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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작은 거인 그 노인은 껄껄 소리내어 웃더니 말했다. "하하, 위향주의 성격은 매우 솔직하구려. 과연 영웅의 본색이외다. 노 부는 그야말로 탄복하는 바이오." 위소보는 웃으면서 말했다. "탄복이라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제기랄! 불초를 못난 거러지나 어릿 광대, 또는 잔나비 정도로 여기지나 않는다면 다행이죠." 노인은 다시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위향주께서는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이때 현정도인이 입을 열었다. "노선배님께서는 혹시 천남(天南)에서 위세를 떨치시고 무림에서 모두 철배창룡(鐵背蒼龍)이라고 일컬어지는 유소영웅이 아니십니까?" 그 노인은 웃었다. "허허허, 맞소이다. 현정도장은 노부의 하찮은 이름까지도 알고 있구 려." 현정은 속으로 흠칫했다. (난 아직 통성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이미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 목씨 집안에서는 이번애야말로 매우 치밀하게 알아본것 같구나. 철배창 룡 유대홍(柳大洪)은 명성을 떨친지 이미 오래 되었다. 소문에 들으니 까 과거 목천파(沐天波)는 그를 매우 우러러 보았다고 하던데... 청나 라 군사가 운남을 평정하게 되었을때 유대홍은 전력을 다해 목씨 집안 의 유고(遺孤)를 구하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목검성은 바로 그의 직계 제자가 되었으니 목왕부에는 목검성을 제외한다면 그를 가장 으뜸가는 인물로 간주할 수있다.) 그와 같이 생각하며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유소영웅께서는 과거 노강(怒江)에서 삼패(三覇)를 주살하시고 청나라 군대 속으로 뛰어들어 마구 청나라 군사를 때려 잡지 않으셨습니까? 그 리하여 위명이 천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강호의 후배들은 노 영웅 의 이름만 들어도 모두 존경해 마지 않는답니다." 유대홍은 말했다 "허허허, 그거야 오래 전의 일이 아니겠소? 이제 들먹여서 무엇 하겠소 " 목검성은 말했다. "사부님께선 위향주와 함께 앉으시지요." 유대홍은 말했다. "좋다" 그는 위소보의 곁에 앉았다. 이 팔선 탁자의 바깥 쪽은 비어 있었다. 윗자리는 위소보, 유대홍이 앉게 되었으며 오른쪽의 아랫자리에는 목검 성이 앉아 있었는데 그 윗자리는 또 비워 두고 있었다. 천지회의 군호들은 하나같이 생각하였다. (그대 목왕부에서는 또 어떤 무서운 인물을 청했느냐?) 이때 목검성이 말했다. "서협사를 부축하여 나오시도록 해라. 여러 친구분들이 만나보게 되면 마음을 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소강은 대답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 사람을 부축하고 나왔다. 이역세 등은 이를 보자 모두 놀람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일제히 외쳤 다. "서 세째형!" 이 사람은 허리가 구부정했다. 바로 팔비원후 서천천이 아닌가. 그의 얼굴은 싯누랬으며 상처는 완전히 낫지 않은 듯했으나 목숨에는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천지회의 군호들은 일제히 그를 에워싸고 다투어 그간의 사정을 물었 다. 목검성은 자기 윗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서협사께서는 이곳에 앉도록 하십시오." 서천천은 한 걸음 다가와 위소보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위향주, 안녕하셨소." 위소보는 포권하며 반례하고 말했다. "서 세째형, 안녕하셨소. 근래 고약을 파는 장사가 형편없죠?" 서천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전혀 장사가 되지 않는 형편이랍니다. 속하는 오삼계의 주구 에게 사로잡혀 하마터면 늙은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다행히도 목가의 소공야와 유소영웅께서 구해 주셔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천지회의 군호들은 다시 한번 어리둥절해졌다. 번강은 말했다. "원래 그 날 있었던 일은 오삼계 수하인 한 떼의 매국노들이 한 짓이었 구려?" 서천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네. 그 매국노들은 회춘당 안으로 뛰어들어와서는 나를 잡 아갔지. 그 노... 노일봉이라는 도적은 나를 크게 꾸짖더니 한 장의 고 약을 내 입에 붙여 놓고 이 늙은 원숭이를 굶겨 죽이겠다고 하더군." 번강과 현정 등은 소강과 백한풍에게 말했다. "그 날 정말 실례된 점이 많았소이다. 여러 영웅들께서는 의리를 존중 하시는 분들입니다. 우리 천지회에서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 다." 소강은 말했다. "감당할 수 없소이다. 우리들은 그저 소공야의 명을 받고 이 일을 처리 한 것입니다. 감히 공이랍시고 내세울 수가 없답니다." 백한풍은 나직이 코웃음쳤다. 아마도 서천천을 구한 일이 자기의 뜻과 는 크게 어긋난 모양이었다. 관안기는 말했다. "서 세째형이 사람들에게 사로잡혀 간 후 우리들은 곳곳을 조사하고 살 폈지만 어떤 단서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여간 초조하지 않았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런데 귀왕부에서 우리 서 세째형을 구출 해 내셨다니 정말 탄복했습니다." 소강은 말했다 "오삼계 부하인 운남의 벼슬아치들도 모두 목씨 집안과는 원수지요. 자 연 우리들은 그들을 주의하게 되었는데 그 개 같은 벼슬아치가 서 세째 형의 위엄을 거슬리는 것을 우리가 발견하게 된 것인데 이는 뭐 별로 희한하다고 생각할 것도 없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소공야는 정말 똑똑하구나. 그의 누이 동생이 나에게 인질로 잡혀 있으니 그는 먼저 서노인을 구출해서 그의 누이동생을 놓아 달라고 할 생각인 모양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그가 어떠한 말을 하 는지 먼저 들어 보기나 하자.) 그는 서천천에게 말했다. "서 세째형은 백이협에게 맞아 중상을 입지 않았소이까. 백이협의 손에 실린 힘은 무섭기 짝이 없는데 살아 남을 수 있겠습니까? 그대로 돌아 가시지는 않겠죠?" 서천천은 말했다. "백이협께서는 그날 손에 사정을 두었기 때무에 속하는 이 며칠 동안 조섭을 한 결과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백한풍은 위소보를 노기 띤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위소보는 그저 싱글 벙글하며 전혀 모르는 척했다. 하인들이 술을 따르고 음식을 올렸다. 음식은 매우 풍성했다. 천지회의 군호들언 첫째, 서천천을 그들이 구했 고 둘째, 철배창룡 유대홍과 같이 명성이 쟁쟁한 노영웅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만큼 결코 독을 쓰지는 않으리라 판단했다. 모두 의심을 버 리고 술을 따라 주는 대로 잔을 비우게 되었고 음식을 마구 퍼먹었다. 유대홍은 석 잔의 술을 마신 이후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 노제들, 이 경성 일대에서는 누가 귀회의 우두머리가 됩니까." 이역세는 말했다. "이 공성 직예(直隸)일대에서는 지위가 가장 존귀하신 분이 바로 위향 주랍니다." 유대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참 좋소이다. 그것 참 잘되었소이다." 그리고 또 한 잔의 술을 마시더니 물었다. "그런데 이 소형께서 우리 쌍방의 분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모르겠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노백부님, 무슨 하실 분부가 계시면 말씀을 해 보십시오. 이 위소보는 사람이 작고 어깨 폭도 좁아서 작은 일이라면 그래도 한푼이나 반 푼 정도는 책임을 질 수 있지만 큰 일은 그야말로 제대로 짊어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천지회와 목왕부의 군호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저 애의 말투는 꼭 건달같구나. 입만 뻥긋하면 망나니와 같은 소리를 하니 결코 영웅호걸의 기개라고는 할 수 없다.) 유대홍은 말했다. "그대가 담당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일만은 그대로 덮어둘 수 없다오. 부득이 영사께 전갈을 할 수밖에 없겠군. 즉 진총타주께서 달려와 처리 하시도록 전갈을 하게." 위소보는 말했다. "소백부님께서는 저희 사부님에게 무슨 일을 말씀드리려고 하십니까? 하실 말씀이 있다면 편지를 한 통 쓰십시오. 우리들이 전달해 드리겠습 니다." 유대홍은 껄껄 웃었다. "허허허, 백한송 백형제가 서 세째 나리의 손 아래 죽었으니 어떻게 처 리할 것인지 진총타께서 한 마디 해달라는 것일세." 서천천은 벌떡 몸을 일의키더니 가슴을 쭉 편 채 입을 열었다. "목소공야, 그리고 유소영웅, 그대들이 저를 매국노의 손 아래서 구해 주어 그 간악한 자들에게 모욕을 당하게 될 것을 면하게 해준 데 대해 서는 불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맙게 생각합니다. 백대협은 불초가 실수해서 해친 것이니 불초의 한 목숨으로 보상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늙은 목숨으로 보상하면 끝나는 일이지 진총타주와 위향주를 난처하게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번형제, 그대가 차고 있는 칼을 빌려 주게 나." 그는 오른손을 번강에게 내밀었다. 그 뜻은 매우 분명했다. 그 자리에 서 자결을 함으로써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잠깐, 잠깐, 서 세째형, 앉으십시오. 성급하게 굴 것 없소이다. 그대 는 나이가 지긋하신데 어째서 성질이 아직도 그토록 대단하시오? 나는 천지회 청목당의 향주가 아닙니까. 그대가 나의 분부를 듣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나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천지회에서는 명령을 받들지 않는 죄명이 가장 컸다. 서천천은 재빨리 허리를 굽혔다. "서천천은 죄진 것을 알겠습니다. 삼가 위향주의 명령의 받들기로 하겠 습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소. 잘 생각하셨소. 그런데 백대협은 이미 돌아가셨으니 설사 서 세째형이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죽은 사람은 살아올 수 없 는 것이외다. 그저 한다는 짓이 밑지는 장사만 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 로 장사의 도리가 아니죠." 뭇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의 얼굴에 머물게 되었다. 모두가 도대체 그 가 다음에 무슨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다. 천지회 의 군호들은 더욱더 근심이 되어 하나같이 생각했다. (본회의 무림에서의 명성이 아무것도 모르는 소향주 때문에 땅에 떨어 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가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말을 하게 되어 그러한 말들이 강호에 전해지게 된다면 우리들은 이후 무슨 얼굴로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것인가?) 위소보는 이어 말했다. "소공야, 이번 운남에서 북경에 오실 때 이 몇몇 친구만 데리고 오셨나 요? 아무래도 좀 적은 것 같지 않소?" 목검성은 싸늘히 코웃음치고 물었다. "위향주의 그 말씀은 무슨 뜻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별 뜻은 없소이다. 소공야께서 이토록 존귀하신 몸이고 또 이 위소보 와는 크게 처지가 다른데 경성으로 들어오면서 좀더 많은 사람들로 하 여금 보호토록 하지 않는다면 아차 하는 순간 오랑캐의 주구들에게 사 로잡혀 갈 수 있는 일이니 그래서는 안 될 일이 아니겠소?" 목검성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말했다. "오랑캐의 주구들이 나를 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거외다." 위소보는 웃었다. "소공야께서는 무예가 놀라우시고 천하에서...... 하하하 ....... 적수 가 퍽 드문 형편이니 오랑캐들은 자연 그대를 잡아갈 수 없겠죠. 하지 만...... 하지만 목왕부의 다른 친구들 모두가 소공야처럼 뛰어나다고 는 할수 없지 않겠소? 만약에 오랑캐들이 닥치는 대로 잡아가거나 시끌 벅적하게 떼를 지어 달려와 몇 분을 청해 간다고 한다면 별로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구려." 목검성은 줄곧 얼굴을 굳히고 그의 희희덕거리는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 다가 입을 열었다. "위향주의 그 말씀은 불초를 비웃는 것이오?" 이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은 더욱더 일그러졌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니오. 아니오. 나는 한평생 남에게 업신여김만 당했지 결코 남을 업 신여긴 적은 없소이다. 상대방에서 나의 손을 움켜잡았는데, 이것 보시 오. 아직도 멍이 채 가시지 않고 있으며 아파서 죽을 뻔했단 말이외다. 저 백이협이라는 분은, 하하하, 손힘이 정말 대답합디다. 그리고 횡소 천군과 고산유수라는 이초로 말하자면 더욱더 대단하죠. 오랑캐에게 잡 혀간 친구들을 구하는 데는 틀림없이 쓸모가 있을 것이며, 어떻게 되든 간에 처음부터 승리를 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을 구하는데 성공하게 될 것이외다." 백한풍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끝내 억 지로 참는 듯 했다. 유대홍은 목검성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소형제, 그대의 말은 약간 신비하여 헤아릴 길이 없으니 우리들로서는 잘 이해할 수가 없군." 위소보는 웃었다. "영감님께서는 너무 겸손하십니다. 저의 말은 천박해서 헤아릴 수 없는 점은 있을지 몰라도 신비해서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천박하기 이를 데 없죠. 천박하기 이 를 데 없어요." 유대홍은 말했다. "소형제는 우리 목왕부 식구 중에 그 누가 오랑캐에게 잡혀갔다고 하는 말 같은데 그 말의 뜻은 무엇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조금도 뜻이란 게 없습니다. 소공야, 그리고 유영감님, 저의 주량도 또한 천박하여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서 십중팔구 제가 술에 취해 터무 니없는 소리를 지껄인 것이니 빌어먹게시리 이치에 닿는 말이라고는 한 마디도 없다고 해두죠." 목검성은 싸늘히 코웃음치더니 억지로 노기를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원래 위향주는 사람을 가지고 놀려고 했었군." 위소보는 말했다. "소공야, 놀 생각이 있습니까? 소공야는 북경성 안을 두루 유람을 해 보셨겠지요?" 목검성은 거칠게 말했다. "그게 어쨋다는 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북경성은 그야말로 넓지요. 그대들 운남의 곤명은 북경성만큼 크지 못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목검성은 더욱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게 어쨌다는 것이오?" 관안기는 위소보가 쓸데없는 말을 이러쿵저러쿵 하며 갈수록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자 불쑥 입을 열었다. "북경성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고장인데 애석하게도 오랑캐에게 점령당 했으니 조금이라도 혈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치미는 울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소공야께서는 오늘 나에게 술을 한 턱 내셨는데 불초는 뭐 보답할 것 은 없고, 언제라도 시간이 있을 때 제가 모시고 북경성 안을 두루두루 놀러 다니도록 해 드리죠.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안내하게 된다면 길을 잘못 들게 될 염려가 없죠. 그렇지 않고 만약 함부로 이리저리 다니다 가는 오랑캐의 황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소공야의 무공이 고강하다 하더라도 크게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외다." 유대홍은 말했다. "소형제의 말 속에는 뼈가 있는데 그대가 만약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없겠소?" 위소보는 말했다. "저의 말은 더할 나위없이 명백합니다. 목왕부의 친구들은 무공이 모두 고강합니다. 무슨 횡소천군이니 고산유수니 하는 초식들이야말로 무섭 기 이를 데 없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북경성 안에서는 길을 잘 모르고 또 거리를 구경하다가도 삼경 야밤에는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자기도 모 르는 사이에 자금성 안으로 걸어 들어 갈 수도 있다는 말이외다." 유대홍은 목검성을 바라보더니 위소보에게 물었다. "그게 어떻다는거요?" 위소보는 말했다. "소문에 듣자니까 자금성 안에는 문들이 많고 궁전들이 많이 세워져 있 어, 함부로 뛰어들었다가는 황제나 황태후께서 안내를 하지 않는 이상 쉽게 길을 잃어 버려 한평생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하더군 요. 황제나 황태후께서 여가가 있어서 대낮이고 어두운 밤이고 남의 길 안내를 해 줄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목왕부 소공야의 수하인 여러 친 구들이 소공야의 이름을 들먹이게 된다면 소황제나 황태후라는 늙은 갈 보는 깜짝 놀라서는 길을 안내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뭇사람들은 그가 황태후를 늙은 갈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모두가 무 척 신선한 욕이라고 느꼈다. 관안기와 기표청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 기까지 했다. 위소보는 항상 마음속으로 태후를 늙은 갈보라고 욕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 그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자 속으로 느끼는 통 쾌감은 그야말로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때 유대홍이 말했다. "소공야의 수하들은 일을 행함에 있어 조심스럽기 때문에 결코 황궁 안 으로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오. 소문에 들으니 오삼계라는 매국노의 아들 오응웅도 북경에 있다고 하던데 그가 사람을 황궁으로 보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지."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영감님께서 하시는 말씀도 옳읍니다. 불초에게는 주사위 놀음을 함 께 즐기는 젊은 친구가 있는데 바로 황궁에서 어전 시위들을 시중들고 있읍니다. 그는 어젯밤 궁안에서 몇 명의 자객을 잡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모두 목왕부 소공야의 수하라고 실토를 했다는 것입니다......" 목검성은 놀라 부르짖었다. "뭐라구?" 그리고는 오른손을 그만 부르르 떠는 바람에 손에 들렸던 술잔이 땅바 닥에 떨어지면서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나고 말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본래 그 말을 믿었읍니다. 목씨 집안이야 대명나라의 커다란 충 신이 아니겠읍니까? 사람을 보내 오랑캐 황제를 찔러 죽이고자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매우 영웅호걸다운 짓이 아니겠읍니까? 이제 유영 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보니 매국노인 오삼계의 수하들의 짓이 었군요? 그렇다면 그들을 용서할 수 없군. 저는 즉시 가서 그 친구들에 게 말하여 그로 하여금 방법을 강구해서 그 자객들을 단단히 혼내 주라 고 부탁을 해야겠읍니다. 제기랄, 매국노의 수하라면 어디 좋은 물건이 있겠읍니까? 반드시 그들로 하여금 쓴맛을 단단히 보게 해야죠." 유대홍은 물었다. "소형제, 그대의 그 친구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오랑캐 중에서 어떤 직책을 담당하고 있소?"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어전 시위들을 위해 땅이나 쓸고 찻물이나 끓이며 요강이나 비워 주는 녀석에 불과합니다. 사실 말하자면 창피하기 이를데 없는 노릇이 죠. 다른 사람은 그를 나리두(癩리頭) 소삼자(小三子)라고 부르지요. 그러니 무슨 존성대명이 있을 수 있겠읍니까. 그 자객들은 묶여 있는데 본래 저는 나리두 소삼자에게 몰래 맛있는 음식을 그들에게 갖다 주라 고 했었읍니다. 유영감님께서 그들이 매국노의 수하라고 하니 나는 그 에게 칼을 가지고 가서 그들의 허벅지를 몇 번 더 찔러 주어 후레자식 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라고 말해 주어야겠읍니다." 유대홍은 말했다. "나 역시 추측해서 하는 말에 지나지 않으니 정확하다고 할 수 없네. 그들이 감히 궁 안으로 들어가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면 그것이야 말로 대단한 호걸이 아니겠는가? 위향주가 만약 친구에게 그들을 조금 이나마 돌봐 주라고 한다면 역시 강호의 의리를 살리는 것이 아니겠는 가?" 위소보는 말했다. "이 나리두 소삼자는 저와 가장 절친한 사이이죠. 그가 노름판에서 돈 을 잃게 되면 저는 언제나 여덟 냥이고 열 냥이고 그에게 주고도 한번 도 그에게 깎으라고 한 적이 없답니다. 소공야와 유영감님께서 어떤 분 부를 내리시고 제가 소삼자에게 그 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는 결코 거절 하지 못할 것입니다." 유대홍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렇다면 매우 잘 되었네. 궁 안에 사로잡혀 있는 자객이 모두 몇 명 이 되며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모르겠군. 이 자객들의 용기가 적지 않 는 점에 대해서 우리들은 매우 탄복하는 바일세. 그런데 지금쯤 호되게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 그대의 친구가 만약 대신 알아봐 준다면 불초는 위향주의 정을 가슴속에 새겨 두기로 하겠네." 위소보는 가슴을 치며 말했다. "그것이야 쉬운 노릇입니다. 애석하게도 자객은 소공야 형제들이 아닙 니다. 그렇지 ㅇ으면 저는 방법을 강구해서 한 사람이라도 구해 내어 소공야에게 건네 줌으로써 한 목숨으로 한 목숨을 바꾸려고 했을 것입 니다. 그렇게 된다면 서형이 실수하여 백대협에게 상해를 입혔던 일도 모두 지워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유대홍은 목검성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검성은 말했 다. "우리들은 그 자객이 누구인지 모르나 오랑캐 황제를 죽이려고 한것을 보면 어쨌든 간에 인의지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 반청복명(反 淸復明)의 동도(同道)라 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위향주, 그대가 만약 방법을 강구해서 구해 준다면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간에 목검성은 영 원히 그 큰 은덕을 잊지 않을 것이외다. 그리고서 세째 나리와 백대협 의 일에 대해서는 다시 더이상 들먹이지 않도록 하겠소." 위소보는 고개를 돌리고 백한풍을 바라보았다. "소공야께서야 들먹이지 않으시겠지만 백이협께서는 아마 그만 두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나의 손을 잡아 내 가 크게 울부짖도록 비틀기라도 한다면 그 맛이이야말로 죽을 맛이 아 니겠습니까?" 백한풍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낭랑히 외쳤다. "위향주가 만약 우리... 우리... 만약 함정에 빠진 협객의사들을 구해 낼 수만 있다면 위향주를 괴롭혔던 백가의 이 손을 스스로 잘라 위향주 에게 사과를 하리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이다. 그럴 필요 없소이다. 그대가 한쪽 손을 잘라서 나에게 준다 하더라도 내가 어디에 쓰겠소이까? 더군다나 나의 그 나리 두 형제에게 황궁에서 사람을 구할 재간이 있는지 그것은 말하기 매우 힘든 일이외다. 그 사람들은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으니까 그야말로 엄청나게 큰 죄명을 뒤짚어 쓰게 되었고 몸에 몇 가닥의 쇠고랑을 차고 있는지 모를 일이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지도 모를 일 이지요. 제가 사람을 구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큰 소리 한번 쳐서 모 두들 한번 웃고 말자는 뜻이 있을 뿐입니다." 목검성은 말했다. "황궁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물론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 라 우리로서도 감히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는 갖지 않소이다. 그러나 위향주가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면 그들을 구해 내든지 구하지 못하 든지 간에 모두 똑같이 위향주의 큰 은덕을 기리게 될 것이외다."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또 한가지 저희 누이동생이 며칠 전 갑자기 실종되었소이다. 불초는 매우 초조하게 여기고 있는 형편이죠. 천지회 여러분들은 경성에서 발 이 넓은 편이고 염탐꾼들도 많을 터이니 만약 대신 알아 주고 방법을 강구해서 구해 준다면 불초로서는 고맙기 이를데 없겠소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 일이야 쉬운 일이죠. 소공야는 아무쪼록 마음을 푹 놓도록 하십시 오. 자, 이젠 술도 충분히 마셨으니 나는 나리두 소삼자를 찾아가 상의 를 해 봐야겠소이다. 제기랄, 그와 노는 것은 그야말로 재미있는 일이 지요." 그리고 그는 손을 뻗쳐 품속에서 무슨 물건을 꺼내더니 팔방탁자 위에 다가 홱 뿌렸다. 놀랍게도 네 알의 주사위였다. 몇 번 구르더니 네 알 의 주사위는 모두 홍색의 넉점이 하늘 쪽을 향하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손뼉을 치며 외쳤다. "만당홍(滿堂紅), 만당홍이다! 상상대길(上上大吉)인걸? 아, 그러나 모 조리 목이 잘려 피를 곳곳에 뿌린 만당홍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뭇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며 아연해진 표정을 지었다. 위소보는 주사위를 거두고 두 손을 맞잡아 보였다. "폐를 끼쳤습니다. 이만 작별을 고할까 합니다. 서 세째형이 우리와 함 께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목검성은 말했다. "위향주께서는 너무나 겸손해 하십니다. 불초는 삼가 위향주와 서 세째 나리 그리고 천지회의 여러 친구들께서 가시는 것을 전송하겠습니다." 즉시 위소보와 서천천, 이역세, 관안기 등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 쪽 으로 향했다. 목검성 유대홍 등은 곧장 대문 밖까지 전송하였으며 위소 보가 교자에 오른 것을 보고서야 집안으로 되돌아갔다. 군호들은 그 사합원의 집으로 되돌아 갔다. 관안기는 성질이 급하여 물었다. "위향주, 어젯밤 궁 안에서는 자객들로 시끄러웠소? 그들의 표정을 보 건대 십중팔구 목왕부에서 파견한 것이 틀림없소이다." 위소보는 웃었다. "바로 그렇소이다. 어젯밤 궁 안에는 자객이 들이닥쳤소. 이 일은 그 누구도 누설하지 않아 외부의 사람은 한 사람도 모른다오. 그런데 그들 은 조금도 이상스럽게 여기지 않고 있으니 자연 그들이 한 짓이 아니겠 소." 현정은 말했다. "그들이 감히 오랑캐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니 그야말로 대담하기 짝이 없고 당돌하기 이를 데 없으나, 정말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케 하 는 것도 사실이구려. 위향주, 그들 가운데 붙잡힌 사람을 위향주께서는 구할 수 있다는 것이오? 아마도 그 일은 무척 힘들 것 같소." 위소보는 연회 좌석에서 목검성과 유대홍을 상대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이미 생각한 바가 있었다. 사로잡힌 자객들을 구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자신의 거실에는 소군주와 방이가 침대 위에 멀쩡히 누워서 자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 아 닌가. 소군주는 자객이 아니고 천지회에서 잡아 궁 안으로 들여 보낸 것이니 석방한다 하더라도 자객을 구해 내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 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이는 궁 안에서 빠져 나오게 하는 것은 결 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현정이 묻는 말에 미소했다. "많으면 안 되겠지만 한 사람 정도 구하는 것은 십중팔구 해낼수 있을 것이오. 서 세째형은 그저 백한송 한 사람을 죽였으니 우리가 한 사람 쯤 구해 내서 되돌려 준다면 한 목숨으로 한 목숨을 보상하는 셈이니 그들도 손해 볼 것은 없지 않겠소? 더군다나 그들에게는 밑천에다 이자 까지 더 얻는 셈으로 전노반이 데리고 들어온 그 소저와 함께 그들에게 돌려준다면 그들이 또 무슨 할 말이 있겠소? 전노반, 내일 아침 일찍이 그대는 두 마리 죽은 돼지를 다시 떠메고 주방으로 와 주시오. 그리고 다시 나의 처소로 가서 사람을 돼지 몸통 속에다 숨기도록 합시다. 그 리고 나는 주방에서 크게 성질을 부려 전노반을 사정없이 욕하고 꾸짖 겠소. 그리고 두 마리의 돼지가 좋지 못하니 즉시 떠메고 궁에서 나가 라고 몰아치는 것이오." 전노반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위향주의 그와 같은 계략은 정말 훌륭합니다. 작은 소저를 숨기는 한 마리의 죽은 돼지는 별로 힘들 것 없으나 다른 한 마리는 그야말로 특 별히 큰 것을 골라야겠구만요." 위소보는 서천천에게 몇 마디의 위로의 말을 하고 말했다. "서 세째형,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구려. 노일봉이란 그 개도적이 그대에게 죄를 지었으니 나는 오응웅으로 하여금 그의 다리뼈를 분질러 놓도록 하겠소이다." 서천천은 대답했다. "네, 네, 위향주 감사합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조금도 위소보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린애가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는구나. 오응웅은 평서왕의 세자로서 대단한 세력을 누리고 있느데 어찌하여 너의 말을 듣는단 말이냐?) 위소보가 막 궁으로 되돌아가 신무궁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두명의 태 감이 마중나오면서 일제히 부르짖었다. "계공공! 빨리 가시오! 빨리 가시오! 황상께서 부르십니다." 위소보는 물었다. "무슨 요긴한 일이라도 있소?" 한 명의 태감이 말했다. "황상께서는 이미 여러 번 재촉을 하셨소이다. 아마도 급한 볼일이 있 는 모양입니다. 황상께서는 서재에 계십니다." 위소보는 재빨리 서재로 달려갔다. 강희는 방안에서 서성거리고 있었 다. 그러다가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기쁜 빛을 띠우고 책망 했다. "제기랄, 어디 가서 죽기라도 했던가? 이제 오게."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 소신은 자객이 대담하고 당돌하여 만약 일망타진하지 않는다면 좋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또 소동을 벌이게 되어 황상으로 하여금 마음을 쓰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래서 몰래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찾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러고 보니 그대로 궁 안에 눌러 있을 수가 없어 평복으로 갈아입고 각 처의 큰 거리나 작은 골목길을 서성거리며 염탐을 했답니다. 도대체 자 객의 우두머리는 누구이며 이 경성에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자는 것이었 죠." 강희는 말했다. "매우 잘 했다. 그런데 어떤 소식이라도 알아냈느냐?"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만약 소식을 알아냈다면 너무나 공교로운 일이겠지.) 위소보는 생각하며 말했다. "반나절 동안 다녔으나 눈에 띄는 사람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내일 다시 가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가 마구잡이로 돌아다닌다고 해서 소용이 있을 것 같은가? 그런데 나에게 한 가지 생각이 있네." 위소보는 기뻐하며 말했다. "황상의 생각이라면 반드시 좋을 것입니다." 강희는 말했다. "조금 전 다륭이 보고를 했는데 사로잡은 세 자객은 입을 꼭 다물고 있 으며 아무리 매질을 하고 유도심문을 했지만 시종 오삼계가 보낸 사람 이라고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는군. 따라서 아무리 고문을 가해 봐도 한 마디 참말을 알아낼 수 없다는게야. 그래서 나는 그들을 차라 리 풀어 주려고 해." 위소보는 되물었다. "풀어 준다구요? 그건.... 그건 너무나 그들에게 관대하신 게 아닙니 까?" 강희는 말했다. "그 자객들은 명을 받들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물론 반역이고 윗사 람을 범하려고까지 했지만 그들을 죽이고 죽이지 않는 것은 대국에 큰 영향이 없는 일이지. 가장 요긴한 것은 그들의 주모자를 찾아내 일망타 진하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지." 거기까지 말한 그는 미소하여 말을 이었다. "이리 새끼를 놓아주면 이리 새끼는 자연히 어미 이리를 찾아가지 않겠 는가?"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손뼉을 치며 웃었다. "그것 정말 묘합니다. 묘해요. 우리들이 자객을 놓아 주고 몰래 뒤따르 게 된다면 그들은 자연히 우두머리에게로 가겠군요. 황상께서는 정말 신기묘산(神機妙算)으로 뛰어난 재갈량보다도 더욱 뛰어납니다요." 강희는 웃었다. "제갈량보다 뛰어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그건 그대가 너 무 지나치게 아첨한 것일세. 그런데 자객을 미행하면서도 그들에게 발 각되지 않도록 하려면 결코 쉬운 노릇이 아니야. 소계자, 내가 그대에 게 한 가지 일을 하도록 하겠다. 그대는 좋은 사람으로 가장하고 그들 을 구출해서 궁 안에서 빠져나가란 말이야. 그러면 그들 자객들은 그대 를 동도로 생각하고 자연 그대를 데리고 갈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생각해 보고 말했다. "그건.... " 강희는 그 말을 가로챘다. "이 일은 물론 무척 위험하지. 만약 그들에게 발각된다면 즉시 그대의 목숨은 사라지게 될 것이야. 애석하게도 내가 황제이니 어쩔 수가 없 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정말 내 스스로 그와 같은 일을 하나면 매우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 저에게 하라시면 물론 명을 받들어야죠. 아무리 위험한 일이 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강희는 크게 기뻐했다. "나는 이미 그대가 총명하고 용감하며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발벗고 나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그대는 나이가 어리니까 자객들은 의심을 하지 않을거야. 나는 본래 무공이 뛰어난 두 명의 시위에게 시 키려고 했으나 자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속을리가 없거든. 한 번 시험 해 봐서 효과가 없을 때는 두 번 써먹을 수 없는 계책일세. 소계자, 그 대가 이 일을 처리해 보게." 강희는 무공을 익히게 된 이후 어떤 일이든 간에 자기의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많았다. 그리고 줄곧 몇 가지 위험한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황제의 몸이라 역시 위험한 짓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소계자의 나이가 자기와 비슷하나 무공에 있어서 자기보다 못하고 총명함에 있어서도 자기보다 못한 데도 그가 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리고 위소보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자기가 친히 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기 자신이 친히 그와 같은 경우를 겪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히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희는 다시 말했다. "그대는 그럴싸하게 가장할수록 좋단 말일세. 그러니까 자객들 앞에서 한두 명 지키고 있는 시위들을 죽여 그 자객들로 하여금 그대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군. 그리고 내가 다시 다륭에게 분부해서 경계를 소홀히 하도록 한다면 그대는 쉽게 그 들을 데리고 궁 안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거야."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하지만 시위의 무공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마도 제가 그들을 죽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는 임기응변을 하면 될 것이네. 그러나 조심하게. 시위가 먼저 자 네를 죽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네." 위소보는 혀를 내밀었다. "만약 시위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원인모를 죽임을 당하 는 꼴이 되겠고 소계자는 오히려 반역도들과 한패거리가 되겠군요." 강희는 두 손을 마구 비비며 매우 흥분해서는 말했다. "소계자, 그대가 이번 일을 성공시키면 내가 그대에게 무슨 상을 내렸 으면 좋겠어?" "이번 일을 만약 성공시킨다면 황상께서는 반드시 기쁠 것입니다. 황상 께서 기쁘시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어떤 상을 받는 것보다 낫지요. 황상 께서 다음에 다시 어떤 재미있고 위험한 일을 생각해 내게 되었을 때 여전히 저를 보내 처리하도록 해주신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바랄 수 없 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강희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암, 반드시 그렇게 하지, 그렇게 하구 말구. 아, 소계자. 애석하게도 그대는 태감이야. 그렇지 않다면 나는 반드시 그대에게 큰 벼슬을 내리 겠는데 말이야." 위소보는 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어서 말했다. "황은이 망극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당신은 내가 가짜 태감이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때 얼 마나 화를 낼지 모르겠구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황상, 제가 한 가지 은혜를 베풀어 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려야 겠습니 다." 강희는 미소했다. "큰 벼슬아치라도 되겠다는 것인가? 위소보는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황상을 위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충성을 다해 일을 처 리하겠습니다. 만약에 큰 화를 불러일으키게 되어 황상께서 화를 내시 게 하는 일이 있게 되더라도 황상께서는 저의 목숨을 용서해 주시고 저 의 목을 자르지 말았으면 합니다." 강희는 말했다. "그대가 나에게 충성을 진정으로 바친다면 그대의 그 머리통은 그대의 목 위에 편안히 놓여 있을 것일세." 그리고 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위소보는 서재에서 걸어 나오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본래 소군주와 방소저를 목왕부로 되돌려 주려고 했다. 그런데 황상께서 조금 전에 하신 말로 미루어 볼 때 성지를 받들어 자객을 풀 어 주는 꼴이 되었으니 그 두 소저를 급히 내보낼 필요는 없다. 자객의 진짜 우두머리는 조금 전 나와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던가? 그와 같은 사실을 황상에게 말씀을 드려 목검성이라는 녀석과 유대홍이라는 늙은 이를 잡도록 할까? 그러나 사부님께서 내가 그와 같은 일을 했다는 것 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제기랄, 나는 도대체 천 지회의 향주 노릇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그는 궁 안에서 모든 사람에게 떠받들어지고 강희 또한 그를 매우 총애 하는지라 궁 안에서 한평생 태감 노릇이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황태후를 생각하게 되자 그만 가슴이 써늘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늙은 갈보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려고 할 것이 니 나야말로 이 궁안에서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그는 즉시 건청궁 서쪽에 있는 시위방으로 들어갔다. 당직의 우두머리 는 바로 조제현이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