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5) : 양평 물소리길(양동역 – 구둔역)
양평의 ‘물소리길’은 양평의 역들을 탐방할 수 있는 코스이다. 두 개의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 <양수역>에서 출발하는 물소리길은 역과 역 사이를 지나면서 양평의 아름다운 산과 물 그리고 마을과 논밭을 지난다. 그 속에는 오래된 철길과 기차굴이 있고, 한강과 하천의 여유로운 흐름이 있다. 그리고 그 길의 마지막에는 <양동역>이 있다. 행정구역상 양평의 마지막역은 <삼산역>이지만, 양평 물소리길은 <양동역>에서 마무리된다.
오늘은 <양동역>에서 출발하여 <구둔역>까지 걸었다. <구둔역>은 이제 폐역이 되었지만 역이 아름답고 철길과 주변의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장소이다. 오랜 그리움과 향수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역은 그런 이유에서 <건축학 개론>을 비롯한 많은 영화와 뮤직비디오의 촬영장소를 사용되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분위기 속에서 이제 과거의 인기는 잃었지만 역이 갖고 있는 낭만적인 느낌은 여전하다. 역 앞에서 이어지는 철길은 물향기길의 또 다른 장소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다.
몇 년 전부터 <물소리길>을 걸어왔다. 지평역과 용문역 사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구간을 걸었다. 오늘의 코스는 아마도 양평 물소리길 중에서 베스트 구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양동역에서 시작한 길은 하천을 따라가다 작은 산을 지나고 들판을 옆에 끼고 걷는다. 그 사이에는 폐역이 되어 방치되어 있는 과거의 <매탄역>과 함께 오래된 기차역이 존재했던 흔적이 보인다. 폐역이 되어도 각각의 운명은 전혀 다르다. ‘구둔역’과 같이 여전히 또다른 의미로 사랑받고 있는 역이 있다면, ‘매탄역’처럼 쓰레기만 가득찬 채로 홀로 쓸쓸히 낡아가는 역도 있는 것이다. 물소리길의 마지막 구간은 여유가 있고 낭만이 있으며 조금은 쓸쓸한 시간의 회상이 자리잡고 있다. 불필요하게 민가 쪽으로 연결되어 개들의 불필요한 환영을 받을 필요도 없고 양평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접하게 한다. 그리고 15km 끝에서 만나는 구둔역의 환영은 길을 걷는 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게 만든다. 추억을 향한 여정, 낭만을 기억하게 하는 여정, 자유의 여정인 것이다.
첫댓글 - 자유의 여정을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