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동팀 색다른 전시회, 성현동 바둑잔치를 지원한 유지원, 허지용선생님 당사자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하늘입니다.
면접 장소는 조용히 면접에 집중할 수 있는 집이 아닌 사람들이 오가는 149동 앞 벤치에서 진행하자는 어르신의 말씀을 따라 면접 예정 시간보다 30분 일찍 어르신과 만나 막바지 준비를 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와는 달리 아주 맑은 하늘같이 화사하고 예쁜 옷을 입고 오셨습니다.
큰 서류 봉투를 꺼내서 사전에 드렸던 학생들의 지원서와 학생들에게 줄 어머님의 작품들을 한가득 가져오셨습니다.
주말 내내 지원서를 읽으셨다고 합니다. 공감 가는 부분은 밑줄 그어가며 읽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작품을 좋아할지 모르니 골라갈 수 있도록 많이 챙겨오셨다고 합니다.
서류를 맡기시고는 함께 면접을 볼 이웃을 데리러 떠나셨습니다.
잠시 후 이웃을 데려오시겠다던 어르신은 혼자 돌아오셨습니다.
함께 면접을 보기로 했던 이웃들이 갑자기 병원을 가야 한다고 하고 두통이 있어 못 내려오시겠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마침 지용, 지원 선생님들이 약속한 장소에 왔고 이웃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뒤로한 채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김송지 어르신께서 벤치 근처를 오가며 운동을 하고 계시던 동네 이웃을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또 지나가던 동네 이웃을 부르셨습니다.
"성님, 잠깐 여기 앉아 있다가 가요. 학생들 이야기하는 것 듣고 학생들이 색칠하는 거 전시 도와주러 왔다는데"
모두가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운동 중이던 어르신, 휠체어를 밀어주던 요양보호사, 그리고 지나가던 또 다른 이웃. 얼떨결에 면접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 눈빛에도 당혹스러움이 잔뜩 담겨있어 보였습니다. 때마침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잔잔한 빗소리가 배경음악이 되어 잠시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정리하고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이 각자 자기소개를 한 후 어르신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여기 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학생들은 어떤 방향으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는지, 인원은 몇 명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 주로 몇 시에 이곳을 오는지 구체적인 질문들을 해주셨습니다.
질문은 어르신이 하셨지만, 전시회에 대한 방향과 준비에 대해서는 이미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주 활동 장소는 지금 면접을 하는 벤치 장소가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어쩌다 섭외된 동네 이웃 어르신이 다른 의견을 주셨습니다.
"저쪽에 가면 놀이터 있어. 놀이터 거기 넓은 데 가서 하면 되지. 저쪽에 8동 뒤에 가면 의자도 있고 비 피할 의자도 있고 의자도 많고 그러면 좋지."
김송지 어르신도 장소를 아시는 듯하셨습니다.
"거기 참 알지. 집 지어 놓은 데가 있는데 거기는 일부러 오셔야 하잖아."
"아이, 거기나 여기나!"
"그래도 여기(9동 앞 벤치)는 평소에 내려와서 앉아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거기는 사람이…"
"거기는 비도 안 맞고 의자도 있고…. 여기는 통로야 길이야."
"그래 그럼 그때 그쪽으로 형님도 오세요.."
한동안 의견을 주고받으며 장소도 정해졌습니다.
여전히 긴장과 당황스러움에 잠겨있는 학생들에게 어르신이 또 다른 질문을 하셨습니다.
"다들 마음들이 고와갖고 사회복지를 택했는데 꿈들이 어떤가 물어보고 싶어요. 꿈들이 요새는 일등보다는 선구자가 되는 게 좋다고 그러잖아요. 남이 안가는 길을.. 선구적인 것도 좋지만 창의적인 게 상당히 중요할 것 같아.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장래 꿈을 몇 가지를 갖고 있는지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허지용 선생님이 먼저 대답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를 처음 배우는 수업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회복지는 예술이라고 한 것인데요, 그래서 나중에 사회복지를 하게 될 때 예술가로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꿈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실습을 단기사회사업을 하는 복지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소통하고 함께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관계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
"우리 지원학생은?"
"전 원래 경영학과를 전공했었는데, 사회복지를 공부를 또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회복지 쪽으로 일을 하고 싶은데, 이제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것도 좋고, 이렇게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좋아서. 이제 대학 졸업하고 나서도 사회복지 쪽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네.. 그래서 준비 많이 하고 있고, 공부하고 있어요."
실습 선생님들의 답변을 경청하여 들어주셨습니다.
빗줄기가 좀 더 굵어지기 시작하자 실습선생님들이 있는 곳으로 조금 더 가까이 오셨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신 후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음.. 지금 우리 할머니들이 참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이죠? 그래도 참 배울 게 많아요.. 참 배울 게 많은 분들이거든요? 세상을 많이 살아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보고 배울 게 많고, 존경스럽고 좀 그런 걸 느꼈으면 좋겠어 나는.. 할머니들 다 좋으셔. 여긴 서민 아파트니까 뭐 내 잘났다 나서는 할머니는 별로 없고, 어울려 살라고 애를 쓰시고, 뭐 하나 있으면 나눠 먹으려 애를 쓰시고 그러시거든요?? 그런 걸 좀 배우시고,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 복지가 첫째가 함께하는 것, 어울리는 것, 나누는 것.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 선생님. 우리 학생들은 어떤 꿈을 갖고 있는가... 지금 그 꿈은 이루어지긴 하겠지만, 앞으로 꿈들 많이 꾸었으면 좋겠어.. 꿈들 많이 꾸었으면 좋겠어. 저는 어릴 때 자유롭게 공부하고 컸어요. 좋은 부모님 만나서 고생 안 하고 참 공부하고 싶은 데까지 하고 커온 게 지금 가만히 돌아보면은 그게 지금 이제야 드러나는 것 같아. 지금 내 꼴이 이렇고 나이를 이렇게 먹었어도, 저는 지금 꿈을 갖고 있거든? 내가 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모르겠어. 그 꿈이 이루어질지 안 이뤄질지 모르는 일이고, 일단은 이뤄질 때까진 내가 꿈을 꾸면서 내가 한 번 계획을 꿔보자. 희망을 절대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듯이 우리 학생들도 70, 80이 되어도 또 새로운 꿈이 생기면 그 꿈을 향해서 항상 전진하는 그런 것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할머니들 참 좋은 분들이 많아요…."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나니 1주일 전, 당사자 면접을 앞두고 어르신 댁을 방문했을 때 일이 생각났습니다.
어르신의 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꿈을 키우는 데 용기만 좀 주면 좋겠어요."
어르신의 생각과 마음을 올여름 실습 선생님들이 잘 배우며, 어르신도 학생들에게 용기 팍팍 받으며 꿈을 잘 키워가시면 좋겠습니다.
김송지 어르신, 지용선생님, 지원선생님 우연히도 이름에 '지'가 들어간다는 걸 어르신이 발견하셨습니다.
비때문에 물리적 거리도 가까워지고 이름 때문에 마음의 거리도 더 가까워졌습니다.
면접을 마무리하며 어르신이 실습선생님뜰을 위햬 준비한 작품을 꺼내셨습니다.
어르신만의 독특한 색감으로 칠해진 작품들을 보며 실습 선생님들의 감탄이 쏟아졌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씩 고르고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면접을 마무리하면서 아까 이야기한 8동 놀이터를 한번 다녀오자고 하셨습니다.
우산을 가져오시지 않아 실습 선생님들의 우산을 함께 쓰며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여전히 세차게 비는 내렸고 실습선생님들이 어르신 댁 입구까지 모셔다드렸습니다.
그렇게 당사자 면접이 마무리됐습니다.
'비가 오면 어떡하지', '함께 면접을 보시는 이웃들이 안 오시면 어떡하지' 염려했던 일들이
다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비 덕분에 어르신과 실습 선생님들의 마음의 거리도 더 가까워지고
갑자기 섭외된 이웃들 덕분에 이야기도 풍성해졌습니다.
선생님들에게도 어르신에게도 당사자 면접이 잊을 수 없는 날이 된 것 같습니다.
첫 만남부터 이렇게 진한 여운이 남았는데 앞으로의 만남도 기대가 됩니다.
빗속에서 함께해주신 김송지 어르신, 동네 이웃 어르신들, 그리고 긴장 감속에 헤엄치던 우리 실습 선생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첫댓글 비오는 날 만남을 준비하신 은선선생님도 어르신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빗소리가 듣기 좋은 백색소음처럼 낭만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한 몫 해준 거 같아요!
이번 여름 성현동 단기사업 파이팅🙏🏻
선생님들의 지원서에 밑줄까지 치면서 읽어보신 어르신의 모습이 감동적이네요~!
단기사업 화이팅하시고, 이번 전시회도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