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남원, 강정몰 마을.
그러나 내 삶의 뿌리를 찾아
기억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 고려의 긴 세월 속에
나의 선조가 있었네.
족보와 집안에 전해오는 기록에 따르면
옥천조씨의 시조이신
조장(趙璋) 할아버지께서는 고려 문종 대에
광록 대부와 검교 대장군,
문하시중의 벼슬을 지내셨다고 하네.
광록 대부라는 높은 품계와
검교 대장군이라는 무관의 벼슬,
그리고 나라의 정사를 맡았던 문하시중이라는,
3개의 벼슬을 거치면서 나라위해 몸을 바치시고.
그 이름들이
천 년 가까운 세월을 건너
오늘의 나에게 전해졌네.
나는 그 옛 이름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네.
한 사람의 이름이 한 시대를 지나고,
또 한 시대를 지나!
수많은 자손의 삶을 거쳐
마침내 남원의 작은 마을에
닿았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네.
고려 말의 선조들을 지나!
조선의 여러 세대를 거치며
우리 가문의 삶도 이어졌네.
5대조 조연 할아버지,
6대조 조응 할아버지,
7대조 득재 할아버지,
그리고 8대조 장손 할아버지까지.
높은 벼슬을 지낸 선조들의 이름도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집안의 삶은
점차 고향의 흙과 가까워졌네.
19대 상우 할아버지를 지나!
20대 구례에 계시는 복렬 할아버지,
21대 우리 증조 선집 할아버지 때에 이르러
우리 가문은
남원 강정 몰 마을에 터를 잡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전해지네.
그곳에서
22대 순길 할아버지가 태어나고,
23대 아버지 판암(영수) 아버지를 지나!
1954년 4월 15일,
24대의 자손으로 내가 세상에 태어났네.
4남 2녀 가운데 장남.
고려의 먼 옛날에서 시작된
한 줄기의 시간이
조선의 세월을 지나!
남원의 강정 몰에 닿았고,
마침내
한 농부의 아들이 나에게까지
이어져 온 것이네.
나는 이제야 알겠네.
뿌리란
옛 조상의 이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에서 이어져 온 삶과
그 삶을 품어준 땅까지를 함께 말하는 것임을.
그래서 나는
내가 태어난 강정 몰을 돌아보고,
살구나무 집을 돌아보고,
부모님의 삶을 돌아보고,
어린 시절의 흙길을 돌아보며
나에게 이어진 그 긴 세월의 끝을
조심스럽게 찾아가려 하네.
고려의 먼 옛날에서
남원의 작은 마을까지,
그리고
그 마을에서 태어난 오늘의 나까지.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나라위한 길로 나를 가게하는 힘이
내가 이제부터 기록하고 싶은
나의 뿌리,
그리고 나의 인생길이 었고
내가 가야할 운명의 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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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
나의 뿌리 밟기
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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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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