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23)
제5장 하녀 춘매 4회
서문경은 빙그레 웃으면서 입을 연다.
“반드시 법도를 따를 필요는 없지. 이 자리에 바깥손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안끼리의 잔치니까 잠시 법도를 젖혀두는 것도 무
방한 일이라구. 춘매가 나를 지명했으니 그럼 내가 한 곡 불러볼까”
서문경이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자, 요란하게 박수가 터진다. 하인 내외와 하녀들이 앉아있는 하좌 쪽의 박수 소리가 한결 드높
다.
그러나 벌써 주인 서문경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몇몇 노비들은 속으로 남몰래 빈정거리고 있다. 싱싱한 새것을 잡수어 보시겠다
이거지, 춘매란 년 어쩌면 팔자 고치겠군, 아직 열여섯밖에 안된 것이 벌써 주인한테 먹히고 싶어서 꼬리를 치다니, 쯧즛쯧..... 이
런 식으로 말이다.
서문경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춘매는 남달리 두 눈을 반질거리며 빤히 지켜보고 있었고, 그런 춘매의 얼굴을 못마땅한 듯이 반금
련이 힐끗 힐끗 바라보곤했다.
노래판이 끝나자 춤판으로 옮겨졌다. 춤판에서도 춘매는 남달리 열심히 춤을 추었다. 춤 솜씨도 제법이었다. 서문경은 또 한번 춘
매를 눈여겨보며 침을 꿀꺽 삼키기도 했다.
주연이 파했을 때는 어느덧 긴 여름 해도 기울어 날이 설핏해져 있었다.
서문경은 반금련과 함께 그녀의 거처로 갔다. 금련을 다섯 번째 아내로 들어앉힌 뒤로 서문경은 밤으로 늘 그녀의 침실에서 자는
터였다. 그녀의 거처에는 방이 세 개 있었다. 한 개는 침실이고, 하나는 거실이며, 다른 하나는 하녀의 방으로 돼 있었다.
금련은 서둘러 방에 향을 피우고, 침상의 이부자리를 손질한다.
“꽤나 덥군. 술을 마셔서 그런지...”
의자에 걸터앉은 서문경이 말하자, 금련은 얼른 부채를 가져다가 몇 번 훨훨 부쳐주고는 부채를 그의 손에 쥐어준다.
잠시 부채질을 하다가 서문경은 일어나 웃옷을 훌렁 벗어 던진다.
“그러세요, 호호호... 아예 아래까지 몽땅 다 벗으시라구요. 어차피 이따가 벗을 것 아니예요. 누가 보나요 뭐”
“그럴까. 좋아”
서슴없이 서문경은 아랫도리까지 죄다 벗어 버린다.
“어이구 시원해. 부채질하는 것보다 훨씬 시원하군 그래”
벌건 알몸으로 의자에 걸터앉으며 서문경이 조금은 멋쩍은 듯한 웃음을 짓자 금련은,
“여름에는 옷을 걸치지 않고 사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그지요? 히히히.....”
“내가 벗었으니까 당신도 벗으라구”
“벌써요?”
“벌써라니, 그게 뭐 정해놓은 시간이 있나?”
“좋아요. 벗을께요”
금련은 살짝 돌아서서 옷을 벗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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