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꾼들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한 가지는 바람과 화살의 무게 관계이다. 화살이 무거우면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체처럼 보이지만, 무거울수록 탄도가 높아지니 바람의 영향은 훨씬 클 것 같아 무거운 것이 좋을지 가벼운 것이 좋을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이 문제를 완벽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근거를 중심으로 같이 생각해보기로 한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글이다 보니 가정이 무엇인지 매 절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를 한 번씩 생각해 보면서 읽으면 더 쉬우리라 생각한다.
1. 바람의 속도 : 높이에 따라 다름
바람은 지면/수면과의 마찰로 인해 지면에 가까울수록 속도가 작고 상공으로 올라갈수록 빨라진다. 과학적인 바람의 속도 측정은 해수면 10m에서 측정된 풍속을 의미한다. 장애물이 없는 해수면 같은 경우라면 10m 높이의 풍속이나 그 이상의 높이 풍속이나 거의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같은 높이라도 도심지역과 해안가, 높은 나무가 둘러싼 지역 모두 다르며, 활터의 주변 상황에 따라 바람의 영향도 다르다. 그렇지만 높이가 올라갈수록 바람이 빠른 것만큼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제부터 모든 논의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바람은 정 횡 방향으로만 분다고 가정한다.
2. 정 횡 바람에서 화살의 높이가 같은 경우 : 무거운 화살이 유리
아주 간단한 논의부터 시작하기 위해 무게는 서로 다르지만 화살의 탄도(높이)가 같다고 가정해보자. 두 화살이 바람 때문에 느끼는 힘은 모두 동일하다. 물리학의 기본법칙인 F=ma을 적용해보면 횡 방향의 가속도는 질량이 클수록 작아진다. 즉 같은 세기의 바람이라면 질량이 무거울수록 유리하다.
3. 바람이 화살에 미치는 힘 : 속도의 제곱에 비례
유체 내부에 있는 모든 물체는 유체의 흐름에 의해 힘을 받는데 이 힘을 Drag Force라 하며, 활쏘기 상황에 맞게 간단히 표현하면
FDrag = A (바람속도)2 이라 할 수 있다.
상수항 A에는 공기의 밀도, 화살의 단면적 등등 다양한 상수를 모두 포함한 값이다. 물론 A가 무엇인지 완벽히 알면 좋겠지만 어쨌든 상수이기 때문에 그냥 A로 표현한다. 어쨌던 횡바람이 화살에 작용하는 힘은 바람 속도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 이 절 내용의 핵심이다.
4. 횡바람에 밀리는 화살의 거리
같은 힘이라도 작용하는 시간이 길고 짧음에 따라 화살이 횡방향으로 밀리는 거리 역시 다르다. 화살이 날아가는 시간을 △t라 하면 횡바람 때문에 화살이 옆으로 밀리는 거리 △S는 다음과 같다
이 식을 보면 같은 동일한 풍속에서 화살이 횡방향으로 덜 밀리려면 무거운 화살을 쓰고 비행시간은 짧아야 한다. 그런데 비행시간이 작으려면 살고가 낮아야하는데 살고가 낮으려면 화살이 가벼워야 하니 어딘가 모순처럼 느껴진다.
5. 무게에 다른 화살의 비행시간
아래의 표는 약 2년 전 실시했던 화살 비행속도 측정 실험결과이다. 47파운드/1냥 화살은 필자가 철전사법으로 발시하였을 때 측정한 결과로서 무거운 무게로 인해 살고가 높고, 51파운드 7돈은 같은 정에서 활을 내시는 분(통상적인 턱밑 사법)의 도움을 받아 측정한 결과로서 살고가 낮다. 51파운드에 7돈을 쓰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살고가 어느 정도인지는 금방 아시리라 생각된다.
활세기/화살무게 | 47파운드/1냥 | 51파운드/7돈 |
평균 비행시간 | 3.2초 | 2.9초 |
측정 할 때, 개인적으로 1냥의 살고가 많이 높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길고 7돈은 거의 평찌라서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실측 결과는 평균 0.3초 밖에 차이가 안 나서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6. 결론 : 특히 바람이 셀 수록 무거운 화살이 더욱 유리
이상의 논의에서 횡바람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무게, 바람세기, 그리고 비행시간임을 알아보았다. 변수가 3개라서 3차원 그래프를 그려야 하는데, 여기서는 무겁고 높은 살고의 1냥(3.2초 비행시간)짜라 화살, 가볍고 평찌에 가까운 7돈(2.9초 비행시간)짜리 화살을 비교하고자 한다. 우리의 논의는 횡바람 시 무겁고 높은 살고와 가볍고 낮은 살고의 화살에 대하여 누가 덜 날리는가? 임으로, 화살의 횡방향 이동거리의 비를 비교하고자 한다. 횡방향 이동거리가 크면 많이 날리는 것이고 적으면 덜 날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 식에서 low는 낮은 살고(7돈 화살)에 해당하는 풍속이고 high는 높은 살고(1냥 화살)에 해당하는 풍속이다.
두 화살이 횡으로 날리는 정도가 같은 경우는 위 식의 좌변이 1이 되는 경우로 아래의 식과 같다.
따라서 높은 살고에서의 풍 속이 낮은 살고의 풍속보다 1.0832배 세면 1냥짜리 화살이 7돈 짜리 화살보다 더 많이 밀린다는 뜻이다.
같은 계산을 6돈 화살에 대하여 계산한 결과를 포함하여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냥 화살이 횡방향으로 7돈/6돈과 같은 거리를 밀리는데 필요한 풍속 비교>
낮은 살고 풍속 단위 : m/s | 매우 약한 바람 | 보통 ~ 약간 센 바람 | (매우) 강한 바람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7돈 비교시 | 높은 살고 풍속 (1냥) | 3.25 | 4.33 | 5.42 | 6.5 | 7.58 | 8.67 | 9.75 | 10.83 | 11.92 |
6돈 비교시 | 3.39 | 4.52 | 5.65 | 6.78 | 7.91 | 9.04 | 10.17 | 11.3 | 12.43 |
보통 풍속이 4m/s 이하 이면 활을 쏘기에 바람 영향이 거의 없는 날이며, 5m/s은 흙먼지가 날리기 시작하고,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정도, 8m/s은 나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정도, 10m/s이상이면 우산을 받치기도 힘든 정도이다. 바람의 영향이 거의 없는 4~5m/s 이하의 풍속에선 화살 무게의 의미가 없다. 따라서 우리의 활쏘기에 바람의 영향이 나타나는 경우는 6m/s 이상의 풍속이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바람이 어느정도 있는 6m/s 이상의 풍속에서, 7돈 그리고 1냥짜리 화살의 횡방향 이동거리가 유사하기 위해선, 높은 살고와 낮은 살고에서의 풍속차가 그리 크지 않아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0m 이상의 높이에서는 거의 같은 풍속을 갖는다고 앞서 언급하였기에 두 지점의 풍속은 크게 다르지 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바람이 매우 강한 9m/s이상을 생각하여 보자. 내 화살이 무겁기때문에 고도 15m의 살고를 갖고, 가벼운 화살은 7m 살고를 갖는다고 하자. 바람이 매우 센 경우 이 정도의 고도차에 의한 바람세기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표를 보면 9m/s의 풍속에서 낮은 살고의 7돈짜리 화살은 약 10m/s의 풍속을 갖는 높은 살고의 1냥짜리 화살과 같은 정도로 밀린다. 이 경우 두 화살이 밀리는 정도가 차이 나려면 약 1m/s 의 풍속차가 발생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바람이 셀수록 우리가 통상적으로 보는 활의 살고에서는 무게에 따른 높이 차이는 있을지라도 풍속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는게 더 합리적이다.
따라서 위 표가 시사하는 바는 바람이 셀수록 무거운 화살이, 살고는 높더라도 훨씬 더 유리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 시
가벼운 화살에 비하여 무거운 화살이 비록 살고는 높을지라도 약한 바람이던 센 바람이던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약한 바람보다 강한 바람 상황에서 무거운 화살이 더욱 덜 밀리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만약 활터를 둘러싸는 방풍목이 있는 경우라면 방풍목 이하의 높이에서의 풍속과 방풍목을 넘어서는 높은 곳의 풍속의 비가 1.0832배(7돈과 1냥 비교시) 이상이 될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방풍목 보다 낮은 살고를 갖는 가벼운 화살"이 훨씬 유리하다.(가볍다고 좋은 게 아니라 방풍목 이하로 살고가 유지될 때 유리하다는 뜻이다)
추가하여
이 글은 47파운드 9치 1냥짜리 와 51파운드 7치 7돈 그리고 6돈을 비교한 글입니다.
위 계산에서 6돈짜리 화살의 비행시간은 7돈이 2.9초이기 때문에 이보다는 작은 2.8초를 대입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보다 더 작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필자의 경험상 7돈이나 6돈이나 살고의 차이는 거의 없었기에 사실 비행시간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어쨌든 2.8초라 가정)
첫댓글 존경합니다ㅋㅋ
같은 파운드는 어떻게 되는가요?한냥.7돈
아 그리고 2년전 실험 결과에 궁사가 틀리면
화살길이에 따라 파운드가 틀려서요.이접장님과 그분이 같은 길이 화살을 사용했는가요.
측정시 서로 다른 파운드에 화살 길이도 다 달랐습니다.
저도 7치길이로 쐈다면 비행시간이 3.2초가아니라 3.3쯤 될듯 하네요
이 경우 7돈일 이면 거의 바람 비율이 1에 가까워 집니다만
6돈 또는 5돈이면 비율이 1보다 커져서 글에서의 주장은 그대로 유효 합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센 바람일수록 무거운 화살이 비록 살고는 높아도 덜 밀린다입니다.
바람이 약한 경우 횡 방향 편차는 현실에서도 그 차이를 느낄수 없습니다. 따라서 센 바람에서 과연 서로 다른가 인데 글에서의 실험에서는 무거운게 시간이 길더라도 덜 밀린다입니다.
약한 활에 무게 차를 의도적으로 엄청 크게 한다면 시간의 비율때문에 위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도 있겠지만
통상의 경우에서 무거운게 덜 밀립니다고 결론짓는게 합리적일듯 합니다
한냥 과 7돈의 높이 자이에서 한냥이 바람에 유리하다 인데요
그럼 속도는 영향을 안 받나요.한냥 과 7돈의 속도가 위의 비교에서 10%차이가 나던데요
이 접장님 기준으 화살 길이로 하면 51파운드 에서 증가가 되는데요. 그럼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는가요
@김영근(김해생림정) 그리고 진짜 궁금한것은
같은 파운드 활에 길이가 같은 화살에 무게가 한냥 과 7돈이면.속도가 빠른 7돈의 바람의 저항은 어찌되나요 무거운살이 높아도 바람에 유리하면
7돈은 속도가 더 빨라서 바람의 저항이 어텋게 되나요
차이가 없는가요.
오, 대단하시네요...^^ 전부터 느꼈습니다만, 혹시 물리학을 전공하셨는지요??
수식 포함 써주신 내용을 낱낱이 이해할 수는 없어도 말로 정리해주신 중요한 결론은 잘 이해가 됩니다. 제가 궁금했던 질문의 핵심에 좋은 답변이 된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조건이라면 무거운 화살이 가벼운 화살에 비해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 대체로 크고, 이는 바람이 셀수록 더욱 유리하다"
그럼 무거운 화살에 철전사법을 제대로 구사하는 궁사들은 대회날 바람이 세면 좀더 좋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