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사 <민들레>
은천동 ‘질풍노도 청소년 여행기’ 실습생 김근태
사회사업 하기 위해, 아니 사회복지실습을 하기 위해 처음 복지관에 지원했을 때만 해도 ‘클라이언트’에 대한 나의 ‘개입’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개입해서, 어떻게 반응을 이끌어낼 것인지 집중했었습니다. 그러니 고민이 많아집니다. 나의 개입에 상처 입으면 어떡할지, 내 개입이 맞을지... 그런 생각들로 마음을 헤아려 갔었습니다.
하지만 합동 연수 이후에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단순한 ‘실습’이 아니라 ‘사업’임을 조금씩 알았습니다. 제게 ‘실습’은 기관과 학교가 정해진 프로토콜을 따르는 것입니다. ‘사업’은 당사자가 하고자 하는 길을 따르며 돕는 것입니다. 둘은 우선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나의 한 달에서 누가, 무엇이 먼저인가, 먼저가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당사자의 삶은 자주성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습니다. 나의 ‘실습’에는 당사자의 자성이 없었습니다. 나의 생각으로 실습에 임했다면, 나의 타성만이 깃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내가 이 시간에서 얻어갈 것은 사회복지실습이라는 교과목이 아니라 사회사업임을 깨달았습니다.
한 달간 사업에 임하며, 사회사업에서의 당사자는 민들레 홀씨와 같다고 느꼈습니다.
민들레 홀씨는 민들레꽃으로부터 생겨납니다. 하지만 홀씨는 꽃에 영원히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홀씨는 날아갑니다.
당사자의 삶은 지역사회 내에 있습니다. 나의 사업에서 민들레꽃은 복지관과 같습니다. 복지관이라는 장소에서, 나의 사업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복지관 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당사자들은 넓은 곳으로, 지역사회로 나아갑니다.
민들레 홀씨를 꼭 쥐고 있으면, 민들레 홀씨는 땅 위에 일어나는 새로운 꽃이 될 수 없습니다. 홀씨가 어느 땅 위에 있을지 골라주면, 쉽게 죽고만 맙니다. 홀씨를 향한 나의 선의를 담은 손은, 홀씨를 망칩니다.
당사자를 사업가 안에 꼭 쥐고 있으면, 당사자는 지역사회에서 공생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할지 골라주면, 당사자 자주성은 쉽게 죽고 맙니다. 당사자를 위한 나의 도움의 손길은, 당사자를 망칩니다.
나의 작은 손길 하나는 수많은 홀씨를 망칠 수도, 홀씨에게 활력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리하여 홀씨를 대할 때의 내가 취할 자세를 생각했습니다.
홀씨가 모났다고 해서 홀씨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홀씨가 짧다고 해서 홀씨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홀씨는 있는 모습 그대로, 홀씨입니다.
우리 사회사업에서, 당사자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람입니다.
사회사업가인 나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돕습니다.
홀씨는 이리저리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가벼움으로 날아갈 수 있기에 홀씨입니다.
당사자도 이리저리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 자주성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사람입니다.
그리하여 사회사업가가 해야 할 일은 홀씨 옆에 있는 하나의 시선이 되는 것이라 느낍니다.
시선이 되는 것이란 내가 마주하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걸음 내딛을 순간에 옆에 있는 것입니다. 그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생각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데에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다시 홀씨를 떠올려보았습니다.
민들레 홀씨는 민들레꽃으로부터 하늘로 날아갑니다.
꼭 쥐고 있는 민들레 홀씨는 꽃이 될 수 없습니다.
민들레 홀씨가 스스로 땅에 닿을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됩니다.
저도 하나의 홀씨와 같습니다.
이번에 날아온 이곳, 이 복지관에서 나는 나를 깨닫습니다.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홀씨처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임을, 그렇기에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나를 향한 다른 동료,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에 가히 없는 감사를 느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로 수료사를 마칩니다.
바람결에 스쳐 갈까 내 마음에 심어질까
무심코 내딛는 걸음에 아파하며 돌아설까
구겨진 잎사귀라도 예쁜 책에 꽂아놓고
너에게 주고만 싶어요
사랑을 말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어서 와요 그대 매일 기다려요
나 웃을게요 많이 그대를 위해 많이, 많이 웃을게요
우효, <민들레>
첫댓글 선생님은 생각을 참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언가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시기도 하고, 사람을 대할 때 이것저것 고려하시는 분인 것 같아 감탄할 때가 많았습니다. 선생님의 수료사에는 선생님의 이러한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 같아요. 많이 생각하시는 것이 선생님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선생님의 주위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