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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포항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오른쪽)이 '어울림 하모니'의 시각장애인 단원에게 색소폰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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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화음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뭉쳐 대구·경북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챔버오케스트라를 창단,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난달 19일 공개모집 오디션을 거쳐 29명(플루트 14명·클라리넷 8명·색소폰 7명)의 단원으로 '어울림 하모니'를 창단했다.
지난해 STX에너지(주)에서 후원받은 1천100만원 상당의 목관악기 22종이 기반이 됐다.
악보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부터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은 물론, 지적장애인까지 음악이란 매개체로 뭉친 이들은 올 하반기 첫 공연을 앞두고 매주 한 차례 화음을 맞추고 있다.
서로의 불편한 점은 보여지는 것일 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고 있다. 하나의 마음으로 서로의 불편한 점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연습에 참여한 단원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이 일일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보람과 재미를 동시에 느낀다"고 즐거워하고 있다.
이들이 피나는 연습에 몰두하는 것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적·시각·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란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뭉친다는 소식을 듣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함께 비장애인 플루트 단원으로 가입한 여혜순씨(초등교사)는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어울림 하모니' 단원들에게는 한 가지큰 고민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장애를 극복했지만, 오케스트라 구성에 필수적인 악기가 걱정거리로 대두된 것.
기업체에서 후원받은 목관악기는 나름대로 구색을 갖췄지만, 금관악기는 물론 오케스트라에 반드시 필요한 피아노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반기로 예정된 정기연주회에는 피아노 대여가 가능하지만, 경비 부담 때문에 연습에는 피아노를 빌릴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어울림 하모니' 단원들은 매월 1만원씩의 이용료를 스스로 부담하면서 연습하고 있다.
'어울림 하모니'는 장애인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탄생됐다.
장애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사물놀이 등을 가르쳤던 복지관이 일반인에 비해 청각이 발달한 장애인의 장점을 살린 것이다.
구미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연계 운영되는 '어울림 하모니'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든든한 힘이 된다.
개인레슨비가 상당히 고액인 김형석씨(구미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지휘를 맡았다.
색소폰은 이재호씨(포항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 플루트는 박지은씨(한국음악협회 구미시지부 기획실장), 클라리넷은 김강석씨(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가 각각 지도를 맡고 있다.
이윤정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교육지원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마음을 합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 줄 천상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