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기원
용의 원형과 그 개념은 원시적 토템의 신앙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이렇게 간단하게만 설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장기간에 역사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복잡다단하게 진화되어온 산물이기 때문이다. 토템의 신앙은 신석기시대에 씨족사회의 원시문화적 현상이다. 그것은 인간이 직면했던 대자연의 생존환경, 열악한 생활환경 및 그 밖에 외부의 어떤 것들에 대한 경외심에서 나온 것이다. 토템은 원시사회의 종교적 신앙이나 종교적 숭배를 반영한다. 원시사회 혹은 씨족사회에서는 天神, 자연의 역량이나 법칙 등과 관련된, 자연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동식물이나 그 밖의 사물들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다. 토템의 신
앙에는 不可思議한 神性이나 변화무쌍한 主宰性으로써 토템의 신앙을 빌어 공동의 혈연적 관계의 결속력이나 응집력을 강화시키거나 사회의 관계망을 확고히 하려는 취지가 담겨있다. 그것은 生殖의 숭배, 母系의 사회, 父系의 사회 등과 같이 원시적 씨족사회의 특징을 대표하며 혈연적 공동체의 상징이 되었다.
고대사회에서 神性을 지닌 실제적 동식물은 조상신, 혈연공동체의 신, 보호신 등과 같이 인간과 특수한 관계를 지닌다. 사람들은 자신을 토템의 대상인 특정의 동식물이나 자연현상들과 동일시하거나 그들의 化身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을 일반적인 동식물이나 자연현상들과 분리하여 공동의 조상을 중심으로 한 혈연공동체의 특수성 이나 우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토템의 신앙은 천재지변 혹은 외부의 짐승들의 피해 혹은 다른 족속들의 침탈을 막음으로써 사회집단을 단결시키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용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점은 용의 성격과 특징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용의 전설과 그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것은 역사적,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성격에 따라 대체로 4가지 관점, 즉 원시적 토템설, 神性動物說, 神話說, 水神說로 접근될 수 있다.
첫째, 토템의 원시적 신앙은 문화의 현상으로서, 일반적으로 씨족사회의 특징을 대표하며 혈연공동체의 문화적 상징이다. 神性의 의미를 지닌 용의 동물을 특정의 사회와 특수한 관계를 삼아 조상신이나 혈연공동체의 신이나 보호신 등과 관련시킨다.
둘째, 神性의 동물과 관련하여 용을 신성한 동물로 등장시킨 까닭은 비세속적인 동물을 통해, 특히 그것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통해 인간이 당면한 현실적 상황에 관한 사실적 측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신화의 내용에서는 자연현상을 용으로 생명화하고 의인화하여 백성들을 계도하거나 계몽하려는 것이다.
넷째, 水神의 맥락에서는 농업생산력을 증대하기 위하여 강수량에 의존했던 농업사회에서 용을 등장시킴으로써 인간사회를 위한 수호신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관점들은 용의 성격을 밝히는 데에 각각 나름대로의 타당성과 설득력을 지니면서도 서로 연관성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만으로는 용의 기원이나 성격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용이라는 특정의 대상을 인지하는 데에 그 개념과 의미 사이에 반드시 일대일의 대응적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의 사고작용 중의 하나인 類比的 사유가 개입될 여지가 많은 것이다.*
* 김하종, 『고문자에 반영된 용의 원형 고찰』, 중국어문학지 제46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