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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오일장! 서귀포 향토 오일시장 구경하기 by 미상유
제주도에 도착한지 일주일째 되던 날. 그 동안 1, 2, 3, 5, 1-1 우도 올레 코스를 걸으며 제주도의 자연 풍광에 흠뻑 취해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 4~5시간씩 걷는게 무리 였을까? 몸에도 무리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은 천근만근 물 먹은 솜 처럼 축 늘어지고 다리는 퉁퉁 부어 남의 다리로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민박이 있던 성산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려 6코스 끝에 도착했다.
6코스의 끝 지점이자 외돌개가 있는 곳으로 옥색 빛깔의 바다가 무척 아름다웠다. 용궁이 있다면 이곳이 입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다의 색이 예술이었다.
육지의 바다에선 볼 수 없는 색이랄까?
바다에 물개가 우뚝 서 있는 듯한 외돌개가 보이고 옆으론 대장금의 촬영지란 팻말과 함께 별거 없는 관광지로 사람들이 많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장난기가 생겨 장금이가 잠깐 되어 봤더니 뭔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모습이다.
뭔가 심상치 않다.
외돌개에서 7코스로 걸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 결국 하루 쉬기로 했다. 쉬면 무엇을 하지? 때 마침 서귀포 향토 오일시장의 장날!
서귀포 오일장은 매월 4, 9일날 열리는 큰 시장으로 제주도의 대표적인 장 중에 하나다.
외돌개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 서귀포 북동쪽에 위치한 서귀포 5일장으로 향했다.
큰 시장 답게 굉장히 많이 붐볐다. 채소를 파는 곳에서 부터, 수산물, 옷집 등 정겨운 우리의 향토 시장이다.
고사리철이라 그런지 고사리 앞치마가 눈에 많이 띄였다. 고사리 많이 뜯기 대회도 있다고 하던데 고사리 앞치마를 입고 참여를 해도 좋을 듯 싶다.
제주도는 한라봉과 천혜향의 고장! 그래서 과일집은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비싼 한라봉과 천혜향도 있었지만 서울에 비하면 무척 싼 한라봉도 있어 천혜향 5천원어치, 한라봉 5천원어치를 구입했다. 그리고 하나씩 까 먹으며 시장을 구경했다.
재래시장은 평소 보지 못 했던 과일과 생선들이 많아 눈이 즐겁다. 한국이지만 꼭 외국의 퍼블릭 마켓에 온 것 같은 기분이 살짝 든다.
오늘 서귀포 향토 오일시장을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바로 놀부네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서였다.
제주도엔 고기국수가 무척 유명하고 서귀포 시장엔 순대국밥도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기 때문이다. 민박집에서 전날 2층에 모인 사람들끼리 술을 한잔 기울이며 서귀포 시장에 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중 귀가 솔깃했던 정보. 놀부네 순대국밥이 무척 맛있다는 것이었다.
부산 토종이라 돼지국밥을 무척 좋아 하고, 서울쪽에 살면서 돼지국밥이 없어 아쉬운대로 순대국밥을 종종 먹는 나.
제주도의 순대국밥은 어떤 맛을 보여 줄지 굉장히 궁금했다.
스탠 대야에 한 가득 담겨 있는 순대. 갓 쪄져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가운데 바로 옆에선 돼지뼈 육수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다.
돼지 육수의 구수한 내음이 이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 놀부네 순대국밥은 건물이 있는 가게가 아니라 흔히 재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좌판으로 이루어진 식당이었다.
빙 둘러 많은 사람들이 순대국밥에 막걸리 한사발 즐기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 우선 순대국밥과 고기국수 하나를 각각 주문해 두고 자리가 나자 마자 잽싸게 앉았다.
자리에 앉아 마자 나온 순대국밥.
진한 돼지 뼈 육수에 고기육수도 섞인 듯한 국물 맛으로 순대와 머릿고기와 함께 강렬한 돼지고기의 맛이 풍겨오는 남성적인 제주도의 순대국밥 이었다. 개인적으로 돼지국밥을 좋아 하지만 비위가 그리 강하지 않은 나로서는 다소 돼지의 향이 버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진한 육수와 진한 순대. 걸죽한 국물이 매력적이면서도 벅찬 뭐, 그런 순대국밥.
그리고 고기국수! 고기국수는 제주도의 향토 음식으로 혼례나 상례시 꼭 돼지를 잡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때 돼지를 삶아 낸 국물에 삶은 면을 곁들여 편육을 얹어 먹기 시작했다는 유래가 있고.
제례 의식 때 큰 가마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마을 행사가 끝날 때까지 푹 삶아낸 뒤 고기는 두툼하게 썰어내고 육수를 담아 고기국수를 만들었다는 유래도 있다. 둘다 비슷한 유래로 사실 고기국수가 유명해 진 건 몇 십년 되지 않았다.
해방 이후 건면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국수를 넣고 말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1970년대 들어서 부터 제주도 향토 음식으로 뭍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단다.
순대국밥과 같은 이유로 예전부터 고기국수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 고기국수는 순대국밥 보단 강한 맛은 아니고 담백하면서도 돼지의 향내가 은은하게 퍼지는 맛이었다. 고기를 좋아 하는 사람이라면 반길 그런 국수. 보양이 되는 국수라는 생각이다.
최근 용머리 부근에도 고기국수 맛집이 대거 존재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다음 번의 목표는 그곳으로.
주변엔 순대국밥이나 고기국수 외에 분식집도 있고, 파전 집도 있고 먹거리가 다양하게 있었다.
그 중 찐빵을 파는 곳도 많았는데 어제 정보를 듣기로 놀부네 순대국밥에서 11시 방향에 있는 찐빵집이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쑥찐빵과 그냥 찐빵을 하나씩 샀다.
보들보들한게 꼭 아기 엉덩이 같다.
한참을 살펴 봤던 사진. 마치 쥐포 튀김 같아 (그때 쥐포 튀김은 사지 않았는데) 뚫어져라 봤더니 쑥찐빵을 찢은 모습이었다.
이곳 찐빵은 팥이 들어 있지 않고 꿀인가 흑설탕인가 같은 것만 미량 들어 있어 담백한 맛이었다.
분명 맛있는 순대국밥이었지만 나와는 다소 맞지 않음에 대강 뜨고 나오다 도넛이 눈에 들어 온다.
하나씩 사서 얌냠.
그리고 일찍 숙소로 돌아 와서 새우깡과 맥스 한잔. 아무도 없는 민박집은 꼭 일 나가신 친적집에 홀로 있는 기분이다.
맥스 한캔에 새우깡을 먹다 잠깐 졸다 일어 나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었다.
저녁은 이모님이 차려 주신 따뜻한 밥상. 자연산 생선과 자연산 홍합으로 들깨 풀어 만든 미역국. 그리고 술.
그리고 옆 방에 묵고 있는 다른 손님과 함께 식사를 하며 술을 기울이며 올레길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야들야들한 생선구이를 안주 삼아 술 한잔 기울이며 밤 늦도록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 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확실히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금방 친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비가 추적추적 오늘 날이었다.
몸은 여전히 묵직해 하루 더 쉴까 하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어제 쉬었기에 우선은 4코스로 출발했다.
다행히 4코스 출발지에 도착하자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았다. 가랑비 보다 더 부슬부슬 내리는 비라 그대로 걷기를 강행!
우중의 올레길을 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중산간으로 진입을 하니 안개가 자욱해 마치 흐르는 강물에 들어 온 듯 했다.
색다른 제주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4코스.
그 이야긴 다음 편에서.
<제주도 올레길 휴식 정보 - 서귀포 향토 오일시장>
- 위치: 서귀포시에 위치 - 장날: 매월 4, 9일 - 가는 법: 서귀포 로타리에서 버스를 탈 수 있음. - 제주 올레 공식 사이트: http://www.jejuol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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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맛있는 남자이야기 by 미상유 원문보기 글쓴이: 미상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