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던 대우자동차의 매각 협상이 마침내 타결됨으로써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상승하는 등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은행 정건용 총재는 지난달 30일 “이번 계약은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대외신인도 상승으로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잭 스미스 제너럴모터스(GM) 회장도 “대우차 인수는 한·미 양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요 합의내용=지난해 9월 체결된 양해각서(MOU)상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합의됐다. 다만 MOU에 비해 해외법인 인수대상이 축소됐고 매각대금은 2억6100만달러 줄었다. 대신 부평공장 인수조건은 훨씬 개선됐고 고용도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일단 GM 및 제휴사와 국내 채권단은 각각 4억달러와 1억9700만달러를 현금 출자, ‘GM·대우차’(가칭)라는 합작 자동차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신설법인은 대우차 국내외 자산을 선별 인수, 운영하게 된다. 신설법인이 인수하는 자산은 오스트리아·베네룩스·프랑스·독일·이탈리아·푸에르토리코·스페인·스위스 판매법인 및 네덜란드의 유럽 부품회사 그리고 한국 창원·군산공장과 베트남 하노이공장 등 12곳이다. 특히 신설법인이 인수하지 않는 해외 생산시설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신설법인이 부품을 공급하고 기술을 지도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설법인은 한국과 해외법인 인수대상에 포함된 서유럽, 그리고 독자적인 딜러에 의해 운영되는 호주 등 일부 해외시장에서 종전대로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되 멕시코 등 새 국가에 대우차를 수출할 경우 기존 GM 그룹의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했다.
국내외에 이미 판매된 대우차의 사후보증은 신설법인이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인수대금은 12억달러의 우선주를 연리 3.5%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넘겨받되 국내외 부채 5억7300만달러를 떠안기로 했다. 이는 양해각서상의 매각대금 20억3400만달러보다 2억6100만달러, 지난 4월10일 산업은행이 발표한 17억7400만달러보다 100만달러 줄어든 수치다.
◇잔존법인 처리 숙제로 남아=양해각서상 24개였던 인수대상 해외법인이 10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사업장의 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부평공장은 일정 조건이 달성되면 3개월 이내에 신설법인에 통합하기로 했다.
군산 트럭공장과 부산 버스공장의 경우 독자생존 또는 당분간 독자적으로 운영한 뒤 원매자를 찾는 방안이 유력하다는게 대우차 안팎의 전망이다.
대우자판의 경우 조만간 GM측과 비독점적 총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어서 종전 대우차·대우차판매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GM·대우차는 일러야 오는 8∼9월께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대우차는 본계약을 체결한 뒤 채권단 동의와 법원 인가를 받아야 하며 GM으로의 매각 내용을 반영해 수정 제출하는 정리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신설법인 설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7월께 새 법인이 설립되더라도 창원·군산(승용)공장 등의 자산을 인수하는데 2∼3개월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GM·대우차는 오는 8∼9월께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