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백로
천변을 거닐다 보면 가끔 예쁜 쇠백로를 만난다. 새하얀 깃털이 아주 우아하고 멋있다. 움직이는 모습도 번잡스럽지 않게 조심조심 행동한다. 가만히 서서 한 곳을 눈이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먹이를 꽉 잡아채는 순발력이 대단하다. 느긋해 보여도 저런 반전이 있구나 싶어서 한참씩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의외의 장면을 보았다. 그날은 쇠백로보다 훨씬 큰 왜가리(?)인 듯싶은 새가 그 작은 쇠백로와 같은 장소에서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쇠백로가 잡은 고기를 먹기 좋게 요리하느라 바위에 패대기를 치고 있었다. 잡은 먹이가 너무 힘차게 반항을 하니까 기절을 시키느라 그러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걸 지켜보고 있던 왜가리가 조심조심 다가가더니 그만 그 먹이를 가로채 먹어버렸다. 순간의 행동이었다. 보는 내가 흠칫할 정도로 날쌘 행동이어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먹이를 뺏긴 쇠백로는 아쉬운 듯 고개를 몇 번 흔들어대더니 어디론가 유유히 날아갔다.
새를 쫓아가던 내 눈이 허공을 맴돌았다. 괜스레 내 마음이 휑해졌다. 약육강식이라고 했던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한다는 자연의 법칙이지만 때론 너무 야속할 때도 있다. 뭔가에 짓눌린 듯한 느낌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저런 꽃을 보고 새롭게 돋아나는 풀들을 살피며 걷고는 있지만 머릿속에선 계속 힘없이 날아간 쇠백로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애착이 가기도 했다. 무슨 일이든 앞에 나서기보다는 항상 뒷전에서 맴도는 성격이다. 잘 알지 못해서 그러는 때가 많지만 더러는 알고도 모르는 척해버리는 때도 있다. 그런 일들로 인해 내 입장이 곤란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결하겠다고 나서서 설치는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니, 그런 용기도 없는 못난이 성격이기도 하다.
그러고 나면 나는 왜 이리 바보 같을까 싶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마음 편하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손해 보는 일도 있으니 이런 성격으로 지금껏 버텨온 것도 참 다행이다 싶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음은 편안하다. 비록 내 안에 쌓여 있는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가벼우니 그것으로 만족해도 될 듯하다. 아니, 그렇게 마음먹자고 애써 태연한 척을 한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쇠백로의 하얀 날개가 유난히 아름답다. 저 깨끗한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기가 잡은 먹잇감을 뺏기고 떠나는 모습이지만 한 치의 원망이나 야속함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참 바보 같은 모습이 나와 닮았다. 그래서 조금은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 왠지 모를 편안함이 스며든다. 오래도록 가슴에 새겨두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꺼내보면 힐링이 될 것 같다. 산책하는 발걸음이 점점 가볍고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