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삑!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술 마시다 토하는 사람 있지 꼬부랑말로 오바이트야! 그거 간이 약해서 그래 그런 사람도 곧 뒈져! 그리고 아침 저녁 양치질 하다 웩웩 거리는 사람 에구 그것도 마찬가지야 얼마 못 살아! 그거 빨리 고쳐야 돼 방법은 간단해!"
그리고 뱀장수는 주섬 주섬 보따리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놓는다.
"자 여기봐! 이거 놀라지마 강원도 첩첩 산중에서 잡은 백년 묵은 백사야! 내가 땅꾼 생활 30년 만에 강원도 산중에서 길을 잃고 산에서 자는데 꿈에 산신령이 나타난거야 그래 다음날 그 자리를 찾아가보니 아 글씨 백년 묵은 산삼 뿌리 옆에 이 백사가 웅크리고 있는거야!"
꼭 진짜 가 본 것처럼 뱀장수는 자기 신명에 뻗쳐 사실 같은 거짓말을 신나게 늘어 놓는다.
"이 놈이 다른 건 안먹어 산삼 뿌리를 먹고 허물을 벗은 놈이야 여기봐 껍질이 거울 같이 투명하고 뱃속에 말갛게 오장육부가 다 보이지? 그래서 신령님께 큰 절을 하고 잡은 백사를 산채로 술을 담궈놓고 십년이 묵은거야!"
"이 뱀술 한 잔에 얼마인지 알아? 놀라지 마! 그저 밥만 꾸역꾸역 먹고 사는 식충이 들은 돈이면 최곤줄 알지? 있다가도 없는게 돈이고 없다가도 있는게 돈이야! 이건 돈 주고도 못 사 이 술은 필요한 사람에겐 내가 오늘 공짜로 한 잔씩 줘?" 이 놈 한 잔이면 다 죽어 골골한 사람도 벌떡 벌떡 일으켜 세워 내가 오늘 여기에 온 사람들에게 골고루 딱 한 잔 씩만 공짜로 줄테니 먹고 오늘 저녁에 마누라 한테 기어올라가 봐 조심해 잘못하면 마누라 거시기 화상입어!"
그렇게 사람들을 못 가게 붙잡아 놓고 또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뱀이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뱀처럼 깨끗한 동물은 없는거야 이 놈은 산 짐승만 잡아 먹지 상한 놈은 먹질않아 궁둥이 살랑살랑 흔들어 되며 다니는 예쁜 처녀들도 아무리 깨끗한 척 지랄해봐야 뱀보다 훨씬 더러워 죽은 지 몇달이 지난 닭고기 쇠고기 오만 잡고기로 만든 인스턴트 식품에다, 공해에다, 온갖 더러운 음식은 다 마시고 먹어 몸땡이는 썩을대로 썩은거야! 사람은 다 마찬가지야! 뱀이 좋다고 아무나 술 담그면 안돼 이리와봐 내가 뱀 술 담그는 법 가르켜 줄께! 애들은 가라!"
무슨 큰 비밀이나 공짜로 가르켜 주듯 은근한 목소리로 멀찍이 서있는 사람들을 가까이 불러 모은다.
" 자 애들은 가라! 잡은 뱀은 꼬리에서 부터 모가지 쪽으로 한 번 쫙 훌터줘 여직 소화시키지 못하고 뱃 속에 남아 있는 쥐나 개구리 다람쥐 등을 깨끗이 훌터내고 댓병에다 소주를 목이 찰 때까지 붓고 산채로 머리부터 술병에 넣어 그리고 두껑을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밀봉을 하고 초로 다시 한번 두껑을 돌리고 똥뚜간 앞에다 땅을 파고 묻어 두었다 석달 열훌 후 딱 백일이야 백일째 되는 날에 꺼내봐!
왜 똥뚜깐 앞에다 묻어 놓느냐? 모르지? 박사딴 놈들도 몰라 젠장 공부가 최고인 줄 알어? 집안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이 뒷간이야 그 앞에 묻어두면 사람들이 많이 밟고 다니니까 땅이 다져저 공기가 안들어가는 거야! 나 참 공부 많이하고 박사 학위 열개를 가지고 있으면 뭘 해 뱀술 하나 제대 못 담그는 놈들인데!"
삑삑 애들은 가라! "그리고 뱀은 구멍만 있으면 대가릴 드리밀고 뚫고 둘어갈 줄만 알지 절대 빠꾸를 못해 꼬리가 끊어질 망정 빼지를 못해 그래서 뱀 술은 아무리 먹어도 거꾸로 오바이트를 안하는 거야 그리고 거시기할 때도 마찬가지야 쥑여줘
며칠 전에도 저 역전 여관에서 대 낮 부터 남자가 뱀 술을 먹고 여자하고 거시기를 하다 남자 거시기를 거기에서 빼내지를 못해 여자가 죽는다고 소릴질러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고 양쪽에 세 사람씩 땡겨 겨우 뺐어! 거짓말 인 줄 알아? 여관 주인을 데려 왔으니까 좀 있다 함 물어봐?"
그리고 또 목소리를 깐다. "카수 나X아 알지? 김X미가 대전에 빌딩 몇 채를 그거 전부 나X아 한테 바치고 왜 나X아 배꼽 밑에 깔려 찍 소리도 못하고 있는 줄 알아? 나X아가 이 백사로 담근 뱀술을 수시로 먹거든 김X미가 미치는거야! 이 술 한잔씩 오늘 공짜로 준다니까?"
사람들이 지루해 할 즈음 이렇게 미끼로 곧 한 잔 씩 줄 것 처럼 주지는 않고 뱀 술을 꺼내 놓고 또 다시 시작한다.
" 자 마누라가 돈만 벌어다 주면 그냥 좋아 하는 줄 알지? 여자는 밥보다 아랬도리 힘이 좋아야되 여자가 남자 꼬랑네 나는 양말.빤스 군 소리 없이 빨아주고 밥해주고 할 때는 말은 안해도 다 이유가 있는거야! 재벌 부인이 왜 바람나고 교수 부인이 왜 바람나며 의사 부인이 왜 춤바람에 미쳐 집 나가는 줄 알아!"
그리곤 사람들을 가까이 불러들이고 한 사람씩 맥을 짚어주고 건강 상담을 하며 정체불명의 약을 꺼내어 놓고 침 튀겨가며 또 설득을 한다. 그리고 서산에 뉘엿뉘엿 해 넘어갈 때 쯤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지면 구경꾼들에게 한 잔씩 나눠 준다던 뱀술은 다시 보따리에 주섬주섬 싸넣고 다른 장으로 이동한다.
그 때 그 시절 시골 장터에서 뱀을 팔던 사람이나 뱀 장수에게 건강 상담을 받던 사람들이나 옆에서 넋 놓고 구경하던 어린이들이나 뻥튀기 옥수수의 구수한 냄새가 풍기던 정겨운 장터를 배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