는 사람은 저 밖에 없었을 거에요.(이러고 수영장에 왔다는 사실에 새삼 강사님들께 죄송하단 생각이 드네요…)
다니시는 수영장에서 마스터반에 거의 대표주자 역할을 하시는 분들에, 다이빙 자격증 있으신 분, 선수 출신, 체대 출신, 스킨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에 바다수영 5Km 즐기시는 분, 수영복도 여러 벌씩 가지고 오전 수업 오후 수업, 토요일 수업, 일요일 수업 마다 다르게 입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대화도 수영장 중심. "어디사세요? OO살아요. 아. 거기 근처에 늦게까지 자유수영 가능한 수영장 있잖아요~" 다들 수영에 진심이신 분들이었죠. 아 내가 수영 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는 거구나 싶었죠.
아무튼, 아무리 해도 과락 과목이 안되니 시험 전 날은 안되더라도 그래도 일단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냥. 갔습니다. 한번씩만 성공하면 소원이 없겠다 라는 마음으로 갔는데 왠걸. 진짜 딱 한번씩 성공을 했어요. 주중에 3m풀 수영장 찾아서 연습을 해서인지, 밤에 자기전에 30분씩 고관절 스트레칭을 해서인지.
7회차 교육날 집에 돌아오면서 너무너무너무 뿌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시험 날은 극도의 긴장과 초조함과 과연 잘 할 수 있을것인가. 살면서 몸 쓰는 실기 시험을 처음 보는 거야!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라는 떨림에 진정이 안되더라구요.
그래도 어찌어찌 "19번 송명숙"을 외치며, 여러 과목을 시험을 모두 마쳤는데, 그 순간을 잊을수가 없네요. 아니 꼭 기억해야 겠다 싶었어요. '와, 내가 이걸 했네, 해냈구나' 라는 생각과 진심으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인생에 이런적이 있었나 싶은데, 내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잘했다고 힘껏 칭찬해주고 싶은 감정이 몽글몽글 올라왔어요.
진짜 주말 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러 가면서, 버스를 타면서, 수영장에 걸어가면서, 내가 여길 왜 가지? 라는 생각이 들고, 선생님한테 이번 한 타임만 쉰다고 할까? 여기까지 했으면 되지 않았나? 내가 공개적으로 이걸 따겠다고 다른 사람하고 약속한것도 아니고 이 자격증이 있다고 내 생활이나 업무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끝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매 순간 밀려 왔는데,
오늘만 버티자. 이번 한번만 버티자. 라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그냥 하자.가 정답이었습니다.
포기하지 말자. 서두르지 말자를 속으로 100번도 더 넘게 외치면서 시간시간을 넘기고 버텨온 그 과정이 진짜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자격증을 따서 기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버티고 지난 온 성취감이 말도 못할 기쁨을 주네요.
정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응원해주신 동기님들과 될 때가지 애써주시고 안될때마다 저보다 더 안타까워 해주신 강사님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위로와 응원과 멘탈관리와 등등등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구하는 일과 책임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어설프게 물에서 까불지 말자는 다짐도 했습니다. 아. 끝으로 허세와 가오를 세우려고 해도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하단 교훈도 얻었습니다. ㅎㅎ
다들 너무 고생하셨고, 앞으로도 같이 수영도 하고 서로 응원도 해주는 동기들로 끈끈하게 잘 지내면 좋겟습니다!!
첫댓글 막판에 저 앞줄에서 잠영을 성공한걸로 아는데.... 제가 너무 기뻤어요. 몇번에 갔냐는 물음에 13번에 갔다면서 웃는 모습도 예쁘구요. 7일이면 떨어졌을텐데 8일이여서 성공한 7전8기 송명숙!!!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 :)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화이팅 해주셔서 힘이 많이 됐습니다! 저희 반 잘 이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욧^^
7일간 끊이지 않고 노력했던 것이 8일차에 빛을 발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자격증 따셨으니...이제 수영장도 자주 가시면서 의미 있게 사용하시길 바라요! 후후
고맙습니다 :) 진짜 무턱대고 도전했는데,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수영 꾸준히 열심히 할게요! 진짜진짜 감사드려요~ ㅎ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분명 종국엔 모두 해내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8일차 검정날 제가 강사님들 중 제일 먼저 도착해 걸어가는데 휴계터에 고개를 푹 숙인채 앉아계신 모습이 눈에 들어와 잘 할 수 있을거라 제 기를 나눠드리고 갔는데...
덕분에 저는 그 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능...ㅋㅋ
8일간의 힘들고 고달픈 여정 잘 이겨내셨고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으심을 축하드려요.
앞으로 명숙님의 수영인생에 이번 교육과정이 좋은 터닝포인트가 되어 삶과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술 잘 받으시고 완쾌되시길 더불어 소원하겠습니다.😊😊😊
맞아요 ㅎ 아침에 강사님 기운과 응원 받아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 와중에 자동심장충격기 패드 잘못 붙여서 죄송합니다;; 강사님께 고구마 100개를 ㅠㅠ 100개만 드렸을까요… 허허허. 머리로는 알겠는데, 진짜 뭘 할려고만 하면 순간 머리가 백지화… ㅠㅠ
많이 답답하기도 하시고 힘드셨을텐데, 끝까지 애써주셔서 진신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좋은 에너지 주셔서 잊지 못할 거에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24-04송명숙 우허허허...
CPR 시험보실 때 옆에서 패드 얼렁 세로로 고쳐드리고 싶었다능...
그런데 가로로 붙인다고 아주 틀린건 아니니까 저는 크게 염려하진 않았답니다.ㅎㅎ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이 늘 최우선이고 가장 중요한거니까 건강 잘 돌보시고 우리 언젠가 물있는 어떤 곳에서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요...ㅎㅎ
좋은 하루 되세용...😊😊😊
와~~ 정말 추카드려요. 정말 7전8기네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 멋집니다!!!
이번 인명구조 교육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름은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얼굴과 열심히 교육받던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좀 더 도와드리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건강하십시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