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줌터뷰] 어린이 '코로나 블루' 대처법
오누리 기자
이유진 인턴기자
11개월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가 어린이의 마음까지 좀먹고 있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놀지 못하고, 계획했던 가족 여행까지 줄줄이 취소되면서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아동·청소년이 많아졌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최근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는 '코로나 블루'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지난 14일, 박채원(울산 신정초 3)·이정은(서울 계성초 4) 양, 정상윤(서울 영훈초 4)·진찬호(경북 구미 오태초 6) 군과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이들은 "학교에 가고, 친구와 만나는 평범한 일상이 마비되면서 어른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줌터뷰’는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과 인터뷰를 합친 말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걸맞은 ‘비(非)대면’ 인터뷰죠. 앞으로도 다양한 줌터뷰로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지난 14일, 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와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상윤 군, 오누리 기자, 박채원 양, 진찬호 군, 이정은 양./양수열 기자
◇코로나19로 일상 변화… 우울하고 무기력해요
“올해가 초등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인데, 엉망이 돼 버렸어요. 서울 놀이공원으로 가기로 했던 졸업 여행도 없던 일이 됐죠. 작년부터 기대했는데…. 속상해서 우는 친구도 있었어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진찬호 군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찬호 군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멋진 추억을 쌓고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추억은커녕 등교조차 제대로 못 해서 슬프다”고 말했다.
이정은 양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은 양은 “작년에 교내 방송부에 합격해 올해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었다”며 “학교에서 진행하기로 한 많은 일이 취소되고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하다”고 했다.
정상윤 군은 요즘 들어 부쩍 웃음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원래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친구들과 못 만나서인지 무기력해졌어요. 웃을 일이 별로 없죠. 게임을 하거나 개그 프로그램 볼 때만 조금 웃어요.”
코로나19로 달라진 어린이의 일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전국 초 4~고 2 아동·청소년 1009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한 설문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평균 미디어 사용 시간은 2시간 44분 증가했고, 운동 시간은 21분 줄었다. ‘집콕’ 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생활 방식이 흐트러진 것이다.
이날 모인 어린이 4명 중 3명은 코로나 사태 전보다 살이 쪘다고 말했다. 찬호 군은 “활동량이 크게 줄어 몇 개월 사이 10㎏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상윤 군 역시 “예전엔 학교 끝나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며 “요즘엔 집에서 공부만 하다 보니 체중이 불었다”고 했다.
◇코로나 블루 이렇게 극복했어요
생전 처음 겪는 ‘바이러스 난리통’이지만, 어린이들은 저마다 방법으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있었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정은 양은 집에서 ‘랜선 전시회’를 즐긴다고 했다. “사람 많은 곳은 가기 어려우니까 온라인으로 각종 전시를 찾아보고 있어요. ‘오페라의 유령’ 같은 유명 뮤지컬부터 판소리 대가 안숙선 선생님의 ‘심청가’ 공연까지 모두 제 방에서 봤어요!”
친구와의 ‘랜선 만남’으로 울적한 마음을 달랜다는 어린이도 있었다. 상윤 군은 “요즘 친구들과 줌 채팅방을 열어서 매일 같이 모인다”며 “줌을 틀어 두고 서로 일상을 공유하면 친구와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채원 양도 “한창 코로나가 심해서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갈 때 줌으로 친구들과 놀았다”며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답답한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고 말했다.
찬호 군은 ‘반려곤충’을 키우며 일상의 활기를 되찾았다고 했다. “집에서 사슴벌레 암수 한 쌍을 키우고 있어요. 답답한 기분이 들 때마다 이 친구들을 가만 바라봐요. 그럼 기분이 좋아져요. 한 생명체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집에서도 바쁘게 움직여요. 그러다 보면 딱히 우울할 틈이 없어요.”
채원 양은 ‘생활 계획표 짜기’를 제안했다. “일주일 단위로 생활 계획표를 짜고, 최대한 계획에 맞춰 움직이려고 노력해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학교 점심시간에 맞춰 밥을 먹고, 공부도 비슷하게 하는 거예요. 집에서도 풀어지지 않고 학교에 있는 것처럼 생활할 수 있어요.”
자리가 마무리될 즈음, 어린이들은 ‘희망(希望)’을 이야기했다. 명예기자들은 “코로나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나고 있지만, 언젠간 끝날 거란 희망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 양과 채원 양은 “코로나 시대에도 잘 찾아보면 즐길 만한 일이 많다”며 “그간 바빠서 못 읽었던 책을 본다든지, 가족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바람은 불려고 있는 것이지,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언젠간 바람처럼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정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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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이러스로인한 부정적인 시기이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 적응력을 키워주고, 여유로운 시간에 색다른 채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