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들은 지극히 사적인 자신의 이야기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대상으로 삼거나, 외부세계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주관을 표현하기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자신의 가족과 이웃. 친구 등 을 자신의 사진작품에 등장 시키는가 하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동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상황을 기록하거나 그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세상에 존재 하는 유. 무형의 모든 것이 사진가의 관심사 이다.
사진작업의 방향은 작가 자신의 관심사나 개인적인 취향. 성격. 개성. 정체성 과 같은 단어와 관계가 있다. 그것에 따라서 작업방향이 정해지는 것이다. 사진작품은 작가의 삶과 관계된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거나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세계관을 표현 할 때 설득력을 가진다. 작가로서 사진작업을 하려면 자신의 작업방향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표현방법을 선택 하는 것이다.
이선민은 대학에서 한문교육을 전공 하였지만 교생실습과정에서 교직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깨닫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사진을 전공 하면서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1996년 이후 꾸준하게 자신의 사진세계를 펼쳐 왔는데 그 결과 주목 받는 젊은 사진가들 중에 한사람이 되었다. 필자는 작가를 2004년 개인전 때 인사동 룩스 갤러리에서 처음 만났다. 첫 인상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느껴졌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기 이론이 분명 했다.
이선민은 첫 전시회 때부터 10여 년 동안 한국의 가족제도와 가정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상징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표현해서 보여 주고 있다. 자신의 삶과 관계된 것에서 주제를 정해서 작업 한 결과물이므로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선민은 1996년 첫 전시회 '황금투구'전 부터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선민은 작가노트에서 ‘황금투구’시리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 한다.
'황금투구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다양한 권력에의 욕구를 초상사진의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대 로마 시이저의 이미지와 중세 초상화에서 보여 지는 위대한 분위기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의 연기를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 작업은 지식이나 부, 명예 등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한 욕구를 일종의 권력욕으로 바라보고 이는 자의든 타의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끊임없는 딜레마임을 말하려 한 것이다.
이선민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교육받고 성장 하였는데,엄격한 아버지 이지만 연세가 들면서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26살의 감상이 권력의 화신 시이저를 연출하게 한 것’이라고 한다.이 작업은 자신의 아버지를 투영 한 것 인데 실제 촬영 보다는 촬영을 위한 준비 과정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부담이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첫 번째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개최된 2004년 두 번째 개인전 '여자의 집Ⅱ'은 작품의 내용이 좀 더 실제적이고 현실공간으로 옮겨 온다.결혼과 출산이 작가의 작품세계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결과이다.
이선민의 두 번째 전시회는 필자가 직접 전시장에서 관람하였는데 동 시대 한국 가족제도와 가정의 모습을 설득력 있는 화면 구성으로 보여 주고 있다.
'여자의 집Ⅱ'는 명절이나 제사 혹은 대가족이 모여 사는 가정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 나타나는 상황들을 다큐멘트 하였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구성원들 간에 시선이 마주치는 경우가 드물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에게 무심함을 보여 준다.한국사회는 해방이후 60 여 년간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생활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세대들 간의 가치관의 차이 ,삶의 방식의 변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가치관들이 구성원들도 못 느끼는 사이에 사라지고 있다.
개인주의 적인 가치관과 세대관의 경험의 차이 ,대화의 부재로 인하여 가족구성원들 간에 관심과 유대감이 없어지고 있다. 이선민의 작품에서는 아직도 미약한 가정 내에서 의 여성의 지위와 가치관의 변화로 인하여 서로에게 무심한 가족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가족 내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서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선민이 기록한 동 시대 한국의 가정풍경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아픔을 보여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2006년 8월 인사동에 있는 gallery now에서 전시 한 'Twins'시리즈에서는 쌍둥이 같이 보이는 엄마와 딸 그리고 자매를 찍어서 보여 주었다. 정공법적인 인물사진 촬영기법으로 대상에 접근했는데, 각기 다른 가정의 아이들이지만 비슷한 생활환경과 교육 과정에서 성장하여 개성이 상실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는 신도시 중산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엄마들을 찍었는데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안의 모습과 인물이 잘 어우러져서 주제를 강조 하고 있다. 4*5 대형카메라를 사용하여서 인물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들도 잘 묘사되어 효과적인 표현이 되었다. 'Twins'시리즈에서는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시각적으로는 유형학적인 표현방식을 선택 하고 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동 시대 한국사회의 문화적인 단면과 중산층의 의식구조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선민은 한국사회의 가정과 가족 그리고 여성의 문제를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접근해서 보여 주고 있다. 밀도 있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 하는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특히 2007년에 발표 할 '도계프로젝트' 에서는 또 다른 동 시대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 줄 예정이므로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