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6일 이사회를 열어 기말배당금 5000원, 중간배당금 500원 등 1주당 5500원의 제34기 사업연도(2002년) 연간배당을 확정했다. 전체 배당금 총액은 9127억원에 달한다.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한 액면배당율은 110%로 높아보이지만 삼성전자 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배당율은 1.6%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삼성전자 주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 주당 배당금 2000원과 비교하면 1년만에 175%나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작년 한해동안 1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데 이어 올해도 추가 매입을 검토하는 등 주주중시 경영을 펼쳐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실제 배당 증가는 미미
그러나 이번 배당은 한국을 대표하는 블루칩 삼성전자의 배당규모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하상주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 주고 있다"며, "삼성전자 배당규모가 국내 다른 기업에 비해서 높다고 하지만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작년 당기순이익 7조518억원 가운데 9127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은 12.9%로 지난 2001년 배당성향 11.5%보다 소폭 증가한데 그쳤다. 결국 외형적으로 볼 때 주당 배당액은 2배 이상 높아졌다고 하지만 순이익 증가분을 고려하면 제자리 걸음을 한데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임직원 막대한 특별상여금 받아
특히 삼성전자가 작년 연말 임직원들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주주들에 대한 대접이 미약하다는 비판이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지난 연말 3750억원을 특별상여금으로 나눠줬다. 삼성전자 임직원 숫자가 약 4만8000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직원 한 사람당 약 780만원을 받은 셈이다.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고 삼성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특별상여금외에 생산성격려금(PI)을 이미 지급했고, 이달안으로 초과이익분배금(PS)도 나눠줄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고로 좋은 실적을 올린 부서에 소속된 직원의 경우 한해 연봉 규모를 특별상여금과 PI,PS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8년차 대리는 3000만원, 상무 이상의 임원은 억대의 가욋돈을 챙기게 됐다.
작년 연말 예정에 없던 특별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삼성전자 4/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당초 전망보다 대폭 줄어든 1조5000억원대로 축소됐다. 이날 오전 이같은 실적이 발표된 직후 주가가 출렁거리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 경영진 주주경시 인식 사례
채권투자가 이자수익을 노리는 것처럼 주식투자의 기본은 배당투자입니다.
주식의 가치가 결국 주주에게 귀속되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라 할경우 잉여금에 대해 주주 분배가 아닌 무조건 회사에 유보시켜 대주주의 재산관리 수단으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할경우 한국주식시장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임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성과금 역시 기업오너에 대한 충성심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진 모르지만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이러한 조치는 언젠가 반드시 응징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않길 촉구해봅니다.
<삼성전자 "쥐꼬리 배당vs천문학 보너스">
1년에 한 주당 5500원의 배당금을 받는 삼성전자 주주가 직원 평균 특별상여금 수준인 780만원을 배당으로 받으려면 1418주를 보유해야 한다. 이날 종가 33만원으로 하면 무려 4억6800만원을 투자해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임직원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은 경영진의 판단이지만, 주주들에게는 쥐꼬리만큼 배당하면서 임직원들에게는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나눠준다는 것은 삼성 경영진의 주주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