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로신공(대흥13) 순교자, 형장에 목이 내걸리다(200325 사순4주간 수요일)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제13처 순교자, 형장 장대에 목이 걸려 바람결에 마을들을 향해 하염없이 흔들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 순교 복자 김정득 베드로와 복자 김광옥 안드레아와 대흥고을의 모든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
【묵상】
박해자들은 백성들에게 “잊지말라”고 순교자의 잘린 목을 장대에 꿰어 내천변(奈川邊)[1]에 내걸었다.
그 누구도 병사들의 창림(槍林)에 둘러 싸인 순교자의 시신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주님께서 순교자들을 영원히 잊지 않으신다.
“어미가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어미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장대에 걸려 하늘을 바라보는 너를!
주님께서는 박해자들도 결코 잊지 않으신다.
하지만 그들이 회개하였다면, 주님께서 용서하실 것이다.
이 땅에는 아직도 박해로 상처 입은 하느님의 뜻과 영혼들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처참하게 죽어 장대 끝에 달려 부엉이머리처럼 바람결에 흔들리던 순교자들의 수급(首級)을 이 땅 위를 사는 이들 중에 ‘누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주님께서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눈물을 흘리셨듯이(루카 19,41), 마을을 향해 눈을 감고 흔들리는 ‘그날’의 순교자 수급(首級)을 기억하며 누가 이 땅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가?
오직 신앙이 있어야 물을 수 있고, 오직 믿음이 있어야 답할 수 있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
[1] 내천(奈川) : ‘신양천’(예산 대술면 송석리 숯골 교우촌과 신양면 차동리 교우촌에서 발원)과 ‘무한천’(청양 화성면/남양면 백월산 신왕리 수단이 교우촌에서 발원)은 대흥봉수산성지 앞(예당저수지로 수몰)에서 합류한다. 이곳에서 1801년 8월 25일 정오 복자 김정득 베드로가 참수치명하였다. 내천(奈川)은 예산을 거쳐 여사울성지를 향해 흐르며 경결천(京結川)이라 칭해졌다. 지금의 무한천은 내천과 경결천을 모두 이끌고 여사울 앞에서 삽교천과 합류하여 아산만과 서해로 흐른다. 한편 예산읍 구장터(예산리 338-1 일원) 대회천변에서 복자 김정득 베드로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복자 김광옥 아드레아도 참수치명하여 ‘의좋은 순교자’로 불린다. 예산읍 대회천은 예산읍 향천사(향천리 57 일원)에서 발원하는 예산천과 예산 구장터에서 합류하여 6·25사변 때 기관총으로 난사되어 순교한 ‘하느님의 종’ 윤갑수 시몬(예산성당 토지기증, 인보성체수녀회와 덕산신생원을 창설하고 《준주성범》을 번역한 윤을수 라우렌시오 신부 형님)은 예산 중학교 운동장(당시 마상굴과 이어지는 논자리) 곁으로 흐르다가 무한천과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