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책을 소개하려 찾아왔습니다.
이번 도서는 추리물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소름 돋는 작품이에요.
섬칫한 반전과 오싹한 진실, 더불어 묵직함까지 두루 담아낸 소설이죠.
진한 노을이 지는 낙조 사진을 함께 첨부해요. 섬에서 찍은 건데, 낙조가 짙디짙으면 좀 으스스한 기분이 들잖아요.
소설은 짙은 안개로 음울한 분위기인데, 안개 사진은 없어서 그 대신이랄까요.
사실, 원래 이 작가가 역사 추리 소설로 유명하다고 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현대 추리죠.
자, 그럼 지금부터 책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서명: 섬,짓하다
저자: 김재희
* 이 도서는 아이프리 추리 코너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처음 ‘섬,짓하다’라는 제목이 특이해서 관심이 갖다. 소개글을 대충 보니, 섬에서 벌어지는 밀실 살인이란다. 게다가 주인공은 프로파일러. 외국의 추리소설 속에 등장하는 프로파일러 말고 한국의 프로파일러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한아리라는 한 명의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인터넷 커뮤니티 ‘주간파’에서 집단 몰매를 맞다가 당한 일이었다. 용의자로 16세 소년, 이준희가 지목된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에 프로파일러 김성호는 경찰의 요청으로 이준희의 심문을 맡는다. 그는 준희가 범인이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경찰은 범행을 확신하고 결정적 증거를 원한다. 사실 이준희가 범인이라는 증거, 요컨대 확답을 할 것을 강요하고 윽박지른다. 프로파일러의 대접이 영 별로다. 그러나 이게 현실이란다. 그러다 스트레스로 인해 준희가 자살시도를 하고 억압수사의 의문이 제기된다. 그 와중 성호의 신상이 털리면서 사건이 커지자 김성호는 사건에서 물러나게 된다. 대신 ‘삼보섬’에서 일어난 연쇄여성실종사건을 맡게 된다. 바로 이곳이 본격적인 사건의 무대다. 삼보섬은 외로운 섬이었다가 이제는 다리로 육지와 이어진 섬이다. 세 가지 보물이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이 섬에서 세 명의 여성이 연쇄적으로 실종된다. 32세의 무녀 고희정, 25세의 운림산방 계약직 직원인 박민숙, 그리고 40세의 펜션 여주인 김희진. 조용한 섬은 큰 사건에 발칵 뒤집힌다. 더구나 사건 4개월이 넘도록 범인은 물론 시신마저 발견되지 않은 상태. 성호는 범인이 삼보섬 경찰서로 보낸 편지에 감정을 맡은 학예사 여도윤과 함께 삼보섬으로 향한다. 세 명의 실종날짜, 시간, 장소 등 부족했던 초동수사부터 시작해가는 성호. 그는 가끔가다 떠오르는 어릴 적 일들에 괴로워한다. 사실 그는 12살 때 사고로 일부 기억을 잃은 상태다. 그래서 때때로 불안전한 심리상태가 된다. 악몽에 등장하는 가학적인 급우 홍택이, 그의 희생량이자 괴롭힘의 대상이었던 친구 한남기. 대체 그들은 왜 성호의 악몽에 등장하는 것일까? 그만큼 유년 시절의 따돌림이 인상 깊었나? 토막토막 끊어진 기억의 단상, 잃어버린 기억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수사에 집중하려 애를 쓴다. 한편 사이버수사대의 이주영은 이준희사건이 시발점이 된 ‘주간파’사이트의 운영자를 만나 용의자를 탐색한다. 하지만 쉽게 정보를 얻어낼 방법이 없다. 그녀는 이준희사건 외에도 김성호를 위기로 몰고있는 네티즌들을 찾아내는 수사를 병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이준희사건과 김성호의 개인정보해킹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 그와 거의 비슷한 시각, 성호는 뛰어난 추리와 과학적 사고로 점차 범인의 윤곽을 잡아나가고, 결국 범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범인은 놀랍게도 오래전 자신의 기억속에 있던 인물이었다.
사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요즘이다. 따라서 완벽한 밀실, 즉 단절은 있을 수 없다. 이 책에서의 ‘섬’은 상대적인 밀실, 상대적인 단절로 봐야 옳다. 제목인 ‘섬,짓하다’는 사건의 배경인 ‘섬’과 ‘섬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프로파일러의 사건 해결 이야기가 아니다. 치밀한 사건 수사 외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를 등장시켜 긴장감을 더한다. 등장인물 또한 뭔가 비밀스럽고 의심스러운 구석이 만아서 확실하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또한 이준희 사건과 삼보섬 사건이 연결되며, 생각하지도 못했던 과거의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조용한듯 하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면 속도감있게 진행되고 끝까지 방심할 수 없어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더불어 생각해볼 문제 여럿도 꽉꽉 압축해낸 소설이다. 우선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범죄자는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는가’ 하는 거다. 언젠가 들은 적 있다. 많은 경제학자나 의사, 성공한 사업가중에 ‘사회부적응자’인 ‘소시어패스’나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통계를.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일견 맞는 소리 같다. 집중력이 강하고 범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 성격을 소유한 사람. 그가 의외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앞서 밝힌 성공한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타고날 때부터 범죄유전자가 각인된 것일까? 글속에서 얼핏 그 해답을 찾은 것도 같다. 현재는 성공한 경찰청 프로파일러가 된 김성호. 과거 그의 모습이 들어나고 현재의 모습과 대비대며, 몸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장담컨대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나와 같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궁금하다. 그가 어떤 과정으로 변신하게 되었는지, 기억조종이란 방법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이 되는 게 가능한지 .... 한편, 가학적 성격의 인간이 저지른 어린 시절의 일들이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것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과거 아이들의 잔인한 폭력성과 현재 아이들의 인터넷 폭력. 전자는 물리적이고 직접적이고, 후자는 실체가 없고 간접적이다. 하지만 두 가지 폭력, 내지는 악의 모두 본질은 같다. 성격은 변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충분히 망쳐버릴 수 있으니까. 사견이지만 어느 면에서는 요즘 폭력이 더 무섭고, 막기도 어려우며, 대응하기도 난감한 것 같다. 고래로부터 많은 학자들이 인간 본성을 논해왔다. 맹자는 ‘성선설(性善說)’을,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고자는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을 주장했다. 유교의 영향을 받은 동양에서는 인간 본성이 원래는 선하다고 한다. 단지 살면서 나빠지는 것뿐이라고. 반면 기독교적인 관념이 지배적인 서양에서는 인간은 애초에 악하다고 본다. 단, 교육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여태까지는 인간은 선과 악이 교차하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존재로 보았다. 아니, 그중에서도 선한 사람이 더 많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구가 원폭이나 미사일 등으로 인해 쪼개지지 않고 지금까지 공전과 자전을 하고 있지. 만약 나쁜 인간이 많다면, 인류는 진즉에 자폭하고도 남았다고 ....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며 정말 의문이 든다.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 사람은 한 단면만 지닌 인격체가 아니다. 다양한 모습을 지녔고, 상황에 맞게 여러 모습을 꺼내놓는다. 때로는 자신을 숨긴 채 가식과 내숭을 떨고, 어떤 때는 솔찍하고 단백하게 살아간다. 그 모든 게 총합된 것이 ‘사람’이란 존재가 아닐는지. 호의를 깊이 들여다보면, 상대방에게 뭔가를 바라는 감정이 있기 마련 아닌가. 싫은 소리지만 걱정이 담긴 것일 수도 있잖나. 더불어 ‘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글속의 범인은 결국 자수하고 죗값을 치른다. 그것은 어떤 관점에서 ‘용서’일지도 모른다. 법과 사회가 범인에게 주는 기회 같은 것. 법에 심판대 앞에 섬으로써 범죄자는 스스로를 용서할 기회를 얻는 게 아닐까. 반면 성호는 과거에 그림자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누가 그를 구원할까? 사회와 법, 사람들 .... 아무에게도 용서받지 못한 채, ‘죄’는 끊임없이 그를 쫓을 것이다. 옛날의 그는 분명 ‘악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그는 법의 편에 선 ‘선인’이다. 누가 악인이고 선인인가? 사람의 본성이란 무엇인가? 동일인이지만 과거의 ‘그’와 지금의 ‘그’는 다른 인물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죄’를 물어야 하는가? 사실,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소설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독자에게 많은 숙제를 안겨주는, 썩 괜찮은 작품이었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가 이게 처음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어질 다른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