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학교 설립자이신 공베르 신부님 상 옆에 있는 소나무 가지 사이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어, 알을 품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비둘기 두 마리가 소나무 사이를 오가고 장난치고 데이트하며, 열심히 물고 다니더니, 마침내 은밀한 곳에 신혼집(둥지)을 마련하고, 알을 낳고 부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학생들이 오지 않으니, 비둘기가 대신 와서,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오고 가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그때마다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는 눈만 뻐끔거리며 저를 내려다 보고 갸우뚱거리며 비시시 웃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비둘기와의 만남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오게 되면, 분명 비둘기 집과 비둘기 새끼에게 수난이 시작될 텐데’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비둘기 알 부화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습니다. 부화기간이 15일 정도. 그리고 2-3주 동안은 어미 비둘기 모이주머니에서 나오는 젖과 곤충과 곡식 알갱이를 먹고, 남은 기간 어머 비둘기가 물어다 주는 것을 먹으며 성장하다가 출가하는 데까지는 한 달.
이것을 알고난 다음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 비둘기들을 생각하면, 학생들이 천천히 와야 하고...,
학교로서는 비둘기를 새끼 치고 키우는 곳이 아니기에, 학생들이 빨리 학교에 오기를 바라야 하고...,
하여튼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러다가 꼭 한 달 후에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져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오고 가며 비둘기 집을 봅니다. 비둘기 집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몸을 굽혀 고개를 길게 빼서 들여다보아야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있는 저를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비둘기도 웃는 듯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던 마리아가, 무덤 쪽으로 몸을 굽혀 들여다보다가, 하얀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몸을 굽혀 들여다보는 마리아'와 '비둘기 집을 바라보는 저의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거시기 한 일이 있어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비둘기 집 앞을 지나다가 그곳을 바라보기 위하여 몸을 굽혀 들여다보는 순간, 그 화가 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아하’ 하면서 무언가 깨달음이 다가왔습니다. 밖에서 무덤, 죽음, 화(분노) 자체 만을 보면, 아픔과 슬픔이 밀려오지만, 그 안을 몸을 굽혀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지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몸을 굽힌다는 것’은, ‘겸손’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숙고와 반성과 성찰’을 전제하고 있음이 다가왔습니다. 겸손한 숙고와 성찰은 '어떤 것을 제대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사를 드리고 나서 숙고와 성찰, 겸손의 마음으로, 나에게 화를 내게 했던 분을 만나니, 이미 나도 그도 무언가 많이 풀려 있었고, 서로 이해하려고 또한 미안함을 전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밖은 이 예수님을 주님과 메시아로 삼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하며...”(사도2,36) 라는 구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예수님’, 그래서 ‘무덤에 묻힌 예수님’을 밖에 서서 바라보면, ‘예수님의 죽음’만 바라보게 되니. 그것도 나 때문에 돌아가신 죽은 예수님의 무덤을 바라보는 마음은 꿰찔리는 듯 아플 수밖에...
그런데 나 때문에 죽으신 예수님의 무덤을 ‘몸을 굽혀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새로운 세상, 부활하신 예수님, 부활하신 예수님을 도와주시는 천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순간 많이 기뻤습니다.
어둠, 어려움, 무덤, 상처, 죽음의 깊은 곳일지라도, 몸을 굽혀 겸손되이 들여다보는 마음만 있다면, 기쁨 자체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것을 알려준 비둘기. 소나무 가지 속에 깊이 숨겨진 비둘기 집이 고맙게 다가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영적은인들이 바로 비둘기 같으신 분들, 그러한 집에서 살면서, 겸손되이 안법학교를 위하여 기도하시는 분들은 ... 부활하신 예수님(?)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고마운 분들에게 오늘도 장엄강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우리의 도움은 주님의 이름에 있으니
*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로다.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 성자의 부활로 인간을 구원하시고 자녀가 되게 하신 하느님께서는
안법고 영적은인들에게 강복하시어 기쁨을 누리게 하여주소서.
* 아멘.
+ 안법고 영적은인들은 성자의 구원으로 영원한 자유를 선물로 받았으니
주님의 은덕으로 영원한 상속도 받게 하여주소서.
* 아멘.
+ 안법고 영적은인들은 믿고 세례를 받아 성자와 함께 부활하였으니
이제부터 올바르게 살아 천상 고향에서 성자와 결합하게 하여주소서.
* 아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 성령께서는
저희 모두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아멘.
+ 부활하신 주님을 찬미합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 하느님 감사합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첫댓글 아멘.감사드림니다
아멘♡
신부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또한 일상생활에서 늘 부딪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을 생각해봅니다..
왜 저런 생각을 하고 늘 불만일까..
속으로 이해가 되지않아 답답했던 마음이 어쩌면 저또한 무덤밖에서 서성이고만 있던 사람들처럼 그들을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않았고 그 불만안으로 몸을 굽혀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 결과에는 분명 원인이 있음을..그 원인이 어쩌면 저이기에 불편한 진실을 피하려고 했던건 아니었나 반성을 해봅니다.
제탓이오 제탓이오 저의 탓이옵니다..
주님의 말씀에는 진리요 답이 있음을 신부님을 통해 찐하게 느끼는 밤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하느님 감사합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겸손한 숙고와 성찰은
'어떤 것을 제대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
몸을 굽혀 겸손되이 들여다보는 마음만 있다면, 기쁨 자체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직접 깨닫지는 못했지만 훌륭하신 지도 신부님 덕분에 깨달음 얻고 많은 묵상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주님 감사합니다~♡
신부님 ! 저도 오늘은 일이 좀 많았는데요
서류를 확인도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화를 냈다 앙금을 갖아서는
안되지 하고 쌍방을 달래면서 습쓸~
서로의 생각을 이해시키면서 저를 돌아보았어요
신부님 강복받으면서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공허한 마음달래고 주님이 보시기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드립니다 ~♡
두 그루 소나무 속에
은밀하게 지은 비둘기 집..
부화중인 비둘기..! ㅎㅎㅎ
제가 국민학교(초등) 1학년 때 저희집에 제비가 집을 지어 새끼가 태어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어요.
너무나 신기하면서도 예뻤는데~^^
엄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겠다고 입을 벌리는 새끼 제비가 눈에 생생합니다.
곧 새끼 비둘기도 그렇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