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 마을 달모임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식사를 같이 하는 행사(?).
2009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몇 년째?
전국 어디나 그렇겠지만 낮에는 무척 덥다.
게다가 에어컨 바람 싫어하는 아내 덕분에 땀 좀 흘린 뒤라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햇다.
그런데 마무리할 때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세면대에서도 수도물이 약하게 나온다는 느낌.
아래 수량 조절 꼭지를 더 열어야 하나?
에이 귀찮다 나중에....
거실로 나오니 아내 이야기
4호집 수도물이 안나온다고 카톡떴네.
으잉? 그랬구나.
요즘 비도 많이 와서 지하수가 마른 건 아닐텐데
이거 또 우잖다나?
수도물에 관해서는 물탱크에 가까운 4호집이 제까닥이다.
우리 집은 맨 아래에 있어 정화조 문제에 제까닥이고... ㅎㅎ
일단 다시 밖으로 나와 물탱크실로 갔다.
사다리 타고 물탱크 안을 들여다보니 물이 찰랑찰랑거린다.
어라 이게 아닌데.
그럼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거지.
물탱크에 물이 가득 차있다는 건
관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
그럼 범인은 집집마다 물을 보내주는 가압펌프.
혹시 전원?
마을전체 배전판부터 다 살펴봤지만 내 눈엔 별문제 없어 보인다.
젠장 이제 어쩐다.
근데 물이 안 나온다는데 왜 아무도 안 나와 보는겨?
혼자 궁시렁궁시렁 대는데
4호집 아재 나오신다.
그 친구나 나나 인문계 출신 뭐 아나? ㅎㅎ
이럴때 우리마을 맥가이버 2호집 아재가 있으면 쉽게 해결되는데 오늘 점심 같이 먹고 출근했다.
물탱크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를 보니 2개 있는 휴대전화는 017로 시작되는 번호. ㅋ
5년이 됐으니..... 맨 위에 041로 시작되는 사무실 번호로 4호 아재가 통화.
난 사실 낯선 번호로 전화도 잘 못 건다.
옆에서 들으니 전화를 받는 아주머니 이야기.
요즘 너무 바빠서 출장 올 사람이 없단다.
그러면서 펌프 모델번호를 불러달란다.
아마 펌프 맨 위에 달려있는 작은 검은색 사각 박스를 교체하거나
옆쪽에 붙어 있는 콘덴서 박스를 교체해야 한단다.
겁도 없이 두 남자 일단 부품을 사러 가기로 했다.
대충 물어보니 하이마트 근처란다.
우체국이야기도 나오고
밀레나 블랙야크 대리점도 나오는데
대충 어디쯤인지 알 거 같다.
그래서 저수지를 돌아 나오면서 정확한 위치를 위해
다시 한 번 전화했다.
한참을 아까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다
좀 이상해서 하이마트 뒤쪽으로 금강산 사우나가 있지 않냐고 했더니
거긴 서산인데예.
으잉 그럼 거긴 어딘데요?
여긴 태안이라예.
으이구...... 그렇지 거기도 041 이지.
사실 우리 마을에서는 서산 시내나 태안이나 비슷한 거리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일단 자동스위치박스라는 부품을 구입했다.
이만 오천원. 내 눈엔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데 비해 가격은 만만치 않다.
이런 모습의 전원스위치 박스는 3천원 정도 하는데....
나 혼자 또 궁시렁...
마을에 도착하기전 운전대를 잡고 있는 4호 아재 집에서 전화온다.
마트에 들렸다 조금 늦게 돌아온 1호집 아재가 고쳐서 물 잘 나온단다.
이게 뭐야. ㅎㅎ
둘 다 웃었다.
물이 잘 나오는 건 잘된 일이지만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걸 씰 데 없이 태안까지 가서 부품을 사온 우리는 뭐야. ㅋㅋ
1호 아재에게 가서 물어보니 전원에 문제가 있는 거 같아서 몇 번 켰다 껏다 하니 모터가 작동하더란다.
허망하다.
우리도 그리 해 볼걸.
어쨌든 모터에 문제가 있다는 건 맞췄다는 거 아닌감.
나갔다 왔더니 고새 또 땀이 범벅이다.
또 샤워를 했다.
새벽 6시부터 마을 주변 제초작업을 공동으로 2시간 하고 샤워했으니
오늘만 3번째다.
소시쩍엔 땀 별로 안 흘렀는데 몸무게가 늘면서 땀이 무척 많이 난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목욕한다.
근데 또 샤워 끝날 무렵 물줄기가 이상하다.
서둘러 나와서 옷 갈아입고 집에 보관해 둔 부품을 들고 현관을 나가니
4호 아재가 오고 있다.
다시 물이 안 나온단다.
물탱크실에 가니 1호, 9호 아재가 모여 있다.
결국 부품 교체 작업.
난 뒤로 빠지고 4호와 9호 아재가 낑낑....
자동스위치 박스를 열어보니 4개 전극 부위에 탄 흔적이 보인다.
결국 작업 성공.
아마추어들이 모여 수도 고장 해결했다.
허나 이럴 때마다 도시 아파트가 그립다.
그땐 관리소에서 다 해결해 줬는디...
근데 니들은 수도꼭지라도 한 번 교체해 봤냐?
첫댓글 허어 더운 날, 물 고장. 아파트. ...갈대 숲을 지나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 ) 너의 아파트~~
총알 댓글일쎄. ㅎ 근디 아재는 수도꼭지 교체해 봤능가 몰랑?
이 산골 마을에선 산수를 받아서 공용으로 쓴다오. 그래서 일년에 한번 물당번을 정하는데 재작년에 일년 하였지. 하여튼 가물어서 물이 끊겨도 일단 물당번한테 타박이 오더라. 비가 적당 오기를 기원하면서 일년을 넘겼지. 산자락에 밸브도 한번씩 점검, 물탱크 청소 작년에 셋이서 하고.
맞다. 언젠가 겨울철 얼어붙은 수도 파이프 얘기했던 거 같은디. 거기도 안즉 수도가 안 들어오는구먼. 산수면 지표수?
산수는 거의 약수 수준임다. 캬햐햐.
그런걸 재미로 생각해야 전원생활하는 거 아니니, 라고 말하면 네가 보기에 내가 한심하겠지, 하여튼 별로 시골가서 집짖고 살고 싶은 마음이 네 글을 읽고 있으면 싹 달아난다. 그래도 시간은 잘 가겠다.
ㅎ 얼마 전에도 장철기 소개로 땅 본다고 교사 2명 내려왔는데, 웬만하면 그냥 도시에서 살라 그랬더니 말 안듣는 눈치. 하긴 나도 그랬으니.... 워낙에 내가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라.......우짤꼬...
아아 도시에 낙원이여, 그를 위해 얼마나 세월 흘렸던고. 그리하여 사람들이 그 낙원에 따개비처럼 붙어 살더라. 제가 그러면서도 그걸 또.. 아아 떠나는 날이 있더라. 사람은 사람마다 제 살 곳을 찾으리니. 슬퍼도 마오 울지도 마오. 돈 크라이 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