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남파랑길 15번째 트레킹을 떠나는 날이다.
이번에는 남파랑길 남해구간 39번코스와 40번코스를 걸어 볼 계획이다.
이번에는 느긋하게 출발하고 여유롭게 걸으며
남해군 코스를 음미하며 걷고 올 생각이다..
출발하기전 이틀동안 걸어야 할 코스를 미리 탐색하고
출발전 여행 머릿글을 써 둔다.
- 걸었던 날 : 2025년 11월22일(토요일)
- 걸었던 길 : 남해구간 39~40코스 (창선교~물건리방조어부림~물건마을버스정류장~동천~내산저수지~전망대~천하몽돌해변입구)
- 걸었던 거리 : 27.4km.(42.000보, 7시간)
- 누계거리 : 601.4km
- 글을 쓴 날 : 2025년 11월 27일.( 목요일)
오전 9시 남해군 상동면사무소 쌍향수(雙香樹)가 인상적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해안가로 향했다.
오늘은 천천히 걷기로 한 날인데 과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남해군 상동면과 창선면 사이 좁은 해협은
물길이 빠르고 수심이 낮아 죽방렴이 여러곳에 설치되어 있다.
죽방렴의 역사는 500년이 넘는 전통어로 방식이다.
지역에서는 "대나무 어사리" 라고도 부르고
이 시설에서 잡힌 멸치는 죽방멸치로 유명하다(현판글 참고)
먼 옛날 아버지에서 그의 아들로
또 그의 아들에서 아들로 이어 온 남해바다 "대나무 어사리"
그 대나무 울타리에서 건진고기는 식량이 되고
경제가 되어 어민들의 삶이 되었으리라.
휘엉청 보름달이 뜨면 달빛에 노닐던 멸치는
대나무 울타리에 모여 들었을 것이고
시꺼먼 그믐달이 사량도 지리산에 걸리면
멸치는 삼천포 앞 바다에 머물다가
바람 불고 파도 치는 날 더 많이 모여 들었을 것이다.
죽방렴은 2025년 현재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어로방식이며
이 신통방통한 대나무 어사리는
남해 어민의 삶이고 문화인것이다.
죽방시설을 보기 위해 데크길로 들어 가고
지금은 바닷물이 멈춘 만조시간
갈메기는 죽방 울타리 나무에 하가로이 앉아
나그네를 관찰하고
둥그런 대나무 울타리에 바닷물이 가득하다.
온갓 고기와 멸치 그리고 문어까지 들어와 있기를 기대를 해 본다.
오늘 걷는 코스는 "남해 바래길" 코스이기도 하다.
바닷가를 마주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시인은 말했다.
"깊고 푸른 바닷속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 몰래 건내주고
막 돌아오는 길인가 봐
얼굴이 저렇게 단감인걸 보면"
오늘은 나의 얼굴도 단감처럼 보일것 같다.
남해 청소년 수련원을 지나고
잔잔한 바다는 촘촘한 그물처럼 살랑거렸다.
그 해안을 걷는 나그네는 미풍에 설래였다.
움직이는 갈대숲을 보고
어릴적 솎음산 아래 큰 냇가에서 놀던 시절을 추억했으며
가을이 물든 가로수를 보며 걷는 걸음이 가볍다.
동천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 가는 제방길
이제 막 심은 가로수 사이프러스가 크면
이 길도 멋진길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내동천 마을로 스며든다.
내동천 마을은 팔랑개비 마을이다.
페트병으로 만든 팔랑개비를 마을 진입로에 연달아 꽂고
바람개비 마을을 만들었다.
"꽃씨를 보내주세요! "
"당신의 꽃밭을 만들어 드립니다"
라는 광고 현판도 만들어 세웠다.
"지구 한귀퉁이 작은 섬마을에서
당신의 꽃밭을 위해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풀을 뽑습니다."
라고 적혀 있어
잔잔한 감동이 밀려 온다.
내륙으로 들어와 내동천 마을과 낮은 야산을 넘어
남해 독일마을 앞 해변에 이르고
나는 독일 마을의 전경을 먼곳에서 카메라에 담아 본다.
작은 배 한척이
잔잔한 바다를 가르며
물건리 해안으로 들어 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명화의 한 장면 같다.
물건리 방조어부림에 들어 선다.
이곳 방조림은 천연기념물 제 150호!
방조어부림은 바닷물이 넘치는것을 막고
농지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적 숲이며
이것은17세기에 만들어졌으며 방조림과 어부림 역활을
하고 있어 "방조어부림"으로 부른다.
(현판글 참조)
나무는 활엽수인 팽나무와 참느릅나무,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둘래가 큰 이팝나무등으로 이루어진 숲이다.
숲의 데크길은 가을이란 계절이 흥건히 젖은 모습인데
나는 그 데크길을 행복하게 걷는다.
물건리 해변전경 4
방조어부림 전경 5
방조어부림 6
독일마을 입구에서 남파랑길 39번코스를 끝냈는데 낮12시!.
40번코스를 이어 걷기로 하고
독일마을에 들어 간다.
다시 오기 쉽지 않은 남파랑길과 남해 바래길,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고 멋진시간이어다. 걸을 수 있을때까지 걸어 보기로 한다.
그래 더불어 이 멋진 가을을 걸어 보자!
1960대 가난했던 시절
가족의 부양을 위해 젊은 광부와 간호사는 독일로 떠났다.
그들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초석이 되었고
그들의 피와 땀은 대한민국의 역사 입니다.
(돌 비석글을 요약)
독일 마을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가 돌아와서
2015년 처음 정착한 마을이다.
지금은 이국적인 풍경과 멋진 경관으로 유명 관광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곳이 되었지만
정작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착한 분들의 여생이 편안하고 행복하시길
기대 해 본다.
1960년대!
내가 태어났던 시기!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세대들
그분들의 힘들었을 삶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고,
그들의 피와 땀 그리고 고독과 눈물은
잊혀지지 않아야 할 역사이다.
독일 마을 위에서 내려다 본 물건리 해안 전경 7
독일 마을 작은 가게에 들어가
독일 생맥주 한잔과 소세지을 하나씩 먹고
뜨거운 커피 한잔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붉게 불이 난 가로수 길을 걷고
"꽃내 화전 별곡" 길을 걷는다.
하늘의 끝,땅의 변두리,
한 점 신선이 사는 집
왼쪽은 망운산이고, 오른쪽은 금산,봉내와 고내 흐르고
산천이 기묘하게 뛰어나 호걸과 준사들이 모였나니
인물이 번성했네!
아! 어떠합니까?
풍류와 주색을 즐기는 한 시절의 인걸들,
아~ 나까지 몇분입니까?
- 화전별곡 중 제 1장, 자암 김구(1488~1534 )
걷다가 현판의 멋진 글을 적어 본다.
꽃내 화전 별곡길이며
산중으로 들어가는 하천길을 걷고~
하천의 코스모스와 갈대가
아름다운 길을 즐기며 걷는데
가을의 상서로운 분위기는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아~ 어찌 합니까?
벅차오르는 감정들을 삭히며 걷고,
산중호수 내산지(內山池)에 이른다.
내산지는 남해군의 금산(704m) 동쪽 골짜기 산중호수이며
남해 생태공원과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목의 저수지이다.
명경지수 내산지 주변에도 단풍의 향연이다.
내산지 옆 "바람의 흔적 미술관"에서
버스킹 음악회를 시작하는 음성이 들린다.
미술관은 개인 미술관인듯 하다.
내산 저수지를 지나면 약 8km 구간의 임도를 등산하며 횡단하는데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임도는 잘 다듬어진 자갈길이며 조용하고 멋진 "남해 바래길"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걷는 사람들도 만났다.
전망대를 거쳐 하산을 하여 천하 몽돌해변에 이르고 40코스를 마친다.
천하몽돌해변은 이미지 보다 더 작은 마을이다.
트레킹을 마치고 카카오앱 택시를 이용
시작점으로 이동하면서 택시기사님으로부터
현지 맛집 추천을 받았고
상동면 "우리식당"으로 갔다.
상동면 "우리 식당"은 50년전 멸치 쌈밥을 최초로 개발한 79세 할머니의 식당이다.
요새말로 멸치쌈밥 원조식당이다.
어떤 한 분야에서 수십년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오래동안 순수한 모습으로 일관되는 분은 많치 않을 수 있다.
다소 한가하셨는지 우리곁으로 와서 말씀하시길
"나 여그 스물일곱에 시집와서 52년째 식당을 하고 있고
연 매출은 20억쯤 허고 있어!"
라고 말씀하신다.
"오메~ 우리 할머니 큰 부자시내요?" 라고 했더니
"그리고 여그 저그 봉사도 하고 그래!"
라고 말씀하신다.
자신감에 찬 음성이셨다.
할머니의 멸치회는 보기에도 만족스러웠고, 비린 잡내 전혀 없었으며 상큼한 회무침이었다.
멸치는 5월에 잡힌 멸치가 맛이 좋단다.
그래서 다른 계절에는 잡아 둔 냉동 멸치를 사용하지만
이 집에서는 계절 상관없이 생물(당일멸치)을 사용하신다고 했다.
또한 식당에 근무하는 직원분들도 모두 내공이 풍부한 할머니 직원이시고
매우 인상적인 노포 식당이었다.
그리고 숙소를 검색하여
펜션을 찿아 들어가 내일을 위하여 쉬었다.
2025년 11월 22일(토) 걷고
2025년 11월 27일(목)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