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무엇을 학습해야 하나?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 [AI 시대의 교육 칼럼 #2]
2020.07.30. 11:15652 읽음
1997년 딥 블루(Deep Blue)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체스 세계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이겼을 때,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는 영역에 체스를 추가하게 되었다. 체스는 인간이 총체적인 인지적 사고를 활용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예로 활용되고 있다. 이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2016년 3월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이겼다. 바둑은 체스보다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가 훨씬 많다는 점 이외에 전문가들이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인간이 경기중에 사용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전략을 사용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컴퓨터가 단순한 계산을 넘어 딥러닝을 통해 창의적 인지역량을 갖출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컴퓨터가 인간의 역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모두 컴퓨터에 맡기기보다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설정하여 그 부분은 인간만이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더욱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에 인간이 해야 할 일과 컴퓨터가 할 일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 될 것인가?
20세기 컴퓨터의 발달은 직업 세계에 많은 변화를 초래해 왔다. 하지만 전자계산기의 발명은 수학자들의 직업을 대체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역량과 성과를 향상시켰다.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작가를 대체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작가들이 글을 쓰고 편집하면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되지만, 다음 세대가 인공지능 기술을 효과적으로 학습한다면, 인공지능 역시 도구로서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윤리적 측면에서 볼 때 컴퓨터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모두 컴퓨터에 맡기기보다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설정하여 그 부분은 인간만이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미래 인재는 이러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컴퓨터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인간이 담당해야 할 영역의 구분
컴퓨터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인간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어떻게 나누어 볼 수 있을까? 이러한 구분은 미래에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어떤 역량이 강조되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관점에서 판단해 본다면 다음과 같이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컴퓨터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
· 정확하게 계산하는 일
· 반복적으로 예측하는 일
·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입력 정보를 분류하는 일
· 확정된 규칙에 따르는 기계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일
□ 인간이 담당해야 할 영역
· 도덕적이고 추상적인 가치 판단에 관련된 일
· 인간의 감정을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일
· 복잡한 문제와 다양한 영역의 자료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
· 기계들이 해야 할 작업이나 기계에 제공할 데이터를 결정하는 종합적 판단
인간이 담당해야 할 영역에 대해 정리해 보자면 도덕적 가치 판단의 문제,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문제, 여러 영역의 내용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메타인지, 기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시스템적 사고를 활용한 종합적 기획 등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만이 판단해야 할 고유의 영역을 설정하고, 이 영역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의 개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윤리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T자형 인재를 넘어서 영역을 아우르는 M자형 인재로
IBM에서는 미래의 인재상으로 지식의 폭이 넓고 깊은 ‘T자형 인재’를 제시하였다. T자형 인재는 넓은 영역의 지식 기반을 갖추고 하나의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을 깊이 있게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기존에는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I자형 인재’를 선호하였던 것에 대비되는 표현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달과 함께 직업 세계에 던져줄 파괴적 혁신에 대해 사회적으로 초래할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빠른 직업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여 평생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해야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래에는 여러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M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분야를 넓혀갈 수 있는 ‘메타인지 역량을 갖춘 확장형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이 핵심 원리와 개념적 지식의 이해를 지향해야 한다.
그렇다면 M자형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교육 분야에서 채택해야 할 현명한 대응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교육과정이 개별 과목의 모든 전문적 내용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려고 하기보다 핵심 원리와 개념적 지식의 이해를 지향해야 한다. 핵심 개념의 이해는 ‘기본 원리에 대한 탄탄하고 유연한 이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들이 각 분야의 핵심 개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리를 내면화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핵심 개념들이 결정되면, 구체적인 내용의 포함 여부를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개념적 지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내용은 배제되어야 하며, 실제 세계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의 내용은 다른 학문 영역이나 실제 문제해결을 위해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향한 교육과정 구성
이제 교육과정 수립 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여 불필요한 부분은 빼고 동시에 현대화하며, 체계적으로 계열성을 유지하고, 학생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학생들은 학문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주제’와 관련된 문제해결 능력을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컴퓨팅 사고 역량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되어야 할 역량은 기계에 대체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도덕과 가치관, 인간성, 심미적 감성, 메타인지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의 내용은 개인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또, 교육과정 개정의 목표는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학습 결과를 나중에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모두 학생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는 내용을 학습하도록 안내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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