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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군의 섬진강 호곡나루 소수력발전소 건립계획 승인여부가
오는 7월 10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한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폭넓은 이해를 위해, 다소 긴 다음 글을 퍼온 곳은
www.jirisan.com 입니다.
400번의 구타 + 1 = 섬진강은 가끔 흐른다
- 곡성 소수력발전소 건립 추진 현장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며 -
길 위의 마을, 곡성
2008년 6월 23일 월요일 아침.
나는 곡성장터 국밥집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순댓국이다. 그것도 돼지 창자에 선지만 채워 넣고 끓인 순댓국이다.
비는 올 것 같지 않았고 하루 종일 흐릴 듯 했다.
어쩌면 지리산 인근으로는 마른장마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째 그랬다.
막상 장마철 비는 박했고 한여름 폭우는 느닷없이 들판을 뒤집어 놓고 가곤했다.
분명한 것은 과학이라는,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잣대로 측정한 것 보다 빠르게
기후는 변할 것이란 사실이다. 인간이 자연에 행한 몹쓸 짓의 대가일 것이다.
맑고 뜨거운 국물을 들이켰다. 김이 술술 피어오르는 피순대 위에 새우젓 몇 점 올린다.
규정하기 어려운 향이 입 안으로 퍼지는데 아마 그것이 피맛일 것이다.
곡성장은 한산했다. 팔러 나온 사람도 사러 나온 사람도 다른 때 보다 뜸해 보였다.
어물전은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곡성장에서 나는 항상 빈곤의 냄새를 맡았다.
곡성은 지리산과 섬진강 배경의 영화에서 주연 배우가 될 수 없었다.
곡성은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결말을 향해 가는 여정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이름 없는 조연배우 같았다.
곡성은 항상 여정 중에 지나치는 하나의 '길 위'였다. 지리산과 섬진강으로 향하는, 다시 광주, 전주, 대전,
서울로 돌아가는 '길 위'. 그것이 곡성이었다.
곡성장에서 나는 항상 피순댓국을 마셨다.
구례읍을 지나 계산리를 지나친 시간이 8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곡성으로 향한 이유는 곡성군에서 추진 중인 <곡성 소수력발전소> 건립
예정 장소를 촬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작은 수력발전소를 섬진강에 짓는 일이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라는 조건이 걸려 있지만 이른바 '한반도대운하' 계획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수 중이다. 그런 엄청난 생태 파괴 사업에 비하면 곡성군에서 추진 중인
소수력발전소는 정말 '별 일도 아닌' 것일 수 있다. 검색 실력 탓인지 지방언론을 제외한
서울민국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을 보지 못했다. 기사 비중이 낮은 것이고 시선을 끌 만한
이야기도 아닌 것이다. 2005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기록으로 보자면 전국의 강과 하천에 설치된
인공시설물은 36,288개에 이른다. 36,288개의 동일한 사건을 언론이 다룰 가능성은 아주 낮다.
계산리를 바라고 오르는 섬진강변 드라이브는 항상 상쾌하다. 계절 마다 그 맛이 다양하다.
강 건너편은 곡성으로 이어지는 17번 국도다. 17번 국도는 상대적으로 차량이 많은 편이고
무엇보다 1차선 도로에서 화물차들의 극성이 자주 있는 편이라 개인적으로 17번을 버리고
이 한적한 군도를 따라 곡성으로 가는 길을 즐긴다. 무엇보다 이 길은 강을 훨씬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몇차례 큰 비가 왔지만 섬진강의 수량은 풍부해 보이질 않는다. 강심에서부터 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나무가 자라는 것이 가능한 정도의 수량만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오랫 동안 섬진강변에서 살아 온 어르신들 말씀으로는 강물의 양이 '형편없이' 줄었다.
'그곳' 상류 500m 위
섬진강과 보성강이 교차하는 예성교를 건너 17번 국도로 옮겼다.
오늘은 한가하게 곡성 두계교까지 강을 음미하면서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아니다.
곡성군 오곡면이 가까워지면서 고개를 오른편 강으로 돌려 기존의 고달 낙차보를 찾아야했다.
기존의 수중보 위에 <곡성 소수력발전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침곡리 이정표를 지나치고 현장을 찾았다. 구례의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현장 확인을 다시 했다.
이곳이 확실하다. 전방으로 더 올라가면 4차선으로 확장되고, 주유소 나오고, 레미콘 공장이 있고...
노부부가 고달 쪽에서 수중보 위를 걸어 강을 건너오고 있었다.
큰비 뒤의 강물이지만 노인들의 강 건너기는 내 눈으로도 위태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 많은 비가 내렸는데 섬진강물은 어디로 간 것인지.
이른 아침 출발하기 전에 위치 확인 때문에 검색을 했다.
검색 결과를 아무리 살펴봐도 소수력발전소 예정 장소가 '그곳' 바로 위인 듯 했다.
'그곳'에서 불과 500m 정도 상류나 될까? 식도를 따라 뜨거운 호흡을 삼켰다.
지난 2년간 '그곳' 강기슭은 나에게 강의 원형을 경험하게 해 준 장소였다.
'그곳'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인근 주민이 아니라면 거의 없었고 비포장 상태의 구불한 강변길을
자청해서 찾아 올 도시 사람들이 많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따라서 '그곳'은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원형 그대로 보전 가능한 섬진강의 중요한 '한 표정'이었다.
'그곳'은 바로 호곡나루터다.
곡성에서 압록으로 이어지는 섬진강은 바위가 많다. 강은 섬세하고 민감해 보인다.
차를 타고 있는 상태에서는 보지 못하는 풍경들이다. 걸을 때 풍경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호곡나루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비교적 인간의 손을 적게 탄 강의 원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변 도로는 막대한 절개지를 발생시키고 주변 조경을 통해 원래 그 강변의 나무가 무엇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이 구간에서는 비교적 온전한 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그 많은 가든과 모텔 간판 없는 강변 길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이나 남아 있겠는가.
섬진강을 따라서 올라가보라. 그러면 호곡나루를 만날 수 있고 여러분들은 충분히 촉촉해진 가슴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호곡나루 바로 500m 상류에 <곡성 소수력발전소>를 짓는다.
아침부터 뜨거운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지 그것이다.
곡성에는 IT단지가 없다
'자연속의 가족마을' 곡성의 지자체 슬로건이다.
대도시 인근이 아닌 곳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거나 자동차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은 없다.
이른바 물류 이동 비용을 예상해야 하고 단순 인력 수급과 전문 인력들의 출퇴근을 고려해야 한다.
몇 년 전에 우연히 몇몇 광역 단위 지자체의 향후 지역 개발 구상을 살펴 볼 수 있는 문건을 보았다.
거의 모든 광역 지자체가 'IT 산업 육성'을 주요한 항목으로 내걸고 있었다. 그것은 배당된, 또는
배당될 예산을 가지고 노는 돈장난이었다. 5년 내에 부지 확정, 건립, 컨텐츠 생산이 가능한 인력 인프라 개발...
막상 그 지역의 우수한 잠재 인력의 부모들은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서울로 보내는 것이 꿈인데 말이다.
하지만 '눈 먼 돈'을 인프라로 백지 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광역 단위는 그나마 다행이다.
이도 저도 안되는 작은 지자체 단위들은 자연, 생태, 친환경, 웰빙, 장수 등등의 비슷한 개념을 중심으로
5만 명 전후의 작은 자치단체를 꾸려 나가야 한다. 곡성은 3만 명 조금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노령 인구의 비율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곡성에는 IT단지가 없다. 곡성에는 섬진강이 있고
지리산이 먼 산으로 보일 뿐이다. 자산은 자연뿐이다. 결국 그것을 밑천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이
곡성 뿐만 아니라 작은 지자체가 생존 전략으로 채택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쌀농사로 승부하겠습니다!'는 슬로건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이다.
수입 곡물가 인상 때문에 국내 농업이 활성화될 것이란 일반적 예측을 나는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한국의 식량자급율은 26%에 불과하지만 그 귀중함 만큼 농민에게 쌀값을 인상시켜 준다면 도시에서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모심기 전에 뿌리는 비료 네포대 값이면 쌀 한가마니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돈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자연히 군소단위 자치단체장들은 뭔가 중앙정부, 기관, 해당 도의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 낼 수 있는 아이템에 목말라 있다. 민선의 문제점은 '재선'을 노린다는 것이고 눈에 보이는 실적을 선호한다.
작은 자치단체는 점점 이벤트대행 업체처럼 변해가고 있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강 건너편 호곡나루를 방문하는 길에 한번씩 증기기관차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면
곡성의 동쪽 끝 가정역을 향해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었다. 평일에는 하루 3회,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하루 5회 왕복 운행한다. 증기기관차 기적 소리는 물론 디지털음이다.
곡성에서 압록까지는 섬진강 줄기 중에서도 탁월한 경관을 제공한다.
이른 아침 구례구역에서 출발하는 용산행 무궁화호에 몸을 던지고 나면 부족한 아침잠은 항상
곡성을 지나서부터 이어나갔다. 압록, 곡성으로 이어지는 그 아름다운 아침강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가끔 곡성의 테마기차를 하동까지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인지 생각했다.
또는 섬진강의 발원지인 진안에서부터 하동포구까지 이어지는 <섬진강트레일열차>가 있다면
정말 잘 짜여진 하루 여행이 될 것이란 상상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혼자만의 상상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방문객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자신의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3개 도를 관통하는 사업은 중앙정부 몫인데 기차는 낙후한 아이템인 모양이다.
월요일 아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한산했다. 매표소 여직원에게 카메라를 들어 보였다.
복고풍으로 꾸며진 대합실 넓은 공간에 여직원의 목소리가 나 한 사람을 위해 스피커를 통해
에코로 울려퍼졌다. 공명은 좋았지만 약간 허허로웠다.
"자자유로옵게에 촤촬영하하셔도오 되됩니다아~."
역사驛舍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그런 정도면 만족스러운 재현이었다.
무엇보다 선로와 열차, 잡초를 제거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 이외에 카메라를 든 나 혼자였다.
곳곳에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 스틸들이 붙어 있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 사이에서는 곡성하면
기차마을이 우선 순위 키워드인 듯 하다. 여행 전 검색은 필수인 세상의 영향이 클 것이다.
주말이면 줄을 서야 할 정도니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일 것이다.
밖으로 나왔다. 담배 한대 피우면서 걸어가는데 오른편으로 '영화세트장'이란
큼직한 글씨가 보였다. 대충 알겠다. 정해진 일정 없는 사람이라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침 장터를 제외하고 역시 곡성에서 길 위에 머무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익숙한 광경이다. 1년 동안 이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모두 합쳐도 신도림역에서
1분 동안 스쳐지나가는 사람보다 적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사진의 저 골목 입구를
향해 걸어 들어가면 시공을 초월한 어느 시절로 납치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그런 기분이 내가 곡성에서 느끼는 비현실적 부유감의 정체인지도 모른다.
세트장으로 조성된 거리는 물론 작은 규모다. 완벽하진 않지만 적당히 보완하면 영화의 한 씬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빈곤한 분위기기가 싫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우리들 DNA속에 내장된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
유현목 감독의 '카인의 후예'는 이 거리의 시작이자 마지막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소리 없는 허탈한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하필이면 카인의 후예라니... 누군가는 아벨 역할을 해얄 것 아닌가.
영화세트장을 빠져 나와 오곡면으로 방향을 잡았다.
곡성읍의 동쪽 끝자락. 영화세트장과 곡성의 거리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아이러니였다.
곡성의 현실은 세트장이었고 세트장은 현실이었다. 나는 물론 이런 복고적 분위기 때문에 곡성을 자주 찾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복고'는 '낙후'와 동의어이며 사랑하지만 청산하고 싶은
카인의 동생 아벨일 것이다.
이 함수를 풀 수 있는 묘안이 있다면 IT단지 없는 마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구례로 내려온지 2년이 지났지만 눈에 보이는 지역의 문제점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고 확실한데, 나에겐 문제를 개선할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
구례로 내려와서 지리산닷컴이 만든 마을, 지역, 프로젝트 관련한 기획 또는 제안서는 10여건이 넘었다.
단 한 건도 먹혀들지 않았다.
오곡면 침곡리 294번지로 이동하자. 오늘 곡성 방문 목적을 달성해야하지 않겠는가.
400번의 구타 + 1
전라남도 곡성군 침곡리 294번지는 섬진강이다.
기존의 고달 낙차보라는 시설물이 있다. 수중보다. 수중보는 쉽게 이해해서 하천이나 강의 수위을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다. 고달 낙차보는 1983년에 만들어졌다.
보의 길이는 162m, 높이 1.8m, 보의 넓이는 2.5m다. 이 기존의 수중보에는 어도魚道가 없다.
강을 가로 막았으니 물고기 길이 있어야하지 않겠나. 그래서 곡성군은 어도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2005년에 산자부(지금의 에너지관리공단)에 신.재생에너지 지방 보급 사업에 공모 신청을 했다.
2006년 1월 10일에 2006 신.재생에너지 지방 보급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다.
그리고 2008년, 국토해양부로부터 어도사업비 50억원을 확보했다. 이 예산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별도 사업시행으로 집행된다. 국토관리청은 국토해양부의 산하 기관이다.
사업을 추진할 돈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곡성 소수력발전소>가 완공되면 위 그림의 건립 예정지로부터 상류 5.2km 까지 수위가 상승하게 된다.
5.2km는 위 그림의 남원 방면 지도 밖으로 한참 더 올라가야 한다.
담수, 물을 담는다. 이 장면에서 섬진강은 다시 흐름을 제지당한다. 뭐 별 일은 아니다.
섬진강은 본류와 지류 모두 합쳐서 대략 400번 정도 흐름을 제지당한다. 겨우 400번.
오늘은 계속 영화 나라를 유영한다.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
"섬진강은 400번의 구타를 당해도 끄떡없다!"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 라는 모임이 있다. 섬진강 유역의 자치단체장들과 기관장들의 모임이자 회의기구다.
2004년 12월 10일에 이 분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섬진강 본류에 소수력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연환경과 생태보존을 위해 이런 귀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서류가 너무 딱딱한 분위기라 생각하셨는지
서류의 붉은 밑줄 그은 대목을 삽입했다.
'다만 기존 보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여 설치할 경우에는 재검토 하도록 한다.'
<곡성 소수력발전소> 건립 계획은 바로 이 한 줄 문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달 낙차보는 '기존 보'에 해당하는 것이다. 4년의 시간이 흘렀고 해당 자치단체장과 기관장들도 많이 바뀌었다.
2008년 4월 24일.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는 다시 열렸다. 곡성군은 <곡성 소수력발전소> 건립 계획을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고 구례군과 하동군 군수를 제외한 자치단체장과 기관장들은 찬성 의견을 표했다고 한다.
구례는 곡성 아랫 마을이고 하동은 구례 아랫 마을이다. 자치단체장들의 생각은 곡성을 중심으로 각자의 마을이
위치한 물리적 거리에 따라 결정되는 듯 하다.
하동군이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안건 상정했다면 순천과 광양 시장들은 흔쾌히 찬성했을까?
그때 구례군은 아랫 마을 강을 막는 문제에 대해 반대할까?
실제 곡성군은 앞서 2004년에 남원 소수력 발전소와 2005년 임실 소수력 발전소 건립 계획을 반대했었다.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가 섬진강을 살릴지, 상황과 시기에 따라 섬진강을 죽여 놓을지는 철저하게
자치단체장들의 '지성'이 좌우할 것이다. 혹시 시골 일이라 그런 것이라 예단하실 필요는 없다.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옵션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이다.
2008년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에 제출한 곡성군의 상정 안건 문건의 후반에는
인상적인 대목이 보인다. '기타(당부)사항'이라는 장면에서 세번째 줄은 이렇다.
<* 이 사업이 안될 경우, - 중략 - 섬진강권역 개발사업을 위해서도 노력협조 상호협력 제고>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아름다운 말은 아닌 듯 하다.
사업명 <곡성소수력발전소 건립사업>의 개요를 한번 살펴보자.
사업기간은 2006년에서 2008년까지로 되어 있다. 위 사진의 위치는 곡성군 오곡면 침곡리 294번지(섬진강)이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시설을 만드는 것인데 비전문가인 필자 입장에서는 그냥 자료를 옮기기만 해보면,
시설용량 / 2,020kW(505kWX4기) - 프로펠라 형식, 발전사용수량 / 53.00㎥ / sec(13.25㎥ / secX4기)
이라고 되어 있다. 이 수치만으로는 평민 입장에서는 뭔가 감을 잡기 힘들다. 쉽게 이해하면 이 발전설비가
연간 가동율 75.9%인 경우 발전량은 6,355Mwh인데 이는 곡성군의 연간 전력 사용량의 1.7%에 해당한다.
앞서 이미 밝혔지만 예산은 확보되어 있다.
사업비는 9,236,000,000원이 소요되는데 이 중 국비 4,577,000,000원, 군비 4,659,000,000원이 확보되었다.
여기에 2008년도 건교부(국토해양부) 예산으로 어도사업비 전액 국비 50억원이 확보되어 익산청에서 빳빳한
현금으로 대기중이다. 도합하면 대략 142억원 정도의 사업이 되겠다.
여기에 곡성군은 지식경제부(이전 산업자원부)의 논리를 첨가하고 있다.
소수력 발전은 소규모 발전설비의 사용으로 지형변화나 하천수질, 수생생물 등의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환경조화형 에너지라는 것이다. 자주 만나는 상황인데 건설과 건설반대 입장 모두
친환경을 주장하는 풍경이다. 여튼 지식경제부에서 기술개발 및 보급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2004년과 2005년에 곡성군이 반대했던 남원과 임실의 소수력발전소 건립 시도 때와는 다르게 곡성군이
추진 중인 소수력발전소는 기존의 고달 낙차보를 이용한 것이니 만큼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의 2004년
결정 내용에 반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어도魚道 설치라는 차별성을 가진 사업이라는 강조점이 있다.
지금의 고달 낙차보는 어도가 없다. 따라서 시각적인 외형은 좀 거시기하지만 물고기들이 왕래하기는
공사 이후 훨씬 좋아질 것이란 이야기다. '생태보전에 앞장서는 계기'가 될 것이란 문장이 추가되어 있다.
다시 수술대 앞에 선 섬진강
기존 고달 낙차보는 높이 1.8m 길이 162m이다.
여기에 높이 3.6m의 고무보를 추가하는 사업이다. 고무보란 튜브 방식인데 평소에는 공기를
채워 넣은 상태고 방류시 튜브의 바람을 빼는 방식이다. 여하튼 이를 도합하면 5.4m의 수중보가
세워진다. 위 사진의 그림은 실측과 무관한 상태지만 대략 이런 모습이 될 것 같다.
저 멀리 기슭 쪽으로 대략 300m 이상의 어도가 강의 상하류로 만들어질 것이다.
어도는 계단, 수로 복합형이라고 한다. 물고기들도 종류와 사이즈별로 선호하는 길이 다른 모양이다.
사진 앞쪽의 수직 라인이 발전시설 4기가 세워질 자리에 해당한다.
이 발전시설과 어도를 통한 하류로의 섬진강 방유량 조절이 관건인데, 사전환경성검토 서류에
의하면 제법 문제가 있다. 곡성 소수력발전 시설의 경우, 505kw 용량 4기로 운영할 때 1기 가동시
최소필요 유량은 13.2㎥/s 이나, 어도의 유지수량을 고려하면 필요유량은 14.2㎥/s 로써 갈수기
최소 하천유지수량(7.55㎥/s)을 크게 초과하여 결과적으로 하천수의 단절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발전용량을 줄이거나 가동 기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예상컨데 곡성군의 연간 사용 전력량 중
1.7% 공급도 힘들 수 있을 것이다. 곡성군은 이런 지적에 대해 최소 하천유지수량(7.55㎥/s)을
조절할 수 있는 자동 조작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그렇게 할 것이다, 할 수 있다'가 아니다.
강 스스로의 조절 능력은 강제당하고 인공적인 조절 능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멀리 곡성읍이 살짝 보인다.
곡성군은 섬진강 36km + 보성강 18km = 54km를 포함하고 있는 '강가의 마을' 이다.
강은 흐르는 것인데 <곡성 소수력발전소>가 만들어지면 위의 사진에서부터 상류 5.2km 까지
담수효과 영향권이다. 곡성은 흐르는 강가의 마을이 아닌 담수의 마을이 될 것이다.
곡성군은 몇몇 무리수를 두었다.
영산강환경청의 사전환경성검토도 받지 않고 2007년 12월 사업을 발주를 해버렸다.
2006년 1월 산자부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선정되고 2007년 11월에 영산강환경유역청에
사전환경성검토를 신청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하천점용허가도
받지 못했다. 사업 시한에 쫓겨 공사부터 발주했다.
예산이라는 것은 돈을 소비해야 하는 시한이 정해져 있다. 곡성군은 마음이 급하다.
곡성군의 여러 문건을 보면 <섬진강행정협의회>와 <환경단체>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다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섬진강행정협의회>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지자체 별로 입장을 피력했을 뿐이다. 또한 <환경단체>는 어떤 환경 단체를 말하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혹시 특정 환경 단체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속한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6월 11일 인근 지역 주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첫'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허가 후로 연기한 상태다. 섬진강은 대략 10여일 이후를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강의 수술 여부는 결정될 것이다. 강은 원래 건강했는데 사람들이
자꾸 수술을 번복하다보니 400개의 흉터를 가지게 돠었다. 이번에는 같은 부위에 대한 추가 수술이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이웃들은 병문환도 오지 않을 모양이다.
직접 하류에 해당하는 구례군만 몸이 달았다.
구례군 곳곳에는 곡성군의 소수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구호들이 걸려 있다.
원래 반대하는 목소리는 좀 격렬할 수밖에 없다. '저는 반대여요' 라고 말하면 좀 약하지 않나.
구례군도 이전에 지금의 구례군 토지면 부근 섬진강에 수중보 계획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 곡성의 소수력발전소는 구례군의 물 문제와 직결된다.
나부끼는 구호 중 하나가 좀 의문스러운 것이 있다.
<경제성 없는 곡성 소수력발전소 건립 뒤에 물놀이 공원 조성 웬말이냐 / 구례군여성단체협의회>
이게 뭔 말인가? 경제성 없다는 말과 물놀이 공원 조성이라니...
곡성군의 주장대로 하자면 곡성 소수력발전소는 연간 9억원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물론 사전환경성검토에 의한 지적에 따르자면 하류 건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전령 생산량은
좀 더 줄어들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6억원 정도 생산 가능할 것이다.
어도까지 합산하면 대략 142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여해서 곡성군이 필요로 하는 연간 전력량의 최대 1.7%를
생산할 수 있다. 만들고 나면 끝인가? 유지와 관리 비용이 들 것 아닌가.
관리 인력 1인으로 가능한 시설이 아니다. 한마디로 채산성이 좋지 않다. 단순히 전기생산만을 위해서
곡성 소수력발전소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주변 마을의 시각이다.
5.4m 높이의 수중보가 생기면 최대 5.2km 상류까지 1cm 라도 담수 효과를 본다. 물은 고이고
뭔가 놀이시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놀이시설이 생기면 그와 관련한 휴식 공간과 식당 등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수질은 악화된다. 곡성군은 이전에 물놀이 시설 계획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하기도 힘들다. 왜냐면 사전환경성검토에서 <사업지구 상류 6km 이내에는 소수력발전 시설 외
도로설치, 하천 점.사용 허가 등 어떠한 개발행위도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 등을 통하여
발전시설 주변 지역을 유원지화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공표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함.> 이라고
못 박고 있다. 곡성군은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저런 요구에 대한 답을
7월 초에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제출한 이후 결론이 날 것이다.
곡성 소수력발전소 문제로 곡성과 구례 간의 민민民民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차단해야 할 것이다.
섬진강을 망친 주범은 항상 정부였다. 기관과 자치단체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물 문제가 발생했는데,
다 함께 섬진강가에서 다슬기 재첩 잡고 살아 온 시간이 1000년이 넘었다. 함께 풀어 나갈 문제다.
강물은 흘러야 할 것이다
곡성 읍내에서 오곡면으로 나오는데 지류천에서 사람들이 다슬기를 잡고 있었다.
물 속으로 얼굴을 넣고 다슬기를 잡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덕양서원 앞을 흐르는 지천은 습지 같은 분위기도 풍겼고 주변으로 생태산책로 같은 시설을 해 놓았다.
이것이 모두 섬진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이다. 섬진강의 다슬기 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 다슬기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2006년, 곡성군은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에 의뢰해서
곡성을 중심으로 한 섬진강 52km 구간에서 다슬기 분포 및 성장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다슬기 잠재자원(서식)량은 6,800여톤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향후 600여억 원 정도의 소득원이
될 것이라고 잠정 집계했다. 다슬기는 흐르는 물에 서식한다. 다슬기는 강의 청소부다. 섬진강 물 속
바위 위에는 부유물이 많이 쌓여 있다. 이는 물론 오염 때문이다. 바위에 붙어 광합성을 하는 규조류들은
햇빛이 차단된 상태에서 생장할 수 없다. 다슬기는 이 규조류를 주식으로 한다. 다슬기가 많으면 바위에
쌓인 부유물을 먹어치우고 규조류는 좀 더 원활하게 햇빛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규조류는 또한 은어 등의 섬진강 어류들의 식량이기도 하다.
흐르는 물이 멈춘다면, 또는 흐르는 속도를 달리 한다면, 또는 흐르는 물길을 통제 당한다면
섬진강 다슬기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142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간 6~9억원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곡성군은 향후 600억원 정도의 다슬기 채취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 손으로 잡는 방식이 아닌 야밤에 전동 스크루를 장착한 동력선이 어린 다슬기까지 빨아들이고
바위에 붙어 있는 수많은 어류의 알까지 상하게 만드는 지금의 다슬기 채취 방식으로 어차피 빠른
시일내에 다슬기가 고갈될 것이니 그냥 밀고 나갈 생각인가.
위 사진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없는 온라인 '이미지 검색'으로만 가능한,
"이전에는 섬진강에서 다슬기를 채취하였다고 합니다" 는 검색 결과물로 사용될지도 모르겠다.
142억원이라는 예산은 소수력발전소가 아닌 섬진강 다슬기를 살리고 주민들도 그로 인한 수익 증대를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참신하지 못 한' 아이템에 대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별도로 50억원을 책정하지는 않겠지만.
결론적으로 곡성군이 주장하는 것 처럼 소수력발전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뿐만 아니라,
섬진강을 거의 유일한 자연 자원으로 살아가야 할 작은 자치단체 곡성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것이다.
도대체 소수력발전소 건립으로 얼마나 많은 곡성 주민들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겠는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하, KEI)>에서는 2007년에 주목할 만한 자료를 제출했다.
<소수력발전소 건설 및 지원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 / 환경평가본부> 이라는 문건이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대목을 살펴보자.
<국가하천 본류에 소수력발전용 댐을 설치함에 따라 하천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이 훼손된 사례들이
조사되었다. 물과 퇴적물의 흐름이 단절되어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변화하고 단편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이 흐르는 곳에 서식하는 많은 종류의 수서생물과 한국 고유의 어종들이 수질 악화와 생태계의 변화로
인하여 서식이 불가능함에 따라 하천의 먹이사슬 균형이 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국가하천에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현재 시설비의 70%를 무상보조하고, 생산된 전력은 정부가
73.69원 / kWh에 매입해 주고 있다. 국가하천은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자연자산으로 그 파괴의 비용은
국민 모두에 귀착되지만, 소수력발전소 운영으로 인한 이익은 일부 민간사업자가 모두 누리고 있는 셈이다.>
2005년 현재, 전국 소수력발전 전기의 총 발전량은 13GWh, 판매대금은 9억원으로
국내 총발전량의 0.0038%에 해당한다. 곡성에서의 소수력발전소 건립 시도는 철회되어야 한다.
사람에게도 물고기에게도 자손들에게도 좋을 것 없는 일이다. 강물은 흘러야 할 것이다.
1.7%
* 사진 제공 / 남원 석병열님
옥정호다.
여러 사람들의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디카 사진의 명승지이기도 하다.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과 정읍시 산내면에 걸쳐 있다. 유역면적 768㎢. 무지하게 넓다.
네이버 블로그 검색에서 2008년 6월 25일 현재 4,941건이 검색된다.
사람이 개입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장관이다. 옥정호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 사진 제공 / 김두호님 http://titicat.egloos.com/1744578
섬진강댐이다.
전북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에 있는 댐이다.
높이 64 m, 제방길이 344.2 m, 저수용량 4억 6600만 t이다. 아주 큰 댐이다. 1965년 12월에 완공했다.
섬진강은 이곳에서 조절된다. 댐의 순기능이 있다. 홍수 조절이 가장 큰 역할일 것이고 전력을 생산한다.
섬진강댐의 가장 큰 역할은 동진강 하류지역의 평야와 계화도 간척지에 관개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섬진강댐이 있어 호남평야의 기름진 쌀농사가 원활해진 것이다.
섬진강 본류와 지류에는 대략 400여개의 시설물이 존재한다.
이른바 옥정호를 담고 있는 섬진강댐은 섬진강 전체 수량을 조절하는 가장 큰 시설물이다.
섬진강댐에서 방류하는 물의 98%는 섬진강이 아닌 금강수계 동진강으로 방류하고 있다.
섬진강댐은 막상 섬진강으로 전체 방류량의 1.7%, 오타가 아니다! 17%가 아닌 1.7%만을 내려 보내고 있다.
어느 한 곳이 비옥해지면 어느 한 곳은 가난해지기 마련인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섬진강물은 원래 자신이 흘러 가고자 했던 곳으로 흘러가지 못한다.
섬진강은 큰 하천 중에서도 비교적 살아 있는 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슬기, 재첩 은어 등 44종에 이르는 토종 민물어류와 패류가 서식하고 있다.
강의 청정도를 측정하는 강력한 표상 같은 수달이 구례군 토지면을 중심으로 한
섬진강에서 서식하고 있다. 깨끗한 강이라 할만 하다.
그러나 갈수기의 섬진강은 거의 강바닥을 드러낸다. 풀과 나무들까지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붙박이로 자란 듯 한 모습이다. 장마철인 요즘도 지나치다보면 내렸던 비에 비하면 섬진강의
수량은 그렇게 풍부해 보이질 않는다.
일단 강의 싱싱한 생명력은 충분한 물이 흘러야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섬진강의 수량은 분명히 위험한 상황이다. 본류를 막았으면 지류를 통한 원활한
물공급이라도 가능해야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섬진강 본류와 지류 전체에는 대략 400여개의
수중보가 설치되어 있다. 물은 흐름을 멈추어야 한다. 곳곳에 마디 처럼 물의 흐름을 막고 제어하는
장치가 지뢰밭 처럼 준비되어 있다. 이 모두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400여개의 수중보 중
어도가 설치된 곳은 2005년 현재 49개소에 불과하다. 14% 정도의 설치율이다. 이 어도 조차 제 기능을
하고 있지는 않다. 물고기들이 다니기에 불가능한 형식적인 시설물인 경우가 많다.
하긴 제대로 된 어도라 하더라도 물고기가 사람 뜻대로 움직여야 할 어떤 정치적 이유도 없다.
TV에서 하는 100분 토론 보면 사람과 사람 끼리도 거의 완벽하게 대화가 불가능한데 물고기가
사람 말을 듣겠는가.
* 사진 제공 / 김두호님 http://titicat.egloos.com/1744578
결국 大小를 막론하고 모든 댐의 상류는 시간이 지나면 퇴적물이 쌓인다.
부영양화 등 수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쓰레기 같은 강이 아닌 원래 깨끗했던 강에
댐 만들고 수질 더 좋아진 경우가 있나?
반대로 댐의 하류는 물 공급을 제한받는다. 자연적으로 유지되던 수량을 제어하는데
강에서 살아 가는 생물들이 온전할 수는 없다. 인간이 사는 집 옆에 노래방 하나 들어와도
돌아버릴 지경인데 강의 모든 생명들은 의식주 전반에 걸쳐 극심한 변화, 즉 타격을 입는다.
생태계는 연속성을 잃게된다. 교란당하는 것이다.
회귀는 차단 당하고 종은 고립된다. 유전적 다양성은 당연히 격감하고 기형적인 물고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강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섬진강은 쉽게 이야기해서 400여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진안 어느 골짜기 바위 틈에서 지류를 따라 섬진강 본류로 흘러 들어 온 물水 김氏.
김氏가 출발한 지점은 섬진강의 시원이지만 그가 하동 포구를 지나 남해 바다로 흘러갈 확률은
수억 마리의 정자가 페니스를 떠나 하나의 난자에 도달할 수 있는 확률 정도일 것이다.
우습지 않은가? 강이 흐르지 못한다는 사실이.
윗물은 탁하고 아랫물은 소금물
* 사진 제공 / 김진오 패러글라이딩 중 촬영 http://www.jinoh.net
상류, 중류, 하류, 지류란 것은 인간이 구분한 것이다.
강의 모든 구역은 연관되어 있다. 강은 본류건 지류건 하나의 생명체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한민국 전체 하천에 설치된 시설물은 2005년 현재 36,288개에 이른다.
더 이상 무엇을 설치한단 말인가.
섬진강은 윗물도 아랫물도 맑지 않다. 윗물은 탁하고 아랫물은 소금물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구례, 곡성, 남원, 임실로 이어지는 섬진강 중상류와 다르게 하류를 형성하는 하동과 광양권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광양만은 1970년대 여천산단을 비롯해서 최근까지 포스코, 컨테이너부두, 율촌산단, 초남산단,
하동화력 등의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매립을 계속했다. 매립으로 인해 만으로 유입되는 바닷물은
수위 상승을 일으키고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소금물의 양은 증가하고 있다.
매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강바닥은 내려 앉고 있다. 바닥이 낮고 좁아지면 소금물은 빠르게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이제 하동 악양 부근까지 짠물이 들어온다.
취수를 해도 이 물로는 식수도 농수도 곤란하다. 강을 망친 주범은 400번의 수술 아닌 구타를 자행한 정부다.
400번의 구타 이유는 400번 모두 섬진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쟁을 하는 이유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논리와 한치도 다름이 없는 시스템의 사기극이다.
섬진강 흐름은 위와 아래에서 전방위적으로 포위된 형국이다.
섬진강은 가끔 흐른다. 인간이 허락 할 때에만.
가까운 미래 어느날부터 우리들은 이 맛있는 재첩국수를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재첩'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해지는 섬진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혹자는 말한다.
가까운 미래 어느날, '해지는 섬진강'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새벽 섬진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혹자는 말한다.
가까운 미래 어느날, '새벽 섬진강'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섬진강 매화가 가장 아름답다고 혹자는 말한다.
가까운 미래 어느날, '섬진강 매화' 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섬진강 벚꽃길이 가장 아름답다고 혹자는 말한다.
가까운 미래 어느날, '섬진강 벚꽃길'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배꽃 핀 섬진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혹자는 말한다.
가까운 미래 어느날, '배꽃 핀 섬진강'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신록의 섬진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혹자는 말한다.
가까운 미래 어느날, '신록의 섬진강'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코스모스 섬진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혹자는 말한다.
가까운 미래 어느날, '코스모스 섬진강'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강은 흘러야 강이다.
7월 초 곡성 소수력발전소 건립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 결정에 따라 이 사진의 호곡나루 산책길이 고통스러운 회한의 길이 될 수도 있다.
2008년 6월 23일 월요일 아침.
나는 곡성장터 국밥집에서 피순댓국을 먹고 있었다.
한 노인이 국밥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곡성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뱀발
아래 주소는 곡성 소수력발전소와 관련한 기관들의 사이트들이다.
7월 10일 이전에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의가 아닌 섬진강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마음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 http://yeongsan.me.go.kr
곡성군 / http://www.gokseong.go.kr
익산지방국토관리청 / http://icmo.moct.go.kr
첫댓글 섬진강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군요. 그동안 알지 못하던 국토의 한 부분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늦게나마 애정을 표하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오늘자 한겨레신문 기사에 의하면 곡성군에서는 '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보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고 합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의 결정도 주목됩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