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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식도락계의 수퍼스타, 대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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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최고 별미, 먹거리계의 수퍼스타 대하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자연산 대하 최대 집산지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에는 지난달 말부터 서해바다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대하가 들어온다. 양식 대하도 백사장항과 충남 홍성군 남당항으로 돌아와 대하 애호가들을 입맛 다시게 하고 있다.
대하가 가을 진미로 손꼽히는 건 필수아미노산 성분인 ‘글리신’ 함유량이 최고조에 오르면서 새우 특유의 감칠맛도 절정에서 헐떡대기 때문.
이때 대하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고 할 만큼 뛰어난 ‘스타성’을 발휘한다.
백사장항과 남당항에서는 대하를 대개 소금구이와 회, 이렇게 두 가지 요리로 즐긴다.
소금구이는 납작한 냄비에 알루미늄 호일을 얹고 서해에서 나오는 질 좋은 천일염을 두둑하게 깔아준 다음, 싱싱한 대하를 얹어준다.
푸르스름하면서도 뿌연 우유빛 회색을 띄는 대하는 서서히 핑크빛으로, 이어 선명한 붉은빛으로 먹음직스럽게 변해간다. 부드러운 새우살은 씹을수록 촉촉한 감칠맛이 배 나온다.
머리와 꼬리는 버리지 말고 냄비으로 던져둔다. 소금 위에서 머리와 꼬리는 바삭바삭 천연 ‘새우깡’이 된다.
그리고 아, 대하회(일명 ‘오도리’). 살아서 펄떡대는 새우의 껍데기를 벗겨 입속에 넣을 때까지는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탱탱하다 못해 오독오독한 새우 속살을 씹을 때마다 터져 나와 혀에 배어드는 진득한 단맛은 대하가 왜 그토록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단번에 알게 한다. 스타가 돌아왔으니 컴백 무대가 없을 수 없다. 대하 크기와 맛이 절정에 이르는 이번달 하순부터 오는 10월 말까지, 남당항과 백사장항에서는 대하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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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를 실은 배가 오후 2시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에 도착했다. 수협 위판장 중매인들이 대하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더 실하고 싱싱한 대하를 골라 낙찰받으려는 중매인들은, 아이돌 스타를 둘러싼 10대 팬들처럼 보였다.
대하가 컴백했다. 지난달 말부터 대하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전국 최대 자연산 대하 집산지인 백사장항은 어민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대하잡이 배 30여척이 매일 오전 4~5시에 출항, 갓 잡은 싱싱한 대하를 싣고 오후 1~3시 사이 돌아온다. 요즘은 하루 1톤 가량 잡힌다. 대하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오는 10월이면 어획량이 하루 5톤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지난 12일 현재 백사장항 수협 위판장에서 대하는 1㎏당 2만8000원선에 거래됐다. 1㎏에 대하가 30마리쯤 됐다. 공인 중매인 염영자(017-427-8989)씨는 “10월이 되면 대하 몸길이가 20㎝까지 커지면서 1㎏당 20마리선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새우는 크기에 따라 대하(大蝦), 중하(中蝦), 소하(小蝦)로 나눈다. 다 자란 뒤 몸길이가 20㎝를 넘으면 대하, 15㎝ 이하면 중하라고 한다. 몸빛은 회색으로, 무늬는 없다. 머리 가운데 검은색을 띄고, 다리와 배부분은 분홍색이 감돈다. 대하는 서해에서 주로 잡히는데, 양식도 많다. 자연산은 우유빛이 도는 밝은 회색인 반면, 양식 대하는 검은 빛이 돈다. 눈으로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자연산이나 양식이나 크기나 맛, 영양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물론 양식장에서 쓰는 ‘약품’의 종류에 따라, ‘웰빙’식품 여부는 달라지지만.
가격은 12일 현재 양식 대하가 1㎏ 2만5000~8000원선으로, 자연산과 비슷하다. 자연산 대하는 어획량에 따라 값이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양식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자연산은 9월부터 늦게는 1월까지, 양식은 10월에만 나온다는 점도 다르다. 지금은 암컷과 수컷 차이가 별로 나지 않지만, 다 자라면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상품성도 높고 값도 비싸다. 맛은 별 차이가 없다. 염영자씨는 “10월은 되야 암·수 차이가 확실해진다”면서 “수컷은 크기도 작지만 붉은빛이 더 난다”고 말했다.
백사장항에는 횟집 20여곳과 포장마차 50여곳이 있다. 양식도 있지만, 자연산 대하를 주로 낸다는 점이 다른 지역 횟집들과 차이점이다. 가격은 매일 다르다. 횟집에서는 대하 시세에 1만원 정도 더 받고 소금구이용 냄비를 준비해주고 밑반찬·쌈거리 채소·초고추장·간장 등을 내준다. 12일 현재 수협 위판장 앞 ‘온누리회타운’(041-673-8966)에서는 대하 1㎏에 4만원 받는다. 대하 1㎏이면 어른 둘이서 약간 아쉽다 싶을 정도. 식사는 ‘우럭매운탕’(3만5000원·4만5000원·5만원)이나 ‘꽃게탕’(5만~6만원·1㎏·시세 따라 변동), ‘칼국수’(6000원) 등을 따로 주문해야 한다.
포장마차는 횟집보다 저렴하지만 시설이나 밑반찬 등에서 약간 차이 난다. 포장마차 중 한 곳인 ‘유진수산’(041-672-4328)에서는 대하 시세에 5000원 정도를 붙인다. ‘우럭매운탕’은 2만5000원(회와 매운탕을 세트로 주문하면 3만5000원), ‘꽃게탕’ 3만원(1㎏·시세 따라 변동), ‘칼국수’ 5000원 등 식사도 횟집보다 저렴한 편이다. 포장마차라곤 하지만 번듯한 가게 모양을 갖췄고, 대개 ‘OO수산’이란 상호를 달았다. 수협에서 안으로 들어간 곳에 몰려있다. 횟집들은 백사장항 입구에서부터 수협 사이에 주로 있다.
대하는 크게는 25㎝가 훌쩍 넘게도 자라나, 맛은 20㎝ 정도가 가장 좋다고 한다. 소금구이나 찜 등으로 요리해 먹을 때 이상적인 크기다. ‘유진수산’ 사장 양희모씨는 “‘오도리’(おどり·새우회)로 먹으려면 10~15㎝ 정도가 알맞다”고 했다.
/대하가 지금쯤 맛이 들었을 겁니다. 저는 취재하느라 너무 일찍 다녀왔죠. 사진은 이상선 기자가 찍었습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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