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80리, 나의 고향은...
"우린 쫒겨났어요! 쫒겨나..." 버스기사의 말이다.
집안일 때문에 하동을 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시외버스를 이용하려고 정말 오랫만에 버스터미널을 찾았다.
그런데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였단다. 좁은 읍내에서 가면 얼마나 멀리 갔을라고...그런데 거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군청사는 오래전에 들판안으로 옮겨가 사람들의 가시권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터미널은 그보다 외곽으로 더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더위, 그리고 언제 또 무지막지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 '에라! 설마 잘못든 길이라도 감수해야겠다'는 심정으로 계속 외진 도로를 따라가니 멀리 버스터미널 표지판이 보였다.
순간 반가움보단 허탈했다. 도대체 저런 곳에...정말 농어촌이란 적막한 소릴 들으려 작정하고, 논밭 가운데다 역과 마주보며 터미널을 가져다 놓은건 아닐테고, 무슨 사연이야 있겠지!
그러나 그들에게 시외버스터미널이란, 있으나마나한 지도상에 표시되는 하나의 꼭지점일 뿐일거라는 거리감...
달리 다른 선택의 영역도 없고, 차표 한장을 사서 서성거리다 관리자인듯한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왜 터미널을 이런 곳에다 옮겨 놓았대요? 자가용이나 택시 안타면 찾아 오지도 못하겠어요. 읍내 터미널은 외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고, 중심지에서 가까워야 하는데...너무 외져요."
그는 대답할 처지가 못된다는듯 얼굴을 피하며, 나의 눈치만 살폈다. 그가 무슨 잘못이 있으랴? 기록을 보니 옮겨온지 제법된 것 같은데, 플랫홈 공사도 이제서야 진행중이라 버스는 작은 도로가에 서서 을씨년스레 승객을 기다린다.
좁은 대합실엔 승객 서너명, 근처엔 그 흔한 먹거리 가게 하나 없다. 버스 기사도 무료한듯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며 팔짱을 끼고 서있다. 나는 진짜로 터미널이 왜 이곳으로 옮겨져 왔는지 궁금하여 기사에게 물었다. 그도 한심스럽다는듯 답했다.
"우린 쫒겨났어요. 쫒겨나..."
쫒겨나다니 뭔소린지? 하긴 기사라고 이런 외진곳에 있으니 불편함이 없으랴? 운행후 배고프면 먹거리도 사먹고, 틈새 볼일도 보아야 하는데, 주변에 보이는건 친자연이란 황량함뿐이니...
물론 버스가 예전 시외버스터미널 가까이를 경유한다지만, 외지 사람들이야 알턱이 없고, 우선은 터미널에 들러 상황파악부터 하는게 여행자들의 기본심리가 아니겠나?
이쯤 해야겠다. 말들으니 장차 도시가 확장될 것을 예상하여 옮겨왔다는 정말 마음으로부터 멀어지는 원대한 그들의 포부다. 그런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인구가 줄어들는 현실도 생각하지 않는걸까?
아무튼 내게 조금 불편했다고 쓰는 글이 아니다. '불편'이란 단어는 '다음'행동을 잠식시킨다. 그때 생각하니... '아이구! 말자.'
공공의 시설물은 공청회를 열어 이용자들의 의견을 충분이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어째든 탁상행정의 표본감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공의 돈이란 그 쓰임새가 합리적이고, 효율성이 있어야 한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그 써먹기 좋아하는 단어 백년대계, 지금의 추세라면 그 백년이 아니라, 10년을 버틸 수 있을까하는 혼자 생각을 해보았다.
왜냐하면 인구 소멸로 벌써부터 작은 지자체의 버스터미널이 점차 폐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악담이 아니라, 그게 우리를 둘러싼 저출산과 고령화의 그늘, 그 그늘의 모든 영역에서 더 고뇌하며 피땀흘려 일한 사람들의 돈(세금)이 헛되이 쓰여지지 않길 바랄뿐이다.
산업화와 기계문명의 발달과 미래계획, 좋은 것만이 아니다. 그럴수록 약자의 삶은 위축되고, 틈바구니에서 더 밀려나기에 그렇다.
폭우가 잠시 그친뒤의 섬진강 너머 백운산에 드리운 하얀 안개, 불어난 강물과 스쳐가는 남해대교, 물결 굽이치는 횡천강이 아름다웠다.
나는 섬진강 80리길을 한두번 걸어보았다. 읍내에서 화개, 구례까지, 읍내에서 전도까지...예전 경춘가도 보다 낫다고 남들에게 자랑했다. 고향의 아름다운 산하가 오랫동안 잘 보전되기를 바란다.
[나무위키와 ...]
하동시외버스터미널은 2019년 10월 1일부터 하동읍 너뱅이길 35(비파리 250)으로 이전하며 운영은 하동농어촌버스를 담당하는 선진교통이 담당한다.
노선은 얼마 없는 편이고, 그나마도 부산교통의 독무대이다. 철도 교통도 부실하고, 버스 교통마저 부실하니 자가용으로 끌고 오지 않는 이상 다른 지역에서 하동군으로 찾아오는 게 상당히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