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작은책방이 있는 칠성면의 이웃이자, 책방 오랜 단골이었던 나무인형작가 한명철 선생님. 작고 단아한 주택에 혼자 사시면서 고서를 수집하고 읽고, 만들고 그리고 꾸미며 삶을 즐기던 일상 예술가셨다. 값비싼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놓여진 것들, 무엇보다 버려지는 것들에 쓸모를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 넣어주신 분. 지난해 갑작스런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신 후 350 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만 집에 남겨졌다.
괴산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인 '문화학교숲'과 '느티울여행학교협동조합'은 선생님이 남긴 작품들을 정리해 괴산군수 관사에서 전시를 열었다. 지역의 이웃이자 예술가가 남긴 삶의 흔적을 함께했던 이웃과 친구들이 잊지않고 기억하는 자리. 이로써 지역의 삶이 계승되는 자리. 멀리 청주에서부터 오랜 지기였던 분들이 찾아와주었고 남은 가족들과 선생님을 기억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즐거움을 나누었다. 백년 된 고택에서 유머와 해학 가득한 선생님의 인형들은 새 이야기를 입게 되었고 퇴락했던 집은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이렇게 즐거움이 가득한 일상문화예술의 기쁨을 누리는데 관의 예산은 불과 수백만원이 소요될 뿐이다. 고택의 오랜 나무는 열매를 맺고, 흙마당은 사람들 발길로 반질거리며, 아이와 부모들은 가을볕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이 따스함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이 돈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오늘도 예산을 잘라내고 있다. 한 해 동안 숲속작은책방 팝업북 전시도 했고, 시 쓰고 랩하는 괴산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걸렸으며, 오늘 귀한 전시까지. 참 좋았던 괴산군수 관사에서의 내년이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 마지막 후기로 남았다.
https://youtu.be/-7rimrvC9Uw?si=h5-cZ0dDEw4M6z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