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신통한 계책은 천문을 헤아리며
묘한 꾀는 지리를 꿰뚫는구나.
싸움마다 이겨 공이 이미 높았으니
족한 줄 알아서 그만 둠이 어떠하리’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612년 30만 명의 별동대를 이끌고 평양성 바로 앞까지 밀고 들어온
수나라 장수 우중문(于仲文) 앞으로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이 보낸 희롱조의 오언시다.
우중문은 을지문덕의 지략에 걸려들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서둘러 병사를 퇴각시켰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을지문덕은 수군이 살수(薩水:청천강)를 반쯤 건널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를 쳤고 수군은 거의 전멸했다.
질문 1. 을지문덕은 어느 나라 장수인가. 고구려인가, 중국인가.
단재 신채호는 이런 을지문덕을 민족 최대의 영웅으로 간주했다
(大東四千載第一大偉人).
그는 고구려와 같은 강대한 국가와 을지문덕과 같은 뛰어난 위인이
우리 민족의 역사에 있었음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민족의 자강과 나라의 완전한 독립을 추구코자 했다.
다른 대답.
고구려사는 중국사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을지문덕 등이 등장하는 고구려와 수·당 간의 전쟁은
국제 전쟁이 아니고 단순히 중국의 내전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중원을 통일한 수·당이 영토의식과 수복의식·통일의식을 가지고
고구려와 전쟁을 벌인 거다.(중국 동북공정)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적 답사 여행을 안내하는 현지인 가이드가
고구려를 고구려국(國)이 아닌 ‘고구려 정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을 ‘고구려 정권’의 시조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이를 따지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저는 정부 교육대로 설명하는 겁니다.
혹시 아는 것과 다르다고 해도 그냥 들어 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며칠 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사 부분을 삭제했다는 소식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질문 2.
조선 시대의 양반은 백성들을 착취했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고 보는가.
또 당신의 가문은 양반 출신인가, 서출인가, 일반 백성인가, 노비 출신인가.
박동백 경남문화재연구원장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95%가 조선의 양반은 백성들을 착취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또 자기 출신 가문을 뭍는 질문에는 놀랍게도 100%가 양반 출신이라고 대답했다.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함께 다양한 처방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방법을 택하든 반드시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역사에 대한 몰인식과 몰이해를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는 것이 그것이다.
민족의 역사가 됐건 특정 사실이 됐건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나 이해 없이는
사실을 왜곡하려 드는 자에 대응할 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고구려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김정배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역사에 대한 몰이해는 장기적으로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며
역사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역사를 바라본 당대인의 허위의식 제거도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선택적으로 왜곡하는 경우
대부분이 그 밑바닥에는 허위의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드러내 놓을 때 바로 개인이 됐건 민족이 됐건
그 자존과 활력이 담보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앞의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양반은 착취 계급이라 매도하면서
자기 집은 모두 양반 출신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일반 백성과 천민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어느 시인은
“내 애비는 종이었다”고 고백했고 한 구도 소설가는
“내 아버지가 누군지는 모른다.
다만 5일장을 떠도는 장돌뱅이라고 들었다”고 작품을 통해 털어놓고 있다.
사실은 어디까지나 사실이고 왜곡은 어디까지나 왜곡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