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ado Perlemuter, 1904-2002
(블라도 페를뮈테르, 또는 페를레뮈테르, 페를르뮈테르.. etc)

좋아하는 연주자들을 이렇게 한 분 씩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오늘은 피아니스트 페를뮈테르입니다.
대기만성이란 말이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페를뮈테르는 나이가 들수록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으며 이 분의 예술 세계는 귄터 반트처럼 만년에 이르러 더욱더 심오한 경지에 도달하셨습니다. 저 역시 90년대 중반 Nimbus를 통하여 이 분의 CD가 대량 수입되고 나서야 비로소 전설처럼 흐르는 명성과 연주의 진가를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 분은 이미 4-50년대부터 제1선에서 활동하셨던 분입니다.)
페를뮈테르는 흔히 프랑스 피아니스트로 오해하고 계십니다만, 실제로는 1904년 리투아니아 출신입니다. 아버지는 독일 리트에 정통한 성악가였다고 합니다. 1906년 베를린으로 이주, 다시 1908년 파리로 옮겼으며 이후 2차 대전 동안 시련의 시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파리에서 살았습니다.
페를뮈테르는 좋은 스승 아래서 공부했습니다. 11세 때부터는 2년 동안 유명한 폴란드계 독일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모츠코프스키에게 배웠습니다. 페를뮈테르의 연주에서 나타나는 비르투오서티, 완벽한 핑거링, 테크닉은 이 때부터 습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츠코프스키는 자신이 작곡한 15개의 연습곡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고 합니다.) 13세 때에는 파리 음악원에 입학. 저 유명한 알프레드 코르토에서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이 두 스승의 학습 방식은 정반대여서 모츠코프스키가 제자가 연주를 하면 세세한 부분까지 규범적으로 꼼꼼하게 지적한 반면 코르토는 직접 시연을 통하여 제자들이 곡의 뉘앙스, 프레이징, 템포 등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쳤던 것입니다. 비록 스승 코르토와는 2차 대전 때 있었던 일들로 인하여 멀어지게 되지만 그는 평생 코르토를 피아니스트로서 존경했다고 합니다.
또한 페를뮈테르는 1927년 라벨과 친교를 맺게 되고 그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됩니다. 결국 페를뮈테르의 라벨 연주가 그렇게 완성도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라벨의 서정성, 관능성, 섬세한 뉘앙스의 변화 등이 그것입니다.) 한편, 1950년부터 77년까지는 파리 음악원에서 교수로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는데 미셸 달베르토, 장 프랑소와 에이세,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 미카엘 네비냐스 등이 그들입니다.
페를뮈테르는 대단히 겸손한 연주자였으며 실제로도 끊임없는 연습을 했습니다. 대중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했으며 심지어 청중들의 갈채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실수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화려한 주목을 받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쉼없이 묵묵하게 음악적 성숙을 위하여 노력하신 분입니다. 한마디로 반짝하고 등장하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신동 연주자들과는 격 자체가 틀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주는 대부분 Nimbus, Vox 레이블에서 발매되어 있습니다. 물의 희롱,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밤의 가스파르 등을 수록한 라벨 피아노곡집, 쇼팽 야상곡집, 쇼팽 스케르쪼, 마주르카 등,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3,26번 에로이카 변주곡 등, 슈만 크라이슬레리아나 외, 쇼팽 전주곡, 환상곡, 자장가 외, 포레 즉흥곡, 야상곡, 주제와 변주 외, 슈만 환상곡, 리스트 피아노소나타 외, 쇼팽 발라드와 폴로네이즈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상당히 많은 녹음이 나와 있습니다. 저도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섬세함, 세련됨, 다양한 색채감 등 좋은 수식어는 다 갖다 붙일 수 있는 아름다운 연주들입니다. 최근에는 BBC Legend에서 쇼팽의 소나타가 출시되었습니다. 또 추천할 만한 녹음은 Vox에서 발매된 라벨 피아노협주곡(야사 호렌스타인 지휘), 밤의 가스파르, 거울, 쿠프랭의 무덤 등이 수록된 두 장짜리 CD입니다. 이 외에도 해외사이트를 뒤져보시면 오래된 녹음들도 찾으실 수 있습니다.
대피아니스트 페를뮈테르는 2002년 9월, 98세의 일기로 파리에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페를뮈테르의 다양한 discography]








첫댓글 페르뮈테르의 특색은 끊임없는 신선한 음악의 추구, 그리고 연주곡의 확장인 듯 합니다. 피아니즘에 대한 것 보다는 고전 음악에서 근대시기의 음악(시간적인 뜻으로)까지, 그리고 잘 알려지지않은 곡까지의 확장에 놀라움를 보여주는 연주자라 기억합니다. 아직도 엘피로도 무지 많습니다. 그 많은 음반를 통하여 보여준 폭넓은 색채의 다양한 표현법은 기가 찹니다. 어떤 화가도 중심색에서 번지는 뉘앙스가 다른 다양함를 그렇게도 많이는 만들 내기는 어려울것 입니다.
언듯 보면 짝퉁 번쉬타인 같습니다. ㅎㅎ 좋은 연주자 소개 감사합니다.
박선생님 글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 정말 그렇군요.. 번스타인보다는 약간 아래턱이 나오고 말입니다..
아~니 짝퉁 번쉬타인이라구요?^^ 제가 이분 무척 존경하게 될 예감에 사로 잡혀 있었는데요..^^ 저는 앙드레 모루아가 동시대의 사람인 발레리, 프루스트, 끌로델 등과도 동렬에 놓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토로 했던 Alain 선생님...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음..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번스타인이 유명해서 그렇지 페를뮈테르가 더 먼저 태어났으니까 번스타인을 짝퉁 페를뮈테르라고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요.. 그나저나 미풍님~ 지송~~ ^^;
뭐~ 조금 위안이 되는 것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