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꽃 - 아스타
가을이 되기도 하고 보라색 작은 국화를 강단에 올렸으면 해서 늘 다니던 화원에 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없습니다. 지금쯤 많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노란 색으로 할까 하다가 보라색이 좋아서 다른 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집에도 없고, 세 번째 집으로 갔더니 여러 개가 있습니다. 주인 남자분에게 보라색 국화를 찾아서 몇 군데 순례를 했다고 말을 건네면서 보기만 해도 좋다고 했더니 없는 이유를 말해줍니다. 유례없는 폭염에 견디지 못하고 어린 국화들이 거의 다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분도 필요해서 이른 봄에 3억원을 미리 주고 계약 재배를 했는데, 납품을 받지 못해서 큰 낭패를 보았다고 하면서 한숨을 내쉽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재배 농가 주인이 3억원을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그분도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내년에 국화로 받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승복을 입은 비구니 한 분이 대화에 끼어들면서 거기 일하는 분들 참 오래 계신다고 하니까, 화원 주인분이 “네팔 젊은이인데 9년째 일을 같이 하고 있다고, 이제 영주권도 나오고 결혼을 하게 되어서 한 달 동안 휴가를 주기로 해서 며칠 후면 네팔로 간다”고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 집에서 9년을 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그만큼 주인이 잘 대해준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원 주인은 제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교회에 바칠 꽃이냐고 물어보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물을 거의 매일 주고, 예배 때 아니면 밖에 두어서 바람과 햇볕에 많이 노출되게 해야 된다는 말과 함께 꽃값이 비싸서 죄송하다고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작은 화분 두 개를 더 실어줍니다.
국화 농사를 망친 농가에게, 결혼을 앞둔 네팔 노동자에게도 가을 하늘처럼 맑고 고운 내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오는데 꽃향기가 코 끝에 진하게 전해왔습니다. 보라색 국화꽃 이름은 ‘아스타’이고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그리고 꽃말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첫댓글 아스타 였군요..저도 보라색 국화 좋아합니다 ㅎㅎ