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교육연대는 올해 초등학교를 보내는 지역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너 올해 학교 가니?’라는 주제를 가지고 ‘찾아가는 학부모 교실’을 개최했다.
2003년 3월 19일 오후2시. 광명시평생학습원 배움2실.
올해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고, 아직 자녀가 유치원에 다니지만 관심이 있어서 왔다는 학부모도 있다.
첫 강의는 ‘학부모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광명고등학교에서 문학과 문법을 가르치는 강옥영 교사가 맡아 진행했다. 강옥영 교사는 전교조 광명지회에서 3년간 지회장을 맡아 교육개혁을 위해 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강의를 통해 강 교사는 현직 교사로서 경험하는 교육현장의 경험과 학부모로서 경험하는 또 하나의 현실을 통해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강 교사는 올 해 중학교 2학년이 된 아이와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아이, 두 아이를 둔 학부모다.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로서 변화과정에 대해 “개인의 성장과 자녀의 성장이 서로 맞물린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과정을 담담히 들려주었다.
강 교사는 이 아이가 초등학교를 보내는 동안 피아노를 가르친 것 외에는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5,6학년을 지나면서 아이는 학원을 보내달라고 요구를 하였다. 주변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원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도 요구를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신껏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의 요구가 더욱 거세진 것이다.
작년 6월의 일이다. 학원에 가야 할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해 강하게 부모들에게 요구를 한 것이다. 더 이상 물러 날 길이 없었다고 한다. 한 번 한다고 하면 끝까지 하는 아이의 성격 유형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학원을 보냈고, 아이는 즐겁게 학원을 다녔다. 성적도 올랐다. 그렇게 1학년을 마쳤다.
강 교사는 다시 2학년에 올라가는 아이에게 학원을 중단하는 문제를 제안했고, 아이도 그 제안을 수용했다. 제안을 수용한 이유가 있었다. 아이 스스로 생각에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잃어 버렸다는 자각 때문이다.
그러면서 강 교사 스스로 고백을 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들어갈 당시 치르는 시험에서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했고, 그에 대해 부모로서 실망을 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고, 현실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면을 스스로 발견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학원 교육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지난 1년의 시간 속에서 자녀교육을 두고 경험한 내용이다.
7년 터울 인 둘째 아이에 대한 시선은 훨씬 편안하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하고 성장, 변화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 키우기에서 경험한 불안이 점차 사라졌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6개월 정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있었지만, 강 교사는 자녀교육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었다고 말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본인이 스스로 고민하는 아이가 끝까지 간다”라는 믿음이다. 이런 믿음은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런 사실을 스스로가 경험한다. 열중에 여덟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안다는 것이다. 제한된 평가 방식이 문제라면 문제고, 한계일 뿐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개입하려는 것보다, 아이 옆에서 놀아 줄 것”을 주문한다. “어떤 일이든 아이들에게 물어봐달라”고 하고, “아이가 즐거워할 때 그 일(공부)를 지속할 것”을 요구하라고 한다. 또한 부모로서 “이 선택이 최선의 결정인지?”에 대한 자문을 할 것을 요구한다. 갓 길로 가면 반드시 그 댓가가 온다는 것이다. “21세기는 가슴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성의 시대다. 그렇게 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용을 한다. “부모가 정신적으로 성숙되기 전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경우, 이는 부모의 위치가 아니다. 부모는 신과 같은 존재다. 이 전에는 양육자다. 결국 아이들과 관계는 현실관계로 만난 동반자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강 교사는 0교시, 정규 8교시, 야간자율학습 그리고 학원으로 이어지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겪는 현실 생활, 이와 맞물려 교사들이 겪는 현실고통, 현장과 괴리된 7차 교육과정이 가져다 문제 등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학생들과 교육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위로와 존중을 주문하기도 했다. 학교와 지역간의 관계 속에서 학교 현장을 개혁하고자 하는 교육운동에 있어서도, 교육 주체 간에 상호존중을 토대로 문제를 풀어갈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들어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두 번째 강의를 맡은 천은희 교사(두산초, 전교조 조합원)는 초등학교 학부모에 중점을 두어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주제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는 11가지 방법’.
얼마 전에 있었던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자살사건을 예로 들면서 본인 또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의 교육 현실이라고 운을 떼며 강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라는 교육관련 토론회에서 모 인사가 한 말을 함께 인용하였다.
아울러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의 제 주체들에게 여백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교실에서도 여백의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것으로 채우는 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어지럽다.” 화분이라도 사와서 교실을 꾸미려는 학부모들의 제안에 ‘자신이 꽃‘이라며 정중히(!) 거절을 한단다. 오히려 보조교사로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그 나마 덜 바쁘다고 하는 교사이지만 내 생각하고, 책 한권 읽을 시간 없는 것이 교사 현실이라며, 또 다른 차원에서 여백은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강의 서두를 연 천 교사는 나름대로 원칙적인 교육철학을 통해 불합리한 교육환경에서 원칙을 견지하고자 활동을 해왔다고 소개하면서, 그 동안의 경험을 섞어가며 11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부모의 인생관, 교육철학이 잘 서야 한다.
△국가, 지역, 학교의 교육 정책을 잘 알아야 한다.
△담임, 학부모, 학생의 성향을 잘 알고 대화해야 한다.
△1학년 아동과 교육과정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건강한 먹거리와 생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지시교육보다 창의, 인성교육을 더 중시해야 한다.
△기본생활습관의 내면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학교교육보다는 가정교육이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부모 자신의 삶이 담긴 자녀교육을 해야 한다.
△먼저 부모가 배우고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녀의 교육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천 교사는 이렇게 제안을 하며 도움이 될 만한 서적들을 추천해서 제시하기도 했다.
강의를 마친 후에는 관심사안별로 참석 학부모들과 강사들 간에 모둠을 만들어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